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1의 스킬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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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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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작품등록일 :
2024.08.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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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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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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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화>멸망한 도시 (3)

DUMMY

그의 입가에서 하얀 냉기가 스며 나온다.

이 정도면 내장 깊숙이까지 얼어붙었다는 소리인데.

다리의 신경도 점차 얼어 붙어가는 느낌이다.

두 사람이 조치를 취해주지 않으면 정말로 죽을 듯.

비현은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쿵 소리에 벌떡 몸을 일으키는 레이와 루엘시아.


“킹비욘?”

“비욘드님?”


크게 놀라며 이쪽으로 달려오는 두 사람.

비현은 몸을 바들바들 떨며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사, 살려......”


<퓨리파이(Purify) - Lv4>

<상태 이상에서 벗어납니다.>


루엘시아의 주문이 발동하자 눈앞에 아른거리던 유령이 흐릿해지며 자취를 감췄다.


<리스토어(Restore) - Lv2>


이어진 루엘시아의 주문은 차갑게 얼어붙던 비현의 몸을 따스하게 덥혀주었고, 화끈거렸던 그의 피부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갔다.


“으, 으으! 추워!”


상태가 좋아지자 곧바로 느껴지는 한기.

왜 이토록 추운 것을 진즉 느끼지 못했던 걸까?

루엘시아는 처음으로 비현에게 화를 냈다.


“밤에 함부로 나가면 어떡해요? 죽을 뻔했잖아요!”

“화, 화장실 가려고......”

“화장실? 제정신이에요?”

“미, 미안.”

“이건 기본 상식인데 어떻게 모르실 수가 있어요!”


레이는 루엘시아와 달리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비현이 쳐다보자 차가운 어조로 한마디 하는 레이.


“언데드가 되었다면 보기 좋게 두 동강 냈을 것이다.”


레이가 그렇게 말하니 문득 낮에 레이의 검에 쓰러져간 언데드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비현은 그 칼날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


‘하마터면 두 번 뒈질 뻔했네.’


대체 이 세계는 어떻게 생겨 먹은 것일까?

밤에 어디를 함부로 돌아다닐 수가 없다.

비현은 불빛 앞으로 바짝 다가가 앉았다.


“밤이 위험하다는 건 상식이에요. 악신 모르프노스의 사악한 저주가 달빛에 담겨 있다구요.”

“모르프노스의 저주?”


루엘시아는 대답 대신, 불빛 앞에 웅크리고 앉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 마찬가지로 몸을 숙이고 있던 레이가 대신 대답해주었다.


“모르프노스를 모르나? 신 하드리아누스께서 물리치신 사악한 악신을 말이다.”

“응!”


갑자기 싸해지는 분위기.

레이가 답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그대로 자리에 누웠다.

루엘시아는 이미 잠든 모양.

비현은 홀로 잠들지 못한 채 불 앞에 웅크렸다.


‘아, 잠 안 오는데?’


방금 얼어 죽을 뻔해서 그런지 정신이 완전 멀쩡하다.


‘밤 새겠다.’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비현은 정말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것이었다.


-짹짹!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

햇살이 그보다 조금 늦게 내리쬐기 시작했다.

이제 진짜 아침이 밝아왔다.


‘꼭 이럴 때 잠이 오더라.’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며 몸을 뒤척이는 비현.

반대로 레이와 루엘시아는 잠을 개운하게 잔 듯 활기차게 일어나고 있었다.


“킹비욘. 일어나라.”

“아,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그리고 내 이름은 김비현이라니까.”


진짜 고용한 사람을 마구 대하는 것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레이는 매정하게 마차를 끌고 먼저 밖으로 나갔다.


‘이 새끼. 진짜 하는 짓 마음에 안 드네.’


비현이 눈을 비비며 그를 따라 나갔다.

그들의 머리 위로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신 햇살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자, 다음 도시로 이동한다.”


비현은 루엘시아와 함께 마차 위에 올라탔다.

폐허를 뒤로 한 채 다음 목적지로 나아가는 그들.

무너진 성문을 지나니 곧바로 울창한 숲이 보였다.


“비욘드님.”

“내 이름 김비현이라니까!”

“네네, 비욘드님!”

“아니! 다시 발음해봐. 비. 현.”

“비. 욘드.”

“비현!”

“비, 비연드!”


역시 외국인에게 한국 이름은 어려운 건가.

여기서는 오히려 비현이 외국인이나 마찬가지.

비현은 짜증나는 얼굴로 숲을 노려보았다.


‘칫! 이 지역은 왜 이렇게 숲이 많아? 힐링 되게......’


마지막 말은 조크였다.

사실 어떤 사나운 몬스터가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점 때문에 조금 불안하다.

그래도 레이가 있는 이상, 위험하지는 않겠지.

비현이 탄 마차는 그렇게 숲의 그늘 안으로 완전히 들어왔다.


-다각다각다각!


마차 소리 빼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숲속.

비현이 창가에 고개를 바짝 붙이고 주변을 살펴본다.

워낙 울창한 숲이라 햇빛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 조금 무섭다.


‘진짜 뭔가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


문득 불길한 생각이 들어 창밖을 유심히 관찰했다.

레이는 진짜로 뭔가를 발견한 듯 급히 마차를 멈춰 세웠다.


“뭐야? 무슨 일인데?”

“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왜?”


곧 비현은 레이가 마차를 멈춰 세운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거기, 잠깐 정지! 정지!”


한 무리의 병사들이 사방에서 마차를 포위한다.

그들 중 한 병사는 창끝으로 창문을 툭툭 두들겼다.


“내려!”

“뭐야? 설마 또 전투?”


정규 병사와 싸우면 언데드와는 다른 또 다른 스킬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비현은 눈치를 살피며 마차에서 내려왔고, 병사들은 창끝을 비현에게 바짝 들이댔다.


‘이것들이......’


비현은 병사들의 정보를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그들 중에 레벨 10을 넘어서는 병사는 극히 드물었다.


‘제일 높은 녀석이 레벨 13인가?’


스킬을 습득한 지금의 비현이라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현은 조심스럽게 스킬을 준비했다.


“킹비욘!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마라.”

“하아. ‘킹’ 받네.”


레이가 경고를 한 후, 두 팔을 얌전히 올렸다.

그는 레벨 70답지 않게 병사들의 지시를 잘 따랐다.


‘뭐야.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 같은데 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뭐, 레벨 70인 사람이 저렇게 나오니 어쩔 수 없다.

비현도 결국에는 얌전히 두 손을 위로 올렸다.


“항~복~”


모두가 항복한 것을 확인한 병사들.

그들은 비현과 레이의 몸을 샅샅이 뒤졌고, 마차 내부를 거칠게 수색했다.


“수상한 물건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음. 이들이 아닌 모양이군.”


젊은 지휘관이 손을 휘휘 젓자 병사들은 겨누고 있던 무기를 치웠다.

그는 공손하게 루엘시아에게 이유를 설명했다.


“저희는 앰비언트 가문의 병사들입니다. 도시와 연락이 끊어져서 조사하러 왔는데 혹시 짚이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루엘시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겠어요.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도시가 파괴되어 있었거든요.”

“도시가 파괴되어 있었다고요?”


지휘관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주민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그건 내가 답하지.”


레이가 대답을 이어갔다.


“이곳에 언데드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아마도 강대한 마족이 침입한 것이겠지.”

“마, 마족이요?”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는 지휘관.

레이는 차분하게 생각하고 있는 바를 설명했다.


“아마도 마족이 맞을 거라 생각된다.”


지휘관의 얼굴이 더더욱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생각보다 마족의 존재가 흔치는 않은 건가?

비현은 그들의 대화를 더욱 집중해서 들었다.


“나는 레이 트레이스다. 하드리안에서 왔지.”

“헉? 레이 트레이스요? 그 ‘성검’ 말씀이십니까?”


이름을 들은 병사들의 분위기가 갑자기 확 변한다.

레이의 의상과 무기를 꼼꼼히 살피는 병사들.

그들은 레이를 향해 동경 어린 시선을 보냈다.


“우와! 성검 레이 트레이스를 실물로 보다니.”

“야만족의 땅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잖아!”

“제국도 두려워한다던데?”

“그런 대단한 분이 왜 이런 누추한 곳에?”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레이는 레벨에 걸맞는 명성을 가진 자였나보다.

방금까지 몸수색을 하던 병사들은 이제 완전한 레이의 팬으로 변해 있는 상황.

지금이라면 분위기도 풀어지고 허물없이 정보를 캐낼 수 있을 것 같다.

비현은 지휘관에게 접근해 넌지시 질문을 던져보았다.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 레이보고 성검이라고 그러던데 그거 얼마나 대단한 겁니까?”

“음? 성검이 뭔지도 모르십니까?”

“네. 제가 바다 건너 섬사람 출신이라.”

“허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드리안에 대한 기본 지식조차 없으시다니.”


지휘관이 레이의 눈치를 살폈다.

레이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으시다면 설명하겠습니다.”


지휘관은 턱을 쓰다듬으며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성검은 하드리안의 ‘성녀’를 수호하는 전사에게 내려지는 칭호입니다. 보통 그런 분은 일국의 군대와 맞먹는 실력을 지녔지요.”

“흥미롭네요. 계속해보시죠.”


지휘관의 시선이 다시 레이에게로 향한다.

그 눈빛에는 진심으로 존경이 담겨 있는 듯했다.


“저분은 모든 전사의 우상이기도 합니다.”

“그렇게나 높은 급이라고?”


하긴, 레벨이 지나치게 높긴 했다.

대체 어떻게 저런 강자가 되었는지 궁금할 정도.

비현은 레이를 힐끗 보며 다음 질문을 던졌다.


“레이는 어릴 때도 강했나요?”

“으음. 저도 직접 뵌 게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소문대로라면 레이 트레이스님은 오래전부터 많은 활약을 해오신 분이지요.”


역시 처음부터 평범한 레벨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저런 녀석을 만나다니 운이 좋았지.’


놈이 가진 스킬을 어떻게 해서든 빼먹어야겠다.

레이는 병사들이 내미는 악수를 거절하고 루엘시아의 주변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자 병사들의 관심이 일제히 그녀에게로 쏠린다.

루엘시아는 부끄러운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우, 우와! 이 분은 누구입니까?”

“성검 레이 트레이스의 애인?”

“가만! 이분 설마 성녀......”

“시끄럽다!”


버럭 소리치는 레이.

애인이라는 농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느낌인데.

이거 골탕 한번 먹여볼까?


“킹비욘! 헛소리하면 죽인다.”

“윽.”


레이가 살기를 띤 채 비현을 노려보고 있다.

장난기 가득하던 비현의 얼굴은 레이가 내뱉은 말에 생기를 잃어버렸다.


“아, 장난칠 맛도 안 나네. 그럼 나는 이만.”


비현은 재빨리 마차에 올라탔다.


“용건이 없다면 지금 바로 출발하겠다.”


레이도 루엘시아도 마차에 탑승한 채 출발 준비를 마친 상황.

지휘관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아! 잠시만요! 기다려 주십쇼!”


지휘관이 레이에게 인장이 찍힌 서류를 내밀었다.


“영주께서는 이번 일에 대하여 철저하게 파악하길 원하십니다. 죄송하지만 레이 트레이스님. 저희 영주님을 만나주실 수 있습니까?”


레이가 서류를 읽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린 힐인가. 어쩔 수 없군.”

“감사합니다! 그럼 그린 힐로 모시겠습니다.”


마차는 수백 명의 군대에 의해 호위를 받으며 이동을 시작했다.

군대의 호위를 받아서 그런지 그늘진 숲을 지나는 동안 그 어떤 사건도 벌어지지 않았다.

마침내 숲을 빠져나오자 보이는 연둣빛 들판.

그린 힐은 이름 그대로 언덕 위에 세워진 작은 도시였다.


-두두두두


그린 힐 남문을 통과하자 그 안의 또 다른 언덕 위로 잿빛의 성이 보인다.

도시는 성 아래로 펼쳐진 언덕을 따라 계단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우와! 여기도 제법 규모가 상당하네.”


계단을 오르려면 제법 다리가 튼튼해야겠다.

마차는 계단 앞에서 멈추어섰고, 그들은 이제 막 도시 초입해 진입한 상황.

비현은 수백, 수천의 계단이 영주의 성까지 이어져 있는 것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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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화>탈출 (2) 24.08.30 34 2 12쪽
18 <17화>탈출 (1) 24.08.29 40 1 12쪽
17 <16화>재회 (3) 24.08.28 47 2 11쪽
16 <15화>재회 (2) 24.08.27 47 2 12쪽
15 <14화>재회 (1) 24.08.26 54 2 13쪽
14 <13화>죽이고 또 죽이고 (2) 24.08.23 53 2 11쪽
13 <12화>죽이고 또 죽이고 (1) 24.08.22 55 2 11쪽
12 <11화>안개 낀 산속에서 (3) 24.08.21 65 2 12쪽
11 <10화>안개 낀 산속에서 (2) 24.08.20 77 2 12쪽
10 <9화>안개 낀 산속에서 (1) 24.08.19 101 3 12쪽
9 <8화>영주의 부름 (2) 24.08.18 111 3 12쪽
8 <7화>영주의 부름 (1) 24.08.17 123 3 12쪽
» <6화>멸망한 도시 (3) 24.08.16 140 3 11쪽
6 <5화>멸망한 도시 (2) 24.08.15 150 3 11쪽
5 <4화>멸망한 도시 (1) 24.08.14 17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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