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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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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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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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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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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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화끈한 신고식

DUMMY

대면이 끝난 직후 두 사람은 곧바로 방으로 돌아왔다.


“이거 밤에 사람이 온다고 했으니 오늘 정보를 조사하러 가기에는 글렀군.”


“뭐..그래도 상황은 좀 나아진 거 아냐? 막막하던 참이었는데 정보가 손에 들어오게 되었잖아.”


정훈이 종이를 들고서 손으로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게 사실인지 확인이 필요해. 그리고 이 정보가 정말 쓸모있는 건지도 모르고..”


“일단 보지 않고서는 어떻게 할지 알 수 없잖아? 어떤 정보인지 확인해보자.”


정훈은 고개를 끄덕이고선 종이로 시선을 옮겼다.


종이는 가부키초의 지도였는데 지도 위에 야쿠자들의 세력권이 조직 별로 표시되어있었다.


가부키초는 총 6개의 야쿠자 조직이 구역을 분할 점령하고 있었다.


젠이치의 쿠리카와카이는 가부키초의 왼쪽 구석에 가장 작은 영역만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한 블록 정도는 되는 듯 했다.


두목 미쓰나가 젠이치(63), 인원 수는 116명이라고 쓰여 있었다.


사진 속의 젠이치는 실물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숱은 거의 없었으며 밝은 회색빛의 수염이 길게 나 있었다.


정훈은 종이를 넘겨 다음 장을 확인해보았다.


쿠리카와카이의 위쪽에는 스바루노이구미라는 조직이 영역을 잡고 있었다.


영역이 쿠리카와카이의 2.5배는 되는 듯 했다.


두목은 야마 카제(45)이며 인원 수는 214명이었다.


이번에도 조직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의 사진이 있었는데 눈썹이 얇고 몸은 빼빼 말랐으며 얼굴빛이 허옇게 질린 듯이 낯빛이 좋지 않았다.


쿠리카와카이의 바로 옆에는 자야카케구미라는 조직이 있었다.


두목은 미나리노 요코(38), 인원 수는 154명이었다.


쿠리카와카이의 2배 정도 되는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6개의 조직 중에서 두목이 유일한 여자였다.


사진 속 단발의 여자는 양팔을 꼬은 채로 깔끔한 검은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커리어우먼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손에 들린 담배와 목에 있는 문신이 그러한 이미지를 완전히 상쇄시키고 있었다.


스바루노이구미의 동쪽이며 자야카케구미의 위에는 도바야라카이라는 조직이 위치하고 있었다.


두목은 츠카야마 키카(35)라고 적혀 있었다.


상당한 거구였는데 살이 아니라 모두 근육인 건지 몸에서 약해 보이는 부분 없이 고루 탄탄했다.


여러모로 여태 봐왔던 구미초들 중에서는 가장 상대하기 벅차 보였다.


자야카케구미보다는 살짝 작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인원 수는 254명으로 규모가 꽤나 컸다.


그 아래에는 플레임이라는 조직이 있었는데 상당히 위화감이 들었다.


우선 일본 야쿠자 풍의 이름이 아니었고 영역이 규모가 그리 크진 않았지만 그래도 자야카케구미보다 컸는데도 인원 수가 44명 밖에 되지 않았다.


이 조직의 우두머리는 다른 조직들처럼 구미초라고 표시가 되어있지 않고 헤드라고 표시되어 있었는데 헤드의 이름 역시 X.제프너(47)로 서양식 이름이었다.


정훈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바로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종이를 넘겨 마지막 조직을 확인했다.


마지막 조직을 확인한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가부키초의 거의 절반을 영역으로 하고 있었으며 647명이라는 규모까지 어떻게 봐도 점령하는데 시간이 오래 가장 성가실 것임에 분명했기 때문이다.


정훈은 천천히 시선을 옮겨 조직과 구미초의 이름을 확인해 보았다.


그곳에는 츠케시라구미라는 조직명과 함께 ‘덴’(26)이라는 한 글자가 적혀 있었다.


185cm는 되어 보이는 장신에 적당히 근육이 붙어있었다.


나이가 상당히 젊어 보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넓은 영역을 가진 조직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었다.


정보를 모두 확인한 정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같이 귀찮아 보이는 놈들 투성이군.”


“그러게..”


“취합하자면 대충 이런가..”


고개를 끄덕인 주원은 정훈과 함께 종이의 빈 곳에 영역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순으로 정리했다.


1. 츠케시라구미(덴<26>, 647명)

2. 플레임(X.제프너<47>, 44명)

3. 스바루노이구미(야마 카제<45>, 214명)

4. 자야카케구미(미나리노 요코<38>, 154명)

5. 도바야라카이(츠카야마 키카<35>, 254명)

6. 쿠리카와카이(미쓰나가 젠이치<63>, 116명)


“···..”


“형..솔직히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 봐야 할 지 모르겠어.”


“그러냐? 난 이미 어디부터 건드릴지 결정했어.”


정훈은 손으로 지도 한 곳을 가리켰다.


“..왜 여기부터야?”


“첫 번째로 쿠리카와카이의 영역과 인접해있고 두 번째로 여타 조직들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기 때문이지. 이런 곳이라면 점령하고 난 뒤에도 관리하기 편할 거야.”


“어디를 건드릴지 정했다고는 해도..어떻게 시작할 거냐고..”


“아까 그렇게 예린이 생각을 하던 놈이 왜 이렇게 자신이 없어졌어?”


“규모를 봐..플레임을 제외하고서는 우리가 가장 작잖아..그리고 차지하고 있는 영역도 가장 작고..”


“그래. 네 말이 맞아.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조직이건 간에 덤빈다는 것 자체가 자살 행위이긴 하지. 그래서 추가로 정보 수집을 할 거야. 우리가 받은 정보가 사실인지도 모르고 녀석들을 꺾기 위해서도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


“그럼 정보를 어떻게 얻을 건데?”


“녀석들의 영역에 직접 들어가 봐야겠지.”


“이런 유흥가에서 밤에 놀지는 않고 길거리만 돌아다니면 의심 받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관광객 행세를 하면서 몰래 정보를 모아야지. 우린 이번에 새로 들어왔으니까 아직 이 동네에서 얼굴이 알려지진 않았을 거 아냐?”


“괜찮은 것 같긴 한데 실행하려면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될 것 같아..”


“어디 한 번..판을 짜보자고..”


그 뒤로 정훈과 주원은 정보를 모으기 위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한 번 시작한 이야기가 끝나지 않아 결국 논의는 밤까지 이어졌다.


“휴..그래도 이 정도면 틀은 잡힌 것 같아.”


“난 아직도 정말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 형.”


“어쩔 수 없잖아. 지금 우리는 거의 맨 땅에 헤딩하는 거나 마찬가진데.”


정훈과 주원이 침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때 누가 방문을 쿵쿵 두드리더니 밖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두목께서 부르신다. 빨리 나와.”


정훈은 천천히 문 앞으로 다가가 살짝 문을 열었다.


그 앞에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의 야쿠자가 서 있었다.


“우리도 이제 할 일이 생겼으니..되도록 빨리 끝내달라고.”


“건방지긴..따라오기나 해.”


아니꼬운 표정이 된 야쿠자는 본거지 바로 옆에 있는 창고로 데려갔다.


정훈은 경험적으로 저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짐작해 보았다.


신입, 그것도 들어온 지 겨우 하루가 된 조직원을 부른 곳이 자신들의 구역 중에서도 인적이 드문 창고로 불렀다는 점은 한 가지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고식인가.”


눈만 굴려 뒤를 보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순진한 얼굴을 한 주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적어도 합을 맞춘다면 몰매를 얻어맞는 건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장 안으로 들어오니 수십 명의 야쿠자들이 서 있었는데 젠이치는 그 뒤쪽에 놓인 가죽 소파에 앉은 채로 안으로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카케오 역시 그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서 있었다.


드럼통에 각목을 넣고 불을 피운 것으로 내부를 밝히고 있었고 천장의 벌어진 틈 사이로는 은은한 달빛이 새어들었다.


정훈과 주원은 침착하게 천천히 젠이치에게 걸어갔다.


“왜 부른 거지?”


젠이치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조촐한 환영 파티네. 자네들 실력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의 조직에게서 듣긴 했지만 난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으니까 말일세.”


정훈이 인상을 구기고 젠이치를 바라보자 그는 두꺼운 반지를 낀 손으로 턱을 문질렀다.


“여기 있는 놈들과 싸워서 이겨보게. 내 특별히 가장 실력이 좋은 30명을 선발해 두었네.”


“···”


“이긴다면 아까 얘기했던대로 충분한 지원을 약속하지. 말만 듣고 이렇게 중요한 일을 맡기기에는 불안해서 말일세.”


정훈의 마음 한구석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수그려야 할 때였다.


정훈은 몸을 돌려 주원과 함께 바로 야쿠자들을 마주했다.


젠이치는 정훈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곧 카케오와 창고 측면의 2층 계단을 올랐다.


곧 카케오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시작해라! 저 녀석들을 이긴 놈은 약속대로 조직에서 원하는 자리를 주도록 하겠다.”


말을 끝마치자마자 야쿠자들은 일제히 정훈과 주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정훈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가볍게 다리를 뻗어 자신에게 달려오는 야쿠자 한 명의 머리를 걷어차서 쓰러뜨렸다.


주원 역시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돌진하면서 스트레이트를 뻗어 순식간에 한 명을 잠재웠다.


그때 무리 중에서 철근을 어깨에 걸친 야쿠자 하나가 주원의 뒤를 습격했다.


정훈은 그대로 몸을 비틀어 야쿠자의 갈비뼈를 강타했다.


쓰러져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것을 보니 뼈가 골절이라도 된 것 같았다.


“정신 똑바로 안 차려?”


“하하..미안 형.”


말하는 정훈의 주위로 야쿠자 여럿이 에워쌌다.


모두들 정훈을 바라보며 틈을 노리고 있는데 정훈이 먼저 튀어나가 오른손으로 정면에 있는 야쿠자의 안면을 그대로 직격해 무리의 틈을 벌렸다.


당황한 야쿠자들이 간격을 좁혀 한번에 달려들었다.


그러자 정훈은 자세를 낮추고 정면에 있는 야쿠자의 복부로 달려들다가 속도를 줄여 차례로 4명의 급소에 정확히 주먹을 꽂아넣으며 빠져나왔다.


정훈이 싸우는 것을 보고 기세가 눌린 야쿠자들은 목표를 바꿔 주원을 공격했다.


그러나 주원은 금새 야쿠자들 사이의 결속이 가장 엉성한 부분으로 돌진하여 무리를 뚫어서 정훈과 합류했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는 잠시의 쉴 틈도 없었다.


덩치 큰 야쿠자가 주먹을 휘둘러 공격해 온 것이다.


정훈은 옆으로 물러나 가볍게 공격을 피한 뒤에 무릎 뒤의 관절 부분을 노려 그대로 로우킥을 집어넣었다.


남자가 중심을 잃고 자세가 무너지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주원이 허리를 휘감으면서 남자의 턱에 거칠게 주먹을 갈겼다.


무방비로 당한 남자는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조직 안에서 위치가 어느 정도 되는 야쿠자였는지 다른 야쿠자들이 겁을 먹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기세를 잡은 정훈은 주원에게 눈빛을 보냈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서 주원은 정훈과 타이밍을 맞춰 야쿠자 무리로 파고들어 팔과 다리를 마치 거대한 태풍이 휘몰아치듯이 마구 질러댔다.


뱀이 쥐를 사냥하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야쿠자 무리는 모두 쓰러졌다.


정훈과 주원은 쓰러진 야쿠자들 위에 걸터앉아 숨을 골랐다.


위에서 싸움을 지켜보던 젠이치와 카케오는 창백한 얼굴을 감출 수 없었다.


이야기를 미리 듣긴 했지만 일방적으로 조직의 정예들을 몰아붙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쓰러진 이들 중에는 짧게나마 격투기로 프로 생활을 했던 자들도 있었다.


정훈은 얼마간 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들어 젠이치를 보았다.


넋이 나간 멍청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표정과는 달리 젠이치의 마음은 흥분감으로 휩싸여있었다.


역시 말로만 듣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정도이니 더 성장했을 때가 기대되는 실력이었다.


한동안 그 상태로 멍해 있던 젠이치와 카케오는 계단을 내려가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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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정복 NEW 20시간 전 4 0 12쪽
27 함정 24.09.16 9 0 12쪽
26 강제 진압 24.09.15 7 0 11쪽
25 길거리 강도 24.09.14 7 0 12쪽
24 결자해지(結者解之) 24.09.13 11 0 12쪽
23 심문(2) 24.09.12 11 0 11쪽
22 심문 24.09.11 9 0 12쪽
21 성동격서(聲東擊西) 24.09.10 9 0 12쪽
20 밀회 24.09.09 11 0 12쪽
19 준비 24.09.08 11 0 12쪽
18 작전 24.09.07 13 0 11쪽
17 침투 24.09.06 12 0 11쪽
16 시험 24.09.05 14 0 11쪽
15 재회 24.09.04 15 0 11쪽
14 스승 24.09.03 21 0 12쪽
13 경고 24.09.02 15 0 12쪽
12 계약 24.09.01 16 0 12쪽
11 공성전 24.08.31 17 0 12쪽
10 데뷔전 24.08.30 16 0 11쪽
9 태동(胎動) 24.08.29 19 0 12쪽
8 심문 24.08.28 22 0 12쪽
7 발각 24.08.27 23 0 12쪽
6 잠입 24.08.26 23 0 11쪽
5 쇼핑 24.08.25 27 0 12쪽
» 화끈한 신고식 24.08.24 36 0 12쪽
3 탐색 24.08.23 45 0 11쪽
2 부탁 아닌 부탁 24.08.22 130 0 12쪽
1 부당한 거래 24.08.21 6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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