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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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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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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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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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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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DUMMY

얼마간 요코의 표정은 대리석을 세공한 것마냥 창백한 낯빛을 띄었다.


“..네?! 하지만 분명 당신은..”


“뭐..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말해 줄 수는 없어. 대신에 일이 성공한다면 확실히 보상해줄게. 난 조직의 자리에는 관심이 없어. 그러니까 젠이치가 사라지면 조직은 네가 운영해.”


요코는 그 말이 진담인지 아니면 떠보는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어쩌면 그저 가지고 놀기 위한 말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자야카케구미가 쿠리카와카이의 아래로 들어가게 생긴 지금 상황에 있어서 정훈의 제안은 그리 나쁜 것이 아니었다.


정훈은 요코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말을 잇지 않고 그녀의 입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요코는 잠시 정훈의 표정을 살폈다.


방금 조직에서 내려온 일을 성공했음에도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이었다.


요코는 잠시 고민하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관련 문서를 만들어줬으면 하는군.”


“지금 당장이요..?"


정훈은 재촉하 듯 고개를 까딱하며 책상 위의 컴퓨터를 가리켰다.


요코는 하는 수 없이 책상 위의 컴퓨터를 켜서 문서를 작업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을 가동해 문서를 작성해나가다 그 옆에 놓인 수화기를 받아들었다.


아래에 있는 놈들을 호출할까?


고개를 들어 정훈의 모습을 살피다가 눈이 마주쳤다.


요코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문서의 내용을 타이핑 했다.


손가락이 하나 사라졌기 때문에 타이핑이 상당히 불편했다.


그렇게 계약서, 요코의 싸인과 지장까지 받아낸 정훈은 짤막한 내용이 담긴 서류 두 장을 안고서 본거지로 유유히 돌아갔다.


*

책상에 앉은 남자는 미친 듯이 휘갈겨진 책을 놔둔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첫 실험은 기대 이상이었다.


"크크..역시..재밌어.."


남자는 서류를 받아 든 채 사무실을 떠나는 정훈의 모습을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화끈한 데뷔전이었다.


남자는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숨을 가다듬고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는 난잡하게 글씨가 흐트려진 책을 가다듬히 접었다.


*


요코는 상황이 종료되자 자신의 최측근들을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오늘부로 자야카케구미는 끝이야.”


눈을 동그랗게 뜬 마에즈가 되물었다.


다리에 붕대를 감고 휠체어에 앉은 채였다.


“뭐라구요? 하지만 올 걸 알고 미리 아셨잖습니까?”


“생각보다 더 영악한 녀석이었어. 확인해봤더니 에어컨 실외기를 떨어뜨려서 안에 있는 놈들을 밖으로 나오게 한 뒤에 그 틈에 2층 창문을 통해서 침입했더라니까?”


“..그래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서류를 통해서 조직 관리를 넘겨버렸으니..이제 완전히 쿠리카와카이의 일부나 다름없지. 근데 녀석이 신경 쓰이는 말을 했어.”


“무슨 말이었습니까?”


“삼각 교류를 자기 직속으로 돌려서 젠이치를 치겠다고 했어. 그 뒤에 생기는 젠이치의 빈 자리는 나보고 채우라고 했고.”


“속임수일 게 뻔하지 않겠습니까?”


“눈빛이나 분위기로 봐서는 진심인 것 같았어. 게다가 그 일로 따로 서류를 만들어서 내 서명과 도장까지 받아가던 걸?”


“..ICS에 이 일을 알릴까요?”


“아냐..일단 당장 우리한테 뭔 일을 저지를 것 같지는 않으니까 놔두자. 그리고 어차피 내일이면 정보가 샐 걸?”


“그건..그렇군요..도대체 쿠리카와카이는 무슨 생각일까요?”


“하아..그걸 알았으면 이렇게 고민할 필요도 없지..”


*


“그래 자넨가..내 자네 동생은 의사에게 치료를 받게 한 뒤에 눕혀 놓았네. 그런데 무슨 일인가?”


책상 앞에 앉아 일을 보던 젠이치가 시선을 돌려 정훈을 바라보았다.


정훈은 말없이 그에게 다가가 요코에게 받은 서류를 내밀었다.


자야카케구미의 모든 권한을 쿠리카와카이에 양도하겠다는 짤막한 내용이었다.


“이..이게 대체..자네 설마 벌써 자야카케구미를..?”


“거기에 서명만 하면 이제 자야카케구미는 쿠리카와카이 관할이야.”


젠이치는 서류의 내용을 눈으로 훑어보더니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역시 자네들은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구먼. 고작 3일 남짓한 사이에 조직 하나를 무너뜨리다니..”


“..그럼 이만 갈게."


정훈은 젠이치의 대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등을 돌렸다.


“그리하게! 다음 일도 기대하겠네.”


숙소로 돌아오니 주원은 머리에 붕대가 둘둘 말린 채로 누워서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괜스레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한숨을 내쉬었다.


정훈은 흐트러진 이불을 덮어주고는 조심스럽게 옆에 누워 눈을 감았다.


*


“지부장님? 지부장님!”


윤기가 흐르는 머릿결에 탱글탱글한 볼, 그리고 마치 흑진주처럼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두 눈을 가진 소녀가 잠을 자고 있던 덴을 깨웠다.


“으음..무슨 일이야? 에이코..”


“방금 내부 정보원한테 연락이 왔는데..자야카케구미가 쿠리카와카이 아래로 들어갔다는 소식입니다.."


그 말에 남아있던 잠이 달아난 덴은 침대에서 일어나 인상을 구겼다.


“..뭐? 자야카케구미가..? 어떻게 된 일이야?”


“그게..남자 한 명이 침입해서 요코를 제압했다고..”


“그 녀석..사진이 있나?”


“네..여기에 있어요..”


에이코는 들고있던 탭을 덴에게 내밀었다.


화면에는 정훈이 수풀 속에 숨어있는 사진이 나와 있었다.


“아니..? 이 놈은..?”


“..얼마 전에 쿠리카와카이에게서 받은 거래 보고서에 있던 놈이야..분명 이름이 정훈..이라고 했던가?”


"네..아마 맞는 것 같아요.."


덴은 잠시 복잡한 표정으로 사진 속의 정훈을 보았다.


어딘가 어두운 표정으로 거리를 빠져나오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었다.


본부에서 직접 연락이 온 녀석인 만큼 더 주의해서 관찰했어야 했다.


덴은 어지럽게 울려대는 머리를 식히려 사진을 내팽겨치고 몸을 일으켜 에이코에게 다가갔다.


"기껏 사무실까지 왔는데..어때?"


가까이 몸을 붙이고 손가락으로 턱을 들어올리자 에이코는 볼이 빨개지며 손사래를 쳤다.


“아으..일하는 중에 이러지 않으시기로 했잖아요..”


덴이 에이코의 허리를 한 손으로 끌어안았다.


“뭐..그랬던가?”


“정말..오늘 한 번만 이에요..”


*


정훈은 피로가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무언가를 준비했다.


“와..형은 피곤하지도 않아?”


주원은 얼굴에 붙였던 밴드를 떼어내며 말했다.


“한시라도 빨리 예린이를 되찾아야 해. 그리고 어제 좀 충격적인 소식을 들어서 말이야. 어쩌면 일이 좀 복잡해질 것 같거든.”


“무슨 소식을 들었길래.”


“넌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몸도 덜 나았을텐데 오늘까진 좀 쉬어.”


“형이 그렇게 열심힌데 내가 쉴 수 있겠냐고..”


“그 상태면 날 돕기 커녕 오히려 방해만 될 거야. 그러니까 내 말대로 오늘은 그냥 쉬어.”


“알겠어..알겠다고..”


정훈은 서류를 한참 뒤적이다 무언가 결심을 내린 듯 한 페이지에 시선을 집중했다.


“역시..다음은 여기뿐이야..”


정훈은 타겟으로 정한 조직의 이름에 빨간 동그라미를 치고서는 이름을 되뇌어 보았다.


“스바루노이구미..”


아침 식사를 마친 정훈은 곧바로 자야카케구미의 본거지 그러니까 이제는 쿠리카와카이 제 2거점이 된 곳을 찾아갔다.


발이 넓은 조직이었으니 스바루노이구미에 대한 정보를 알지도 모르겠다는 판단이 서서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야쿠자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전해 들었는지 정훈을 보고도 막아서지 않았다.


어느새 요코의 사무실 앞에 다다른 정훈은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요코는 깜짝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서 정훈을 바라보았다.


“놀랐나?”


“문을 그렇게 막 열고 들어오셨으니 그럼 안 놀랐겠어요? 그것보다 아침부터 찾아오신 이유가 궁금하네요."


어제 잘린 손가락 주변은 붕대가 두껍게 감긴 채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스바루노이구미의 정보를 갖고 있나?”


“..그건 뭐하시게요?”


“그건 네 알 바가 아냐. 정보를 갖고 있는지나 말해.”


“음..저희가 직접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보는 없어요. 그게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하지만..”


“하지만?”


“정보를 가지고 있을 만한 사람을 알고 있어요.”


“혹시..너희 네트워크로 거래를 하는 사람 중 한 명인가?”


“네..정확해요..”


“그래서 누구야?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놈이?”


“왕하위라는 사람인데요..”


“뭐야 중국인인가?”


“네..이 업계에서는 아주 유명한 정보상이에요.”


“나랑 연결 시켜 줄 수 있겠어?”


“바로는 안 돼요. 내일 다시 찾아오세요. 아마 바쁜 분이시라 일정이 좀 늦어질 수도 있어요.”


“그런가..쳇..늦어지는 건 곤란한데..”


“근데 이번에는 왜 그쪽 영역을 털어서 정보를 얻지 않죠?”


“같은 방법을 또 사용하면 ICS에 걸릴 수도 있잖아? 다른 방법을 사용하면 핑계라도 댈 수 있지 하지만 같은 방법이라면 빼도 박도 못한다고.”


“그렇군요..그나저나 저희 다음에 바로 스바루노이구미라니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려고 그러는 거에요?”


“뭐..이 참에 말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젠이치는 가부키초 전체를 발 아래에 둘 생각이야. 그거 때문에 일부러 내 동생과 나를 한국에서 데리고 왔지.”


“네?! 말도 안 돼요! 그건 지금 쿠리카와카이가 ICS의 위계질서에 도전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구요!”


“..무슨 의미지?”


“어휴..그런 것도 모르시는거에요..?”


“이봐 난 ICS에 대해서 어제 처음 들었다고. 근데 거기에 대해서 뭘 알겠어?”


“지금 가부키초에 6개의 조직이 점거하고 있죠?”


“그래. 우리 산하로 들어온 너희를 제외하면 6개지.”


“ICS는 그 규모에 걸맞게 각 국가마다 지부를 두어서 조직들을 관리하고 있어요.”


“근데?”


“이상하지 않아요? 원래는 7개나 되는 조직이 서로 붙어 있었는데 서로 마찰이 없었다는 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한 개의 조직이 중심이 되어서 ICS일본 지부 중의 하나라면 된다면 가능한 일이죠..”


“뭐? 설마..?”


“네..여기 조직들 중에서 유난히 큰 조직이 하나 있죠? 이름은 츠케시라구미. 그 조직의 구미초인 덴이 바로 ICS 가부키초 지역의 지부장이에요. 다들 ICS가 바로 옆에 붙어있는 거나 다름없으니 눈 밖에 나기 싫어서 마찰이 생기는 걸 꺼린 거구요. 다시 말하면 지금 쿠리카와카이가 벌이고 있는 짓은 ICS가 지지하는 음지의 질서를 더럽힘과 동시에 일본 지부를 무너뜨리는 것과도 일이에요.”


뜻밖에도 정훈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들이 일본으로 넘어온 거래에 관해 생각하고 있었다.


ICS가 조직 간의 거래를 관할하고 있다면 정훈과 주원 그리고 예린에 대한 일도 보고를 받았을 것이다.


국가마다 지부가 있다면 한국에도 지부가 있다는 뜻이고 한국에 있는 조직들의 정보를 낱낱이 꿰고 있을 것임에 분명했다.


그런데 ICS가 음지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도대체 왜 일본 음지의 균형을 깨뜨릴 수도 있는 정훈과 주원을 일본으로 넘기는 것을 허락한 것일까.


순간 정훈의 뇌리에 하나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만약 일반적인 조직들 간의 거래가 아니라 ICS 전체와 관련된 일이라면?


정훈은 등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이 추측이 사실이라면 모든 게 납득이 된다.


하지만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서?


정훈과 주원이 그만큼 ICS에 영향을 끼치는 인물들인가?


추측을 더해 갈수록 의문은 늘어만갔다.


게다가 정훈은 한국에 있을 때 조직의 2, 3인자 격은 되는 위치였다.


그런데도 ICS의 존재를 몰랐다는 건 조직에서 의도적으로 눈을 가렸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저..듣고 계세요?”


“응? 어..”


“ICS가 이미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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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정복 NEW 20시간 전 4 0 12쪽
27 함정 24.09.16 9 0 12쪽
26 강제 진압 24.09.15 7 0 11쪽
25 길거리 강도 24.09.14 7 0 12쪽
24 결자해지(結者解之) 24.09.13 11 0 12쪽
23 심문(2) 24.09.12 12 0 11쪽
22 심문 24.09.11 10 0 12쪽
21 성동격서(聲東擊西) 24.09.10 10 0 12쪽
20 밀회 24.09.09 12 0 12쪽
19 준비 24.09.08 12 0 12쪽
18 작전 24.09.07 14 0 11쪽
17 침투 24.09.06 13 0 11쪽
16 시험 24.09.05 15 0 11쪽
15 재회 24.09.04 15 0 11쪽
14 스승 24.09.03 22 0 12쪽
13 경고 24.09.02 16 0 12쪽
» 계약 24.09.01 17 0 12쪽
11 공성전 24.08.31 18 0 12쪽
10 데뷔전 24.08.30 17 0 11쪽
9 태동(胎動) 24.08.29 20 0 12쪽
8 심문 24.08.28 23 0 12쪽
7 발각 24.08.27 24 0 12쪽
6 잠입 24.08.26 24 0 11쪽
5 쇼핑 24.08.25 28 0 12쪽
4 화끈한 신고식 24.08.24 36 0 12쪽
3 탐색 24.08.23 46 0 11쪽
2 부탁 아닌 부탁 24.08.22 131 0 12쪽
1 부당한 거래 24.08.21 6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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