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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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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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4:56
최근연재일 :
2024.09.17 09:03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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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146,193

작성
24.08.3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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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데뷔전

DUMMY

*


잠시만 기다리라던 정훈은 밤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양손에 두툼한 봉투를 들어 올린 정훈은 하나를 주원에게 내던졌다.


“이건 네 꺼다. 나중에 잘 챙기고.”


“이게 다 뭐..”


주원은 긴장감 없이 봉지 안을 둘러보다가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안에는 마스크, 모자, 운동복, 검은색 면장갑 그리고 은빛으로 번쩍이는 유틸리티 나이프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 죽이러 가?”


“뭐..되도록 그런 일은 없도록 해야지.”


“어째 점점 불안한데..”


그만 일어나라는 표시를 취했음에도 주원이 고민하며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자 정훈은 그를 재촉했다.


“기도 올리냐? 알아들었으면 빨리 챙겨서 따라와.”


“알겠다고···”


*


족히 10명은 넘는 야쿠자들 앞으로 한 남자가 나와 말했다.


“목적은 살려서 생포하는 거다."


끌고 가서 어디까지 알고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건지 알아내야 해.”


그러자 ‘하이!’ 하고서 우렁찬 대답이 야쿠자들에게서 들려왔다.


남자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휴대폰을 꺼내 귀로 가져갔다.


“이쪽은 준비 끝났습니다.. 혹시 모르니 연락망은 켜두십시오.”


“그럴 필요까지 있겠어? 그냥 귀여운 꼬맹이들인데~데려와서 쪼~끔 간지럽히기만 하면 돼~.”


“..그러기만 한다면 다행이겠습니다만.”


전화를 끊고서 남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


화면을 바라보던 남자는 도저히 기대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책을 펴놓고 펜을 올린 채 기록할 준비를 했지만 손이 떨리고 있었다.


한 마디로 완전한 흥분 상태였다.


"드디어..드디어..!"


두 형제가 거리로 들어와 허름한 건물 앞에 설 때까지 남자는 감정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그러다 두 현제가 들어가는 모습이 비치자 호흡을 가다듬고 펜을 똑바로 잡았다.


"후..그래도 할 건 해야지.."


*


가부키초의 안쪽으로 들어가 일전의 허름한 건물 앞으로 오자 더 이상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주변을 살피며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은 봉투 안에 있는 옷으로 갈아입고 조심스레 계단을 내딛였다.


마침내 바가 있는 지하까지 도달하자 정훈이 먼저 고개를 들이밀어 안쪽을 훑어보았다.


예상했던대로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안을 서성이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마다 손에 무기로 쓸 둔기 같은 것들이 하나씩 들려있는 모습은 공포감을 조성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대비를 마친 상태였다.


정훈이 주원에게 눈으로 가볍게 신호를 보내자 주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훈은 조심스럽게 유틸리티 나이프의 칼집을 빼서 바의 입구인 유리문을 내려쳤다.


유리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요란한 소리가 울리자 야쿠자들은 곧 두 사람을 알아차렸다.


“잡아!”


한 남자가 손가락으로 정훈을 가리키며 소리치자 야쿠자들이 일제히 그들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정훈과 주원은 피하지 않고 부서진 유리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 야쿠자 무리와 뒤섞이며 바는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었다.


쇠파이프를 든 덩치 큰 야쿠자가 파이프를 정훈의 머리를 노리고 수직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정훈은 허리를 뒤로 확 젖혀서 쇠파이프를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한 다음 반동을 이용해 카운터를 날렸다.


야쿠자는 몸이 기우뚱하며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러자 정훈은 칼집의 끝부분으로 야쿠자의 관자놀이를 파고들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야쿠자가 의식이 반쯤 날아가며 눈이 뒤집히자 정훈은 명치를 걷어찼다.


남자는 순식간에 벽으로 날아가 부딪히더니 눈을 감고 바닥에 쓰러졌다.


한편 주원도 칼을 든 야쿠자와 대치 중이었다.


체구는 작지만 몸은 재빨랐다.


칼을 든 야쿠자는 손짓을 하며 도발하더니 칼을 까딱까딱 거렸다.


주원은 도발에 열이 올라 그대로 야쿠자에게 돌진했다.


순간 야쿠자는 이 때를 노렸다는 듯 팔을 내질러 날붙이를 들이밀었다.


그러나 주원은 왼팔로 날붙이를 매끄럽게 밀어내더니 허리를 붙잡아 야쿠자를 들어 올린 후 바의 테이블에 그대로 내려찍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야쿠자는 거품을 물고 의식이 끊겼다.


순식간에 여섯을 처리한 그들은 잠시 중간 지점에서 등을 맞대고 합류했다.


“형..이 녀석들..”


“그래, 생각보다 공을 들인 놈들이군. 조심해라.”


“형도.”


그러고선 다시 무리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곧바로 정훈의 앞에 너클을 낀 야쿠자가 와서 섰다.


자세를 보아하니 전에 복싱을 배운 듯한 동작이었다.


다른 녀석들 보다도 직급이 높은 것인지 다른 야쿠자들은 이 싸움에 개입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재미있군..”


정훈 역시 자세를 잡으며 상대방의 스타일에 맞췄다.


야쿠자는 크케 원스텝을 밟으며 묵직한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정훈은 상체를 숙여 너클을 피했다.


야쿠자는 곧바로 훅을 날렸다.


정훈은 다시 자세를 낮추며 위빙으로 허공을 가르는 너클을 피해냈다.


“공간이 비었군.”


“..!”


상대방의 방어가 무너진 틈을 타 정훈은 그대로 라이트 보디와 레프트 훅 2연타로 상대방을 잠재웠다.


“자세 잡고 기술 써봐야 잔재주지.”


주원의 앞에는 이인조가 나타났다.


한 명은 공사에서나 쓸 법한 목각을 들어올린 야쿠자였고 다른 한 명은 소매를 걷어올리기만 했을 뿐 별 특별할 무기는 없어 보이는 야쿠자였다.


주원이 갸우뚱하며 그들에게 돌진하자 목각을 든 사내가 목각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주원이 몸을 뒤로 젖히며 가볍게 공격을 피해냈다.


그러나 그 순간 맨손이었던 남자가 재빨리 주원의 뒤로 파고들어 갈비뼈를 강타했다.


자세가 무너진 틈에서 맞은 일격이었기에 주원은 순간 숨이 막혔다.


“흡..커헉.."


숨을 쉬지 못해 답답한 채로 무릎을 꿇으며 배를 웅크렸다.


그러자 야쿠자는 머리채를 잡아 올려 오른팔로 주원의 얼굴을 강하게 후려쳤다.


주원의 눈이 반쯤 감기며 얼굴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뒤늦게 그 모습을 확인한 정훈이 이마에 격자 무늬를 새기며 달려들었다.


이인조가 막아 섰지만 정훈을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에 깔끔한 주먹 두 방에 남자들은 금방 제압 당했다.


정훈은 바닥에 쓰러진 주원을 흔들었다.


“주원아! 김주원! 정신차려!.”


얼굴은 피가 고여있긴 했지만 다행히 심한 상처는 아니었는지 주원은 금방 정신을 차렸다.


“으음..형..미안..방심해서 당했어..”


“그래 일어날 수 있으면 됐어..넌 여기서 쉬고 있어. 나머지는 내가 할게.”


“하..지만..”


“그냥 누워있어.”


정훈은 서늘한 표정으로 야쿠자들을 바라보더니 품에서 유틸리티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그리고선 눈에 살기를 한가득 머금으며 차갑고도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방해하지 않고 질문 하나만 대답해주면 별 일 없을 거다.”


바는 정적이 흘렀다.


누구 하나 앞으로 나갈 생각은 없어 보였고 적막한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험상궂은 남자가 앞으로 걸어나왔다.


“뭐지?”


“나는 자야카케구미에서 요코님을 보좌하고 있는 마에즈다. 뭐 이 일의 담당자 정도라고 생각해주면 좋겠군.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해라. 그러면 뒤에 있는 놈은 더 이상 건드리지 않겠다.”


정훈은 일말의 고민 없이 나이프를 들이밀며 자세를 잡았다.


“..그렇군.”


마에즈는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던진 뒤 자세를 잡았다.


팔을 넓게 벌리고 무릎을 구부린 자세.


정훈은 문득 만두처럼 말려있는 마에즈의 귀를 흘겨보았다.


정훈이 나이프를 역수로 잡고 팔을 올리자 마에즈가 마치 황소마냥 돌진해 정훈에게 달려들었다.


정훈은 마에즈에게 마주 달려들다가 마에즈의 팔이 닿을 정도가 되자 순간적으로 자세를 낮추고 왼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미끄러졌다.


“후..”


정훈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나이프를 확인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정훈의 얼굴이 비칠 정도로 광택을 내던 나이프가 붉은 액체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윽..이게 무슨..!”


마에즈는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흘리며 천천히 몸을 돌려 정훈을 바라보았다.


발은 움직이지 않은 채였다.


“다리가..”


시선을 내려 자신의 다리를 확인한 마에즈는 피가 흘러내리는 발목을 보았다.


무언가의 감각이 사라져 다리는 움직일 수 없었다.


정훈은 나이프를 강하게 흔들어 피를 털어냈다.


“어떻게 그 짧은 틈에 내 발목을..”


“···”


정훈은 마에즈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나이프를 재빠르게 움직여 그의 복부를 난도질 했다.


상처가 깊이 나지 않아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새빨갛게 물든 옷과 나이프는 마에즈로 하여금 공포심에 지배당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마에즈는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몸이 기우뚱하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정훈은 뒤를 돌아보았다.


“더 덤비려는 놈이 남았나?”


다리가 땅에 박힌 듯 야쿠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포기한 거라면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을 투항해라.."


그 말에 남은 야쿠자들이 일제히 무기를 내팽겨치고 양손을 뒤통수에 올린 채 바닥에 웅크렸다.


모든 야쿠자가 엎드린 것을 확인하고서 정훈은 다시 마에즈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피로 엉망이 된 장갑으로 땀을 닦았다.


땀 대신에 피가 묻긴 했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경악할 생김새였다.


그 상태로 정훈은 마에즈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본거지가..어디냐?‘


마에즈는 입술을 깨물며 정훈을 노려보았다.


“···나보고 조직을 팔아넘기란 거냐..!”


입으로는 저항 의사를 드러냈지만 떨리는 목소리와 동공은 진정시키지 못한 채였다.


정훈은 나이프를 들어 마에즈의 허벅지에 깊게 찔러넣고는 한 번에 빼냈다.


다리가 날카롭게 꿰뚫리는 고통에 마에즈가 비명을 내질렀지만 정훈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칼은 이제 완전히 절여지듯 피칠갑이 되어 한 방울씩 뚝뚝 떨어지고 있었으며 마에즈는 이를 악 물고 손으로 다리를 감싼 채 인상을 찌푸렸다.


“다음은 목이야..목숨인지 조직인지 잘 생각해..”


침을 삼키먀 고개를 끄덕이는 마에즈의 얼굴은 창백함 그 자체였다.


“아..알았다..”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은 본거지의 위치를 기억해두고서 정훈은 바닥에 누운 주원에게 다가갔다.,


“좀 괜찮나.”


아까 보다는 원래의 안색을 되찾은 것 같았지만 그래도 정상적인 컨디션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응..그래도 놈들의 본거지에는 같이 가지 못할 것 같아.”


“널 데리고 갈 생각은 없으니 안심해라.”


“아니..그러다 형이 잘못되면 난 어떡하라고..”


정훈은 믿음직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날 못 믿나?”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잠자코 숙소에서 잠이나 자라. 금방 끝내고 돌아갈테니.”


그렇게 정훈은 건물 밖으로 나올 때까지 주원을 부축해준 다음 만약을 대비해 건물 입구를 주변에 버려진 물건들로 봉쇄했다.


"혼자 돌아갈 수 있겠나?"


"응, 근데 정말 괜찮겠어?"


정훈은 가볍게 주원의 어깨를 두드려주고서는 등을 돌렸다.


그리고선 자야카케구미의 본거지를 찾아 가부키초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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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정복 NEW 20시간 전 4 0 12쪽
27 함정 24.09.16 9 0 12쪽
26 강제 진압 24.09.15 7 0 11쪽
25 길거리 강도 24.09.14 7 0 12쪽
24 결자해지(結者解之) 24.09.13 11 0 12쪽
23 심문(2) 24.09.12 11 0 11쪽
22 심문 24.09.11 9 0 12쪽
21 성동격서(聲東擊西) 24.09.10 10 0 12쪽
20 밀회 24.09.09 11 0 12쪽
19 준비 24.09.08 11 0 12쪽
18 작전 24.09.07 13 0 11쪽
17 침투 24.09.06 12 0 11쪽
16 시험 24.09.05 14 0 11쪽
15 재회 24.09.04 15 0 11쪽
14 스승 24.09.03 21 0 12쪽
13 경고 24.09.02 15 0 12쪽
12 계약 24.09.01 16 0 12쪽
11 공성전 24.08.31 17 0 12쪽
» 데뷔전 24.08.30 17 0 11쪽
9 태동(胎動) 24.08.29 19 0 12쪽
8 심문 24.08.28 22 0 12쪽
7 발각 24.08.27 23 0 12쪽
6 잠입 24.08.26 24 0 11쪽
5 쇼핑 24.08.25 27 0 12쪽
4 화끈한 신고식 24.08.24 36 0 12쪽
3 탐색 24.08.23 45 0 11쪽
2 부탁 아닌 부탁 24.08.22 130 0 12쪽
1 부당한 거래 24.08.21 6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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