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악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불량학생
그림/삽화
초코와플
작품등록일 :
2024.08.16 14:56
최근연재일 :
2024.09.17 09:03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621
추천수 :
1
글자수 :
146,193

작성
24.09.10 07:58
조회
9
추천
0
글자
12쪽

성동격서(聲東擊西)

DUMMY

내용이 많았던 탓인지 키리카는 옥좌에게 상당히 오랫동안 통역했다.


마침내 옥좌가 결정을 내려 키리카에게 뜻을 전하자 정훈은 키리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물론 합당한 보수가 있으니 도와주실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일을 진행하기 전에 당신께서 정말 아낙스의 지인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십니다.”


“···”


정훈은 잠시 미소를 지우고 옥좌를 매섭게 바라보았다.


사실 자신이 정말 ICS고위직의 지인임을 확인시켜줄 방법은 없었다.


그러니 기세로 밀고 나가야 했다.


“당연한 수순이겠지. 자네들은 요코의 이야기만 듣고 온 것일 테니 말이야. 하지만..”


“하지만?”


단번에 키리카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당장이라도 증명해내지 못하면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


“내가 그걸 증명하겠다고 ICS에서 조치를 취하면 당신들이 피해를 입을 텐데?"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강한 확신의 자세는 tlsfhl로 통할 것이라는 자신의 경험에 모든 것을 건 풀베팅이었다.


“그..저희가 어떤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일지..?”


정훈은 아까 키리카가 말한 ICS최고지도자의 호칭일 것으로 추정되는 단어를 사용했다.


“내가 지금 아낙스의 지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분명 ICS를 거쳐야 하겠지..그런데 녀석들이 먼저 움직여서 자네가 이 일에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게임 끝이지. 설마..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나를 끝내려고 한 말은 아니겠지?”


정훈은 매섭게 옥좌를 내려다 보았다.


이게 통하지 않는다면 힘을 써서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 생각이었다.


키리카와 옥좌는 열띤 토론을 했다.


당연히 이쯤 되면 의견이 갈릴 만도 했다.


손까지 써 가며 열심히 옥좌에게 말을 하던 키리카는 한숨을 내쉬더니 떨리는 두 눈으로 정훈을 응시했다.


“무슨 말이라도 하는 게..좋을 거야..”


정훈은 쐐기를 박기 위해 살기를 드러냈다.


그러자 키리카는 몸을 작게 떨더니 입을 열었다.


“..행동을 취하겠습니다. 하지만 후에 확실히 보상하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일이 잘 처리되면 보상 하고 말고.”


정훈은 밝게 웃으며 키리카를 바라보았다.


“그럼 저희는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정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키리카와 옥좌는 일어서서 방 밖으로 나갔다.


작전은 먹혀들었다.


“후우..”


연기가 끝난 정훈은 몸을 완전히 뒤로 젖혀 쇼파에 몸을 맡겼다.


눈을 감아 쉬려고 하자 이번에는 요코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떻게 됐어요?”


“말로는 해준다고 하는데..방심할 수는 없겠군.”


“그래도 어찌저찌 끝난 거죠?”


“그래..난 좀 쉬어야겠다.”


*


일본과 한국의 중간 해역 자야카케구미의 일당들은 한국 조직과 한창 거래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하라마는 요코의 지령을 떠올렸다.


‘거래 당사자들 외에 외부 세력이 개입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이기 시작한다면 거래를 마치고 흩어져라.’


거래는 이제 진행 단계에 들어섰건만 다른 무리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는다.


“이제 물건을 보여주시죠.”


계속 이야기로 시간만 끌자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한국 조직원이 말했다.


하라마는 고개를 까딱해 따라온 하위 조직원들에게 물건을 가지고 오도록 지시했다.


이번에 거래하는 물품은 허가 받지 않은 금 원석이었다.


급하게 실물 자산이 필요해진 한국 쪽에서 달러로 구매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하라마는 하위 조직원이 물건을 가지고 왔음에도 바로 보여주지 않았다.


“그럼 돈부터 보여주십시오. 그 뒤에 거래를 진행하겠소.”


“이보시오! 지금 일부러 이러는 겁니까?”


한국 조직원이 화를 내기 시작한 그 순간 바다 너머에서 배가 한 척 등장했다.


하라마는 이때다 싶어 직접 가방을 열어 보여주며 거래를 급하게 진행했다.


“하아..물건은 여기 있소. 이제 됐으면 돈을 이리로 주시죠. ”


“아니 진작에 이랬으면 좋을 것을.."


하라마는 재촉하듯 손가락으로 다가오고 있는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쩌면 경시청일지도 모릅니다.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고..”


한국 조직원도 뒤늦게 배를 확인하더니 급하게 돈을 보여주고 건냈다.


“자 여기 있습니다.”


그러자 하라마도 지퍼를 닫고 금을 건sp주었다.


그렇게 급하게 거래가 마무리 된 두 세력은 각자 반대 방향으로 멀어져 갔다.


잠시 배를 바라보던 하라마는 인상을 구겼다.


배는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속도를 최대치로 올려라. 빨리 돌아가자.”


그의 말과 함께 배는 굉음을 내며 바다에 물살을 새기며 전진했다.


*


주원과 큐리미는 거래를 마치고 흩어지는 배를 바라보았다.


배에는 테츠야와 정훈을 잡기 위해 뽑은 신입들이 승선해 있는 상태였다.


“놓치지 말고 일본 배를 따라가라. 정훈을 잡기 위해서는 그쪽으로 가야 한다.”


배는 곧 방향을 틀어 자야카케구미의 배로 향했다.


하지만 저쪽에서 알아채고 속도를 더 높이자 테츠야 또한 속도를 올리라고 지시했다.


이번 일로 꼬투리를 잡아 정훈을 아예 처리해 버릴 심산이었다.


자야카케구미의 배와는 곧 거리가 좁혀졌다.


어느덧 바짝 따라붙자 포기한 듯이 자야카케구미의 배는 멈춰섰다.


테츠야는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배를 완전히 밀착 시킨 뒤로 넘어가서 제압하라.”


그 말에 배는 완전히 자야카케구미의 배에 붙은 다음에 신입들이 뛰쳐 넘어갔다.


순식간에 배를 장악한 그들은 배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졌다.


“테츠야 님! 배를 장악했으니 넘어오셔도 괜찮습니다.”


테츠야는 스턴트를 하득 배 사이를 짚고 뛰어 넘어갔다.


천천히 배의 중앙으로 가자 하라마가 무릎을 꿇은 채로 제압 당해 있었다.


테츠야는 천천히 하라마에게 다가가 손으로 턱을 들어 올렸다.


“네가..이번 일을 맡은 녀석인가?”


하라마는 의문에 가득 찬 표정으로 테츠야를 바라보았다.


철썩 같이 경시청이라고 생각했건만 어째서 이 시간에 가부키초의 부지부장인 테츠야가 거래를 단속하러 나왔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네..그렇습니다만..저..혹시 츠케시라구미의 부두목인 테츠야 님 이십니까..?”


“그래···내가 묻는 것에 대답해라.”


하라마는 긴장한 기색으로 작게 침을 삼켰다.


“이번 일을 맡긴 사람이 있겠지? 누군지 불어라.”


하라마는 눈을 깜빡거리며 말했다.


“요코 님이십니다만..?”


“그 여자 말고 한 명 더 있겠지? 말 해라..”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요코 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했을 뿐입니다···”


“하하하···나랑 지금 장난하자는 건가? 다 알고 왔는데..이 일에 정훈이 개입했다는 거..”


그러나 하라마로써는 정말 요코의 지령만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정훈이라는 이름 자체는 무너진 자야카케구미 내에서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정훈이 누굽니까..? 저는 정말 요코 님의 지령만 받았단 말입니다..!”


그러자 더는 분을 참지 못한 테츠야는 하라마를 후려갈겼다.


찢어진 하라마의 입술에서는 피가 흘러내렸고 한 대 맞기만 했을 뿐인데도 정신이 혼미해졌다.


“너 이 자식..그럼 그 요코에게서 받았다는 지령의 내용을 읊어봐라..”


“요코 님께서는 거래를 진행하라고만 말씀하셨습니다. 다만..”


테츠야의 눈이 번뜩였다.


“다만?”


“아마 외부 세력이 개입할 것이니 그때가 되면 도망가라고 하셨습니다..”


테츠야는 하라마를 잡고 있던 손을 툭 내려 놓았다.


그제서야 테츠야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말은 자야카케구미가 자신들이 이 일에 개입할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그 말은 즉 거래에 관한 정보를 일부러 이쪽에 흘렸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도망을 가게 했다는 것은 의미가 다른 일이었다.


만약 잡힐 걸 알고서도 도망가라는 지령을 내린 것이라면 시간을 끌려고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시간을 끌려고 하는 이유는 뻔했다.


오늘 정훈이 중요한 행동에 나서므로 자신들을 떼어놓기 위해 일부러 오래 잡아두기 위한 미끼로 한국 조직과의 ‘거래’를 미끼로 사용한 것이다.


설령 빨리 들키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잡아두려고 일부러 장소를 해상으로 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정훈..! 이 자식이! 우리를 물 먹였군..”


테츠야는 갑판을 발로 걷어찼다.


지금 보고해도 상당히 시간이 지났으니 정훈은 이미 볼일을 끝냈을 것이다.


한참을 성을 내던 테츠야는 신입들에게 말했다.


“..돌아가자!”


그러더니 혼자 배를 넘어가 걸터 앉았다.


신입들은 무슨 상황인지 짐작이 안 되어 잠시 멍 했으나 테츠야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서는 금방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배를 넘어갔다.


*


요코는 혼자 남은 사무실 의자에 주저앉았다.


정훈은 방금 막 돌아간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급하게 조직원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ㅇ..요코 님 큰일 났습니다!!”


“또 무슨 일이야?”


“츠케시라구미의 테츠야가 온다고 합니다!!”


“아..이제 내 차롄가..”


거래를 미끼로 사용했을 때부터 츠케시라구미가 화가 나서 찾아올 것 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대처해서 넘기는가 였다.


“오라고 해. 할 말이 있으니까 온다는 거겠지..”


ICS일본 지부의 부지부장이 움직였다는 걸 보면 꽤나 그 정보를 진심으로 받아들였다는 얘기가 된다.


요코는 옷 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컴퓨터 작업을 하는 척을 했다.


1시간쯤 지나자 테츠야가 성난 얼굴로 요코의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어머..부지부장님 오셨어요?”


“태연하군? 난 전혀 그렇지 않은데..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정훈은 어디있나?”


“그 사람을 왜 여기서 찾아요? 쿠리카와카이에 있겠죠..”


“네가 우릴 속이려고 가짜 정보를 퍼트린 걸 알고 있다..지금 사실대로 말한다면 관대한 처분을 내리겠지만 속이려 든다면 네 목을 걸어야 할 거다.”


“하..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별 수 없네요..”


테츠야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요코를 바라보았다.


“시간을 끌려고 한 건 맞아요. 정훈이 중요한 손님을 뵙는데 일전에 당신한테 잡혀간 이후로 경계심이 많더군요.”


“그래서?”


“미끼로 쓸 가짜 사건을 하나 뿌려서 눈을 돌리려고 했어요.”


“그 중요한 손님이라는 게 뭐지? 무슨 이유로 만난 거냐?”


“저도 몰라요. 당신하고 똑같이 죽이네 마네 하면서 협박하는 통에 미끼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고요.”


요코는 사실과 거짓을 섞어서 테츠야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거냐?”


“믿지 않는 건 자유지만 저도 더 이상 대답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요.”


테츠야는 인상을 찌푸렸다.


요코가 정훈과 결탁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더 파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이 구역의 부지부장이라지만 자야카케구미의 본거지까지 쳐들어와 요코를 심문하는 일은 덴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요코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고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한 말..사실이어야 할 거다.”


요코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이 가부키초에서 당신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테츠야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며 뒤를 돌아 밖으로 나갔다.


요코는 테츠야가 나가자마자 쇼파에 벌러덩 누웠다.


“어떻게든 수습 했네..이제 옥좌쪽에서 일을 잘 처리해 주시기만 한다면..”


요코는 지쳐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선량한 악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정복 NEW 20시간 전 4 0 12쪽
27 함정 24.09.16 9 0 12쪽
26 강제 진압 24.09.15 7 0 11쪽
25 길거리 강도 24.09.14 7 0 12쪽
24 결자해지(結者解之) 24.09.13 11 0 12쪽
23 심문(2) 24.09.12 11 0 11쪽
22 심문 24.09.11 9 0 12쪽
» 성동격서(聲東擊西) 24.09.10 9 0 12쪽
20 밀회 24.09.09 11 0 12쪽
19 준비 24.09.08 11 0 12쪽
18 작전 24.09.07 13 0 11쪽
17 침투 24.09.06 12 0 11쪽
16 시험 24.09.05 14 0 11쪽
15 재회 24.09.04 15 0 11쪽
14 스승 24.09.03 21 0 12쪽
13 경고 24.09.02 15 0 12쪽
12 계약 24.09.01 16 0 12쪽
11 공성전 24.08.31 17 0 12쪽
10 데뷔전 24.08.30 16 0 11쪽
9 태동(胎動) 24.08.29 19 0 12쪽
8 심문 24.08.28 22 0 12쪽
7 발각 24.08.27 23 0 12쪽
6 잠입 24.08.26 24 0 11쪽
5 쇼핑 24.08.25 27 0 12쪽
4 화끈한 신고식 24.08.24 36 0 12쪽
3 탐색 24.08.23 45 0 11쪽
2 부탁 아닌 부탁 24.08.22 130 0 12쪽
1 부당한 거래 24.08.21 67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