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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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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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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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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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

DUMMY

“음···눈치내고 있었나? 미안하군. 좀 늙었길래 대충 상대하려 했는데 실력이 이렇게 좋은 건 의외구만..”


확실히 카제는 누가 봐도 불혹을 넘어선 나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훈과 대등하게 싸운다는 것 자체에 정훈은 경이로움을 느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다 맛이 간 건 아니라서 말이지. 너무 무시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군. 그것보다 슬슬 열을 올리고 싶니 않나?”


그 말에 정훈은 잠시 카제를 쏘아보고서는 자세를 바꿨다.


류마와 함께 훈련하면서 터득한 시그니쳐 중에 하나였다.


전에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눈앞에 있는 카제는 이걸 사용하기에 적합한 상대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시그니쳐 무브의 자세를 잡은 것이었다.


그러자 카제는 잠시 갸우뚱 하더니 경계 자세를 취했다.


자세에 크게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았지만 오랜 경험으로 위험한 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카제가 자신의 팔로 턱을 보호한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정훈이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거의 팔을 늘어뜨린 것 같은 리치로 카제의 얼굴을 가격해 벽에 쳐 박은 것이다.


콘크리트 조각이 조금씩 떨어졌고 주변에는 정적이 흘렀다.


카제를 완전히 끝냈다고 생각한 정훈은 뒤를 돌았다.


그러나 카제는 소리도 없이 일어서서 정훈의 뒤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무방비 상태였던 정훈은 머리를 강하게 맞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시선이 흐릿하고 세상이 불투명했다.


어지럼증이 좀 가라앉자 정훈은 다시 일어서서 카제를 노려보았다.


“아직 확인 사살이 미숙하군 그래.”


정훈은 짜증난다는 듯이 침을 탁 뱉었다.


말이 약간의 철분기가 섞여있었다.


정훈은 한숨을 어둡게 내쉬었다.


사실 이 중년의 남성을 상대하는 데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정훈은 카제를 완전히 잠재울 속셈으로 다시 한 번 반응하기도 힘든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그러나 카제는 진심을 콧방귀를 뀌고서는 가볍게 옆으로 피했다.


정훈은 카제가 반격을 하기 전에 미리 물러났다.


압도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기지 못할 상대도 아니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면 타격은 있을지언정 이길 수 있을 터였다.


공교롭게도 카제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엔 카제가 먼저 공격했다.


명치를 노린 발차기였는데 정훈은 피하지 않았다.


어깨 정도는 맞을 각오로 그대로 전진해서 카제의 종아리에 로우킥을 날렸다.


어깨가 뭉개지는 듯한 충격과 함께 뒤로 밀려난 정훈이었으나 카제도 종아리 근육에 손상을 입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이 즈음 되자 두 사람은 직감했다.


다음 공격에서 승부가 날 것이다.


카제가 먼저 달려들었고 정훈도 뒤늦게 발을 박찼다.


두 사람 모두 턱을 노린 일격이었다.


마치 폭발음 같은 타격음과 함꼐 두 사람은 동시에 턱을 맞은 뒤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주변의 야쿠자들이 웅성거리며 어떻게 해야 하나 중구난방으로 어지럽게 떠드는데 한 사람이 먼저 일어났다.


일어난 것은 카제였다.


입에는 피를 잔뜩 머금고 있었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어쨌든 먼저 일어나긴 한 것이다.


고개를 까딱해 신호를 하자 주변 야쿠자들이 정훈의 주변을 둘러쌌다.


카제가 그대로 물러나려는 찰나 발목이 무언가에 붙들렸다.


정훈이 정신을 차린 것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턱을 맞았을 터인데 큰 이상이 없는지 피만 좀 흘릴 뿐 타격이 큰 이상이 없었다.


“으으..좀 아프군..뭐야..내가 공격을 그대로 받아줄 거라 생각한 건가?”


카제는 눈을 크게 뜨고 정훈을 바라보았다.


“나는 살짝 턱을 안으로 당겼거든. 그리고 오른손으로 턱을 보호하면서 최대한 쭉 뻗었지. 그보다 효과가 올 때가 됐는데.”


갑자기 카제의 의식이 흐릿해졌다.


“내가 인생 경험은 부족해도 싸움 경험은 누구보다 풍부해서 말이야. 어떻게 하면 마지막까지 서 있을 수 있는지 알지..”


카제는 끝까지 말을 듣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런 카제를 정훈은 들쳐메고 입구로 향했다.


중간에 야쿠자들이 막아서려는 듯 했으나 정훈이 살기를 띄우자 더 이상 접근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승리였다.


*


정훈은 요코의 사무실에 노크도 없이 들어가 쇼파에 카제를 던졌다.


요코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이 사람 누구에요? 누구길래..”


“아..그건..윽..”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체력이 다한 상태였던 정훈마저 쇼파에 쓰러졌다.


“당신까지 드러누우면 어쩌자는 거에요!” 정말..“


요코는 정훈이 데리고 온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거..스바루노이구미 구미초인 야마 카제 아냐? 또 한 건 하셨구만..”


두 사람은 날이 밝도록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정훈이었는데 이불이 덮여있는 것을 확인하고 요코의 책상 쪽을 바라보자 요코가 성을 내며 얘기했다.


“아니..다짜고짜 여기에 그 사람을 데리고 오면 어떡해요? 얼마나 황당했는 줄 알아요?”


“미안하지만 본거지까지 데리고 갈 자신이 없었어.”


“그나저나 어떻게 잡은 거에요?”


“빈 집 털이 하려다가 걸려서 한 판 붙었거든.”


“그래서 이긴 거에요?”


“그래..아슬아슬 했어. 아저씨 주제에 거의 나와 호각으로 싸우더군.”


“그래도 구미초니까 당연히 한 가닥 하죠!”


“음..너는 안 그렇던데..”


“저는! 사람만 상대하면 되니까 마찰이 생길 일이 없어서 그랬던 거고···”


정훈은 눈을 얇게 뜨고 요코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요코는 고개를 홱 돌리며 말도 돌렸다.


“그보다 데려와서 뭘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이 녀석..분명 자기를 이기면 조직을 주겠다고 얘기했어. 튀고 나서 딴 소리 하면 안 되니까 끌고 온 거라고.”


“그런 거였어요? 저는 당신이 들쳐 메고 오길래 정보를 캐낼 요량으로 고문이라도 하려는 줄 알았죠.”


“정보를 중요시 하긴 하지만 구미초를 고문할 정도로 광적인 집착을 하진 않거든?”


그 말에 요코는 자신의 손을 들어올리며 정훈을 째려보았다.


그런데 대화 소리에 정신이 들었는지 카제가 눈을 뜨며 깨어났다.


아직도 턱이 아픈 것인지 완벽하게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의사소통은 가능한 수준이었다.


“어으..여기 어디야..”


“이봐 아저씨..나 기억나?”


“너으..그 침입자..그래..기억난다.”


“좋았어. 그럼 내가 이기면 조직을 주겠다고 한 것도 기억나지?”


카제는 잠시 눈을 감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여기는 자야카케구미의 거처..그러니까 쿠리카와카이 제 2지부 정도라고 할 수 있겠군.”


카제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았다.


잠시 뒤에 카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괜찮아졌는지 입을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대충 상황은 이해했다. 그런데 왜 나를 여기로 데리고 온 거지? 그대로 놔두고 가도 되었을 텐데..”


“네가 돌아간 다음에 딴 마음을 먹거나 다른 수작을 부리면 곤란하잖아?”


정훈은 한치의 거짓도 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그런 거였군..좋아 나를 따라와. 바로 조직을 양도하는 절차를 밟을 테니까.”


“저항하지는 않는 건가?”


“길거리에 있다고 해서 다 같은 건 아니야. 이미 네가 날 이겼으니 우리 애들이 전부 덤빈다고 해도 승산은 없는 거겠지. 쓸데없는 행동은 하지 않는 주의라서.”


정훈은 잠시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요코를 쳐다봤다.


“왜 그러세요?”


“당황했을 텐데 잘 대처해줘서 고맙군. 그럼 이만 가보지.”


“헤에~감사도 할 줄 아는 분이셨네요?”


“..나를 뭘로 보는 거냐..”


카제가 먼저 일어서서 사무실 밖으로 나가자 정훈도 그 뒤를 따라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은 스바루노이구미의 본거지로 향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아까 자야카케구미의 거처를 제 2거점이라고 해서 말하는 건데 너는 쿠리카와카이의 조직원이냐?”


“그래..”


“..질문이 몇 가지 있는데 대답해줄 수 있겠나?”


“뭐..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면..”


“그러면 너희 조직에 있는 젠이치는 왜 가부키초의 다른 조직들을 공격하는지 알고 있나?”


“글세..본인이 가부키초의 왕이 되고 싶어서라고는 얘기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군.”


“그렇구만..그럼 너는 목적도 모르면서 왜 젠이치를 돕고 있는 거지?”


“..미안하지만 그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


“흐음..그런 건가..그래 누구에게나 사연은 있는 법이지.”


그 뒤로 몇 번 더 질문과 대답이 오갔지만 딱히 의미 있는 내용은 없었다.


스바루노이구미의 본거지는 의외로 중심가에 있었다.


고층 건물들 가운데 정말 평범하게 생긴 10층 짜리 빌딩이 바로 스바루노이구미의 본거지였다.


“야쿠자 치고는 상당히 눈에 띄는 곳에 본거지가 있군 그래..”


“의외로 숨기지 않는 편이 잘 들키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백색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내부 인테리어가 조명에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그 옆으로 카운터가 하나 있었는데 양복을 입은 신사가 카제와 정훈을 반겼다.


“어서 돌아 오십시오! 구미초 님! 밤 사이에 어딘가로 끌려가셨다고 하여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호들갑 떨 거 없다.”


“그런데 옆에 계시는 분은 누구신지?”


“어젯밤에 나를 데리고 간 녀석.”


“네? 그렇다면 역시 잡아오신 겁니까?”


“그 반대야. 녀석이 나를 풀어준 격이라고. 그보더 내 사무실로 간부들을 모아줘. 전할 말이 있으니.”


남자는 살짝 의구심이 든 표정으로 갸우뚱 했으나 곧 다시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사무실로 모이라고 전하겠습니다.”


남자는 끝까지 웃는 얼굴로 두 사람을 배웅했다.


스바루노이구미의 구미초 사무실도 최상층인 10층에 있었다.


사무실 문의 중앙에는 용 무늬가 그려져있었고 문 틀의 테두리에는 황금색 선이 둘러져 있었다.


카제가 문을 열고 정훈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니 20명 가량 되는 야쿠자들이 허리를 숙여 인사랬다.


카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일제히 야쿠자들은 일어났고 카제는 중앙의 원형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정훈도 반대편에 앉았다.


“음..전체적으로 장식도 그렇고 화려하군. 본인 취향인가?”


“사실 처음 이곳을 설계할 때 부하 녀석들이 내 권위를 살려야 한다면서 조금 화려하게 꾸민 면이 있지.”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비서인 것인지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커피를 카제와 정훈의 앞에 놓았다.


머리카락 색이 옅은 갈색이었는데 아무래도 염색이 아니라 자연산인 듯 했다.


거기에 하얀색 와이셔츠와 H라인 스커트가 어우러지면서 물씬 정석적인 비서라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카제가 말을 꺼냈다.


“일단 여기로 오라고 한 이유는 알 거라고 생긱해. 조직을 넘겨준다는 게 그렇게 금방 끝낼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우선 우리 조직에 대해서 알고 가는 게 순서라고 생각해서 말이지.”


“확실하게 조직만 넘겨준다면 어지간한 것은 스스로 할 수 있다.”


“뭐야..기껏 간부들까지 다 불러놨는데 사람 무안하게..너 자야카케구미를 무너트릴 때에는 어떻게 한 거냐?


“그때는 동생이 녀석들에게 당해서 많이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준비할 틈도 주지 않고 습격한 덕에 하룻밤만에 먹을 수 있었지.”


“그래도 요코가 넘겨주기 전에 이런저런 일을 했을 텐데?”


“손가락을 몇 개 잘라버리니 그럴 여유는 없나 보더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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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각성 24.09.18 3 0 12쪽
» 정복 24.09.17 6 0 12쪽
27 함정 24.09.16 10 0 12쪽
26 강제 진압 24.09.15 9 0 11쪽
25 길거리 강도 24.09.14 7 0 12쪽
24 결자해지(結者解之) 24.09.13 11 0 12쪽
23 심문(2) 24.09.12 13 0 11쪽
22 심문 24.09.11 10 0 12쪽
21 성동격서(聲東擊西) 24.09.10 10 0 12쪽
20 밀회 24.09.09 13 0 12쪽
19 준비 24.09.08 12 0 12쪽
18 작전 24.09.07 15 0 11쪽
17 침투 24.09.06 13 0 11쪽
16 시험 24.09.05 15 0 11쪽
15 재회 24.09.04 16 0 11쪽
14 스승 24.09.03 23 0 12쪽
13 경고 24.09.02 17 0 12쪽
12 계약 24.09.01 17 0 12쪽
11 공성전 24.08.31 19 0 12쪽
10 데뷔전 24.08.30 17 0 11쪽
9 태동(胎動) 24.08.29 20 0 12쪽
8 심문 24.08.28 23 0 12쪽
7 발각 24.08.27 26 0 12쪽
6 잠입 24.08.26 24 0 11쪽
5 쇼핑 24.08.25 28 0 12쪽
4 화끈한 신고식 24.08.24 38 0 12쪽
3 탐색 24.08.23 48 0 11쪽
2 부탁 아닌 부탁 24.08.22 134 0 12쪽
1 부당한 거래 24.08.21 7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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