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만년 부장은 재벌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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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그림/삽화
백련(白蓮)
작품등록일 :
2024.08.16 21:08
최근연재일 :
2024.09.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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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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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첫 출근 (2)

DUMMY


24화. 첫 출근 (2)



유성현 팀장은 내게 잠시 기다리라고 자리에 세워두고는 정대만 과장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대만아 이번에 온 놈은 진짜야. 연수원 때부터 예사롭지 않은 녀석이었어. 내가 이런 말 잘 안 하는데 장담할게. 이 친구 잘 키워봐. 너도 이제 라인 타고 승승장구 할 때 됐잖아? 언제까지 뒷방 노인으로 살 거야. 동기들 슬슬 차장으로 진급하고 있는데 너도 올라와야지.”


정대만은 유성현의 살살 긁는 듯한 말투에 살짝 기분이 거슬렸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내 인생 내가 알아서 할게. 그리고 우리는 진짜든 아니든 오래 버틸 끈기 있는 놈이 필요해. 그래도 네가 확실하다 하니 한번 잘 지켜는 볼게.”


유성현 차장은 정대만 과장이 답답했는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본인의 솔직한 속마음을 꺼냈다.


“대만아 여기가 어쩌다가 유배지라는 별명이 생겼겠냐. 차 팀장님부터 과장인 너까지 끌어주는 사람 없이 혼자 일하니까 그런 소리를 듣지.”


유성현에게 정대만은 10년 넘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언제든 편하게 커피나 한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편안한 사람이다.


답답한 마음과 정대만이 조금이라도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쓴소리가 나왔지만, 그의 말에 걱정어린 진심이 담겨있어서일까.


유성현 차장의 진심이 어느 정도 통했는지 정대만 과장은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할 말 다 했으면 이만 가봐. 신입 무안하게 기다린다.”


“그래 간다, 가. 근데 다시 말하자면, 저 친구 강민혁 차장님이 찍었다는 거 잊지 마라. 설마 모르지는 않겠지만 강 회장님 손자이자 대성 물산 강영호 대표님 장남. 그러니까 모쪼록 네가 한번 잘 키워봐라!”


“신경 써달라 해도 달라지는 건 없을 테지만, 그래도 참고는 할게. 그래도 말해줘서 고맙다 인마. 조만간 좀 여유 생기면 커피나 한잔하자.”


유성현 차장은 정대만의 손사래를 이기지 못하고 물러나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말을 더 던졌다.


“그래, 간다 가. 이제는 제발 신경 좀 써주라! 진급해야지!”


둘의 짧은 대화가 끝나고 유성현 팀장이 자리를 떠나자 이제 기획개발 3팀에는 셋만이 존재했다.


나와 정대만 과장 그리고 김수호 대리.


그리고 사무실에는 잠깐에 정적이 흘렀다.


‘첫인상이 제일 중요해.’


인사가 시작의 반이라고 하지 않은가. 나는 패기 있는 신입사원으로 보이도록 그들에게 힘이 실린 목소리로 정중하게 임했다.


“안녕하십니까! 기획개발부 3팀으로 발령 난 신입사원 윤선일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 인생의 첫 멘토가 되어주셨던 정대만 과장님, 김수호 대리님. 젊어진 모습으로 다시 보니 참 반갑습니다.’


3초 정도 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자, 나를 향한 이상한 시선이 느껴졌다.


가장 먼저 부서 분위기를 살폈는데 뭔가 오묘했다.


‘뭔가 이상한데. 일단 당분간은 튀지 말고 조용히 상황 파악만 하자.’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괜히 연수원 때처럼 특출나게 보였다가는 경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쟁사의 누군가가 보낸 첩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니 처음부터 특출나서는 안 된다. 적당히 똘똘한 모습. 딱 이 친구 쓸만한데요? 소리 들을 정도만.


그리고 방심한 틈을 타 최대한 빠르게 이들 사이로 녹아든다.


그때 멀뚱멀뚱 서 있는 내게 김수호 대리가 앉으라고 손짓했다.


“윤선일 씨 자리는 앞으로 내 옆자리 쓰면 되고, 앞으로 윤선일 씨 사수가 나니까 모르는 거 있으면 편하게 물어봐. 참고로 지금 팀장님은 출장 중. 그래서 당분간 3팀은 우리 셋이야.”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30년 전과 상황이 상당히 유사하다.


앞으로 내가 몸담을 이 팀은 신입의 잦은 이탈로 인해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회사 내에는 신입이 들어오면 신입 길들이기라 불리는 의식과도 같은 행위가 암암리에 이루어진다.


보통 신입이 처음 들어오면 길들이기 작업부터 들어가기 마련인데, 길들이기는 사실 뭐 별건 없다.


그냥 신입에게 아무것도 안 시키는 것이다. 투명 인간 취급이랑 비슷하달까.


정도의 차이긴 하지만 잘해준다고 해봐야 사내 직원들 전화번호와 얼굴, 사내 직원 이름 외우게 하기.


한 발짝 더 가면 복사 해오라고 시키는 정도.


며칠만 그렇게 아무것도 안 시키다 보면 신입은 ‘아,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하며 무력감을 느끼고 알아서 상급자에게 기게 된다.


신입사원에 부푼 꿈과 희망을 꺾어버리고 시작하는 것.


그것이 신입 길들이기의 본질이었다.


그때 김수호 대리가 내 옆으로 바짝 붙어 말을 걸었다.


“점심까지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고, 이곳이 처음이기도 할 테니 기본적인 거만 간단하게 알려줄게.”


“넵. 알겠습니다.”


‘처음은 아니고 따지고 보면 고인 물이라 할 수 있겠지만 경청하겠습니다.’


김수호 대리가 다시 열렬하게 뭐라 뭐라 하기 시작했다.


열의를 다해 말하는 그에게서는 상당히 기쁜 감정이 엿보였다.


살인적인 업무량에 지쳐있는 와중 오랜만에 후임이 들어와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 보인달까.


마치 내 존재를 가뭄 속의 단비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가뭄 속에 찾아온 단비는 더욱더 오래 지키고 싶을 터. 그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자, 윤선일 씨. 회사에는 수많은 직원이 있어. 그러면 우리가 다른 부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당연한 상식 퀴즈나 다름없기에 나는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인적 사항이 필요합니다. 생김새가 어떤지, 어디 부서에 누구인지, 직급은 무엇인지 정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답을 들은 김수호 대리가 자기 책상을 뒤적거리더니 해진 다이어리를 하나 꺼냈다.


그가 처음 입사했을 때 얼마나 노력했을지가 다이어리의 상태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껴졌다.


“그렇지. 이게 내가 신입 때 사수한테 일 배우면서 정리해 둔 건데 우리랑 자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위주로 전화번호와 이름, 얼굴, 부서 등등 정리해 뒀으니 외우는 데 편할 거야.”


“감사합니다!”


그리고 김수호 대리는 내게 따라오라고 손짓한 뒤 복사기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다음으로 복사기는 이쪽. 누가 복사해달라고 하면 여기서 이거 쓰면 돼. 얘 민감하니까 잘 안된다고 때리면 큰일 난다? 집에서 쓰는 가정용이랑은 모델부터가 달라.

혹시나 종이가 없으면 저쪽 맞은편에 비품실 있으니 거기서 꺼내서 채워 넣으면 돼. 복사는 신입사원들 역할이니까 알고 있고.”


“명심하겠습니다.”


김수호 대리는 복사기 사용법을 알려준 뒤 이제 뭘 알려줘야 하지? 하고 고민이 되는 표정이었다.


“음··· 그래, 당장 오늘부터 네가 할 일은 없긴 한데 과장님이랑 나랑 둘 다 자리를 비울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오후에는 다른 부서에서 전화 걸려 오면 네가 한번 받아 보자. 그때까지 사내 인적 사항이나 좀 보고 있어. 부담스러우면 다음에 해도 되고.”


‘신입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너무 진부해. 처음부터 눈에 띄지 말자고는 했지만 일단 신입 딱지는 좀 떼야겠어. 후··· 차라리 신입 길들이기를 당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군.’


나는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할 수 있습니다. 아니, 해보겠습니다!”


점심은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때우고 김수호 대리의 피와 땀이 담긴 다이어리를 한번 쭉 읽어나가니 시간은 오후가 됐다.


‘내가 대성에서 몇 년을 아니, 삼십 년은 굴렀는데 이 정도는 누워서 떠먹기지.’


-따르르릉! 따르르릉!


때마침 잠깐 자리를 비운 정대만 과장님 자리에 다른 부서로부터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김수호 대리가 나를 바라보고는 지시를 내렸다.


“자원팀에서 걸려 온 과장님 전화이긴 한데 네가 한 번 받아봐.”


나는 빠르게 달려가 정대만 과장님 자리의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대리님. 아무리 제가 적당히 자제해서 똘똘한 신입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지만 이 정도 과정은 빠르게 스킵하겠습니다.’


잠깐만, 내가 전화를 받고 사수인 김수호 대리가 옆에 따라 앉는 이 구도.


갑자기 10년 뒤에나 개봉할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일부 장면이 떠올랐다.


-“통신 보안! 이병 누구누구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어, 나 사단 누구누구인데 대대장님 어디 가셨나?”


-“충성! 잠깐 관사에 내려가셨습니다.”


-“관사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지?”


-“관사 전화번호 말입니까?”


-“······.”


그 뒤로 이어지는 유명 배우의 명대사.


“손 대. 몇 대 맞을래?”


새로 들어온 이등병 후임이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해 발생한 대참사라 할 수 있다.


물론 나는 베테랑이니 참사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자신감 있게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네. 기획개발 3팀······.”


말도 끝나지 않았는데 수화기 건너편에서는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야, 임마! 정 과장 기획안 언제 넘길 거야! 너희 바쁘다고 지금 다 같이 야근하자고 시위하는 거야? 내가 오늘 결혼기념일이라고 했어, 안 했어! 정 과장 일 그딴 식으로 할 거야?”


‘성깔 있는 이 목소리. 잠깐 들었는데도 이종훈 부장이 확실하군.’


나는 멋쩍게 웃으며 공손하게 대답했다.


“큼,큼··· 정대만 과장님 잠깐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뭐라고? 바빠 죽겠는데 말이야.”


“정대만 과장님 잠시 인사팀에 내려가셨습니다. 금방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아 그래? 괜히 당사자도 아닌 사람한테 시간 낭비했군. 정 과장 오면 나한테 바로 기획안 보내라고 전해. 급한 거니까.”


나는 메모지 한 장을 뜯어 그대로 받아 적었다.


[자원팀. 기획안 전달 바람.]


“넵 알겠습니다. 과장님 오시면 바로 이종훈 부장님께서 전화 주셨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갑자기 처음 듣는 목소리의 상대에게 자신의 이름이 나와서일까 그의 억양이 조금 누그러졌다.


“어, 그래. 참. 목소리가 처음 듣는 거 같은데 오늘 온 신입이야?”


“넵, 그렇습니다.”


“허허. 따지고 보면 내가 정 과장 입사 기수보다 10년은 빠른데 새파랗게 어린놈이 당황한 기색도 없고, 대답도 씩씩하고 말이야. 우리 팀 신참이랑 비교되는구먼. 아무튼 정 과장 오면 바로 전달해.”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전화는 끊어졌다.


-뚜. 뚜.


전화가 확실하게 끊긴 걸 확인한 나는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김수호 대리를 바라보니 그의 눈동자는 지진 난 것 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다른 팀 상사와의 전화를 너무 부드럽게 끝내고 이종훈 부장에게 칭찬까지 들으니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수화기 건너편의 상대가 화가 난 상태이지 않은가.


비록 김수호 대리한테 나는 초면이겠지만, 내게 그는 10년 넘게 함께 일한 동료이다.


‘행동과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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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출장 준비 (2) NEW +1 21시간 전 375 13 11쪽
31 집안의 비밀, 그리고 출장 준비 +1 24.09.17 536 14 11쪽
30 대성물산 +1 24.09.14 654 15 13쪽
29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4) +1 24.09.13 682 17 11쪽
28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3) +1 24.09.12 730 16 11쪽
27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2) +3 24.09.11 786 14 11쪽
26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1 24.09.10 878 13 12쪽
25 첫 출근 (3) +1 24.09.09 912 16 12쪽
» 첫 출근 (2) +1 24.09.08 1,014 17 11쪽
23 첫 출근 (1) +1 24.09.07 1,151 20 12쪽
22 은밀한 거래 +1 24.09.06 1,247 20 12쪽
21 가화만사성 (2) +2 24.09.05 1,272 24 12쪽
20 가화만사성 (1) +2 24.09.04 1,338 22 12쪽
19 수료식 (2) +2 24.09.03 1,333 21 12쪽
18 수료식 (1) +2 24.09.02 1,332 24 12쪽
17 대성 연수원 (11) +2 24.09.01 1,358 25 12쪽
16 대성 연수원 (10) +2 24.09.01 1,387 20 12쪽
15 대성 연수원 (9) +3 24.08.31 1,408 23 12쪽
14 대성 연수원 (8) +2 24.08.30 1,418 24 11쪽
13 대성 연수원 (7) +2 24.08.29 1,454 22 11쪽
12 대성 연수원 (6) +2 24.08.28 1,440 24 11쪽
11 대성 연수원 (5) +2 24.08.27 1,485 26 11쪽
10 대성 연수원 (4) +2 24.08.26 1,511 23 11쪽
9 대성 연수원 (3) +2 24.08.25 1,541 25 11쪽
8 대성 연수원 (2) +3 24.08.24 1,641 23 11쪽
7 대성 연수원 (1) +2 24.08.23 1,787 24 12쪽
6 연수원으로 +3 24.08.22 1,917 27 11쪽
5 면접 (3) +3 24.08.21 1,987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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