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악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불량학생
그림/삽화
초코와플
작품등록일 :
2024.08.16 14:56
최근연재일 :
2024.09.17 09:03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634
추천수 :
1
글자수 :
146,193

작성
24.08.22 08:09
조회
130
추천
0
글자
12쪽

부탁 아닌 부탁

DUMMY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에 정훈은 다가오는 동생들을 멈춰 세웠다.


그러나 동생들은 곧 뒤를 막고있는 조직원들에게 가로 막혔다.


정훈은 조직원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주원에게 눈빛을 보냈다.


주원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자 정훈은 다시 시선을 박강태에게 옮겼다.


“우선 돈부터 보여주십시오.”


후쿠는 대열에 있는 야쿠자 하나에게 고개를 까딱했다.


그러자 야쿠자가 바닥에 있던 큰 가방을 들어 지퍼를 열었다.


그 안에는 얼마인지 세지도 못할 정도의 수많은 지폐가 들어있었다.


후쿠는 입꼬리를 올려 기분 나쁜 웃음을 지었다.


“물건부터 넘겨 주십시오.”


곧이어 박강태는 정훈과 그의 동생들로 시선을 돌렸다.


“저쪽 배로 넘어가시죠.”


동시에 정훈의 눈이 번뜩였다.


“지금이다.“


정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배 위는 정훈과 주원의 난동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두 사람은 뒤를 막고 있는 조직원들을 거침없이 때려눕혔다.


당황한 조직원들이 주먹을 뻗으며 저항했지만 실력의 차이는 명확했다.


순식간에 뒤를 막고 있던 조직원들이 전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정훈이 고개를 까딱하지 주원이 놀란 예린에게 다가가 등에 팔을 두르며 진정 시켰다.


정훈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박강태에게 다가가 무뚝뚝하게 노려보았다.


“나를 너무 만만히 봤군.”


그러나 박강태에게서는 일체의 당혹감도 드러나지 않았다.


“뭐 하는 겁니까? 참···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군요.”


박강태는 비틀어진 웃음을 지으면서 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냈다.


기다란 끝부분과 함께 방아쇠 위에 올라간 박강태의 손가락이 정훈의 눈에 들어왔다.


박강태는 천천히 손을 들어 정훈의 이마에 작은 구멍을 밀착시켰다.


“작작하고 그만 가지 그래? 지금 이 상황을 보고도 네가 유리한 거 같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원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예린은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정훈은 핏대를 세우며 박강태를 노려보았다.


조직은 2인자가 생기게 두지 않는다.


언젠가 버려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렇게 빠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세 사람의 표정을 본 박강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큭큭..표정들이 볼만하군. 이제 알겠나? 너희는 팔린 거다. 그러니 몸에 숨구멍 더 내기 싫으면 말로 할 때 저쪽으로 넘어가라고.”


결국 주원은 입술을 깨물고서 예린을 데리고 천천히 일본 배로 넘어갔다.


“···”


정훈 역시 불쾌한 기색을 내뿜으며 무거운 걸음을 옮겨 일본 배로 넘어갔다.


박강태는 품에 총신을 집어넣고 후쿠에게 시선을 옮겼다.


“이거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럼 돈을 이쪽으로 넘겨 주십시오.”


후쿠는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은 후 돈 가방을 박강태에게 건넸다.


박강태는 재빨리 돈 가방을 건네받고서는 웃음을 지었다.


“좋습니다. 이걸로 거래를 끝내도록 하죠.”


말을 마치자 박강태가 탄 배는 점점 일본 배로부터 멀어져갔다.


정훈은 멀어지는 배를 허탈하게 바라보다 양손을 꽉 쥐었다.


“..한국에 돌아갔을 때 조직이 남아있기를 바래야겠군.”


하지만 지금 정훈은 자신의 감정만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예린이 불안에 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훈은 예린의 옆으로 가 등을 토닥여주며 피식 웃어보였다.


“괜찮아. 별일 없을 거다. 늘 그래왔듯이..”


어느샌가 잠들어버린 세 사람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배가 도착한 상태였다.


날은 점점 밝아오고 있었다.


배가 멈추고 야쿠자들이 먼저 내려서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잠시 제압하고 빠져나갈까 하는 고민을 했었지만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도망쳐봐야 금방 잡힐 게 뻔했기에 정훈과 동생들은 배에서 내려 남자들을 따라갔다.


야쿠자들은 점점 항구 안쪽의 으슥한 곳으로 가고 있었다.


거의 아침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구 뒤쪽에서는 불온한 느낌이 감돌았다.


예린이 정훈의 옷을 슬쩍 잡아당기더니 귓속말로 속삭였다.


“오빠···나..무서워..”


“괜찮으니까 옆에 딱 붙어있어.”


야쿠자들은 곧 멈추어 섰다.


“뭐..이쯤이면 괜찮겠지..”


후쿠는 주머니를 뒤적거려 휴대폰을 꺼내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된 것인지 후쿠는 일행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더니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상당히 굽신거리며 통화를 하는 것이 윗놈에게 연락을 취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몇 분쯤 지나자 후쿠가 전화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일행의 뒤쪽에서 수십 개의 발걸음 소리가 겹쳐 들렸다.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정훈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야쿠자 무리가 하나의 군집을 이루어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냥 야쿠자 뿐이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한 명 한 명의 손에 묵직한 둔기가 들려있었기에 그저 시선을 두는 것 만으로도 무리에서 일렁이는 적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정훈이 야쿠자들의 동선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뛰쳐들어갈 준비를 하는데 무리 사이로 2대 8 가르마에 옅은 갈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걸어나왔다.


후쿠와 함께 있던 남자들은 자세에 완전히 각이 잡히며 그 남자를 향해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남자는 인사에 반응도 하지 않고 정훈과 동생들을 보며 씨익 웃더니 같이 있던 야쿠자 무리에게 날카로운 어조로 소리쳤다.


“시작해라.”


그러자 아까까지만 해도 허리를 숙이고 있던 야쿠자 무리가 일제히 예린 쪽을 향해 번개 같이 달려들어 붙잡았다.


놀란 예린이 정훈을 향해 손을 쭉 뻗었으나 손가락도 닿지 않았다.


“오빠!!”


정훈과 주원이 요동치듯 동시에 외쳤다.


“예린아!!”


정훈과 주원은 곧바로 야쿠자들을 상대하려 주먹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귀를 찌르는 남자의 경고에 두 사람은 그 상태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 둘! 여자애를 다치게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만두는 게 좋을 거다.”


두 사람은 경직된 몸을 뻣뻣하게 돌려 남자를 보았다.


그러자 남자는 이마의 주름을 구부러트리며 야비하게 웃어보였다.


“그래, 그렇게 가만히 있어야 내가 얘기를 하지. 반가워 난 쿠리카와카이의 부두목인 아키바 카케오라고 해.”


정훈과 주원은 경계하는 눈으로 카케오를 바라보고서는 자세를 풀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긴장은 완전히 풀린 채였다.


“뭐..좋아.. 일단 진정한 것 같으니 아무나 거기 두 놈을 붙잡아. 워~워~ 저항하지는 말고.”


정훈과 주원은 삽시간에 저항할 새도 없이 팔을 붙들렸다.


정훈은 눈만 살짝 굴려 카케오를 노려보았다.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이제 어서 차에 태워서 가자고.”


야쿠자가 한 명 다가와 일행의 입에 테이프를 붙였고 그 상태 그대로 세 사람은 팔을 붙들린 채 끌려가 검은색 밴에 태워졌다.


야쿠자들이 계속 감시하는 통에 정훈은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밴을 타고 30분 즈음 달리자 차는 어느 건물 앞에서 시동이 꺼졌다.


그러자 야쿠자들은 세 명을 밴 밖으로 끌고 나왔다.


정훈은 끌려오는 와중에도 계속 시선을 돌려 동생들을 확인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던 예린이 시야에서 사라져있었다.


정훈은 고개를 돌려 이리저리 확인하며 예린을 찾았다.


그리고 겨우 어두운 복도 안쪽으로 따로 들어가는 예린의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만히 있어!”


계속 몸을 움직이는 게 저항하는 모습처럼 보였는지 정훈을 붙잡은 야쿠자가 정훈의 머리를 거칠게 젖혔다.


정훈은 마지막까지 예린의 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입에 있는 테이프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계속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긴 복도와 계단을 거쳐 도착한 곳은 넓은 사무실이었다.


사무실에는 ‘ㄱ’자로 생긴 나무 테이블이 고목 재질 특유의 고풍스러움을 풍기며 배치되어 있었고 그 앞에는 고급스런 검은색 가죽 소파가 평범한 사무실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며 듬직하게 놓여있었다.


소파에는 한 노인이 앉아 있었는데 긴 회색 수염에 반짝이는 두꺼운 금반지를 끼고 있었으며 짙은 남색의 비싸 보이는 양복을 입고 있었다.


야쿠자들은 노인의 앞으로 정훈과 주원을 무릎꿇렸다.


그리고 그제서야 입에 붙였던 테이프를 떼주었다.


가죽 의자에 앉아있던 노인이 입을 열었다.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네. 나는 ‘쿠리카와카이’의 두목, 미쓰나가 젠이치라고 함세. 음..자네들이 그러니까..어디 보자.”


젠이치는 자신의 책상에서 종이 한 장을 집어들었다.


“그래..여기 있군. 이름이..정훈..김주원..그래, 정훈 군과 김주원 군인가?”


정훈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눈을 굴려 젠이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궁금한 게 많은 건 알겠지만 자네들이 대답부터 해 줘야..”


“아까까지만 해도 자고 있던 사람을 끌고 와 놓고서는 친절한 태도를 바라는 건가? 여기 이러고 있지 말고 어디 가서 만담이라도 하지 그래.”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카케오는 인상을 팍 찌푸리더니 정훈의 등 뒤로 다가와 어깨를 걷어찼다.


그 충격에 별다른 방어도 취하지 못한 정훈이 옆으로 쓰러졌다.


“형!”


“이 자식이 지금 어디서 주둥아리를 놀려!”


그러나 정훈은 아픈 기색도 내지 않고 오히려 카케오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정훈에게 고통은 너무나도 익숙한 감각이었다.


“자네도 진정하게. 기껏 데려왔는데 망가지면 곤란하잖나.”


젠이치는 자신의 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자네 마음 잘 알았네. 그럼 지금 자네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지부터 알려주도록 하지.”


정훈은 몸을 일으켜 편한 자세로 고쳐 앉았다.


“자네들은 간단히 말해서 팔려온 신세일세. 몰랐겠지만 한국의 조직과 우리가 거래를 튼 지는 꽤 오래됐어. 서로 물건과 정보를 교환하던 와중에 자네들 이야기를 듣게 되었지. 아직 나이가 어린데도 벌써부터 싸움으로는 한국에서 따라올 놈이 없다고 그러더군. 그 얘기를 듣자마자 나는 우리 조직에 자네들이 새 활로가 되어줄 것이라는 걸 확신했네. 그렇게 해서 한국 조직과의 협상 끝에 거래가 진행된 걸세.”


정훈은 분노로 차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럼 여동생을 데려온 이유는 뭐지?”


젠이치는 눈웃음을 지으며 음흉한 표정을 얼굴에 띄웠다.


“자네가 동생을 아낀다길래 잡아두려고 데려왔네.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거든. 무사히 완수한다면 여동생을 풀어준다고 약속하지. 실패하거나 허튼 짓을 벌인다면 어떻게 될지는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네.”


부탁이라는 말 이면에 숨어있는 협박은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정훈은 몸을 일으키고서 손에 힘을 주며 허리를 세우고는 전혀 주눅 들지 않은 태도로 목소리를 냈다.


조건부에 따라 일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그 상황에서도 상대방에게 끌려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요구사항은?”


“우리는 가부키초를 거점으로 하는 조직이네. 하지만 겨우 영업장 몇 개를 운영하는 수준이지. 나는 이 조직을 먹이사슬 최정상에 올려놓고 싶네. 하지만 그러기엔 우리 조직의 영향력이 너무 부족하지. 해서 자네들이 가부키초에서 다른 야쿠자 조직의 거점을 모두 빼앗아 줬으면 하네. 자네들이라면 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선량한 악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정복 NEW 20시간 전 4 0 12쪽
27 함정 24.09.16 9 0 12쪽
26 강제 진압 24.09.15 7 0 11쪽
25 길거리 강도 24.09.14 7 0 12쪽
24 결자해지(結者解之) 24.09.13 11 0 12쪽
23 심문(2) 24.09.12 11 0 11쪽
22 심문 24.09.11 10 0 12쪽
21 성동격서(聲東擊西) 24.09.10 10 0 12쪽
20 밀회 24.09.09 12 0 12쪽
19 준비 24.09.08 11 0 12쪽
18 작전 24.09.07 14 0 11쪽
17 침투 24.09.06 13 0 11쪽
16 시험 24.09.05 15 0 11쪽
15 재회 24.09.04 15 0 11쪽
14 스승 24.09.03 22 0 12쪽
13 경고 24.09.02 16 0 12쪽
12 계약 24.09.01 16 0 12쪽
11 공성전 24.08.31 17 0 12쪽
10 데뷔전 24.08.30 17 0 11쪽
9 태동(胎動) 24.08.29 20 0 12쪽
8 심문 24.08.28 23 0 12쪽
7 발각 24.08.27 23 0 12쪽
6 잠입 24.08.26 24 0 11쪽
5 쇼핑 24.08.25 28 0 12쪽
4 화끈한 신고식 24.08.24 36 0 12쪽
3 탐색 24.08.23 46 0 11쪽
» 부탁 아닌 부탁 24.08.22 131 0 12쪽
1 부당한 거래 24.08.21 67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