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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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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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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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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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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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스승

DUMMY

남자는 좁은 골목길을 찾아 정훈을 안으로 데리고 갔다.


쭉 따라가자 안에는 작은 공터가 하나 있었는데 남자가 평소에 거주하는 공간 같았다.


구석에 쌓인 헌 천들에는 전체적으로 눌린 자국들이 남아있어 남자의 생활상이 드러나 보였다.


그 옆으로 수십 개의 빈 컵라면 용기가 놓여있었는데 아무래도 식사로 때운 흔적인 듯 했다.


“여기에..이런 공간이 있었을 줄이야.."


“뭐..처음 보면 보통 그런 반응이겠지.. 그럼 바로 시작해보자고. 우선 아까 네가 날 공격했을 때의 문제점부터."


“문제점?”


“그래, 너 정형화된 무술 같은 걸 배운 적이 없지?”


정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 같았어.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싸움을 시작한 놈들이 보통 그렇게 감각으로만 몸을 움직이거든.”


“그게 잘못되었다는 건가?"


“아니? 오히려 특정한 패턴이 없어서 상대방이 공격 궤도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들어주거든. 하지만 그렇게 싸우는 방식은 군더더기가 많아서 일정 수준 이상의 상대를 만나면 너무나도 쉽게 깨져버려. 반대로 정형화된 무술은 사람마다 자신의 패턴이 생기는 대신에 불필요한 동작이 적지.”


“그럼 군더더기만 없애면 되겠군."


남자는 정훈의 대답을 듣고는 코웃음을 쳤다.


“그렇지 만도 않은 게 아무리 동작이 깔끔해도 호흡이 흐트러지면 리듬이 금방 깨지거든. 행동의 군더더기와 호흡 둘 다 잡아야 해.”


“그게 실현되면 당신 같은 동작을 구사할 수 있는 건가?"


“그래.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야. 정형화된 무술은 그에 맞는 호흡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익히는 게 비교적 쉽지만 너 같은 경우엔 너만의 독자적인 싸움 방식을 활용하니까 호흡법 역시 네 스스로 찾아야 해.”


“쯧..간단하지는 않다는 말이군. 그렇다면 뭐 복싱 같은 거라도 배워야 하나?”


“아니 그냥 네 방식대로 해. 평생을 자기 방식대로 해온 사람이 갑자기 틀 안에서 싸우려고 하면 답답하거든.”


정훈은 빨리 정답을 내놓으라는 듯 인상을 구겼다.


“그럼 뭐부터 해야 하지?"


“나랑 계속 싸우면서 불필요한 동작을 찾아내서 잘라내야지.”


물론 실제로도 그렇겠지만 금방 끝날 일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까 말했지? 네 동작에는 정해진 패턴이 안 보여.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네 공격을 읽어내거나 대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져.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리턴도 확실하지.”


“그럼 바로 시작해도 되겠지?"


“좋아! 들어와봐.”


나는 밝은 웃음을 지으며 다리를 벌렸다.


정훈은 앞으로 전진하면서 재빨리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나 남자는 가볍게 옆으로 피해버렸다.


“허어..그게 아냐. 선공하려고 돌진해서 공격할 생각이라면 주먹을 내지르는데 준비 동작을 최소화 해! 준비 동작이 길어지면 상대가 대비할 시간이 길어지잖아. 그리고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방법이 잘못됐어. 응축했다가 뿜는다는 느낌으로. 오케이?”


정훈은 남자의 조언을 참고하여 다시 한 번 공격을 가했다.


확실히 동작이 훨씬 빨라지고 위력 또한 묵직해진 것이 느껴졌다.


남자는 이번에는 제대로 피하지 않고 오른손으로 흘려냈다.


“좋아! 아까보다는 확실히 낫네. 하지만 이렇게 상대가 공격을 방어한 다음에는 어떻게 할 거지? 완전 빈틈 투성인데?”


그렇게 정훈은 합을 주고받으며 밤이 될 때까지 훈련을 계속했다.


“후우..확실히 체력 소비는 크지만 효과는 확실하군.."


“나도 놀랐어. 생각보다 받아들이는 속도가 훨씬 빨라서. 내일은 너만의 시그니쳐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해보자고!”


정훈은 숨을 고르려 잠시 바닥에 앉아 몸을 진정시켰다.


*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나.."


사무실에 앉은 남자는 플라스틱 컵에 든 아이스 초코를 빨아당기며 정훈의 모습을 화면으로 지켜보았다.


실험 장소로 가부키초를 고른 것은 비단 야쿠자와 싸우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만은 아니었다.


목적은 녀석의 실력을 충분히 키워주는 것.


합을 주고 받으며 땀을 흘리는 정훈의 모습을 바라보며 남자는 종이에 글을 멈추지 않고 써내려 갔다.


정훈의 습득력은 확실히 빨랐다.


이전 합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금방 알아차리고 다음 합에서 그 틈을 메웠다.


자야카케구미를 단 며칠 만에 굴복시켰다는 점에서 실험은 이미 남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중이었다.


"생각보다 더 제미있을 수도 있겠어.."


남자는 마지막 남은 액체까지 모두 빨아들이며 플라스틱 컵을 던져 정확하게 쓰레기통 안에 넣었다.


*


본거지로 돌아오니 몸에서 올라오는 식초 냄새가 방 안에 퍼졌다.


주원이 불쾌한 표정으로 정훈을 노려보았지만 정훈은 신경도 쓰지 않고 화장실로 들어가 대강의 세면을 마치고 나왔다.


“형 뭐하다가 이제 들어와?”


“뭐..여러 일이 있었거든. 내일부터는 너도 움직여야 하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


“나도 언제까지고 쉬고 있을 생각은 없거든?”


정훈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더니 침대에 드러누워 오늘 익힌 동작들을 되뇌었다.


격렬했던 움직임들이 머릿속에서 아른거리며 되살아나 몸에는 다시금 열이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요코는 아침 일찍부터 피곤한 눈으로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쿠리카와카이에게 먹혔다는 소식을 고객들에게 숨기고 커넥션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애초에 그 놈이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고생을 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짜증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업무를 계속 보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렸다.


“당신..정말 매너가 없군요..”


“뭐가?”


정훈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양 눈을 깜빡이며 요코를 바라보았다.


“에휴 됐어요. 앞에 앉아주세요..근데 뒤에 있는 분은 누구신지?”


고개를 끄덕인 정훈은 요코의 책상 앞에 있는 소파에 몸을 안착시키며 말했다.


“저번에 바에서 당했던 내 동생 김주원이야. 먼저 돌려보내고 여길 왔으니 처음 보는 거겠지.”


그 말을 들은 요코는 무언가 말을 건네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 왕하위라는 놈 말야.”


이어진 정훈의 말에 요코는 그에게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역시 그것부터 물어보시는군요. 일정이 잡혔어요. 내일 저녁 8시까지 여기로 오시면 돼요.”


“8시? 그나저나 내일인가..생각보다 일정이 빨리 잡혔군?”


가진 인맥을 총동원해서 일정을 최대한 당기고 당겨 만든 결과였다.


요코가 생긋 미소를 지으며 정훈을 바라보자 정훈이 정색했다.


“오..왜 그런 표정으로 보는 거지?”


“뭐 하실 말씀 없으세요?”


고생한 만큼 무언가 보상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심장 어딘가에서 조용히 피어올랐다.


하지만 정훈이 그런 마음을 알 리가 없었다.


“왕하위가 조건이라도 내걸던가?”


요코는 김이 빠진 표정으로 정훈에게 소리쳤다.


“..됐어요..그냥 내일 시간 맞춰서 오기나 하세요.”


무언가 묘한 감정이 요코에게서 느껴졌지만 정훈은 무시하고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정훈이 방을 나오자 주원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형 저 사람 분명..”


“그래 자야카케구미의 두목이지.”


“어떻게 구워 삶았길래 저렇게 형 말을 잘 들어주는 거야?”


“그건..몰라도 상관없어.”


차마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을 정훈은 주원에게 알릴 수 없었다.


“그것 보다 따라와. 너한테 소개 시켜 줄 사람이 있어.”


“엥? 누굴 소개 시켜주려고..”


*


정훈은 기억을 더듬어 어제 그 골목을 찾아 걸었다.


좁은 길을 걸어가자 눈에 익은 공터가 나왔고 어제 보았던 천 무더기 위에는 그 남자가 아직 잠을 자고 있었다.


“잠깐 기다려.”


정훈은 골목 안쪽의 공간에 놀라워하는 주원을 놔두고 남자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렸다.


“으음..어떤 놈이..아..너였냐.”


“흠..돈 들고 왔는데..받을 생각 없으면 계속 누워 있던지.”


그 말에 남자는 벌떡 일어나 그들을 맞았다.


그리고 눈을 꿈뻐이며 주원을 바라보았다.


“뭐야? 한 놈이 늘었는데? 누구냐 넌?”


“제 동생인 김주원이야."


“그러고 보니 어째 넌 네 이름보다 동생 이름을 먼저 알려주냐? 생각해보니 난 이름도 모르는 놈하고 어제 하루 종일 뒹굴고 있었구만.”


“아..정훈이야. 내 이름.."


“형 이 사람 도대체 누구야?”


그러고 보니 자신도 아직 남자의 이름을 들은 적이 없었다.


눈을 깜빡이며 남자를 바라보자 그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류마라고 해. 잘 부탁한다."


"..평범한 노숙자처럼 보이겠지만 앞으로는 이 사람한테서 이걸 배우게 될 거야."


정훈이 가볍게 주먹을 뻗어보이자 주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싸움? 그건 지금도 잘 하잖아..”


“네가 직접 이 사람하고 붙어보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 할 거다. 만약에 혹시라도 이긴다면 내일은 내가 라면을 끓이도록 하지.”


“정말이지? 좋았어..”


“야! 이러면 나만 귀찮아지잖아!”


“대신에 2명이면 10만 엔 이니까. 혹시 그게 싫은 거면 이 놈은 당장 돌려보내지 뭐."


“으음! 그럴 순 없지. 좋아! 너도 가르쳐 줄 테니 덤벼봐라.”


주원은 피식 웃더니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로 발차기를 날렸다.


류마는 역시나 가볍게 피해 무서운 속도로 반격을 날리다가 주원을 맞히기 직전에 멈췄다.


“ㅁ..뭐야?!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지?”


“흐음..그래도 이 녀석은 어느 정도 정형화된 모습이 보이는데? 킥복싱인가..”


“발차기 한 번 보고 맞추는 거냐고..”


“봤지? 어제 ICS에 있는 녀석이 날 잡으러 왔었는데 거의 이 정도 수준이었어. ”


“엉? ICS그건 또 뭐야?”


“아..그러고 보니 설명해 준 적이 없네.”


정훈은 요코를 통해 얻은 정보를 간략하게 주원에게 설명해주었다.


“아 이런..생각보다 복잡한 일이었네?”


“나도 처음 들었을 때 그 생각했어.”


“저기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난 거냐? 잡담 계속할 거면 계속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돈 받으면 나만 좋지.”


“아니, 이제 시작하지. 오늘은 그냥 지켜보고 있어. 어떻게 배우는 건지는 보면 알 거다.”


그렇게 정훈은 또 날이 저물 때까지 어제와 같은 일을 반복했다.


주원은 처음에는 정훈의 색다른 모습에 흥미를 보이다가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자 이윽고 지겨워서 잠에 들었다.


“흐으..오늘도 많이 배우는군..그리고..”


“그래..아 맞다! 야! 돈 내놔.”


정훈은 싱긋 웃더니 품에서 두꺼운 종이 봉투를 류마에게 건내주었다.


류마는 종이 봉투 안을 확인해 보더니 코를 박고 숨을 크게 들이켰다.


“아~역시 이 냄새야..”


“그럼 오늘도 이만 가보지. 아! 그리고 내일은 좀 일찍 찾아올 것 같으니까 그렇게 알고.”


“음~그래 맘대로 해~.”


류마는 돈을 세어보느라 정훈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듯 했다.


정훈은 자고 있는 주원을 흔들어 깨웠다.


“잘 지켜보고 있으라니까 잠만 잠이나 자고..돌아가자.”


*


밤의 가부키초는 거리의 분위기와 걸맞게 구름조차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하늘을 자아냈다.


이제는 익숙한 산길을 올라 중턱에 이르자 회색 건물 하나가 고요하게 자리를 지키며 서있었다.


휑하던 주차장에는 전에 보지 못했던 럭셔리 차가 한 대 주차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정보상의 차인 듯 했다.


정훈은 주원을 데리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 그녀의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자 문 틈이 살짝 벌어지더니 요코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요코는 나름대로 차려 입은 두 사람을 보더니 안심한 얼굴로 입술을 뗐다.


“그래도 이럴 때는 갖추고 올 줄 아시는 분이었네요.”


“나를 뭘로 보는거냐..”


정훈은 약간 빈정 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으나 요코는 그저 피식 웃었다.


“그럼 원하는 바를 얻어내시길 바랄게요.”


말을 마친 요코가 방에서 나오자 정훈은 손을 문 위에 올리고 팔을 당겨 문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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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정복 NEW 20시간 전 4 0 12쪽
27 함정 24.09.16 9 0 12쪽
26 강제 진압 24.09.15 7 0 11쪽
25 길거리 강도 24.09.14 7 0 12쪽
24 결자해지(結者解之) 24.09.13 11 0 12쪽
23 심문(2) 24.09.12 11 0 11쪽
22 심문 24.09.11 10 0 12쪽
21 성동격서(聲東擊西) 24.09.10 10 0 12쪽
20 밀회 24.09.09 11 0 12쪽
19 준비 24.09.08 11 0 12쪽
18 작전 24.09.07 14 0 11쪽
17 침투 24.09.06 13 0 11쪽
16 시험 24.09.05 14 0 11쪽
15 재회 24.09.04 15 0 11쪽
» 스승 24.09.03 22 0 12쪽
13 경고 24.09.02 15 0 12쪽
12 계약 24.09.01 16 0 12쪽
11 공성전 24.08.31 17 0 12쪽
10 데뷔전 24.08.30 17 0 11쪽
9 태동(胎動) 24.08.29 20 0 12쪽
8 심문 24.08.28 23 0 12쪽
7 발각 24.08.27 23 0 12쪽
6 잠입 24.08.26 24 0 11쪽
5 쇼핑 24.08.25 28 0 12쪽
4 화끈한 신고식 24.08.24 36 0 12쪽
3 탐색 24.08.23 46 0 11쪽
2 부탁 아닌 부탁 24.08.22 130 0 12쪽
1 부당한 거래 24.08.21 6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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