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악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불량학생
그림/삽화
초코와플
작품등록일 :
2024.08.16 14:56
최근연재일 :
2024.09.17 09:03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624
추천수 :
1
글자수 :
146,193

작성
24.08.25 08:21
조회
27
추천
0
글자
12쪽

쇼핑

DUMMY

“정말이지 믿기가 힘들군..역시 이 일을 맡아줄 사람은 자네들 뿐이야.”


정훈은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젠이치를 노려보았다.


일종의 경고였다.


“..아까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했었지..”


단번에 정훈의 말 뜻을 알아차린 젠이치가 입을 열었다.


“뭔가? 말해보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전부 지원해주지.”


“돈.”


“돈? 그야 물론 주겠네. 그런데 갑자기 돈을 달라는 이유가..”


정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젠이치를 응시했다.


젠이치가 의뢰주 격인 사람이긴 했지만 동생을 붙잡고 자신들을 부린다는 점에서 모든 정보를 넘겨줄 생각은 없었다.


“..알겠네. 날 따라오게.”


젠이치가 몸을 돌려 천천히 걸어나가자 카케오가 황급히 옆을 따랐다.


곧이어 정훈과 주원도 그들을 따라나갔다.


카케오는 두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정훈과 주원을 흘깃 보더니 젠이치에게 조용히 귓속말로 말했다.


“설마 금고로 데려갈 생각이십니까?”


“왜 그러나?”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가 있겠습니까? 저놈들 생각보다 위험한 놈들입니다. 그냥 적당히 푼돈 정도 쥐어주면..”


“물론 위험할 수도 있지. 하지만..실험에 있어서는 그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분께서 바라시는 건 놈들에게 예상치 못한 상황을 최대한 많이 연출해내는 것일세.”


“······”


“문제가 생기면 본부 쪽에 연락하면 될 일이니..”


“..알겠습니다.”


젠이치와 카케오는 곧 여러겹의 보안이 걸쳐진 두꺼운 철문 앞에 다다랐다.


문은 비밀번호와 지문 인식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위쪽에 붙은 사이렌이 실패했을 경우에 생기는 일을 암시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안을 화려하게 채운 장식장과 금고 하나가 그들의 눈에 비쳐들었다.


장식장에는 오래된 골동품부터 꽤나 값어치가 나가 보이는 물건까지 젠이치의 수집품들이 한가득이었다.


젠이치는 가득히 쌓인 장식장을 무시하고 안쪽으로 들어가 캐비닛 크기의 금고를 비밀번호를 입력해 열었다.


안에는 두껍게 쌓인 고액 화폐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고 종전의 장식장에 있는 것과는 격을 달리 하는 수집품들이 진열되어있었다.


돈과 금속의 비릿한 냄새가 금고 속에서 진동해왔다.


젠이치는 금고 속에서 지폐를 몇 묶음 꺼내 정훈에게 건네며 말했다.


“족히 3000만 엔은 될 걸세. 필요할 때 쓰게.”


정훈은 놀란 기색도 보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 후 돈을 받아들어 주원과 함께 방을 나갔다.


카케오는 얼이 빠진 얼굴로 따지고 들었다.


“너무 많이 주신 거 아닙니까?”


“뭐 돈이야 얼마나 들든 상관없네. 자네도 알잖나? 일이 끝나면 이까짓 거 아무것도 아니란 걸 말일세.”


젠이치는 뒷짐을 지고 그저 두 사람이 빠져나간 문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


방으로 돌아온 정훈과 주원은 돈을 바닥에 내려놀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주원은 돈의 액수를 보고서 놀란 눈을 떴다.


“형! 도대체 이게 얼마야..? 그냥 이거 가지고 사람 고용해서 예린이를..”


주원이 흥분한 것과는 다르게 정훈은 표정이 더 어두워져 있었다.


“좀 냉정하게 생각해! 일이 생각보다 더 어렵게 됐어..”


“응? 무슨 말이야?”


정훈은 인상을 쓰며 바닥 쪽을 바라보더니 말을 쏘듯이 내뱉었다.


“이 동네에서 가장 작은 조직인데도 재력이 이 정도야..거리 안에서 돈을 벌어봐야 이 만큼은 나오지 않아. 아마..결탁한 외부 세력이 있는 거겠지..”


하지만 주원은 아직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훈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이 돈의 원래 주인들이랑 이 조직의 관계를 한 번 생각해보라고.”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주원의 표정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우리가 상대하려는 건 싸움만 할 줄 아는 그냥 조직이 아니야..”


한참이나 정적이 흐르고서 정훈은 숨을 깊게 내쉬었다.


“후..그래도 일단 계획은 그대로 실행해야겠지. 내일은 시내로 가보자.”


“시내에는 왜?”


“이 정도 돈에 맞춰서 준비를 하려면..그에 상응하는 곳으로 가야지.”


시간은 이미 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상당히 지친 상태였기에 정훈과 주원은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


“지부장님~지부장니임~.”


품에 서류철을 안은 정장 차림을 입은 에이코는 앙증맞은 목소리를 내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정기 보고 시간도 아닌데 왜 왔어?”


책상 앞에 앉은 덴은 에이코에게 잠시도 시선을 주지 않고 서류를 훑으며 펜으로 서명을 휘갈겼다.


덴이 무심하게 말을 던졌음에도 에이코는 여전히 하이 텐션으로 책상 앞으로 가 서류철을 내려놓았다.


“미안하지만..추가 서류라면 저기 놔주겠어? 지금도 일이 너무 많아서 죽을 지경이야. 그렇게 바로 들이대면 심장마비 올지도 모른다고..”


덴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고는 옆을 가리켰다.


“물론 평범한 서류였으면 그랬겠지만 중요한 일이라서요. 바로 확인부탁드립니다.”


덴은 무심하게 서류철을 들어 내용을 살폈다.


그리고 그대로 시선을 굳혔다.


“일전에 쿠리카와카이에서 보고한 거래 기억나시죠?”


“그래..한국에서 새 조직원을 들여온다고 했었지..”


“그 녀석들 소재가 나왔는데 출처를 한 번 확인해주세요.”


덴은 시선을 아래로 내려 서류 끝부분에 있는 문양을 확인했다.


파릇하게 피어난 두 개의 월계관 그 사이 신전의 기둥처럼 우뚝 솟은 알파벳 ‘I’가 눈에 들어왔다.


“본부에서 온 문서라고..?”


“네..아무래도 평범한 놈들이 아닌 것 같아요.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덴은 서류철을 힘없이 책상에 내려놓고 가만히 두 남자의 프로필을 응시했다.


*


이튿날 두 형제는 휴게실에서 컵라면 하나를 비운 뒤에 계획에 필요한 물품 구매를 위해 공용 사무실을 찾았다.


포털사이트를 한참 뒤지던 정훈이 손을 멈추고 몸을 일으켰다.


“형, 왜 그래?”


“어디로 가야 할지 정했어.”


“어딘데?”


마우스가 가리키고 있는 백화점은 마치 20세기 후반의 극장을 연상케 하는 웅장한 건물이었다.


성벽처럼 우뚝 솟은 백화점 건물은 지극히 현대적인 느낌의 주변 풍경에도 전혀 이질감 없이 조화롭게 맞아들었다.


눈을 얇게 뜨고 사진을 보던 주원이 고개를 돌려 정훈을 보았다.


“근데 가는 길은 알아?”


“그건 몰라도 돼. 택시 타고 갈 거니까.”


“돈 생겼다고 바로 그렇게 써도 괜찮은 거야?”


주원이 정훈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았으나 정훈은 장난기 하나 없이 진지한 눈빛이었다.


“뭣하면 네가 길을 찾아보던가. 하지만..지금 중요한 건 시간이야. 일을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예린이가 무사할 가능성이 커져.”


주원은 뻘쭘해져 곧바로 시선을 돌려 다시 백화점 사진을 응시했다.


“그나저나..백화점 한 번 크네..”


“필요한 물건 대충 빌려서 가자. 적어도 밤까지 도착하려면 좀 빠듯하니까.”


주원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사무실을 나가는 정훈을 바라보다 컴퓨터 전원을 종료하고 뒤를 따랐다.


*


사무실에 홀로 앉은 남자는 어두운 사무실에서 밝게 빛나는 화면을 보면서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드디어..첫 개시인가..과연 어떻게 나오련지..”


먼지가 한 톨이라도 떨어진다면 바로 눈에 보일 듯한 새하얀 장갑을 끼고서 남자는 펜을 들어올렸다.


끝부분이 누렇게 닳은 책을 펼쳐 백지 부분을 찾아내자 남자는 펜을 종이에 바짝 붙이고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가방을 어깨에 걸쳐 메고 힘이 느껴지는 발걸음으로 복도를 걸어 건물을 나가는 남자와 그 앞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무표정한 얼굴로 복도로 빠져나가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곧 두 사람이 시야에서 멀어지자 화면이 움직이더니 두 남자를 따라 복도를 빠져나왔다.


“흐음..어딜 가려는거지?”


남자는 펜을 손가락에 걸치고 양손을 깍지꼈다.


골목을 돌아돌아 다정하게 큰길로 나가는 두 사람을 보며 남자의 가슴에서 무어라 형언하기 힘든 묘한 감정이 일어났다.


*


정훈은 주원을 데리고 거리로 향했다.


본거지 밖으로 나온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조금 헤맸지만 길이 나뉘어질 때마다 더 큰 길을 따라가니 금방 시내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른 아침에도 약간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멀리 도로를 바라보자 잠시 뒤에 택시가 지나갔다.


정훈은 주원을 잡아서 도로 바깥쪽으로 나온 뒤 손을 흔들어 택시를 불러세웠다.


무언가의 순서를 어긴 것인지 아니면 억지로 틈을 비집고 나와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뒤에서 사람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택시에 올라탔다.


“네. 어디로 모실까요?”


백화점의 이름을 부르자 택시는 바로 자리를 떠났다.


“네~알겠습니다.”


택시가 백화점에 도착할 때까지 정훈은 잠시 눈을 붙였다.


일본에 오고서 생각이 많아져 피로가 쌓인 탓이었다.


도로를 달리는 덜컹거림이 느껴졌지만 시트의 촉감에 몸이 나른해져 정훈은 그대로 선잠에 빠졌다.


주원이 정훈을 깨웠을 때 이미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해 멈춘 상태였다.


“형. 도착했어.”


“으음..아아..”


“2,550엔입니다.”


정훈은 지폐 한 장을 내밀어 택시비를 계산한 후에 주원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화창한 햇살에 눈을 찌푸리면서도 정훈은 고개를 들어 앞에 우뚝 선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최상층까지 12층, 대형 백화점이라 불리는 데에는 손색이 없는 규모였다.


건물 앞쪽은 꽤나 고전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었기에 건물이 지어질 당시의 시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관리를 잘 받은 탓인지 낡은 흔적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 특유의 고풍스러움이 백화점의 격을 알려주는 듯 했다.


한참이나 건물 외벽을 바라보던 정훈은 고개를 아래로 내리고 주원을 끌어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밝게 빛나는 조명과 그라데이션 무늬가 아름답게 새겨진 대리석 바닥은 이따금씩 건물을 지탱하는 두꺼운 기둥의 인테리어와 멋들어지게 어우러져 구경하는 손님들로 하여금 저마다 감탄을 자아냈다.


정훈은 행복해보이는 사람들의 표정을 씁쓸하게 무시하며 로비 중앙에 섰다.


“..근데 뭐부터 사야될지 모르겠군.”


“우선 옷부터 사야하지 않을까?”


정훈은 벽면 한쪽에 붙어있는 커다란 안내도를 발견하고 훑어보았다.


“음..남성 패션은 5, 6층이라..뭐 가보면 알겠지.”


정훈은 주원을 잡아끌고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향했다.


구조적으로 안정감이 느껴지는 매장들과 화려하지만 과하지 않은 장식들, 수많은 브랜드에 놀라는 기색도 없이 정훈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브랜드 매장을 찾아디니다 한 매장 앞에 멈췄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 옷 좀 골라올 테니까.”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안쪽으로 들어간 정훈은 눈 깜짝 할 새에 옷 두 벌을 손가락에 걸치고 들어왔다.


“입어.”


“어?”


말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자 정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재차 옷을 들이밀었다.


주원은 ‘앗’하며 정훈의 손에 걸린 옷을 잡아채 급하게 피팅룸으로 향했다.


“안 불편하냐?”


“어..크기는 맞는 것 같은데..”


“그럼 됐어.”


정훈은 주원이 피팅룸에서 나오자마자 가져온 옷을 받아들고서는 아까 가져왔던 또 다른 한 벌의 옷과 함께 계산대로 직행했다.


“70만 엔입니다.”


점원이 카드를 달라는 뜻으로 손을 내밀었으나 정훈은 가방에서 지폐 뭉치를 꺼내 건넸다.


점원은 순간 당황했으나 이내 돈을 떨떠름하게 받아들었다.


“저..혹시..”


“포인트고 회원이고 아무 것도 없으니까 나머지는 됐어.”


매몰차게 말하고서 정훈은 주원과 함께 매장을 빠져나왔다.


얼마간 또 백화점을 돌아다니던 정훈은 또 다른 매장으로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선량한 악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정복 NEW 20시간 전 4 0 12쪽
27 함정 24.09.16 9 0 12쪽
26 강제 진압 24.09.15 7 0 11쪽
25 길거리 강도 24.09.14 7 0 12쪽
24 결자해지(結者解之) 24.09.13 11 0 12쪽
23 심문(2) 24.09.12 11 0 11쪽
22 심문 24.09.11 9 0 12쪽
21 성동격서(聲東擊西) 24.09.10 10 0 12쪽
20 밀회 24.09.09 11 0 12쪽
19 준비 24.09.08 11 0 12쪽
18 작전 24.09.07 14 0 11쪽
17 침투 24.09.06 12 0 11쪽
16 시험 24.09.05 14 0 11쪽
15 재회 24.09.04 15 0 11쪽
14 스승 24.09.03 21 0 12쪽
13 경고 24.09.02 15 0 12쪽
12 계약 24.09.01 16 0 12쪽
11 공성전 24.08.31 17 0 12쪽
10 데뷔전 24.08.30 17 0 11쪽
9 태동(胎動) 24.08.29 19 0 12쪽
8 심문 24.08.28 22 0 12쪽
7 발각 24.08.27 23 0 12쪽
6 잠입 24.08.26 24 0 11쪽
» 쇼핑 24.08.25 28 0 12쪽
4 화끈한 신고식 24.08.24 36 0 12쪽
3 탐색 24.08.23 45 0 11쪽
2 부탁 아닌 부탁 24.08.22 130 0 12쪽
1 부당한 거래 24.08.21 67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