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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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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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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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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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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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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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경고

DUMMY

“...뭐?"


정훈은 팔을 교차시키고는 인상을 구겼다.


“하아..아무래도 하나도 안 들으신 것 같군요..각 조직에는 ICS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투입시킨 정보원이 있어요.”


“그런 말을 어디서 들었지?”


“전에 컨퍼런스 때 결정된 사안이에요. 더 효율적인 질서 유지에 조직의 정보가 필요하다는 핑계로 말이에요.”


“이런 단체에 컨퍼런스 같은 것도 있나? 웃음이 나는군.”


“네..컨퍼런스는 매년 각 국가의 지부에서 열리는 로컬 컨퍼런스와 3년에 한 번 씩 열리는 내셔널 컨퍼런스가 있어요. 모든 지부의 지부장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거죠. 내셔널 컨퍼런스에서 큰 목표가 정해지면 3년간 각 지부마다 목적 달성을 위해 조직마다 지령을 내리고 로컬 컨퍼런스로 점검을 해요.”


“그래서 지난 컨퍼런스 때 정해진 사안이 각 조직마다 정보원을 투입한다는 거였다는 건가?”


“네 정확해요.”


“그러면 정보원을 통제해서 유출을 막으면 되는 것 아닌가?”


“정보원들은 ICS에서 직접 각 조직에 비밀리에 침투 시켰어요. 그래서 조직에 정보원이 있는지는 알아도 누군지는 몰라요. 게다가 ICS직속인 만큼 실력도 출중할 거구요.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행동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에요.”


“..참고하지. 어쨌든 내일 다시 찾아오겠어. 그때까지 정보상과의 일정을 잡아줘.”


“네 걱정마세요.”


대화를 마친 정훈은 등을 돌려 조용한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ICS에 대해서 많은 점을 알 수 있었지만 많은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ICS에 대한 정보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조직이 어째서 자신과 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깊어져만 갔다.


*


“지부장님~!”


에이코가 멀리서 달려오며 덴을 불렀다.


“음? 무슨 일이지?”


“아무래도 정훈이 왕하위와 접촉을 시도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그 정보상과? 이유는 파악했나?”


“아직 거기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야카케구미를 무너뜨린 전적으로 봤을 때 우리한테 좋은 일인 것 같지는 않아요..”


“나도 동감이야..하지만 추측만으로 손을 댈 수는 없잖아?”


덴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팔을 톡톡 두드렸다.


잠시 고민하던 에이코는 금새 밝은 표정으로 띄우고서는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럼 경고도 할 겸 직접 데려와서 물어보는 게 어떨까요?”


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가락으로 턱을 문질렀다.


“그 녀석을 데려오려면 꽤나 실력있는 친구한테 맡겨야겠는데...”


“..테츠야 님은 어떨까요?”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굴리던 덴이 미소를 떠올렸다.


“확실히 그 녀석이라면 일을 잘 처리할 수 있겠네..좋아 그렇게 해봐.”


“확실히 들었습니다. 바로 전달하도록 할게요.”


덴은 그 모습에 귀여워하며 상냥한 웃음을 지은 채 에이코를 쓰다듬었다.


에이코는 입을 작게 벌리고 볼을 살짝 붉히더니 도망가듯이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


정훈은 길을 걸으며 생각을 잠겼다.


자야카케구미의 커넥션이 넓다는 점은 확실히 무기가 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그만큼 중간에서 정보가 새어나갈 가능성도 크다는 뜻이었다.


요코의 말대로라면 이미 자신이 자야카케구미를 먹은 사실을 ICS에서는 알 수도 있었다.


만약 이미 대응을 준비하고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면 앞으로 움직이기 곤란해진다.


ICS가 자신에 대해 알고 있다면 자신 역시 ICS의 지부와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한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정훈은 길을 걷던 사람과 부딪혔다.


정훈은 대충 고개를 한 번 숙이고는 남자를 지나쳐 옆으로 비켜가려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남자는 옆으로 발을 옮기며 재차 정훈을 막아 섰다.


정훈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흉터와 날붙이에 베인 흔적, 어디로 보더라도 좋은 인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정훈이 다시금 옆으로 비켜서 지나가려하자 남자는 발걸음을 옆으로 옮겨 또 막아 섰다.


“..뭐냐?”


남자는 마치 로봇 같은 차가운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네가 정훈인가?"


정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전에 같은 사람을 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려보지 않아도 돼. 나도 널 보는 건 처음이거든. 난 츠케시라구미에서 지령을 받고 온 테츠야라고 해.”


요코의 설명에 의하면 츠케시라구미는 가부키초에서 조직들을 관리하는 ICS지부라고 했다.


“날 찾아온 이유가 뭐지?”


“흠..생각보다 차분하네..위에서 널 데리고 오라는 지령을 받았거든.”


정훈은 그 말을 듣고서 표정이 싸늘해지더니 곧 자세를 바꿔 남자의 행동에 대비했다.


“난 널 따라갈 의무도 마음도 없어.”


“흐음..그냥 지금 따라오는 게 훨씬 나을텐데.."


남자가 더 말을 이을 새도 없이 정훈이 먼저 튀어나와 움직였다.


정훈은 정확하게 발을 움직여 송곳을 찌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남자에게 주먹을 뻗었다.


그러나 이내 남자가 정훈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주먹은 허무하게 공기를 가를 뿐 타격감은 전해지지 않았다.


“..!”


곧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끝이다."


그 말을 끝으로 뒷목에 묵직한 충격을 느끼며 정신이 끊겼다.


제기랄, 츠케시라구미에서 자신을 잡으려고 보낸 사람이었다면 이미 자신에 대한 정보도 얼마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경계를 해야 했지만 후회를 하기에는 이미 늦은 때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정훈의 정신이 깬 곳은 마치 취조실 같은 곳이었다.


매직 미러처럼 보이는 유리가 벽 쪽에 나 있었고 책상 하나 정훈이 앉아있는 의자를 포함해 의자 2개, 그리고 앞쪽으로는 굳게 닫힌 철문이 있었다.


잠시 뒤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등장했다.


정훈은 남자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에 기억을 더듬자 금새 정답이 떠올랐다.


츠케시라구미의 구미초인 덴이었다.


“여어 깨어났어? 생각보다 오랫동안 자고있어서 얼마나 놀랐는데.”


정훈은 경계심을 신고서 입을 열었다.


“날 여기로 데리고 온 이유가 뭐냐..?”


깬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목에서 거친 쇳소리가 났다.


“음..네가 요즘 하도 난동을 피우길래 왜 그러는지 궁금해서 따끔하게 경고도 할 겸 데려왔지.”


덴은 천천히 걸어와 의자를 빼서 앉았다.


“우선 첫 번째 질문! 너..자야카케구미에는 왜 쳐들어간 거야?”


조직과 연관돼서 자신의 개인적인 사정까지 불어버리면 아예 빠져나가지 못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한국에서 있을 때 나름 날아다녔어. 일본으로 넘어오고 난 후에 내 실력이 여기서도 얼마나 통하는지 궁금해서 그랬던 것 뿐이야.”


다행히 자신의 개인적인 정보까지는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음~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럼 두 번째 질문! 왕하위하고는 왜 만나려는 거야?”


순간 숨이 막혀오는 답답함을 느꼈지만 정훈은 내색하지 않았다.


“그놈 말인가? 여기 와서 자야카케구미 덕분에 돈 좀 만지게 됐거든. 그렇다고 여기에 있는 가게에서 놀기에는 격이 떨어져서 말이지. 그런 사람이라면 상류층들이 즐기는 그런 유희도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덴의 인상이 단숨에 찌그러지며 정훈을 노려보았다.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제대로 대답 안 하면..”


그러자 정훈은 작위적인 웃음을 꾸며내며 덴의 말을 잘랐다.


“그런 재미도 모르는 양반이라니 불쌍하기 짝이 없군. 혹시 뭐 몸에 이상이 있나?”


덴은 얼마간 정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이윽고 덴은 정훈에게 다가와 그의 얼굴을 잡았다.


그리고 점점 손에 힘을 주며 정훈의 얼굴을 쪼갤 듯이 압박하는데 갑자기 책상 한 켠에 놓인 팩스에서 문서가 올라왔다.


정훈에게서 손을 떼고 팩스를 확인한 덴은 곧 한숨을 내쉬며 정훈을 바라보았다.


“..다음에 또 이러면 이 정도로는 안 끝날 테니까..알겠어?"


정훈은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대충 끄덕거렸다.


덴은 그 모습을 보고선 정훈에게 다가와 결박해 놓은 끈을 풀어주었다.


“..그만 가봐. 행동 조심하라고..”


정훈은 밖에 있던 야쿠자의 안내를 받아 유유히 건물을 빠져나왔다.


덴만이 오로지 의자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에이코가 들어와 말을 걸었다.


“뭐 좀 알아내셨나봐요? 풀어주신 걸 보니..”


“아니 뭐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속내를 전혀 알 수가 없어. 어린데도 이런 상황 대처에 아주 능숙하더라고.”


“그럼 처리라도 하셨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덴은 말 없이 품에 있는 문서를 꺼내 보여주었다.


에이코는 눈이 살짝 커지더니 곧 반응을 보였다.


“흐음..그렇군요. 저 녀석 운이 좋네요.”


덴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서에는 요즘 인터폴과 경시청의 감시가 심해졌으니 당분간 처리는 행하지 말라고 적혀있었는데 문서 아래쪽에는 ICS의 문장이 찍혀있었다.


*


길을 걷는 내내 정훈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테츠야를 상대했을 때 정훈은 그와의 압도적인 격차를 느꼈다.


자신의 공격은 전혀 닿지 않았고 상대방의 공격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겨우 자신 하나를 잡기 위해 그런 실력자를 보낼 수 있다면 조직 전체의 힘은 어느 정도일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결국 어떻게 되든 지금 상태라면 다른 조직을 모두 점령한다고 해도 츠케시라구미는 잡을 수 없다는 게 확실했다.


“···.”


그렇게 계속 걷다보니 어느새 가부키초의 변두리로 나와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중심지로 돌아가려던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혹시 돈 좀 있나?”


정훈은 자신을 부른 건가 싶어 뒤를 돌아보았다.


바지는 구멍이 숭숭 뚫린 허름한 차림새에 옷은 다 늘어져 가슴팍이 드러나 보였고 낡은 원형 모자를 쓴 사내가 서 있었다.


정훈은 그 자를 무시하고 그대로 돌아서려했다.


“이봐..돈이 있냐고 물었잖나..”


정훈은 얼굴에 순식간에 격자 무늬가 돋아나며 적대감을 드러낸 표정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안 그래도 생각할 게 많아서 열 받아 죽겠는데 이젠 파리 날리는 노숙자까지..?”


정훈은 눈에 살기를 띄우며 충동적으로 남자에게 손을 뻗었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노숙자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정훈의 손을 피한 뒤에 자신의 손을 뻗어 정훈의 턱 아래에서 멈추었다.


정훈은 그대로 몸이 얼어붙었다.


테츠야를 상대할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자신의 움직임이 읽히고 있다는 듯한 느낌.


남자는 빙그레 웃더니 정훈의 품에서 지갑을 꺼내들었다.


위장용으로 샀던 명품 지갑이었다.


위장용이었기 때문에 안에는 지폐도 낭낭하게 들어있었다.


“오호..꽤나 두둑한데? 잘 쓰겠네.”


정훈은 돌아서는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거..잠깐만 기다려봐."


“미안하지만 이건 못 돌려줘. 당분간의 내 생활비로 써야 하거든.”


“그게 아니라.. 방금 그 움직임은 도대체 뭐지? 마치..”


노숙자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내 대답했다.


“난 그냥 평범한 노숙자일 뿐이야."


정훈은 잠시 남자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당신한테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


남자는 귀찮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뭔데?"


“돈이 필요하다면 더 주지. 조건은 있지만..”


돈이라는 말에 남자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며 얼굴이 금새 밝아졌다.


“조건이 뭐지?”


“하루에 만 엔씩 줄 테니방금 나한테 한 거 가르쳐줘.”


남자는 잠시 턱을 매만지다 이윽고 결정을 내렸다.


“만 엔이라..나쁘지 않은 제안이지만 나는 귀찮아서 이만..”


“..5만 엔.”


“..언제 시작하면 되겠나?”


“지금 당장부터라도 괜찮다면야..”


“나 같은 사람이 무슨 할 일이 있겠어? 좋지 바로 따라오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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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정복 NEW 20시간 전 4 0 12쪽
27 함정 24.09.16 9 0 12쪽
26 강제 진압 24.09.15 7 0 11쪽
25 길거리 강도 24.09.14 7 0 12쪽
24 결자해지(結者解之) 24.09.13 11 0 12쪽
23 심문(2) 24.09.12 11 0 11쪽
22 심문 24.09.11 10 0 12쪽
21 성동격서(聲東擊西) 24.09.10 10 0 12쪽
20 밀회 24.09.09 12 0 12쪽
19 준비 24.09.08 11 0 12쪽
18 작전 24.09.07 14 0 11쪽
17 침투 24.09.06 13 0 11쪽
16 시험 24.09.05 15 0 11쪽
15 재회 24.09.04 15 0 11쪽
14 스승 24.09.03 22 0 12쪽
» 경고 24.09.02 16 0 12쪽
12 계약 24.09.01 16 0 12쪽
11 공성전 24.08.31 17 0 12쪽
10 데뷔전 24.08.30 17 0 11쪽
9 태동(胎動) 24.08.29 20 0 12쪽
8 심문 24.08.28 23 0 12쪽
7 발각 24.08.27 23 0 12쪽
6 잠입 24.08.26 24 0 11쪽
5 쇼핑 24.08.25 28 0 12쪽
4 화끈한 신고식 24.08.24 36 0 12쪽
3 탐색 24.08.23 46 0 11쪽
2 부탁 아닌 부탁 24.08.22 130 0 12쪽
1 부당한 거래 24.08.21 6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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