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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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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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4:56
최근연재일 :
2024.09.17 09:03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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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146,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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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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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공성전

DUMMY

*


“구미초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실패했습니다.”


마에즈가 쓰라린 표정으로 얼굴을 구겼다.


“뭐? 일부러 만약을 대비해서 정예들만 데리고 갔잖아?"


요코의 언성이 높아지며 당혹감이 묻어나왔다.


“정말 죄송합니다..놈들이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요코는 입술을 깨문 채 불안감에 자신의 사무실을 서성였다.


“그 두 놈..어떻게 됐어?"


“한 명은 중상을 입히는데 성공했지만..남은 한 녀석은.."


요코는 숨을 죽이고 조용히 말을 기다렸다.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습니다.”


요코는 서성이던 발을 멈추고 어지러운 머리를 식히려 의자에 앉았다.


여지껏 길거리에 있던 많은 떨거지들을 상대했지만 대부분은 조직의 거대한 규모에 굴복해 무릎꿇었다.


아니더라도 스스로 찾아와 수하에 들게 해달라고 부탁받은 적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이곳으로 넘어오더니 우리 쪽 가게에서 정보를 빼돌리게 시킨 것도 모자라 현장직들에게까지 망신을 안겨준 그 두 녀석은 대체 뭐지?


“그럼 어서 돌아오지 않고 뭐하는 거야?”


“그게..놈이 나가면서 입구를 단단히 봉쇄해 놓았습니다. 나가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군요..”


“하아..그래 다들 얼마나 다친 거지, 그럼?”


“몇 놈은 아예 정신을 잃었고...저는 왼쪽의 아킬레스건이 끊어졌습니다.”


“..뭐?”


“..제가 공격을 제대로 들어가기도 전에 뭘 하려는 지 읽힌 것 같았습니다. 나이프로 들어오는 공격도 예리하더군요.."


“..알겠어, 이만 끊어.”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데?”


요코는 왠지 썩 좋지 않은 느낌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졌다.


“패배한 후에 추궁당해서 본거지 위치가 들통났습니다. 곧 놈이 그리로 갈 겁니다.‘


“으으..그만 끊어!!”


“네..”


*


요코는 전화의 내용을 듣고서 굉장히 초조해졌다.


그들이 막지 못했다면 사실상 실력으로 놈에게 대적할 수 있는 자는 조직 내에 없었다.


그렇다고 커넥션을 발동하기에는 이미 시간이 너무 늦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무언가의 결정을 내린 듯 수화기를 들어 버튼을 눌렀다.


“밖으로 나간 애들 모으고 안에 있는 놈들도 집합 시켜서 경계 태세 취하라고 해.”


수화기 너머로 어정쩡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길래 그러십니까?”


“비상사태야. 대처를 잘못 하면 우리 조직이 끝날 수도 있다고!"


“헉! 알겠습니다. 당장 그렇게하겠습니다!”


이것이 지금의 그녀로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의 수였다.


요코는 조용히 의자에 앉아 손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그 놈이 싸움으로 지쳤길 바라면서.


하지만 그것은 이뤄질 수 없는 소망이었다.


주원이 다친 걸로 인해서 정훈은 잔뜩 화가 난 상태였으니까.


*


정훈은 마에즈의 설명대로 산길을 따라 올랐다.


번화가에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복장을 정리하고 유틸리티 나이프만 품에 숨긴 채였다.


그렇게 길을 찾다 보니 정말로 무언가의 시설처럼 보이는 자야카케구미의 본거지가 눈에 들어왔다.


정훈은 수풀 속에 숨어서 가만히 상황을 살폈다.


정문과 후문 그리고 옆 문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주변이 고요했다.


정훈은 바에 있던 야쿠자들의 소지품을 검사하지 않은 것을 기억해내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쯧..누가 연락이라도 때렸나 보군.”


다행히 밖에 돌아다니는 야쿠자는 없었고 모두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듯 했다.


“내가 오길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안으로 바로 들어가는 건 무리겠어..아무래도 안을 비워야겠는데..”


어차피 모든 야쿠자를 상대할 필요 없이 요코만 찾으면 게임은 끝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정훈은 건물 외벽을 유심히 살폈다.


창문 밖으로 커다란 에어컨 실외기가 보였는데 끝부분이 낡아 조금만 충격을 줘도 떨어질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던 정훈은 결심을 굳히고 바닥에서 커다란 돌덩이를 주워들었다.


그대로 돌을 들고 건물 외벽 가까이로 가 실외기를 향해 던졌다.


돌덩어리는 정훈의 손을 떠나 솟구치더니 이윽고 실외기의 모서리 부분을 정확히 박살냈다.


곧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에어컨 실외기는 아래로 떨어졌고 건물 안에서 어지럽게 발소리가 울렸다.


정훈은 타이밍을 살피다가 배관을 타고 올라 2층의 베란다로 들어갔다.


야쿠자들이 전부 빠져나간 것인지 빈 사무실에는 컴퓨터 화면만이 외롭게 의자를 비추고 있었다.


정훈은 옷을 대충 가다듬고는 문을 열어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러다가 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가는 야쿠자를 마주쳤다.


소란을 제대로 일으킨 탓인지 단추도 제대로 잠그지 않고 급하게 뛰어나가는 중이었다.


정훈은 친절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남자를 불러 세웠다.


남자는 마치 급제동을 하듯 다리를 대각선으로 뻗어 몸을 멈췄다.


"뭐야? 바쁘니까 빨리 말해."


정훈을 더욱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문질렀다.


“네..제가 들어온지 얼마 안 돼서 말이죠. 사실 요코님께서 호출을 하셨는데 사무실 위치를 몰라서 말입니다.."


야쿠자는 일말의 의심도 없이 위치를 불었다.


“어어. 그래. 그 4층에 있는 가장 큰 방으로 가면 계셔. 그럼 나는 바빠서 이만.”


말을 마친 야쿠자는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정훈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4층을 향해 한 계단, 한 계단 씩 올라갔다.


확실히 4층으로 오니 중앙에 가장 눈에 띄는 방이 있었다.


정훈의 키를 넘기는 커다란 문 주변에는 여러 문양이 그려져 있었으며 2개로 되어있었기에 누가 봐도 우두머리의 방이란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정훈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안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들어와.”


정훈은 한 쪽 문을 열고 들어가 닫은 후에 걸어 잠갔다.


“뭐야 너? 처음보는 것 같은데?”


정훈은 말없이 요코의 책상으로 다가가 얼굴을 들이밀고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만. 쿠리카와카이의 정훈이라고 합니다..”


순간 요코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음..그렇게까지 좋아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만.."


정훈은 책상을 돌아 요코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오..오지마..!”


“죄송하지만 제가 뒤로 갈 줄을 몰라서..”


어느새 요코의 바로 앞까지 도달한 정훈은 책상 위에 팔을 받치고 앉았다.


“..당신한테 제안할 것과 물어볼 것 2가지가 있습니다. 뭐부터 들으시겠습니까?”


그러나 요코는 여전히 겁먹은 상태였기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하아..그럼 제 맘대로 제안할 거부터 말씀드리죠. 쿠리카와카이의 밑으로 들어오세요. 그럼 이 이상의 소동은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ㄴ..내가 만약 싫다면?”


그러나 그녀의 겁에 질린 목소리는 정훈에게 전혀 위압감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정훈의 말투가 바뀌며 더 위협적으로 변했다.


“만약 그렇다면 여길 다 때려 부수고 억지로 들어오게 하겠지..난 꼴사나운 모습은 보이기 싫어.”


“그..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내가 바로 납작 엎드릴 줄 알았어?"


그나마 남아있던 자신감을 모두 사용해 쥐어 짜낸 말이었으나 정훈에게는 발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꼭 안 좋은 모습을 보여야 말을 듣지..”


정훈은 요코의 팔을 잡아서 강제로 책상 위에 올렸다.


그리고서 집어넣었었던 유틸리티 나이프를 품에서 꺼냈다.


날 부분의 피가 그 사이에 굳어서 검붉은 색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지..지금 뭐 하는 거야? 당장 이거 놔!”


요코가 밀려오는 공포에 발버둥 쳤지만 결국 정훈은 팔을 더욱 거세게 붙잡았다.


그리고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그대로 나이프로 손가락을 내리쳤다.


“꺄아아아아아악!!”


신체의 일부가 잘려나가는 고통에 요코는 울부짖었다.


“조용히 좀 하지? 그러다가 다 올라오겠어..하나 더 잘리고 싶어?”


주원이 다친 일 때문에 정훈은 지금 완전히 눈이 돌아가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요코가 계속 울부짖자 정훈이 반대 손으로 요코의 입을 틀어 막았다.


손가락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고통이 지속되자 요코는 눈물을 글썽였다.


“내가 지금 좀 많이 빡친 상태라서 말야..그래도..다시 한 번 묻지. 쿠리카와카이 밑으로 들어오겠나?”


요코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정훈은 만족한 듯 막았던 입을 풀어주었다.


“아..그리고..너희 매 문서마다 I에 월계관 씌운 듯한 도장이 있던데..그건 뭐지?"


“그..그건 ICS의 문장이에요..”


“ICS?”


요코는 손가락이 잘린 손을 감싸며 대답했다.


“International Crime Syndicate 그..그러니까 국제 범죄 조직 이사회라고 불리는 단체인데..”


“아 이런 씨..거 이름만 들어봐도 골치 아프게 생겼군.”


정훈이 인상을 찌푸리자 요코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쯧..계속 말해 봐.”


“무..문서를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정, 재계 인사들과 삼각 교류를 통해서 세력을 키우고 있어요..”


“그건 이미 아는 내용이야..새로운 사실을 들려주면 고맙겠군.”


정훈이 얼굴에 띄운 표정에 요코가 서늘함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저희 같은 폭력 조직이 어떻게..그런 귀빈들과 접촉할 수 있었어요..?”


“ICS를 통해서 접촉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예..예! 바로 그거에요..”


“하지만..기득권 세력이 그런 범죄 단체에 가입해서 얻을 수 있는 리턴보다 리스크가 높을 텐데..?”


“ㄱ..권력자들은..뒷세계와의 조율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과 권력을 강화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 음지의 상태만 유지 시켜 놓으면 자신들이 거래할 수 있는 세력도 넓어지니까..”


“하아..그럼 ICS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되는 거지?”


이제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것인지 요코는 숨을 가다듬었다.

여전히 목소리는 떨렸지만 아까보단 비교적 차분했다.


“지금의 ICS는 세계 귀빈들과 범죄 조직의 연결 뿐만 아니라 조직 간의 충돌이나 마찰 심지어는 거래에도 관여하고 있어요···가입되어있는 조직의 수는 셀 수도 없을 정도고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국가원수 급의 인물들도 가입하고 있는 걸로 알아요..”


정훈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어댔다.


“으음..역시 성가셔..”


“그런데 지금 이런 상황은 상당히 문제에요..”


“왜지?”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ICS는 음지의 상태를 유지 시키는 것이 목적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ICS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영역 확장을 한다는 건 ICS에 불복하는 것으로 여겨져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으니까요..”


“쿠리카와카이도 ICS에 연관되어 있다는 건가?”


“쿠리카와카이 뿐만 아니라 가부키초를 관할하는 조직 전체가 가입되어있죠..”


“..흥..음지에서 UN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구만..”


요코가 침을 꼴깍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훈은 손가락으로 무릎을 톡톡 두드렸다.


“하지만 이 사실을 우리만 알고 있으면 문제없잖아?”


“..이 바닥에서 정보는 저조차 어디에서 새서 어디로 흘러들어 가는지 몰라요. 하물며 조직 하나가 사라진 건 하루만 지나면 모두 알게 될 거라구요..”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는 족속이구만..쯧..뭐 일단 알겠어..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


"너희가 운영하는 인맥 사업..내 쪽으로 돌리고 싶어."


“이유가 뭐죠..?"


“젠이치..그 노인네를 무너트리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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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정복 NEW 20시간 전 4 0 12쪽
27 함정 24.09.16 9 0 12쪽
26 강제 진압 24.09.15 7 0 11쪽
25 길거리 강도 24.09.14 7 0 12쪽
24 결자해지(結者解之) 24.09.13 11 0 12쪽
23 심문(2) 24.09.12 11 0 11쪽
22 심문 24.09.11 10 0 12쪽
21 성동격서(聲東擊西) 24.09.10 10 0 12쪽
20 밀회 24.09.09 12 0 12쪽
19 준비 24.09.08 12 0 12쪽
18 작전 24.09.07 14 0 11쪽
17 침투 24.09.06 13 0 11쪽
16 시험 24.09.05 15 0 11쪽
15 재회 24.09.04 15 0 11쪽
14 스승 24.09.03 22 0 12쪽
13 경고 24.09.02 16 0 12쪽
12 계약 24.09.01 16 0 12쪽
» 공성전 24.08.31 18 0 12쪽
10 데뷔전 24.08.30 17 0 11쪽
9 태동(胎動) 24.08.29 20 0 12쪽
8 심문 24.08.28 23 0 12쪽
7 발각 24.08.27 24 0 12쪽
6 잠입 24.08.26 24 0 11쪽
5 쇼핑 24.08.25 28 0 12쪽
4 화끈한 신고식 24.08.24 36 0 12쪽
3 탐색 24.08.23 46 0 11쪽
2 부탁 아닌 부탁 24.08.22 131 0 12쪽
1 부당한 거래 24.08.21 6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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