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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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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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4:56
최근연재일 :
2024.09.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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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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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시험

DUMMY

“자! 알았으면 바로 행동을 개시하자.”


암울한 분위기를 깨려 정훈은 목소리를 높였다.


*


“그러니까..일을 치기 전에 속성으로 배우시겠다?”


얘기를 들은 류마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좀 도와줬으면 좋겠군..”


류마는 잠시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나 혼자만으로는 힘들어. 너도 나랑 같이 저 녀석을 같이 훈련시켜야 할 거다.”


정훈은 표정을 굳힌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평소보다 더 거친 훈련이 행해지면서 주원은 죽을 맛이었지만 기술과 실력은 확실히 무서운 속도로 향상되고 있었다.


아침에 시작한 훈련은 저녁이 되어 서야 끝났다.


“후..이 정도 해 놓으면 이제 어지간한 놈들은 손톱도 닿지 못할 거다.”


“으억..훈련이 아니라 사람을 잡네 잡아..쿨럭..”


연신 약한 소리를 뱉는 주원 옆으로 류마가 뜨거운 숨을 뿜었다.


“헉..헉..이 정도면 안심하고 보낼 수 있겠군.”


*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주원은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대로 내일 아침까지 푹 쉬어라. 아무리 단련을 잘 해놔 봐야 컨디션이 돌아와야 쓸모가 있는 거니까.”


주원은 정훈의 말을 들은 건지 못 들은 건지 그대로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


“그래..그러고 있어..”


주원이 잠든 걸 확인한 정훈은 곧바로 요코에게 향했다.


주원이 츠케시라구미에 잠입했을 때 정보를 공유할 수단을 구축해두기 위해서였다.


“어쩐 일이세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다 찾아오시고..”


“주원이를 츠케시라구미에 잠입 시키기로 했어.”


“네? 뭐라구요? 그러다가 당신 동생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정훈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살기 위해서 이러는 거야. 하지만 우리들 만으로는 부족해. 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도대체 뭘 부탁하러 오셨길래..”


“주원이랑 붙여서 보낼 정보원이 필요해. 안에서 연락할 수단을 가지고 있는 정보원이..”


“무리한 부탁을 하시네요..흐음..날짜가 언제죠?”


“내일이야.”


“그 중요한 걸 지금 전날 저녁에 찾아와서 얘기하는 거에요? 정말이지..”


“여기..ICS의 정보원이 잠입해 있다며..미리 준비했다가 들키면 안 되니까 오늘 찾아온 거야.”


“후..나름대로 머리를 굴렸다 이거죠? 알겠어요..내일 어디로 보내면 되나요?”


“그 중국인 정보상이 말하기를 츠케시라구미는 면접으로 조직원들을 뽑는다는 듯 해..그러니까 내일 츠케시라구미의 본거지로 지원자로 숨겨서 보내.”


“그렇게 할게요..”


요코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손에 든 커피를 들이켰다.


*


책상에 앉은 남자는 흥미롭다는 듯 화면을 지켜봤다.


"내 작은 모르모트..이번에는 또 무슨 일을 꾸미려고 하는 거지?"


남자는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들을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난 상태였다.


정보를 얻기 위한 일거리와 보다 실험의 단계를 높여줄 조력자까지.


날이 지날수록 더욱 기대되는 양상의 전개가 아닐 수 없었다.


이윽고 그날의 기록을 마치며 남자는 책을 덮었다.


*


요코는 책상에 앉아 조직원들의 리스트를 살펴보다 한 여자의 사진 앞에서 스크롤을 멈췄다.


그리고는 수화기를 눌렀다.


“난데 큐리미를 불러줘.”


잠시 뒤에 끝이 약간 휘어 매력적인 단발을 가진 여성이 요코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부르셨나요?”


“어..큐리미..왔니?”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표정이..”


“..별일 아냐. 그보다 너에게 맡길 중요한 일이 있어.”


“무슨 일인지 말씀만 해주십시오.”


“너..츠케시라구미 알지?”


“네..그건 왜 물으시는지..”


“거기에 잠입해줘.”


큐리미는 작게 입을 벌리고 요코를 바라보았다.


어딘가 나사가 빠진 표정이었다.


“평소에 두 배를 줄 테니까 이 남자하고 붙어다니면서 일을 같이 진행해.”


요코는 큐리미에게 주원의 사진을 내밀었다.


정훈과 주원이 방문했을 때 몰래 찍어둔 것이었다.


“흠..그렇군요..그런데 무슨 일이죠?”


요코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정훈이 잠입 시킬 거라는 이야기만 전해주고 상세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잠입해줘. 우리 연락망 기억하지? 잠입에 성공하면 그때 무슨 일인 설명해줄게.”


“보아하니..두목께서 꾸민 일은 아닌 것 같네요? 뭐..좋아요. 잠입 루트가 어떻게 되죠?”


“오늘이 면접이야. 본거지로 직접 찾아가서 지원자로 위장해.”


“오늘이라..도대체 누가 벌인 일이길래 이렇게 급하게..”


때마침 정훈이 문을 박차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제 맡긴 일은 어떻게 됐지?"


큐리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정훈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당신이 이번에 일을 계획한 분이신가요?”


“..그래. 구도를 보아하니 네가 이번에 투입되기로 결정된 모양이지? 아직 꾸물대고 있는 걸 보니 자세한 내용이 듣고 싶은 거로군?”


“네, 부탁 드리겠습니다.”


“하아..이번 일의 목표는 커다란 사건을 만들어서 놈들을 움직이게 하는 거다.”


기껏해야 정보를 빼내 오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너는 정보를 공유하고 전해줄 정보망으로 쓰이는 거다. 알겠나? 그럼 바로 출발해주면 고맙겠군.”


정훈은 등을 떠밀어 큐리미를 밖으로 내보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요코는 식은땀을 흘리며 정훈을 노려보더니 물었다.


“..어째서 그런 위험한 일을 벌이려는 거죠?”


정훈은 쇼파에 앉더니 오른쪽 다리를 왼쪽 무릎에 올리고서는 말했다.


“중국인 정보상이 ICS에서 무슨 일을 벌일 거라 그러더군. 거기에 자신과 고객이 있다면서 몸을 피할 시간이 필요한 건지 그 일을 막아 달라 그러더라고. 게다가 바로 다음 조직을 공격한다고 해도 ICS에서 방해가 들어오면 곤란해. 만약 츠케시라구미를 어지럽게 만들 수만 있다면 ICS지부이니 만큼 어느 정도는 이쪽에 신경이 쏠리게 되겠지."


“당신 정말 악랄한 사람이네요.”


“가부키초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난 무슨 짓이든..”


끝으로 그런 말을 던지는 정훈의 눈에는 무언가로 타오르는 불꽃이 담겨 있었다.


*


주원은 츠케시라구미의 본거지 앞에 섰다.


쿠리카와카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한 규모에 경이로움을 넘어 위압감마저 들었지만 주원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건물 입구 쪽으로 다가가자 야쿠자 하나가 담배를 피우며 서 있었다.


주원은 심호흡을 한 뒤에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오늘 면접을 보러 온 지원잔데요..어디로 가면 되나요?”


야쿠자는 주원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담배 연기를 한껏 내뿜으며 말했다.


“건물을 들어가 중앙으로 가면 체육관 같이 생긴 넓은 공간이 있는데 거기에 너 같은 놈들이 바글바글 할 거다.”


주원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더니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야쿠자가 알려준 대로 이동하니 그곳에는 마치 개미 떼처럼 지원자가 가득했다.


주원은 가장 끝으로 가 앉았는데 한 여자가 그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네가..주원이야? 난..요코 남께서 보낸 큐리미라고 해. 잘 부탁한다."


당황스러웠지만 정훈이 손을 썼겠지 싶은 마음에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계가 11시를 가리키자 입구에서 인상이 사나운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곧 가운데에 서서 확성기를 들고는 입을 열었다.


“나는 이번에 시험 감독관을 맡은 테츠야다. 지원자도 얼추 모인 것 같으니 바로 면접을 시작하겠다.”


테츠야의 말이 끝난 순간 벽에 있던 창문은 커튼으로 순식간에 커튼으로 가려졌고 내부 조명이 환하게 켜졌다.


“면접이라고는 하지만 대면 면담이 아니라 실기 시험으로 합격자가 결정된다. 그럼 지금부터 시험 내용을 설명하겠다. 시험은 바로 ‘고독’이다. 자유 결투를 진행해 끝까지 살아남은 10명 만을 받아들이겠다. 다만 평범한 패싸움이 아니다. 시험은 불을 끄고 진행된다. 어둠 속에서 적을 찾아 공격해야 하는 거지. 질문이 없다면 바로 시험을 시작하겠다.”


주원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큐리미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너..싸움 잘 하냐?”


“..네가 보기엔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


“하아..그럼 옆에서 떨어지지 말고 붙어있어.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괜찮겠어?”


“이제 시작인데 벌써 실패할 수야 없지.”


대화가 끝남과 동시에 불이 꺼지며 시야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큐리미는 주원의 팔을 꼭 붙잡았다.


주원은 어제 정훈, 류마와 함께 했던 훈련 내용을 복기했다.


“알겠냐?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반응하는 게 아냐. 읽고 반응하는 거지. 이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바람 소리 만으로도 상대방의 공격 궤적을 간파할 수 있을 거다.”


주원은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변의 소리에 집중했다.


이미 싸움이 시작되었는지 몇몇 곳에서는 비명과 주먹이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데 주원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를 발견했다.


감각을 집중하니 1명이 아니라 2인조 인 듯 했다.


주원은 붙들린 팔을 놓고 양손의 주먹을 쥐었다.


녀석들이 타이밍을 잡아 치고 달려들자 주원은 허리를 숙이고 정면으로 양 주먹을 내질러 복부를 강타했다.


“크허어억..”


“끄어어..”


두 사람은 그렇게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에 쓰러졌다.


“너 정말 대단하네..왜 이 일에 투입된 건지 납득했어.”


*


이때 츠케시라구미의 상황실에서는 적외선 카메라로 시험장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테츠야 님 이번 시험은 왜 불을 끄고 진행하는 거죠?”


“지금 우리 조직에는 단순히 싸움을 잘하는 녀석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싸움을 해서 판의 분위기를 장악할 수 있는 녀석이 필요해. 그래서 일부러 불을 끈 거다.”


“갑자기 조직에 그런 인재가 필요하다구요?”


“..무시 못 할 적이 생겼거든. 나 정도의 사람이 직접 상대하지 않으면 이기지 못할 녀석이라서.”


“..그렇군요.”


*

시험장은 슬슬 광기의 도가니로 접어들고 있었다.


싸움에 흥분한 지원자들은 점점 더 과감하게 공격을 해댔고 곳곳에서 비명 소리와 웃음 소리가 같이 들려왔다.


“후..이걸로 30명 째..”


주원은 싸움으로 먼지가 묻은 옷을 털어냈다.


“저기···안 힘들어?”


“음..어제 했던 거에 비하면 이 정도야 뭐..”


“도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우! 생각하기도 싫다. 됐고 조심해라. 또 오는 것 같으니까.”


그 말에 큐리미는 흠칫하더니 주원의 옆에 꼭 붙었다.


*


“애들은 지금 즈음이면 잘하고 있겠지?”


“걱정 마세요. 정말 유능한 애로 보냈으니까 알아서 잘 할 거에요.”


“그런데 그 녀석하고 정보는 어떻게 주고받는 거냐?”


“저희는 공기계에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서로 연락하거든요. 어디에 있던 간에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고 추적을 당할 염려도 상대적으로 적죠.”


정훈은 흥미로운 듯 미소를 떠올렸다.


“호오..그거 마음에 드는데? 나한테도 보여주겠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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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악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정복 NEW 20시간 전 4 0 12쪽
27 함정 24.09.16 9 0 12쪽
26 강제 진압 24.09.15 7 0 11쪽
25 길거리 강도 24.09.14 7 0 12쪽
24 결자해지(結者解之) 24.09.13 11 0 12쪽
23 심문(2) 24.09.12 11 0 11쪽
22 심문 24.09.11 10 0 12쪽
21 성동격서(聲東擊西) 24.09.10 10 0 12쪽
20 밀회 24.09.09 12 0 12쪽
19 준비 24.09.08 11 0 12쪽
18 작전 24.09.07 14 0 11쪽
17 침투 24.09.06 13 0 11쪽
» 시험 24.09.05 15 0 11쪽
15 재회 24.09.04 15 0 11쪽
14 스승 24.09.03 22 0 12쪽
13 경고 24.09.02 15 0 12쪽
12 계약 24.09.01 16 0 12쪽
11 공성전 24.08.31 17 0 12쪽
10 데뷔전 24.08.30 17 0 11쪽
9 태동(胎動) 24.08.29 20 0 12쪽
8 심문 24.08.28 23 0 12쪽
7 발각 24.08.27 23 0 12쪽
6 잠입 24.08.26 24 0 11쪽
5 쇼핑 24.08.25 28 0 12쪽
4 화끈한 신고식 24.08.24 36 0 12쪽
3 탐색 24.08.23 46 0 11쪽
2 부탁 아닌 부탁 24.08.22 130 0 12쪽
1 부당한 거래 24.08.21 6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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