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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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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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4:56
최근연재일 :
2024.09.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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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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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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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재회

DUMMY

“그래 당신들이 나한테 정보를 사려고 한다는 자들인가?”


중국인이었음에도 거의 완벽한 일본어 실력이었다.


“그렇습니다만..”


완하위는 잠시 두 사람의 모습을 살피다 말을 꺼냈다.


“일단 물어보겠네만. 도대체 스바루노이구미의 정보를 얻어서 어디에 쓰려고 그러나?”


정훈은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여유로운 어조로 내뱉었다.


“요즘에 경시청이 야쿠자들을 잡으려고 안달이지 않습니까? 이럴 때 서로 사업을 도우면서 단합하는 모습을 보이면 세력권이 형성된 것을 가볍게 보지는 못할 것입니다.”


“허허..거짓말하지말게..자야카케구미를 단신으로 무너뜨린 남자가 다른 조직의 정보를 얻어서 할 짓은 뻔하잖나? 나를 너무 무시하는군..”


정훈은 털털하게 웃는 왕하위의 얼굴을 지긋이 노려보았다.


상대방이 자신의 의도를 알아채는 일은 언제나 유쾌하지 못했다.


“그리 노려보지말게. 내가 정보를 팔지 않겠다고 한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걸 다 알면서도 저희에게 정보를 팔겠단 말씀이십니까?”


“대신에 값을 돈으로 받지는 않겠지만..”


“그럼..?”


“자네가 내 일을 거들어주었으면 하네. 정보는 그 다음이야.”


“..시키실 일이 뭡니까?”


“최근 ICS의 움직임이 범상치 않아. 원래 주기적으로 이루어졌던 방해자들의 제거도 하지 않고 있고. 아무래도 조사해 두었다가 하루아침에 축출해 버릴 심산인 것 같거든. 그 중에는 나와 내 고객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 그러니 자네들이 그 일을 행하지 못하게 ICS의 눈길을 끌어주게. 그럼 정보를 팔아주지.”


“...”


“젠이치 그 작자가 자네들을 한국에서 데려온 이유가 후ㅏㄴ하게 눈에 보이네. 가부키초를 자신이 삼킬 생각이겠지."


이 사람은 과연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그럼 연락할 수단을 마련해 주십시오. 저희 쪽에서 일을 처리한 뒤에 보고드리겠습니다.”


왕하위는 품에서 작게 접힌 쪽지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우리 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연락 수단이지. 다크 웹은 들어봤을 거라 생각하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끝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


대화를 마치고 나온 정훈은 주원에게 사과의 말을 꺼냈다.


“미리 미안하지만 너한테 위험한 일을 시켜야 될 것 같다.”


그러나 주원은 괜찮다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괜찮아 형. 저번에는 형이 혼자서 끝냈으니까 이번엔 내가 힘내볼게.”


정훈은 그저 산뜻한 미소로 그를 바라보았다.


“근데 무슨 일이길래 그래?”


“숙소로 돌아가면 얘기해 줄게.."


*


그래서 나한테 맡길 일이란 게 뭐야?”


“거대한 조직을 시끌시끌하게 만드는 딱 좋은 방법이 있어.”


“그게 뭔데?”


“..그 놈들을 움직일 만큼 커다란 사건을 만들어서 정보를 뿌리는 거지."


“그걸 어떻게 하려고?”


“네가 안으로 직접 침투해서 츠케시라구미의 정보를 나에게 알려줘. 그럼 그걸 바탕으로 방법을 생각해서 알려줄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너는 저번에 다쳐서 자야카케구미를 잡을 때 못 갔으니 얼굴이 알려지진 않은 것 같으니까.”


“후우..위험하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겠네. 알겠어, 그런데 츠케시라구미 안으로는 어떻게 들어가지?”


“우리에게는 정보상의 연락처가 있잖아? 아마 츠케시라구미가 조직원을 어떻게 모집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겠지.”


“좋아 그럼 당장 개시해보자.”


왕하위를 만나고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참이었지만 정훈은 본거지의 컴퓨터가 있는 곳을 찾아 그가 알려준 링크로 접속했다.


곧 대화창 같은 것이 등장하자 정훈은 망설임없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테스트도 할 겸 보냅봅니다. 혹시 츠케시라구미가 조직원을 어떻게 모집하는지 알고 계십니까?’


대화창은 약 1분 간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이내 새로운 말풍선이 떠올랐다.


‘매달 1일에 지원자를 뽑는 것 같더군. 본거지를 직접 찾아가 면접을 보려 왔다고 하면 될 게야.’


‘얼핏 보면 평범한 기업체처럼 보이겠군요. 알겠습니다.’


‘좋아. 기대하고 있지.’


“..후 그래도 다행히 이번에는 정보를 그냥 넘겨주는군.”


“오늘 날짜가..”


“29일이야. 하루면 류마 씨한테 어느정도 배우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군.”


“으음..그 아저씬가..”


“왜? 싫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너무 늦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야. 벌써 여기에 온 지 일주일도 넘었잖아..여태까지 예린이를 한 번도 못 보기도 했고.”


“..나도 그래..아무래도 저번에 자야카케구미 일을 빌미로 젠이치를 설득해 봐야겠네.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그만 자고 내일 아침에 말해보도록 하자고.”


“후암~그게 좋겠어..”


*


아침을 가볍게 때운 뒤 두 사람은 곧바로 젠이치의 사무실을 찾았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젠이치는 책상 앞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기척을 느낀 것인지 젠이치는 곧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했다.


“무슨 일인가?”


“예린이를 보게 해주십시오. 여기 와서 한 번도 안 보여주셨잖습니까?”


“아~그래. 자네들은 그거 때문에 그러는 거였지 참.”


마치 물건처럼 예린을 대하는 듯한 말투와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듯한 태도에 정훈은 피가 거꾸로 솟아 오르는 것만 같았지만 꾹 참았다.


그러나 젠이치는 그러한 흐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을 계속했다.


“그래, 자네가 일을 하나 해치웠으니 나도 그에 걸맞은 성의를 표해야겠지.”


젠이치는 책상에 놓인 수화기를 들어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곧 그리로 갈 테니 미끼를 준비해 두게.”


수화기를 내려 놓은 젠이치는 책상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정훈에게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정훈은 만감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젠이치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내디딜수록 쿵쾅대는 심장 소리는 더욱 격해져만 갔다.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이 이리저리 꼬이며 입술이 바짝 마를 때 즈음 그들은본거지의 가장 안쪽 작은 복도의 끝에 다다랐다.


복도를 지나칠 때만 하더라도 듬성듬성 눈에 보이던 야쿠자들은 그림자도 보이지도 않았고 그저 뿌연 먼지가 공중을 둥둥 떠다닐 뿐이었다.


젠이치는 복도를 걸어 벽으로 향하더니 벽의 부자연스럽게 튀어나온 부분을 눌렀다.


그러자 벽은 하나의 문이 되어 뒤로 밀리더니 옆으로 빠졌다.


정훈은 짐짓 놀랐지만 젠이치 앞에서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기에 표정을 숨겼다.


젠이치와 정훈은 벽이 밀려나고 생긴 공간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허름한 내부와는 달리 내부는 깔끔하고 단단해 보이는 재질의 벽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약간의 푸른빛이 감돌았다.


계속 안으로 들어가자 카운터처럼 보이는 공간에 이곳의 관리역인 츠하라가 앉아있었고 카운터 앞에 있는 철창에는 최예린이 고개를 수그린 채 앉아있었다.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던 츠하라는 달라진 공기를 느끼고 고개를 들어 정훈과 젠이치를 인식했다.


“오셨습니까? 보시는 것처럼 미끼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이번에 새로 들어온 놈이야. 자네는 테스트 때 없었으니 모르겠군.”


“아..저 녀석이 그..”


젠이치는 정훈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우리는 나가 있을 테니 동생과 좋은 시간 보내게. 츠하라 우린 나가 있지.”


츠하라는 짧게 대답한 후에 젠이치를 따라 시설 밖으로 나갔다.


젠이치와 츠하라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떨어지자 정훈은 철창을 붙잡고는 고개를 수그린 예린에게 다가갔다.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인지 그녀는 그저 옅은 숨을 힘겹게 네벹고 있었다.


정훈은 겨우 입을 벌려 어렵게 말을 꺼냈다.


“..예린아."


그러자 소녀는 힘 없이 고개를 들어 정훈을 바라보았다.


생기가 가득했던 두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오빠.."


목이 메이는 것인지 거친 쇳소리로 겨우 말을 내뱉었다.


"왜..왜 이제 왔어..? 그동안..ㄷ대체 어디에.."


눈을 그렁그렁하게 채우던 눈물은 이윽고 볼을 타고 흘러내려 짙게 먼지가 쌓인 바닥에 떨어졌다.


울컥하며 올라오는 감정에 입 밖으로 튀어나온 단어들은 지리멸렬 했다.


“미안..일이 좀 있었어. 괜찮아..내가 어떻게든 꼭..”


“주원 오빠는 괜찮아?”


“아..주원이는 잘 있어..좀 피곤해 보이길래 방에서 쉬게 놔둔 것 뿐이야.”


한동안 말이없던 예린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뗐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고..”


“..주원이랑 나를 써먹으려고 너를 따로 붙잡아서 여기 가뒀어..”


“뭐..? 그럼..나 계속 여기 있어야 하는 거야..?”


정훈은 철창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서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조금만 더 기다려줘."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최선이었다.


물론 정훈은 ICS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예린을 완벽하게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ICS가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들을 떼어 놓기 전까지는 안전을 보장하긴 힘들었다.


“..그럼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얼른 꺼내줘야 해..?"


정훈은 안쪽 입술을 깨물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린은 바깥에서 두 사람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 몰랐다.


하지만 두 사람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는 점을 어렴풋 하게 나마 짐작할 수 있었기에 더 이상의 어리광은 부리고 싶지 않았다.


“다음에 올 때는 뭐라도 하나 들고 올게. 많이 힘들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정훈은 머리를 철창에 박은 채로 고개를 떨구며 눈을 감았다.


그러자 예린은 천천히 일어나 정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애써 지은 밝은 미소는 정훈의 눈물을 그치게 하는 데 충분했다.


“미..미안..안 좋은 모습을 보였네..이만 가볼게..”


정훈은 잽싸게 등을 돌려 밖으로 걸어나갔다.


마지막으로 예린의 얼굴은 보지 못한 이유는 또 다시 눈물이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밖에서는 젠이치와 츠하라가 창 밖을 바라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정훈이 나온 걸 확인하자 츠하라는 젠이치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뒤에 카운터로 돌아갔다.


“동생과의 만남은 괜찮았나? 이제 그만 돌아가지.”


*


방으로 돌아오자 주원은 멍하니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왔다.”


그 말에 주원은 최면이 깬 듯 정훈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어..땠어..?


주원은 예린이를 보러 가지 않고 방에 남았다.


차마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 모습을 보고 많은 말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내보낼 수 있는 말은 적었다.


“..조금 야윈 것 같았지만 크게 이상은 없어 보였어."


사실 예린의 상태는 썩 좋지 못했다.


몸은 야위었고 피부도 많이 상했다.


무엇보다 본인은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팔 뒤쪽에서 원래 없었던 멍 자국을 발견했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충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예린이 힘들 것을 알기에 굳이 묻지는 않았다.


다만 속으로 이를 갈며 복수를 다짐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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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정복 NEW 20시간 전 4 0 12쪽
27 함정 24.09.16 9 0 12쪽
26 강제 진압 24.09.15 7 0 11쪽
25 길거리 강도 24.09.14 7 0 12쪽
24 결자해지(結者解之) 24.09.13 11 0 12쪽
23 심문(2) 24.09.12 12 0 11쪽
22 심문 24.09.11 10 0 12쪽
21 성동격서(聲東擊西) 24.09.10 10 0 12쪽
20 밀회 24.09.09 12 0 12쪽
19 준비 24.09.08 12 0 12쪽
18 작전 24.09.07 14 0 11쪽
17 침투 24.09.06 13 0 11쪽
16 시험 24.09.05 15 0 11쪽
» 재회 24.09.04 16 0 11쪽
14 스승 24.09.03 22 0 12쪽
13 경고 24.09.02 16 0 12쪽
12 계약 24.09.01 17 0 12쪽
11 공성전 24.08.31 18 0 12쪽
10 데뷔전 24.08.30 17 0 11쪽
9 태동(胎動) 24.08.29 20 0 12쪽
8 심문 24.08.28 23 0 12쪽
7 발각 24.08.27 24 0 12쪽
6 잠입 24.08.26 24 0 11쪽
5 쇼핑 24.08.25 28 0 12쪽
4 화끈한 신고식 24.08.24 36 0 12쪽
3 탐색 24.08.23 46 0 11쪽
2 부탁 아닌 부탁 24.08.22 131 0 12쪽
1 부당한 거래 24.08.21 6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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