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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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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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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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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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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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발각

DUMMY

“아..밖에서 돌아다니는 놈한테 놀만한 곳을 안내해 달라고 했더니 여기로 보내주더군.”


“흐응~그러시구나~. 혹시 여기는 처음이신가요?”


정훈은 입을 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바텐더는 두 사람의 복장을 훑어내려갔다.


“헤에~꽤 반반하게 생기셨는데 의외네요.”


“여기가..쉴 수 있는 곳이라고 얼고 왔다만.."


그 말을 들은 바텐더는 정훈의 앞으로 바짝 다가와 귓속말을 속삭였다.


“네..여긴 확실히 쉴 수 있는 곳이에요. 어떠세요? 서비스 한 번 받아보시겠어요?”


그러고서는 후 하고 귀에 바람을 불었다.


정훈은 몸을 살짝 떨고는 뒤로 물러나 바텐더를 노려보았다.


그 모습을 본 바텐더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죄송해요. 장난이 좀 짓궂었죠?”


“..마실 거나 한 잔 줘."


“네~네~”


바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바텐더를 따라 정훈과 주원은 테이블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형..이제 뭐 어떡할거야..응?”


“넌 걱정하지 말고 음료나 마시고있어.”


그런 말을 하며 정훈은 영문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뭘로 드릴까요?”


“무알코올 샴페인 두 잔.”


“..네?”


바텐더의 표정을 본 정훈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미안. 사실 술 마시러 온 것도 아니라서 말야.”


바텐더는 잔을 집던 손을 내려놓으며 아까와는 달리 살짝 심드렁한 표정으로 정훈과 주원을 바라보았다.


“..그럼 여기엔 뭘 하러 오신 거죠?”


바텐더의 눈빛에 경계가 서렸다.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는 조용한 곳이 제격 아니겠나?"


“아하~그러시군요~. 그럼 자리를 비켜드릴게요.”


자리를 뜨려는 바텐더를 정훈이 불러세웠다.


“아니, 나는 당신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그러면서 대뜸 바텐더의 안부를 물었다.


“일은 힘들지 않나?”


“생각보다 싱거운 분이셨네요. 아까 제 장난이 마음에 드셨어요?”


“그런 게 아냐.”


“그럼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건데요?”


“음..역시 난 여자랑 대화를 하는 데는 소질이 없는 것 같단 말이지. 본론을 원하니까 더 빙빙 안 돌리고 바로 얘기할게.”


옅은 한숨을 내쉰 정훈은 곧 묵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기..자야카케구미가 운영하는 가게지?”


바텐더는 눈썹이 가늘게 떨리며 정훈을 노려보았다.


“당신..경시청 사람인가요?”


정훈은 코트를 한 번 펄럭여 차림새를 가다듬었다.


“틀렸어. 난 그냥 신생 사업가일 뿐이거든.”


주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정훈을 바라보았으나 바텐더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웃기지 마세요. 평범한 사업가가 이 동네 조직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요?”


“네가 믿던 말던 그건 중요한 게 아냐. 내가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정훈이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며 예기가 서린 눈빛으로 바텐더를 바라보자 바텐더는 몸을 움찔했다.


“도대체 바라는 게 뭐에요?”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정보가 필수잖아? 난 자야카케구미의 정보가 필요해.”


“뭐라구요? 나 참..아저씨들 불러버리기 전에 당장 여기서 나가주세요.”


말에는 날이 서 있었지만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정훈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바 안으로 들어갔다.


주원은 경악한 표정으로 정훈을 바라보았으나 정훈은 아무렇지도 않게 바텐더의 턱을 엄지와 검지로 살짝 들어올렸다.


“내가 그런 말에 겁 먹고 물러날 사람처럼 보였나?”


생기조차 느껴지지 않는 싸늘한 시선에 바텐더의 몸은 그대로 굳었다.


“으윽..”


“..내가 요코한테 전화해서 바꿔줘야 속이 시원하겠어?”


정훈은 젠이치에게 받은 서류를 이용해 자야카케구미의 두목을 안다는 듯 말을 꺼냈다.


정보의 사실 여부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도박이나 다름없었지만 운이 좋게도 정보는 사실인 듯 싶었다.


곧 바텐더의 표정이 깨진 유리 조각마냥 일그러졌기에.


“당신..그..분을 아세요..?”


정훈은 턱을 잡았던 손을 내려놓으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이쪽으로 들어오세요.”


그리 말하고선 바텐더는 바 안쪽의 공간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때까지도 바 앞에 앉아있었던 주원은 정말이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였다.


“아니..형. 언제부터 임기응변에 이렇게 능하셨대? 보이스피싱해도 되겠어..”


“맨날 주먹이나 쓰고 다니니 이런 거 하나도 제대로 못하지. 좀 보고 배워.”


정훈이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가자 곧 주원도 자리에서 일어서서 뒤를 따랐다.


안쪽은 마치 창고 같은 곳이었다.


술 전용 냉장고 같은 것인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는 문 안쪽에 갖가지 와인, 샴페인, 양주들이 진열되어있는 것이 보였다.


그 앞에 놓인 휴대용 테이블과 의자에 바텐더가 앉아있었다.


“앉으세요..”


정훈의 기세에 눌린 것인지 한껏 위축된 표정이었다.


남은 의자가 하나 밖에 없었기에 정훈이 의자에 앉고 주원은 그 옆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까 얘기 계속해주세요. 도대체 언니까지 아시는 분께서 조직의 정보가 왜 필요하신건데요.”


정훈은 고민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더니 곧 입을 열었다.


“그..사실 한 분을 모셔서 스폰서로 두고 협업하기로 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경영권과 수익 배분 쪽에서 문제가 생겼거든. 아무래도 내가 요코를 못 믿는다고 생각하나봐. 기분이 상한 것 같은데 기분 풀어주는데는 깜짝 이벤트 만한 게 없잖아?”


정훈이 손을 움직이며 통통 튀는 어조로 설명하자 바텐더가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저한테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알려주시는 이유가 뭐죠?”


“난 네가 마음에 드니까.”


바텐더는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정훈을 바라보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술을 뗐다.


“그래서 무슨 정보가 필요하신데요..?”


“요코도 본인이 조직을 통해서 벌이는 사업이 있을 거 아냐? 그쪽을 도와주면 기분이 좀 풀어지지 않을까? 나도..인맥이 나쁜 편은 아니어서.”


“전 그냥 여기서 장사하고 보호비를 내고 있을 뿐이에요. 조직의 정보 같은 건 모른다구요.”


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떠올렸다.


“뭐 그냥 구해달라는 건 아냐.”


정훈은 품을 뒤적여 안에서 두툼한 봉투를 건넸다.


바텐더는 침을 꿀꺽 삼키며 봉투를 확인해보았다.


지폐의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바텐더는 순간 헉 하며 숨을 들이켰으나 곧 입을 다물었다.


“그 정보는 그 정도의 가치는 있단 거지.”


바텐더는 돈을 보며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어 정훈을 보았다.


“···내일 다시 찾아와주세요. 어떻게든 정보를 빼돌려 볼게요.”


“난 역시 네가 마음에 들어. 그럼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올테니 그때까지 준비해달라고.”


정훈이 웃음을 지으며 일어나 나가자 주원도 허겁지겁 따라나갔다.


“..완전 사기꾼이구만?”


정훈은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기지개를 펴며 팔을 높이 들어올렸다.


“아으..하루종일 돌아다녔더니 피곤하구만. 빨리 가서 쉬기나 하자.”


*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책상 사이를 뒤집으며 종이 뭉치를 꺼내들었다.


“후..이건가? 하여간 바텐더 년..귀찮은 일을 이쪽에 맡기기는. 일 끝나면 서비스를 좀 받아야겠어.”


남자는 몸을 일으켜 갈색 서류 봉투에 종이 뭉치를 정갈하게 정리해서 넣고 윗부분을 접었다.


평소에 경비를 도는 바에서 일하는 바텐더의 부탁이었다.


물론 발각당한다면 몽둥이 찜질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서류를 빼내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뿐이었다.


“그래도 그런 곳에서 무료로 서비스 받아볼 일이 또 어디 있겠어. 기왕이면 귀여운 애로 부탁해달라고 해야겠군.”


남자는 책상을 더듬어 짚어 가며 사무실 문을 찾았다.


그러나 갑자기 얼굴 쪽으로 쏘아진 플래쉬에 남자는 인상을 찡그리고 몸을 숙였다.


“윽!”


점점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에 자세는 저절로 낮아져 어느새 땅바닥을 기고있었다.


영 좋은 예감이 들지 않았다.


남자는 의자를 살짝 밀어내고 책상 아래로 숨었다.


입을 막고 숨을 참았지만 다가오는 발소리는 점점 커져왔다.


마침내 책상 바로 앞까지 도착한 발걸음 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둔중한 목소리가 울렸다.


“거기 누구 있나?”


남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꾹 참았다.


곧 발걸음 소리는 다시 멀어졌다.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남자는 입을 풀고 불평을 토해냈다.


“젠장, 서비스 줄 때 두 명을 넣으라고 해야겠어.”


접힌 허리를 펴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고통이 지긋이 밀려왔다.


남자는 인상을 한 번 찌푸리고는 봉투를 품은 채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곧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잡아.”


남자가 뒤를 돌아 상대를 확인한 순간 머리에 둔탁한 충격이 전해졌다.


“컥!”


남자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사람의 형체가 어렴풋이 비쳐보였다.


“이 시간에..뭘 그렇게 찾고 계시는지?”


어지러운 머리를 겨우 진정시켜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곧 사내는 자세를 낮춰 남자와 시선을 맞췄다.


“큽..!”


남자의 뺨에 두툼한 손이 날아들자 멍한 정신이 금방 깼다.


“대답해봐. 왜 여기서 조직 서류를 들추고 있었던 거지?”


남자는 떨리는 시선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사내를 마주했다.


*


“사장님! 저 손님들입니다!”


사장은 급하게 달려와 감시카메라를 살폈다.


“뭐? 저 분들이 어제 그 손님들이라고?”


“네!!”


직원의 대답에 사장은 곧 결연한 표정을 짓더니 지시를 내렸다.


“좋아 그럼 바로 안내해 줄 직원을 한 명 붙여.”


“네! 알겠습니다.”


*


정훈은 전에 그랬던 것처럼 플로어 안내서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더 별안간 구두 또각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뒤를 돌아 상대를 확인하니 접힌 부분 하나 없이 곧게 다림질 된 양복에 가슴팍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명찰을 단 여자 한 명이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웃으며 정훈과 시선을 마주쳤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G백화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정훈은 무어라 반응도 없이 입을 작게 벌리고 그 직원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제가 쇼핑을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상품을 찾고 계신지 여쭈어볼 수 있을까요?”


주원의 얼굴을 보니 그 역시 마찬가지의 표정이었다.


정훈은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그럼..저기 남성 패션을 부탁해...”


“네, 알겠습니다 고객님. 바로 모시겠습니다. 자 이쪽으로 오시죠.”


이 여자가 어디서 튀어나와 쇼핑을 돕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덕분에 정훈과 주원은 어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끝낼 수 있었다.


*


“제대로 넘겼나?”


컴컴한 방 안에 남자의 두꺼운 목소리가 묵직하게 곳곳을 울렸다.


“네, 제대로 챙겨서 바텐더에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조직의 정보를 그대로 넘겨도..”


남자는 한숨을 내쉬더니 의자에서 일어났다.


삐걱거리는 의자 소리를 듣자 앞에 선 야쿠자는 괜스레 움츠러들었다.


곧 험악한 인상이 달빛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야쿠자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 피했다.


남자는 야쿠자의 질문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서류를 빼돌리려 했던 새끼는?”


“손가락 하나 잘라서 지하에 쳐넣어 놨습니다.”


“뭐라 그러던가? 서류를 넘긴 이유.”


“그게..서류를 넘겨주는 대신에 VIP바에서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고..”


“···”


남자가 불쾌한 듯 숨을 내쉬며 뒷짐을 지자 야쿠자는 몸이 딱딱하게 굳으며 더욱 몸을 움츠렸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제대로 처리해. 본보기로 써도 좋으니까..”


“아..알겠습니다..”


“..이만 나가봐.”


야쿠자는 짧게 대답하고는 서둘러 방을 나갔다.


남자는 품에서 두꺼운 연초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필터를 빨아들여 숨을 훅 뱉자 회색 연기가 남자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며 방 안을 자유롭게 유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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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악인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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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정복 NEW 20시간 전 4 0 12쪽
27 함정 24.09.16 9 0 12쪽
26 강제 진압 24.09.15 7 0 11쪽
25 길거리 강도 24.09.14 7 0 12쪽
24 결자해지(結者解之) 24.09.13 11 0 12쪽
23 심문(2) 24.09.12 11 0 11쪽
22 심문 24.09.11 10 0 12쪽
21 성동격서(聲東擊西) 24.09.10 10 0 12쪽
20 밀회 24.09.09 12 0 12쪽
19 준비 24.09.08 12 0 12쪽
18 작전 24.09.07 14 0 11쪽
17 침투 24.09.06 13 0 11쪽
16 시험 24.09.05 15 0 11쪽
15 재회 24.09.04 15 0 11쪽
14 스승 24.09.03 22 0 12쪽
13 경고 24.09.02 16 0 12쪽
12 계약 24.09.01 16 0 12쪽
11 공성전 24.08.31 17 0 12쪽
10 데뷔전 24.08.30 17 0 11쪽
9 태동(胎動) 24.08.29 20 0 12쪽
8 심문 24.08.28 23 0 12쪽
» 발각 24.08.27 24 0 12쪽
6 잠입 24.08.26 24 0 11쪽
5 쇼핑 24.08.25 28 0 12쪽
4 화끈한 신고식 24.08.24 36 0 12쪽
3 탐색 24.08.23 46 0 11쪽
2 부탁 아닌 부탁 24.08.22 131 0 12쪽
1 부당한 거래 24.08.21 6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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