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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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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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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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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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그러자 아까 정훈이 옷을 사는 모습을 봤던 것인지 매장 입구에서 점원이 의도가 다분히 느껴질 정도로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맞아주었다.


“저희 매장에 방문하신 걸 환영합니다 고객님. 찾으시는 물건이라도 있으신가요?”


정훈은 무심하게 말을 툭 뱉었다.


“남자가 입을 바지 2개. 비싼 거로.”


그러자 점원은 알아들었다는 듯이 매장 안으로 뛰어들어가더니 행거 하나를 통채로 끌고 돌아왔다.


“고객님 이 상품은 어떠신지요?”


점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훈은 고개를 돌려 주원에게 눈빛을 보냈다.


“갈아입고 와. 크기 맞으면 대충 가져오고.”


그 말을 들은 주원은 정말이지 번개 같은 속도로 옷을 갈아입고 돌아왔다.


“헉헉..형..조금 작은 거 같아.”


“한 사이즈 더 큰걸로 결제하지. 가격이..”


“다 해서 52만 엔입니다!”


이번에도 카드를 달라는 뜻으로 점원이 손을 내밀었으나 정훈은 가방에서 또 지폐 뭉치를 꺼냈다.


“잔돈은 됐어.”


그러고서 정훈은 주원을 끌고나왔다.


뒤에서 점원이 무어라 외치는 듯 했으나 정훈은 깔끔하게 무시하고 이번에는 신발을 살 매장을 찾아다녔다.


“아니..형..제발 숨 좀 돌리고..헉헉.”


“시간 없다. 놓치면 그냥 혼자 갈 테니까 그렇게 알아.”


정훈은 에스컬레이터로 한 층 더 올라갔다.


이번에도 눈에 띄게 고급스런 매장을 찾은 정훈은 지쳐서 헥헥대는 주원을 끌고서 들어갔다.


“흠..여기서는 외투도 하나 장만하도록 할까.”


매장 안을 돌아다니던 정훈은 신발 2켤레를 골라 직원에게 물건을 가져오라고 한 다음 코트와 재킷도 각각 하나 씩 들고 왔다.


주원은 지친 채로 앉아서 신발을 신고 있었다.


“크기는 괜찮나?”


“아직 다 신지도 않았다고···”


주원은 투덜거리며 신발을 다 신고서는 걸어 보더니 다시 벗었다.


“응. 불편하지는 않···”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훈은 신발을 낚아채 계산대로 가있었다.


“308만 엔입니다.”


뒤에서 그 말을 들은 주원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하지만 정훈은 신경도 쓰지 않고 어김없이 또 가방에서 지폐 덩어리를 꺼내 계산할 뿐이었다.


그 뒤로도 수많은 명품 매장을 돌아다니며 안경, 지갑, 벨트 심지어는 속옷까지 구매했다.


“후우..이제 하나 남았나..”


“뭐?! 아직도 뭐가 남았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남았지. 역시..사치품이라고 하면 그거 아니겠나?”


칭얼대기 시작한 주원을 데리고서 정훈은 시계 매장으로 향했다.


“역시 명품이라고 하면 시계지.”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위장 가능할 것 같은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 정훈은 매장 안으로 들어가 이번엔 바로 계산대로 직행했다.


직원이 밝은 미소로 말했다.


“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지금 바로 가져갈 수 있는 물건 중에서 가장 비싼 걸로 하나 부탁하지.”


“..죄송하지만 저희는 주문제작이라 바로 내어드릴 수 있는 제품이 없습니다.”


정훈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직원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그럼 전시상품이라도 내줘. 시곗값의 1할을 인센티브로 주지.”


“안 됩니다! 그러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어쩌시려고..”


정훈은 종이와 펜을 꺼내 무언가를 슥슥 적어 건넸다.


“여기로 연락하면 문제가 생겨도 해결해줄 거야. 그리고 1할이 부족하다면 2할을 주지.”


직원은 주위를 경계하듯 둘러보더니 진열대에 중앙으로 향했다.


그리고 빛에 반사되어 번쩍이는 상품을 하나 꺼내서 가지고 왔다.


“380만 엔입니다.”


정훈은 정확히 76만 엔을 더 꺼내어 직원에게 쥐어주었다.


목적을 달성한 정훈은 매장을 빠져나와 다른 시계 매장으로 향했다.


“응? 시계 아까 샀잖아?”


“그건 내 꺼고 네 것도 있어야지.”


주원은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정훈을 따랐다.


매장으로 들어선 정훈은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시계를 장만했다.


어느새 쇼핑백으로 가득한 양손을 고쳐 잡고서 정훈은 주원을 보았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군. 이제 돌아가서..한 번 착용해보자고.”


“드디어 끝났다..”


백화점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해가 지고 밤이 되어있었다.


*


본거지의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주원은 침대에 누워 쓰러졌다.


그동안 정훈은 남은 돈을 세어보았다.


그렇게 사고도 아직 1426만 엔이나 남아 있었다.


“으아아..힘들어.”


재빨리 정리를 끝낸 정훈은 일어서며 말했다.


“쉴 시간 없어. 빨리 옷 갈아입어.”


“뭐? 바로 나가게?”


“그래. 옷 갈아입고 데뷔전을 치를 준비하라고.”


주원은 여전히 지친 기색으로 주섬주섬 몸을 일으켜 옷을 하나하나 갈아입었다.


정훈 역시 주원이 옷을 갈아입는 것을 확인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마침내 악세서리와 시계까지 풀장착한 두 사람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길거리를 나섰다.


*


“사장님 오늘의 백화점 매상입니다..”


직원이 긴장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내밀었다.


“음..오늘은 어쩐지 평소보다 좀 많은 것 같은데..무슨 일이 있었나?”


“저..그게..오늘 새로운 손님께서 방문하셨는데 말이죠..”


직원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브랜드와 결제 금액이 적힌 리스트를 내밀었다.


“세상에..이걸 오늘 하루 만에 혼자서 사갔단 말인가?”


“게다가 결제를 전부 현찰로 하셨다고..”


“뭐? 정말인가?‘


“어떻게 할까요?”


사장은 잠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기더니 곧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며 입술을 뗐다.


“음..예비 VIP명단에 올려놔..앞으로도 계속 방문하면 정식으로 모시자고. 이거야 원..”


사장은 리스트를 다시 한 번 확인해보았다.


매장에서 탑으로 군림하는 명품 매장들은 거의 한 번씩 다 들렀다 간 점이 눈에 띄었다.


이 정도면 일부러 이런 매장들만 골라서 들어갔다고 해도 믿을 수준이었다.


사장은 종이를 허탈하게 내려놓으며 손으로 눈을 꾹 눌렀다.


“다음번에는 더 입맛에 맞을 만한 제품을 미리 준비해놔야겠군..”


자신의 직감에 이 사람이 한 번 더 매장에 방문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


온갖 럭셔리 브랜드로 화려한 치장을 한 두 사람은 네온 사인으로 빛나는 가부키초의 거리에 들어섰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향락을 찾아 서성였으며 눈이 아플 정도로 빛나는 유흥가와 상점들은 제 존재를 과시하며 자극에 몸을 맡긴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는 주원의 등을 정훈이 툭 쳤다.


“긴장을 놓치지 마. 우린 여기 놀러 온 게 아니니까. 무덤덤하게 행동해.”


천천히 그러나 너무 조심스럽게는 보이지 않도록 발걸음을 적당히 재촉했다..


패션의 조화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차림새였지만 온갖 명품들을 착용하고 있었던 탓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 둘씩 몰려들었다.


번화가를 걷다 보니 어느새 자야카케구미의 구역에 도착한 두 사람은 발걸음을 더욱 늦추고 주변 가게들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러다 곧 근육이 우락부락하고 싸구려 양복을 적당히 걸친 사내와 정훈의 눈이 마주쳤다.


정훈이 눈을 피하지 않고 계속 남자를 응시하자 남자는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이윽고 남자가 정훈의 앞을 가로막고 서자 정훈이 먼저 짐짓 점잖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슨 볼일이지?”


남자는 처음 보인 인상과는 다르게 친절한 태도로 웃으며 정훈의 질문을 받았다.


“귀하신 분들께서 헤메고 계신 것 같으신데..뭐 도와드릴 거라도 있을까요?”


“아..”


정훈은 잠시 눈을 돌려 주원을 보았다.


멍하니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다시 시선을 돌려 남자에게로 향했다.


“여기에 놀만한 곳이 많다길래 왔는데 가게가 좀 많아야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서 말이야.”


“어떤 곳을 찾고 계십니까?”


“하아..요즘 몸이 좀 피곤해져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좋겠는데.”


남자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금방 음흉한 미소를 떠올렸다.


“두 분을 만족시켜드릴 만한 곳이 어딘지 알고 있습니다. 따라와주시죠.”


얼떨결에 야쿠자를 따라가면서 주원이 귓속말을 속삭였다.


“형..! 도대체 어쩌려고 그렇게 대답한거야..!”


“음..마땅히 둘러댈 말이 없어서 질러본 것 뿐인데. 걱정 마. 계획에 차질은 없을 테니까. 의외로 일이 잘 풀릴 만한 곳으로 데려다 줄 수도 있잖아?”


“퍽이나 그러겠네. 난 위험할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드는데?”


“뭐..일단 안내해 달라고 했으니 안 갈 수도 없고..”


주원은 길을 걸으며 내내 불안하다며 투덜거렸다.


정훈은 동생의 투정을 적당히 받아주며 남자를 따라 걸었다.


어느새 남자는 두 사람을 허름한 건물 앞으로 안내했다.


그러자 주원이 정훈의 허리를 쿡 찌르며 걱정을 쏟아냈다.


“이거 봐..이제 어쩔 거야?”


정훈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남자의 얼굴을 살폈다.


아까처럼 친절하게 웃어 보일 뿐 그다지 위험한 생각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남자는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가 지하로 향했다.


어두운 조명 3개만이 불안하게 깜빡거리며 지하를 비추고 있었다.


“들어갈 거야?”


주원이 새똥을 맞은 듯한 불쾌한 표정으로 정훈을 보았다.


정훈은 별다른 대꾸도 하지 않고 발걸음을 떼 남자의 뒤를 쫓았다.


“하아..정말..”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며 주원 역시 지하로 따라내려 갔다.


어두운 계단은 두 사람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시끄럽게 울려 댔다.


천장에서는 먼지가 조금씩 떨어져 두 사람의 코를 간질였다.


마침내 지하에 도착해 작은 유리문 앞에 도착하자 남자는 웨이터인 양 안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러고선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더니 다시 계단을 올라 그 자리를 떠났다.


정훈은 투명한 유리문으로 내부를 스윽 둘러보았다.


아까 보았던 허름한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는 제법 돈을 들인 태가 났다.


일렬로 깔끔하게 정리된 바에는 온갖 종류의 술이 있었고 꽤나 과감한 복장을 한 젊은 여성이 그 안을 지키고 서있었다.


조명은 보랏빛과 분홍빛을 띄고 있어서 왠지 모르게 이상야릇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흐음..과연 이런 곳으로 안내해 준건가..”


“왜? 뭐 하는 덴지 알겠어?”


정훈은 바 앞쪽으로 길게 난 복도를 가리켰다.


“저기 안쪽으로 나 있는 방들을 봐. 바에 있는 술잔 상태로 봐서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도 아무 소리도 안 들리잖냐. 그렇다고 이 가게를 저 여자가 혼자 운영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 말을 들은 주원이 어렴풋이 뜻을 이해한건지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렇다면 여기는 혹시 그렇고 그런..”


“뭐..그렇다고 추측해 볼 수 있겠군.”


“아악! 어떡할 거냐고!! 원래는 이런 데를 올 작정이 아니었잖아..”


“그래도 다양한 사람이 오가는 곳이니 문제는 없겠지.”


계속 입구에서 대화만 나누고 있자 바텐더가 입구 쪽으로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처음 뵈는 분 같은데 어쩐 일로 오셨어요?”


정훈은 눈을 몇 번 꿈뻑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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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정복 NEW 20시간 전 4 0 12쪽
27 함정 24.09.16 9 0 12쪽
26 강제 진압 24.09.15 7 0 11쪽
25 길거리 강도 24.09.14 7 0 12쪽
24 결자해지(結者解之) 24.09.13 11 0 12쪽
23 심문(2) 24.09.12 11 0 11쪽
22 심문 24.09.11 9 0 12쪽
21 성동격서(聲東擊西) 24.09.10 9 0 12쪽
20 밀회 24.09.09 11 0 12쪽
19 준비 24.09.08 11 0 12쪽
18 작전 24.09.07 13 0 11쪽
17 침투 24.09.06 12 0 11쪽
16 시험 24.09.05 14 0 11쪽
15 재회 24.09.04 15 0 11쪽
14 스승 24.09.03 21 0 12쪽
13 경고 24.09.02 15 0 12쪽
12 계약 24.09.01 16 0 12쪽
11 공성전 24.08.31 17 0 12쪽
10 데뷔전 24.08.30 16 0 11쪽
9 태동(胎動) 24.08.29 19 0 12쪽
8 심문 24.08.28 22 0 12쪽
7 발각 24.08.27 23 0 12쪽
» 잠입 24.08.26 24 0 11쪽
5 쇼핑 24.08.25 27 0 12쪽
4 화끈한 신고식 24.08.24 36 0 12쪽
3 탐색 24.08.23 45 0 11쪽
2 부탁 아닌 부탁 24.08.22 130 0 12쪽
1 부당한 거래 24.08.21 6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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