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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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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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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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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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DUMMY

용진호를 처리한 강혁은 다음 날부터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매일 같이 집과 체육관을 왕복하고 있었다.


굳이 작은 변화를 찾자면 김민주 정도였다.

납치 사건 이후로 김민주는 더 이상 더블H짐에서 강혁을 기다리지 않았다.


“오빠, 오늘 등이죠? 몇 시에 해요?”

- 좋은 자세야. 오후 3시에 보자.”

“오후 3시요? 시간이 너무 어중간하지 않아요?”

- 그때가 사람이 없어.”

“여, 역시! 생각이 남다르세요!”


이전에는 기다리다 만나면 운동을 같이 했는데, 이제는 그냥 대놓고 전화를 했다.

적극적으로 변했고, 그만큼 사이는 친밀해지고 있었다.


운동 중량이 맞지 않는 사람과 운동을 같이 하면 원판을 뺐다가 다시 꽂아야 하는 번거로움과 보조를 하기가 애매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더블H에는 각자 따로 세팅할 수 있을 정도로 원판과 덤벨, 운동기구들이 많았다.


더군다나 강혁은 보조를 받지 않았다.

그러니 김민주와 같이한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렇게 일상적인 시간을 보내며 자선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아버지의 용돈과 비자금이 걸려 있는 자선 축구 경기는 이미 집안의 빅 이벤트가 되어 있었다.


지인에 지인을 건너 축구 잘하는 사람이 있는지 연락을 돌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셨는지, 피우지 않던 담배를 발코니에서 몰래 다시 피우시려다 걸려 어머니에게 등짝 스매싱을 수도 없이 맞으셨다.


“국회의원을 했다는 양반이 아파트에서 담배를 피워요? 요즘 SNS가 얼마나 무서운데 구설수에 오르면 어쩌려고 층간 흡연을 하냐고! 정치인이란 자각이 없어! 지금 그냥 다 때려치고 장사나 하자는 거야 뭐야?”

“아버지도 걱정되니까 저러시는 거겠지. 조금만 참으세요.”


옆에서 보기가 안쓰러웠던 강혁이 아버지 편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이정석은 대뜸 강혁에게 호통을 쳤다.


“이런 불효막심한 놈! 방에서 엄마 나오는지 망 좀 봐 달랬더니!”

“그러게 밖에 나가서 태우시라고 했잖아요. 저는 분명 층간 흡연은 안 된다고 했습니다.”

“발코니가 밖이잖아!”


짜악! 짝!


“뭘 잘했다고 큰소리에요! 혁이가 맞는 말만 하는데! 발코니도 우리 집인데 그게 왜 밖이에요!”

“아악! 아퍼! 아프다고!”


맞는 말이긴 했다.

누구 등짝 처맞는 말.


시간이 흘러 자선 축구 경기는 수일 앞으로 다가왔고, 노심초사하는 아버지의 한숨은 더욱더 깊어져만 갔다.


* * *


텅 빈 사무실에 앉아 노트북을 앞에 두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남자가 있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격투 오디션, 스파르타쿠스를 연출한 박정태 PD였다.


방송 초반에는 흥미를 끌면서 시청률이 조금씩 올라갔다.

그러다 강혁이 나오면서 대박이 터졌다.

그건 그냥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한 길거리 스파링일 뿐이었다.


거리에서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아 파이터들과 스파링을 붙이는 이벤트였다.

물론, 딱 봐도 운동이나 싸움 좀 했을 것 같은 사람만 붙잡아 섭외를 했다.


하지만 아무리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이 격투기로 먹고사는 파이터를 이길 수는 없었다.


이건 그냥 일반인과 파이터의 차이를 보여주는 이벤트성 쇼에 불과했다.

그런데 거기서 거의 핵폭탄이 터진 것이다.


대한민국 격투단체 KOV(King of Valhalla)에서 떠오르는 유망주로 뽑히는 오대수를 초살 시켰다.


그냥 이 정도에서 끝났다면 놀랍지만 행운으로 치고 가뭄에 콩 나듯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끝은 여기가 아니었다.


UFL(Ultimate Fighting League)은 세계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격투단체였고, 석두철은 그런 단체에서도 랭킹 20위권에 있는 선수였다.


한마디로 세계에서 노는 선수를 이강혁이 이긴 것이다.

그게 요행이든 아니든 일반인이 프로 선수를 이겼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당연히 대한민국 격투계가 발칵 뒤집어질 일이었다.


게다가 강혁은 지금껏 아마추어 시합에서도 얼굴 한번 내밀지 않은 완전한 일반인이었다.

그러니 스파르타쿠스를 시청하는 같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너튜브와 격투 커뮤니티는 물론 인터넷뉴스와 공중파 뉴스에서까지도 잠깐 등장했을 정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박정태 PD는 프로그램이 대박 났다고 확신했다.

시청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 한동안 떨어지지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격투 오디션 스파르타쿠스의 4강전이 다가오면서 슬금슬금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 근데 이거 4강, 결승 보는 의미가 있나?

- 한남동 철벽남이 나와야지! 얘들이 무슨 우승이야!

- 그러게. ‘킹오발’보다 재미도 없고, 솔직히 수준도 세미프로보다도 못한 정도인데···

- 스파르타쿠스 스토리텔링 때문에 궁금해서 보긴 보는데 실력은 수준이하가 맞지.

- 한남동 철벽남을 그대로 섭외 했었어야지! 스파르타쿠스 이것들 진짜 일 더럽게 못하네!

- 니들 정말 일을 이따위로 할래? 한남동 철벽남 스파링을 보고 다른 게 눈에 들어오겠냐?

- 인정. 그 스파링이후 전부 장난 같고, 막싸움처럼 느껴져서 흥미가 식음. 결론은 철벽남이 있었어야 함.


노트북 화면으로 댓글들을 보던 박정태는 순간적으로 책상을 내려치며 소리쳤다.


쾅!


“씨발! 나도 섭외하려고 했다고! 본인이 안 하겠다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근데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는 것 같은 댓글들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


- 피디놈아! 철벽남이 하지 않겠다고 해도 어떻게 해서든 섭외를 했었어야지! 니가 그런 거 하는 놈이잖아! 왜 일을 안 하냐?

- 상대방이 거절하는 이유는 돈이 부족해서다. 멍청한 놈아! 금액을 계속 올려서 도전했었어야지!

- 집 앞에서 허락해 줄 때까지 눕던가! 그 정도 노력도 하지 않고 프로그램 성공이 되겠냐? 이거 인생 쉽게 사는 놈이네.

- 한남동 철벽남만 나왔어도 프로그램 시청률 씹어 먹었을 텐데··· 스파르타쿠스 우승하고 세계로 진출하는 것까지 도와주면서 방송 뽑았으면 대박 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가방끈 짧은 나도 이 정도는 머리가 돌아가는데 좋은 대학 나와서 피디까지 된 양반이 이렇게까지 멍청할 줄이야. 쯧쯧쯧···

- 야이 빡대가리 새끼야!


마지막 빡대가리란 말까지 비수로 날아와 가슴에 꽂히자 눈이 돌아간 박정태가 노트북 키보드에 이마를 연속으로 박았다.


쾅! 쾅! 쾅! 쾅! 쾅!


이런 여론들 때문인지 얼마 전 끝난 스파르타쿠스 결승전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져 조용하게 치러졌다.

당연히 누가 우승했는지 사람들은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한때 시청률 대박을 친 적이 있었기에 회사나 지원협찬사 쪽에서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아무런 인사말조차 없는 것을 보면 탐탁지 않아 하는 것이 느껴졌다.


스파르타쿠스가 끝난 지금도 너튜브 채널에 들어가 보면, 댓글에는 한남동 철벽남 이야기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번 명성그룹 사건까지 터지자, 한남동 철벽남의 인기는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 성층권까지 뚫어버릴 기세였다.


그것을 보며 박정태는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키보드에 이마를 박아서인지 순간이나마 혈이 뚫려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 지금 내가 살려면 한남동 철벽남밖에 없어! 댓글처럼 집 앞에서 눕든가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늘어져야겠다!”


그러고는 급히 스마트폰을 들었다.

주소록을 찾아 통화버튼을 눌렀고, 스마트폰 화면에는 ‘두통을 일으키는 여자.’라고 떠 있었다.


곧이어 전화 너머로 이강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어, 선배. 웬일이에요?

“가, 강희야! 나 좀 살려주라!”

- 갑자기 왜 이래요? 무서워···

“나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한번만 도와줘!

- 무슨 일인데 그래요?

“제, 제발··· 이러다가 댓글에 치여 죽을지도 모른다. 강희야··· 제발···.”

- 아! 그러니까 말을 하라니까!


너무 급한 나머지 도와달라고만 했지 본론을 깜박하고 말았다.


“이, 이런 내가 너무 급해서··· 강혁 씨 섭외 좀 해주라.”

- 엥? 혁이요? 근데 선배 프로그램 얼마 전에 끝나지 않았어요? 우승자를 찾아야지 갑자기 혁이를 왜 찾아요?

“설마 너 스파르타쿠스 너튜브 채널 구독 안 했냐?”

- 보지도 않는데 그걸 내가 왜 해요?

“아니! 채널 구독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나를 봐서라도 좋아해 줄 수 있는 거잖아! 그래 안 그래!”

- 뭐지? 방금 영화 한 편이 지나간 거 같은데?

“기분 탓일 거야. 내 절박함이 그 정도로 크다.”


한동안 말이 없던 이강희는 어렵게 다시 말을 꺼냈다.


- 된다는 장담은 못 하지만 말은 해볼게요.

“아니! 장담을 해! 확신을 줘! 그래야 내가 살아!”

- 어휴··· 내 동생이지만 나도 애가 어디로 튈지 몰라서 그래요. 반골에 청개구리 같아서 하려면 뭐라도 이유가 있어야 할 건데··· 무슨 프로그램이고 출연료는 얼마죠? 아니다. 아예 조건들을 명확하게 정리해서 보내줘요.

“너 혼자 산다, 개 미운 새끼, 전지전능한 시점이라는 관찰 프로그램들 알지?”

- 알죠. 요즘 그거 모르면 간첩? 아니 간첩도 알지 않나?

“그 프로그램들처럼 평상시 강혁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자연스럽게 찍으려고.”


그런데 박정태의 계획을 들은 이강희의 반응은 무슨 이유에선지 매우 부정적이었다.

아예 안 된다고 못을 박는 것 같았다.


- 자고, 먹고, 싸고, 또 자고, 또 먹고, 또 싸는 걸 찍어서 어쩌자는 거예요? 지금 시청자들을 우롱하겠다는 거야 뭐야?

“뭐라고? 아니 일은? 아직도 백수야?”

- 그러니까! 선배가 아는 일자리라도 던져 줘 봐요!

“이게 내가 아는 일자리야.”

- 아! 맞네. 근데 걔 성격에 돈이 얼마 되지 않으면 움직이지도 않을 텐데··· 백수 주제에 눈이 높아서 아직도 백수에요. 그러니까 선배도 일반인이라고 적당하게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칠 겁니다.

“그건 걱정 마. 한다고만 하면 금액은 내 목을 걸고서라도 받아 낼 테니까!”

- 오늘 왜 그래요? 목은 무슨 목이야! 정신 차려!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만큼 열심히 하겠다는 거야.”

- 그래. 그 마음가짐만큼은 인정. 그래서 말인데··· 나한테 중요한 정보가 있어요.

“그래? 그게 뭔데?”

- 맨입으로?

“야! 우리 사이에···.”

- 이거 같이 하시죠!


뜻밖의 말이었다.

그런데 이 말을 듣자마자 심리적으로 답답했던 것이 ‘뻥!’ 하고 뚫리는 느낌이었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이강희는 이미 복직을 한 상태였지만, 자질구레한 일만 하며 대기 중에 있었다.

사고 치는 걸 보고 프로그램을 같이하려는 PD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가 하려는 건 이강혁을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친누나가 작가로 있으면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이득이 많았다.


“빨리 말하지 그랬어! 강희 니가 원한다면 당연히 같이해야지!”

- 이런 적극적인 자세 좋아!

“그래서 중요하다는 정보는?”

- 선배도 알죠? 며칠 후에 열리는 정치인 자선 축구 경기.

“알지! 요즘 여기도 그걸로 떠들썩하다. 근데 그게 왜?”

- 거기 블루 팀에 아버지가 계셔서 그날 우리 식구들 전부 응원하러 거기 가요.

“오오오! 트, 특종이다! 아니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부터 대박 기회다! 강혁 씨도 선수로 뛰어?”

- 확실하게는 모르겠는데 아마 아닐 거예요. 지금까지 혁이가 축구하는 걸 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준비 잘 해서 오셔. 나는 모르는 척 하면서 도와줄 테니까.

“오케바리! 준비 잘해서 갈 테니까 그날 보자! 아니다. 그 전에 회의 한 번 할까?”

- 좋죠. 연락 줘요!


전화를 끊자 몸에서 힘이 나기 시작했다.

이강혁의 친누나가 도와준다고 하자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정치인 자선 축구 경기라면 사흘 후다.


“오늘 국장이 죽나 내가 죽나 끝장을 보자!”


아무것도 없이 이강혁만으로 허가가 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무작정 들이밀어 보기로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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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9 산방학
    작성일
    24.09.18 13:13
    No. 1

    돈이 적어서야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99 너솔
    작성일
    24.09.18 13:21
    No. 2

    아주 그냥 산으로 가는구나야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2 연촴
    작성일
    24.09.18 15:47
    No. 3

    흠..............
    쥔공이가 명목상(?)이라도 직업이 있어야 할듯......
    운동을 하니 트레이너(?)로 위장(?) 취업해도 될거 같고.......
    아니면 집에서도 밖에서도 백수로 구박을 게속 받을듯............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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