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악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불량학생
그림/삽화
초코와플
작품등록일 :
2024.08.16 14:56
최근연재일 :
2024.09.17 09:03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625
추천수 :
1
글자수 :
146,193

작성
24.08.28 08:08
조회
22
추천
0
글자
12쪽

심문

DUMMY

*


“어서오세요.”


바텐더는 정훈과 주원이 들어오자마자 바 안쪽의 공간으로 곧바로 안내했다.


“어서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어제와 같은 자리에 앉은 정훈이 바텐더에게 물었다.


“표정이 밝은 걸 보니 구했나 봐?”


“그럼요~”


애교스런 목소리로 자신 있게 대답한 바텐더는 테이블 위에 두툼한 갈색 서류 봉투를 올려놓았다.


정훈은 바텐더를 흘겨 보고서는 봉투를 찢어 안을 확인해보았다.


수십 장은 되어 보이는 서류가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무기로 쓰기에는 더할 나위 없어 보이는 양이었다.


“아마 주요한 정보는 모두 담겨있을 거에요.”


정훈은 바텐더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협조해줘서 고맙군.”


그 말을 들은 바텐더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눈을 뜨며 정훈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뒤로 한 채 정훈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럼 이만..”


“잠깐만요!”


“왜 그러지?”


“저..이름 정도는 알려주시지 않겠어요? 아, 전 에리카라고 해요.”


정훈은 잠시 망설였다.


이미 일이 다 끝난 판국에 이름은 알아서 어디에다 쓰려는 거지?


“음..내 이름은 고베 가타쓰, 이 뒤에 있는 녀석은 사쿠오 준지다.”


에리카는 입가에 웃음을 띄며 그 이름을 새겨들었다.


“내일도 오실 건가요?”


“글쎄..볼일이 끝나서 당분간은 올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그 말을 들은 에리카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지 말고 내일은 서비스 해드릴 테니까 들러주세요. 네?”


에리카가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정훈은 그 눈에 한 사람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언젠가 여동생이 간식이 먹고 싶을 때면 저런 표정을 지으며 조르곤 했었다.


약간의 씁쓸함을 머금고 정훈이 입을 열었다.


“..알겠어.”


그제서야 에리카는 표정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


가게를 나와 서류 뭉텅이를 품에 안고서 숙소로 돌아온 정훈과 주원은 침대에 누워 바로 자고 싶었지만 쉴 틈도 없이 서류에 쓰인 내용을 확인했다.


앞 부분 내용의 대부분은 가부키초와 그 외에 일본에서 영역으로 두고 있는 가게의 이름과 보호비 납부일이 기록되어있었다.


서류를 몇 장 더 넘기다가 한 페이지에서 시선이 멈춰섰다.


“음..?”


사람의 명단과 엔화 금액이 기재된 리스트였다.


원금과 이자가 분리된 것으로 보아 채무자 명단인 것 같았다..


하지만 평범한 고리대금업이라기에는 채무자의 자산 현황이 함께 기록되어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정훈은 혹시나 싶어 서류를 몇 장 더 넘겨보았다.


그리고 ‘VIP리스트‘ 라는 타이틀의 서류를 발견했다.


곧 서류에서 한 사람의 이름에 의식을 고정했다.


’오리아스 케베‘


몇 번인가 들어본 이름에 정훈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마침내 길을 지나가며 뉴스에서 그 이름을 봤던 사실을 떠올려냈다.


그의 기억으로 케베는 분명 현 일본 내각의 의원이었다.


내각 안에서 뿐만 아니라 외교 쪽으로도 일을 벌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곧잘 화제에 오르던 인물이었다.


“이거 봐라?”


*


에리카는 한동안 두 사람이 떠난 입구를 바라보았다.


처음 봤을 때는 그저 돈 자랑만 할 줄 아는 별 볼일 없는 사람들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강단 있는 행동과 거침없는 말들은 에리카로 하여금 무언가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앞으로 계속 붙들어 놓을 수만 있다면 가게 매상은 물론이고 조직에 납부하는 보호비 걱정도 사라질 것에 틀림없었다.


마음속에 기대를 한가득 품고서 남은 시간 동안 장사를 하기 위해 술을 꺼내려던 그때였다.


에리카의 뒤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나지막히 울려왔다.


“조직 안에..도둑고양이가 있었군..”


에리카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정장을 입은 사나이가 둔기를 든 무리와 함께 그곳에 서있었다.


에리카가 그대로 굳어 말을 잇지 못하는데 정장을 입은 험상궂은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까 사업 정보를 넘긴 두 놈은 누구지?”


순간 에리카의 피가 차게 식으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조직에서 온 사람들이 서류를 넘긴 사실을 알았으니 무사하지 못하리라는 점은 확실했다.


그러나 에리카는 도망칠 용기조차 이미 잃어버린 상태로 말을 잇지 못했다.


한동안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험상궂은 남자는 피식 웃었다.


“뭐, 상관없어.어이! 잡아서 그 놈이랑 똑같은 곳에 넣어둬.”


무리 중에서 한 남자가 튀어나와 둔기를 머리 뒤로 들어올렸다.


“꺄아악!”


에리카가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올려 둔기를 막으려 했지만 남자는 에리카의 손을 강제로 밀치고 둔기를 그대로 내려쳤다.


바닥에 쓰러진 에리카가 아무런 반응도 없이 붉은 액체를 쏟아내자 남자는 주머니를 손에 넣고 옆에 선 야쿠자에게 말을 뱉었다.


“분명 내일도 여기 온다고 했었지?”


랴쿠자의 짧은 대답에 남자의 얼굴에 어렴풋이 미소가 떠올랐다.


*


“음..”


서류를 한 구석에 던져버린 정훈이 손가락으로 무릎을 톡톡 두드렸다.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다면 노리츠키, 케베, 자야카케구미는 삼각 교류를 통해 서로를 받쳐주고 있었다.


노리츠키는 일본에서 글로벌 대기업인 M사의 이사였는데 케베가 고리대금 사업을 운영할 비용을 대주고 의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노리츠키에게 이권을 보장해주면 노리츠키는 사업 정보와 시장의 정보를 케베에게 넘겨 케베가 부당하게 재산을 불리는 것을 돕고 있었다.


또 자야카케구미는 케베에게 받은 고리대금 자금을 이용해 노리츠키가 음지에서 벌이는 사업이나 정보망을 운용하는 것을 지원하는 대신 높은 이자를 받아내 케베에게 상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높은 이자를 받아내도 노리츠키가 케베와의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컸다.


게다가 케베에게 유통되는 자야카케구미의 자금은 한 번의 유통으로 바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으로 돌린 다음 전달되어 자야카케구미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생기는 것을 피하고 돈을 세탁하고있었다.


이 정도라면 다행이지만 이런 네트워크가 수십 개는 더 있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가부키초의 가게들로 경시청의 시선을 돌린 다음에 뒤에서는 고리대금을 통한 불법 자금을 메인으로 세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매 문서의 서명란이나 확인란마다 알파벳 I자에 월계관을 감싼 듯한 문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본거지의 위치를 모르는 시점에서 더 움직이긴 힘들었다.


정훈이 침대에 앉아서 고민만 하고 있자 주원이 말을 걸었다.


“급하게 생각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은데..좀 여유를 두고 생각해보자.”


정훈은 서류들을 내려놓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어찌 되었건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얻어낼 방법이 필요했다.


*


에리카는 몽롱한 정신을 어떻게든 붙잡아 간신히 눈을 떴다.


머리는 욱신거렸고 눈앞은 흐릿했다.


겨우 숨을 들이켜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사방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어딘가에 묶여있는 듯 했다.


몽롱한 정신으로 안을 자세히 둘러보려는데 앞쪽의 좁은 통로에서 구두 굽 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에리카의 손에 땀이 배어나와 미끌거리기 시작했고 심장이 요동쳤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에리카는 또각거리는 소리의 주인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잠시 뒤 발걸음 소리가 멈추자 탁하고 무언가를 켜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순간에 번뜩인 섬광에 에리카는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흐응~깨어있었구나.”


힘겹게 눈을 떠서 위를 올려다보자 그 앞에 검은 옷을 입고 팔짱을 낀 여자가 눈에 비쳤다.


시선을 집중해 상대를 자세히 확인했다.


식별을 끝낸 순간 에리카는 작게 입을 벌리고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눈 앞에 선 여자는 바로 가부키초 야쿠자 조직의 두목 중 하나인 요코였다.


에리카는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도저히 목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았다.


마치 브레이크를 걸어 놓은 것처럼 에리카의 목소리는 완전히 잠긴 상태로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용 쓰지 마.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그러면 나중에 힘들텐데..”


요코는 천천히 에리카에게 다가가 오른손으로 그녀의 볼을 감싸며 미소 지었다.


그러나 에리카가 긴장을 풀지 못하고 동공을 떨자 이내 표정을 구겼다.


그리고는 잭나이프를 꺼내 에리카의 얼굴을 그었다.


예리한 날붙이가 날카롭게 피부를 베어나가는 감각과 함께 붉은 선혈이 흘러내리자 에리카는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아악!!“


요코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고는 잭나이프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리고는 피가 묻는 것을 신경도 쓰지 않고 에리카의 볼에 다시금 손을 올렸다.


“내가 하는 질문에..똑바로 대답해. 알겠니?”


에리카는 완전히 겁에 질린 눈동자로 요코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코는 한숨을 내쉬고는 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인 다음 입에 물었다.


필터를 깊게 빨아들여 숨을 한 번 내뱉자 희뿌연 연기가 에리카의 얼굴을 덮으며 독한 냄새가 그녀의 코를 자극했다.


요코는 눈을 가늘게 떠 연초를 음미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에리카 대답해. 우릴 배신한 이유가 뭐야?”


대답이 바로 생각나지 않았던 에리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나 요코는 잠시의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에리카···내가 지금 장난치는 걸로 보여? 경고를 줘야겠는데..?‘


요코는 아까 썼던 잭나이프를 주워들며 그대로 에리카의 허벅지에 꽂았다.


에리카는 살이 찢어지는 고통에 울부짖었다.


그게 시끄러웠는지 요코는 에리카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예상치 못한 일격에 에리카는 한 번 숨이 멎을 뻔 하며 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래. 이제 좀 조용하네. 다시 물어볼게. 왜 우리를 배신했어?”


에리카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급하게 말을 쏟아냈다.


“배신한 게 아니에요..!”


대답 직후에 요코는 헛웃음을 터뜨리다가 이내 표정을 굳혔다.


“배신이 아니라고..? 에리카..조직의 주요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게 배신이 아니면 도대체 뭘로 설명할 수 있지?”


에리카는 잠시 우물거리다 말을 이었다.


“요코 언니랑 사업을 하는 사이라고 얘기해서..그래서 정보를 넘겨줬던 거에요..”


“사업..? 요즘에는 경시청 쪽에서 독이 바짝 오른 상태라 일을 안 벌리고 있는데?”


그 말에 에리카는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 머리가 멍해졌다.


요코는 다시 필터를 빨아들이고는 질문을 이어갔다.


“..그 두 녀석..이름이 뭐야?”


“그..고베 가타쓰와 사쿠오 준지라는 이름이었는데..”


요코는 찬찬히 이름을 곱씹어보다 입술을 뗐다.


“흐음..그런 녀석들은 모르는데?”


당황한 에리카는 말을 더듬으며 대답을 해나갔다.


“하지만..조직 이름도 정확히 알고 있었고..무엇보다도..언니 이름을 알고 있었어요.”


“내 이름을?”


요코는 골똘히 생각을 하다 겨우 알겠다는 듯 피식 웃었다.


“..혹시 그 녀석들인 건가?”


에리카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는지 의아한 표정이었다.


“아냐 넌 몰라도 돼. 그것 보다도 배신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겠지? 아무나 있으면 와 봐.”


입구 쪽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야쿠자 하나가 요코에게 와서 섰다.


“부르셨습니까?”


요코가 에리카를 가리키며 말했다.


“쟤 배신자야.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


“야쿠자는 곧 고개를 끄덕이더니 에리카를 의자 채로 들어서 안쪽으로 데려갔다.


에리카는 살려달라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애원했으나 요코는 시끄럽다는 듯이 야쿠자에게 빨리 데리고 가라고 손짓을 했다.


“흐음..그 녀석들 최근에 ICS놈한테 들은 녀석인게 분명해. 쿠리카와카이의 그 노인네가 여기 한 번 먹어보겠다고 한국에서 데려온 애송이들. 샵에 애들을 배치해 둬야겠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선량한 악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정복 NEW 20시간 전 4 0 12쪽
27 함정 24.09.16 9 0 12쪽
26 강제 진압 24.09.15 7 0 11쪽
25 길거리 강도 24.09.14 7 0 12쪽
24 결자해지(結者解之) 24.09.13 11 0 12쪽
23 심문(2) 24.09.12 11 0 11쪽
22 심문 24.09.11 9 0 12쪽
21 성동격서(聲東擊西) 24.09.10 10 0 12쪽
20 밀회 24.09.09 11 0 12쪽
19 준비 24.09.08 11 0 12쪽
18 작전 24.09.07 14 0 11쪽
17 침투 24.09.06 12 0 11쪽
16 시험 24.09.05 14 0 11쪽
15 재회 24.09.04 15 0 11쪽
14 스승 24.09.03 21 0 12쪽
13 경고 24.09.02 15 0 12쪽
12 계약 24.09.01 16 0 12쪽
11 공성전 24.08.31 17 0 12쪽
10 데뷔전 24.08.30 17 0 11쪽
9 태동(胎動) 24.08.29 19 0 12쪽
» 심문 24.08.28 23 0 12쪽
7 발각 24.08.27 23 0 12쪽
6 잠입 24.08.26 24 0 11쪽
5 쇼핑 24.08.25 28 0 12쪽
4 화끈한 신고식 24.08.24 36 0 12쪽
3 탐색 24.08.23 45 0 11쪽
2 부탁 아닌 부탁 24.08.22 130 0 12쪽
1 부당한 거래 24.08.21 67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