레벨 1의 스킬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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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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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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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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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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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화>멸망한 도시 (2)

DUMMY

-그워어어


멀리서 해가 저물어가는 가운데 출몰하는 언데드들의 숫자도 점점 더 많아졌다.

처음에는 신나서 언데드들을 때려잡던 비현도 슬슬 움직임이 둔해졌다.


“어, 어? 많이 죽였는데 왜 계속 나오지?”


언데드들은 꾸준히 비현 일행이 있는 폐건물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처음에야 신나서 때려잡았지만 이건 너무 많은데.


“레이! 도와줘.”

“잘난척하더니 그 정도 수준인가.”


레이가 천천히 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새하얀 오러가 그의 검을 감쌌고, 레이는 시작 전에 잠시 루엘시아를 돌아보았다.


“레이님. 맡겨주세요.”


레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탄환처럼 쏘아져 나아갔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비현은 그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을 수 없었다.


‘대체 무슨 기술을 사용하는 거지?’


어떻게든 그의 스킬을 관찰하여 수집해야 한다.

비현은 눈을 부릅뜨고 그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패스 오브 라이트(Path of light) - Lv10>


그것은 레이 트레이스가 선보이는 화려한 빛의 검술.

그의 검은 하얀 궤적을 그리며 섬광처럼 날아가 적들을 빠르게 섬멸했다.

거기에 루엘시아의 축복 기술이 더 해지면서 레이는 정말로 빛 그 자체가 된 듯했다.


“가, 강하다. 저 스킬 갖고 싶어.”


비현이 눈을 부릅뜨고 빛을 추적했지만 스킬을 획득하는 것은 실패했다.

루엘시아는 옆에서 새로운 스킬을 준비하는 상황.


<블레스 오브 하드리안(Bless of Hadrian) - Lv1>


레이의 하얀 궤적에 노란 광채가 씌워지면서 새로 그어지는 궤적이 상아색을 띠어간다.

이제 번쩍하는 빛 외에는 그의 옷자락 끄트머리조차 쫓아갈 수 없게 되었으며, 언데드들은 자신들이 뭐에 맞고 죽었는지 모를 정도로 신속하게 토막 나버렸다.


<스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여 정보 얻기에 실패하였습니다.>


“코드를 읽고 싶은데 너무 빠르네.”


무려 레벨 70의 ‘성검’이라 불리는 남자의 능력이다.

지금 비현의 수준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을 터.

비현은 계획을 바꿔 옆에 있던 루엘시아의 스킬을 수집하기로 마음먹었다.

레이와는 달리, 잠깐 지켜보자 떠오르는 알림 메시지.


<‘블레스 오브 하드리안‘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했습니다. 이제 정식으로 ‘블레스 오브 하드리안’ 스킬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뭐야. 이건 또 쉽게 획득될 거 같네.”


지금 알게 된 스킬은 아마도 버프 스킬일 것이다.

이런 스킬 하나는 챙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원했던 스킬은 아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나았다.


‘잠깐. 그런데 내가 스킬 빼앗으면 이거 레이한테 죽는 거 아냐?’


생각해보니 레이는 레벨 70의 전사다.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녀석에게서 도망은 불가능.

일단 빼앗는 건 포기하기로 하고 비현은 다시 전투를 집중해서 관찰했다.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이미 언데드들의 숫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숫자가 수만에서 수백, 그리고 두 자릿수 아래로 떨어지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10분.

레이의 일격에 마지막 언데드의 몸이 재가 되어 흩어지는 것을 보며 비현은 자신도 모르게 박수 쳤다.


-짝짝짝짝짝!


빛의 궤적이 짧아지면서 언데드들의 시신 한가운데에 레이가 멈추어 섰다.

그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비현에게 한마디 했다.


“끝났다. 잠깐 각자 정비시간을 갖도록 하지.”


그렇게 시작된 휴식시간.

레이와 루엘시아가 각자 장비를 점검하고 휴식을 취하는 동안 비현은 무너진 가구 위에 걸터앉아 자신의 능력치를 다시 한번 확인해보았다.


+

<플레이어 정보>

이름: 김비현

직위: 무직자

나이: 28세

종족: 인간(남성)

클래스: 스킬수집가(Skill Collector)

레벨: 1


*스킬

<{고유} 기술 강탈 (Skill Steal) - Lv1>

-스킬 코드를 읽고 빼앗아 카드화한다.

<마비(paralysis) - Lv1>

- 온몸의 신경을 마비시킨다.

<전력 질주(sprint) - Lv1>

-튼튼한 두 다리로 젖먹던 힘까지 달린다.

<깨물기(Bite) - Lv1>

-상대방을 강하게 깨무는 원초적인 전투 스킬이다.

<윈드 블로우(Wind Blow) - Lv1>

- 주먹에서 강력한 회오리를 일으켜 상대를 찢는다.

<패스 오브 워리어(Path of Warrior) - Lv1>

-일정 시간 전투에 필요한 전사의 감각이 상승한다.

+


마치 이력서에 경력이 한 줄씩 추가되는 것처럼 스킬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 정도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비현은 창을 닫고 레이와 루엘시아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둘 다 레벨 변화는 없군.’


사냥한 몬스터의 레벨이 낮아서일 수도 있고, 성장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비현의 레벨이 여전히 오르지 않는다는 거다.

보통 일반적인 게임 시스템이었다면 당연히 초반에 레벨이 폭발적으로 올라야 하는데 비현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거다.

어쩌면 스킬을 수집해서 부족한 능력치를 보완해야 하는 구조일 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말자.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어.’


그래도 이 정도 핸디캡이면 좋은 조건이다.

낮은 체력과 마력도 조만간 해결할 방법이 생기겠지.

피곤해진 비현은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다. 오늘 밤은 여기서 야영하도록 하지.”


이미 태양은 완전히 저물었다.

밤하늘에는 태양 대신 시퍼런 달이 환하게 떠 있었다.

비현이 슬쩍 눈을 뜨니 루엘시아가 노란빛의 구체를 생성하는 것이 보였다.


<이그니스 스피리투스(Ignis spiritus) - Lv1>


태양을 닮은 작은 빛이 어두운 건물 내부를 환하게 밝게 비추었다.


‘저 스킬도 습득하고 싶은데?’


어둠을 밝히는 용도로는 제법 쓸만해 보인다.

잠시 스킬의 특성을 관찰해볼까?

빛은 난방 기능도 있는 듯 주변을 따스하게 덥혀주고 있었다.


“습득할 가치가 있겠어.”


이제 잠자리에 필요한 중요한 도구만 있으면 된다.

그게 뭐냐고?


“이불이 빠졌잖아! 다들 이불 안 가지고 다녀?”


땅바닥에 몸을 눕히던 레이의 얼굴에 살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너는 매우 고귀한 가문에서 태어난 모양이지?”

“아니! 이게 고귀한 것과 무슨 상관인데?”

“상관있다. 모험도 해보지 못한 햇병아리 귀족들이 보통 너처럼 비싼 티를 내니까.”

“허! 진짜 여긴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네.”


군대 전역 이후, 야외에서 자보는 건 처음이다.

푹신한 이불도 베게도 없는 지저분한 폐건물 안에서 노숙이라니.

역시 세계가 달라서 그런 것일까?

징그러운 벌레도 기어 다니는데 레이와 루엘시아는 전혀 개의치 않나 보다.

그들은 익숙한 듯 콩벌레처럼 옷을 잘 여민 채 불빛 앞에서 단단히 웅크렸다.


“하! 진짜 어이가 없구만. 그럼 마차는 뭐하러 타고 다니냐? 저기다 짐을 실을 공간은 충분했는데.”

“그러니까 너는 생각하는 것이 귀족 같다는 거다.”

“이게 귀족 마인드라고!?”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 했던가?

역시 옛 어르신들이 하신 말씀은 틀리지 않았다.

벌레 없고 난방 잘되는 뜨뜻한 집에서 종일 인터넷하고 영화 보고 싶다.


“이봐! 저기. 진짜로 덮을만한 거 하나 없을까?”

“쯧! 참 손이 많이 가는 자로군.”


결국 레이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망토를 벗어 비현에게 던져주었다.

비현은 망토를 이불로 쓰고, 주변에 떨어져 있던 책을 베게 대신 사용했다.

빛과 가까운 곳에 세팅을 잘 해놓으니 그래도 제법 따스하고 잠도 잘 왔다.


‘기왕이면 푹신한 베게가 있어야 잠이 잘 오는데.’


하긴, 이딴 세계에 비현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던 건지도 모른다.

불만은 많았지만 어쩔 수 없다.

처음이라 꺼림칙했을 뿐 그럭저럭 적응이 된다(?).

비현은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


“어라? 잠깐만! 여긴 어디?”


아마도 이곳은 꿈속일 것이다.

지금 비현은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공간에 서 있었다.


“설마 이곳에서의 시간 1년은 바깥 기준으로 1초고 뭐, 그런 설정은 아니겠지?”


여기서 수련할 것도 아닌데 세상에 아무것도 없으니 마음이 불안했다.

비현은 긴장한 상태로 하얀 공간을 걸어갔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거대한 하얀 불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제부터 이게 내 앞에 있었던 거지?’


화염은 비현에게로 서서히 다가왔고, 뜨거운 열기에 몸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며 꿈에서 깨어났다.


‘뭐지? 개꿈?’


일어나보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잠자는 사이, 불에 너무 가까이 갔던 모양이다.

하마터면 루엘시아가 만든 불빛에 얼굴을 처박을 뻔.

그녀가 생성한 빛은 여태 꺼지지 않고 따스한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었다.


‘무슨 수소로 핵융합 발전하는 것도 아니고.’


일단 자다가 깼으므로 화장실이 급해졌다.

비현은 조심스럽게 일어나 건물 밖으로 움직였다.


‘화장실......’


안에서 볼일을 볼 수는 없으니 건물 밖으로 나온다.

나오자마자 서늘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얼어 죽지는 않을 것 같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무수히 많은 별이 있었고, 푸른 달이 창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름답네.’


저번과 다르게 달은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별로 춥지도 않고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게 되다니.

비현은 가까운 바위기둥 앞에서 소변을 보며 졸린 눈을 비볐다.


[김비현.]

“엇? 누, 누구?”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목덜미를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뜬금없이 귀신이라도 튀어나오려고 그러나?

놀란 비현은 급히 볼일을 마치고 주변을 경계했다.


[김비현.]

“누구냐고!”


설마 진짜 귀신이라도 등장하려는 것일까?

하긴, 좀비도 있는데 귀신이 없다면 그것도 이상할 터.

신성 스킬이 있다면 물리치는 건 어렵지 않을 듯싶다.


‘그런데 배운 스킬이라고는 버프 스킬 밖에 없는데.’


버프가 유령퇴치에 효과가 있을까?


<패스 오브 워리어(Path of Warrior) - Lv1>


새로 배운 스킬은 바로바로 써 먹어줘야 제맛이지.

전사의 감각이 발달해지며 주변의 기척을 잘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디선가 으스스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김비현!]


세 번째 비현의 이름을 부르는 정체불명의 목소리.

마침내 녀석이 비현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헉? 어어억?!”


그것은 흰 천을 뒤집어쓴 모양새가 해파리를 연상케 하는 놈이었다.

어두운 밤에 홀로 창백하게 빛을 발하는 유령.

가까이에서 녀석을 마주한 비현은 온몸의 신경세포가 쭈뼛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고, 몸은 딱딱하게 경직되어버렸다.


<몸이 차갑게 식어갑니다. 당신은 천천히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점점 눈앞이 흐려지고 술이라도 마신 듯 온몸이 화끈거리기 시작한다.

눈앞에서는 유령이 이리저리 몸을 흔들고 있었다.


‘아, 안돼! 이러다 죽어! 녀석들을 깨워야 해.’


비현이 용기를 내어 경직된 몸을 억지로 움직였다.

후들후들 떨리기는 했지만 어떻게든 다리는 이동이 가능했다.

마침내 간신히 건물 안으로 들어선 김비현.

비현은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어 잠든 두 사람을 향해 움직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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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탈출 (3) 24.09.02 31 2 12쪽
19 <18화>탈출 (2) 24.08.30 33 2 12쪽
18 <17화>탈출 (1) 24.08.29 39 1 12쪽
17 <16화>재회 (3) 24.08.28 47 2 11쪽
16 <15화>재회 (2) 24.08.27 46 2 12쪽
15 <14화>재회 (1) 24.08.26 54 2 13쪽
14 <13화>죽이고 또 죽이고 (2) 24.08.23 52 2 11쪽
13 <12화>죽이고 또 죽이고 (1) 24.08.22 55 2 11쪽
12 <11화>안개 낀 산속에서 (3) 24.08.21 64 2 12쪽
11 <10화>안개 낀 산속에서 (2) 24.08.20 77 2 12쪽
10 <9화>안개 낀 산속에서 (1) 24.08.19 100 3 12쪽
9 <8화>영주의 부름 (2) 24.08.18 110 3 12쪽
8 <7화>영주의 부름 (1) 24.08.17 122 3 12쪽
7 <6화>멸망한 도시 (3) 24.08.16 139 3 11쪽
» <5화>멸망한 도시 (2) 24.08.15 150 3 11쪽
5 <4화>멸망한 도시 (1) 24.08.14 17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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