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만년 부장은 재벌로 인생역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백련(白蓮)
그림/삽화
백련(白蓮)
작품등록일 :
2024.08.16 21:08
최근연재일 :
2024.09.17 18:3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37,847
추천수 :
671
글자수 :
161,770

작성
24.08.21 20:30
조회
1,764
추천
27
글자
12쪽

면접 (3)

DUMMY


5화. 면접 (3)



‘저 자식 뭐야······?’


차재열은 자신도 모르게 문뜩 뇌리에 동년배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대성그룹의 설립자인 강대성 회장의 초창기 동료이다.


강대성 회장과 오랜 세월을 함께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였지만, 지금에 이 상황은 참으로 당황스럽다.


회사 생활도 해보지 않은 새파랗게 어린 청년이 이와 상반되는 혜안과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


‘마치 젊었을 적 강 회장님과 견줄 만한 청년이야.’




***




차재열 상무의 질문에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기업을 이끌어가는 책임자가 난관에 정착했을 때 그것이 문제인지 모르는 것. 저는 그것이 최악이자 있어서는 안 될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임자가 문제라는 것 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면 대응할 수 없어지고, 그 기업은 하락세를 피할 수 없겠죠.”


차재열 상무가 살아온 삶을 알기에 지난 생의 경험을 더해 나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반사적으로 술술 질렀다.


내가 이토록 빠르게 말할 수 있던 이유는 지난 생의 경험에서 회사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최악의 상황은 ‘무능한 상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훗날 대성그룹의 설립자인 강대성 회장의 자서전에 나오는 내용이기도 하다.


[ 무능한 상사만큼 회사를 좀먹는 존재는 없다. -53page ]


그리고 강대성 회장의 자서전을 스무 번 가까이 읽은 나였기에, 오랜 경험과 어울려져 반사적으로 바로 대답할 수 있었다.


차재열 상무는 나의 대답에 극히 공감하는 듯이 표정이 밝아졌다.


나름 돌려서 이야기한 대답의 본질을 바로 꿰뚫은 것이다.


이번 대답으로 인성적, 사회적인 능력도 보여주면서 임기응변 능력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윤선일 씨 보기와는 다르게 재밌는 친구였네요. 연수원 성적 한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면접관이 연수원을 언급했다는 건 사실상 프리패스로 합격했다는 신호나 마찬가지이다.


-피식.


나도 모르게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 버렸다.


전생에도 어영부영 합격하긴 했지만, 새로운 삶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 뒤로는 가벼운 질문과 지원자들의 대답이 이어졌고, 마지막 어필 시간이 찾아왔다.


“다섯 분 대답 잘 들었습니다. 이대로 끝내기 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간단하게 말해 주세요.”


끝맺음 멘트는 가장 처음 면접의 시작을 맡았던 이규철 부장이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을 멘트를 장전했다.


‘마지막은 겸손하게 가자.’


“제가 아직 부족해서 단편적인 지식으로만 대답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회사 외부 사람으로서의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이해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네 명의 지원자들도 마지막으로 회사에 하고 싶은 말을 끝냈다.


“좋습니다. 이번 조는 지난 앞 조들에 비해 괜찮은 인물이 좀 많은 것 같네요. 면접은 여기까지! 일주일 안으로 자택으로 연락이 갈 테니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규철 부장의 칭찬이 끝남과 동시에 안내원이 면접실의 문을 열었다.


“이쪽으로 나오시면 됩니다~.”


‘성공!!’


나는 면접이 마무리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활짝 웃으면서 면접실을 나왔다. 웃음이 멈춰지지 않았다.


웃음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질문유도에 성공해서도 아니다.


어그로에 월척이 걸려들어서도 아니다.


합격을 확신하기에 이렇게 웃음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물론 기쁘긴 하지만.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내가 살아있음을, 사내의 심장이 뜨겁게 달아올랐음을 직면했기 때문이다.




***




지원자들이 모두 바깥으로 나간 뒤 면접관끼리의 대화가 오갔다.


인사팀 이규철 부장이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가장 먼저 첫 타를 날렸다.


“차 상무님 방금 그 친구 어떤 거 같으세요? 방금 그 반듯한 친구 신입답지 않은 패기도 있고 똘똘해 보이는 게 인사과가 제격인 거 같은데 흐흐.”


인재만 나타나면 눈이 돌아가는 그 다운 말이었다.


이규철 부장의 선제공격이 너무 익숙하다는 듯 차재열 상무도 반격에 나섰다.


“어허 이 부장. 지난번 공채에서 똘똘한 친구들 인사 쪽으로 많이 데려갔잖아. 이번에는 깔끔하게 포기해. 다 가져가려고 하면 배탈 난다.


“쩝···.”


이규철 부장이 입맛을 다시던 찰나 강민혁 차장이 돌직구를 날렸다.


“시장을 바라보는 눈이 매서운 친구예요. 두 분에게 죄송하지만, 저 친구 제가 찍었습니다. 형님들 쪽 사람 눈에 들기 전에 제 쪽으로 데려가야겠어요.”


강민혁 차장에 돌발 선언을 들은 차재열 상무와 이규철은 부장은 잠시 멍하니 당황했다.


그동안의 신입사원 채용에서 콧대 높은 강민혁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관심을 보인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민혁의 말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둘은 답했다.


“뭐 민혁이 네 마음 끌리는 대로 하게나. 우리야 뭐 늘 도움받는 처지니 전략실이 잘되면 그게 곧 우리도 잘 되는 거지 뭐! 하하!”


차재열 상무의 다음으로 이규철 부장이 말했다.


“강 차장이 원한다면 그리해야지. 아! 그래도 연수원 과정까지는 지켜보면서 결정하는 거 어때? 우리가 이렇게 백 번 떠들어 봐야 저 친구가 희망 부서를 어디 적느냐가 제일 중요하잖아.”


“그렇게 하겠습니다. 용인지 용인척하는 뱀인지 한 번 확인은 해야겠죠. 진짜라면 희망 부서 적기 전에 제가 한번 미리 접근해 보겠습니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강민혁 차장의 입가에는 미세한 웃음기가 엿보였다.






***





면접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 한번 연수원 과정을 대비해 머릿속을 정리했다.


전생의 기억을 계속해서 복기(復碁)해 보며, 기억나는 선에서 앞으로 일어날 큰 사건의 흐름을 다이어리에 적어 나갔다.


그리고 아무도 모를만한 공간에 숨겨둔 뒤 방을 나와 현관문을 바라봤다.


“합격 발표까지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바로 윤씨 집안을 크게 뒤흔들었던 아버지의 보증사기 사건.”


-잘그락, 잘그락, 덜컥.


밤늦은 시각, 때마침 현관문이 열렸다.


“아부지 오셨어요.”


간단한 인사였음에도 내게는 20년 가까이 못 봤던 아버지였기에 너무나 어색했다.


-터벅터벅.


나의 아버지 윤진석은 현관문을 열고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터벅 터벅 집 안으로 들어왔다.


가장 믿었던 동료에게 사기당한 것이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었는지 평소 술을 잘 먹지도 않는 아버지의 몸에서는 술 냄새가 가득했다.


“선일아···, 여보···, 내 새끼들··· 아빠가 미안하다. 그 녀석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취기가 올라 비틀거리는 사내의 눈에는 하얀 이슬이 보였지만 나는 애써 모른척했다.


‘사나이의 자존심만큼은 지켜줘야 하지 않겠나.’


어릴 적부터 거대한 등이자 집안의 버팀목이었던 아버지가 이리 힘들어하시는 걸 보니 마음 한편이 너무나 불편했다.


“어떻게 그 자식이 나를 배신을 할 수가 있는 거야······. 평생을 같이 일한 녀석이 어떻게 나한테 말도 없이 야반도주할 수가 있어······.”


나는 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아부지 많이 취하신 거 같은데 일단 주무세요.”


“······.”


나는 아버지의 축 늘어진 어깨를 부축해 조심스럽게 소파에 눕혔다. 술 냄새가 심해 안방에 눕히기에는 조금 망설여졌다.


“후······.”


항상 집안을 지켜오던 아버지의 망가진 모습을 눈 앞에서 봐버리니, 보증 사기 문제가 더더욱 실감이 났다.


당시 아버지가 보증을 서준 동료가 채무 기일 직전, 야반 도주로 도망가면서 우리 집에는 큰 빚이 딸려 왔었다.


큰 빚이 생기면서 가장 먼저 어릴 적부터 자라온 이 집이 날아가고, 그 후에도 빚을 갚기에 모자라 몇 년간 사회초년생인 나와 동생의 월급과 아버지의 월급은 곧장 은행으로 향했다.


‘전생에는 엄마 아빠도 나도, 소희도 고생 많이 했지.’


윤씨 집안의 막내 윤소희는 나와 다르게 공부를 잘해서 연세대학교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한 촉망받는 인재였다.


‘집안의 가세가 기울면서 동생도 꿈을 내려놓고 바로 취직했지만.’


-쿠오오오오오, 쿠오오오.


아버지의 코골이 소리가 들리고 나는 재차 누워있는 아버지가 잠든 것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전화번호부를 찾기 위해 서랍을 뒤적거렸다.


“이쯤 있었던 거 같은데. 찾았다. 기억, 니은, 디귿······.”


나는 탁상에 걸려있는 전화번호부를 열어 빠르게 번호를 확인하고 다이얼 넘버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삐, 삐, 뚜르르르.


미리 사건이 터질 걸 알고 있었고, 해결 방법까지 생각해 두었다.


하지만 급하게 전화를 걸고 있는 나의 얼굴에서는 초조함과 간절함 두 가지 감정만이 뒤섞여 있었다.


아무래도 가족의 일이다 보니 과몰입이 된 것 같다.


-딸깍.


“여보세요. 오랜만이다 우석아. 나야 선일이. 잠깐 나 좀 볼 수 있을까?”


고우석은 어릴 적 국민학교 시절부터 같이 자라온 몇 안 되는 선일의 동네 친구였다.


“어이 윤선일이 무슨 일이야. 오랜만에 반갑네! 목소리가 왜이리 죽상이야. 누구한테 맞았어? 아니면 고백했다가 차였냐? ㅋㅋㅋㅋ.”


어릴 적부터 같이 자라온 흔히 말하는 불알친구의 목소리를 듣자, 기분이 한결 편해졌다.


그리고 나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우석아. 나도 정말 반가운데 급한 일이라 거두절미하고 바로 말할게. 우리 아버지가 보증 사기를 당해서 집안이 풍비박산 나기 일보 직전이야. 우석이 네가 법 쪽으로는 잘 아니까 네 도움 받고 싶어서 전화했어.”


방금까지 농담을 건네며 웃었던 우석이 진지하게 돌변했다.


“아저씨가 보증사기를 당했다고? 아저씨 일이면 당연히 내가 도와야지. 내가 또 내 주변 사람들 지키려고 법대까지 간 거 아니겠냐. 물론 돈 많이 벌어보고 싶어서도 있지만···. 야 일단 좀 더 자세히 말해봐.”


그는 전형적인 개천의 용 서울 법대생이었다.


“은행에서 돈 빌려 간 아버지 동료란 놈이 채무 기일 직전에 야반도주를 했다는데 아버지가 그 양반 보증인이라 은행에서는 당장 상환하라고 압박이 들어오고 상환하려면 우리 집부터 팔아야 하는 상황이야.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집이 엄마 명의로 되어있어서 강제집행은 안 당한다는 건데 후······.”


말하는 도중 암담한 상황에 나도 모르게 푹 꺼질법한 한숨이 나왔다.


“음. 일단 아저씨 꼬드겨서 돈 빌리고 도망간 그 사람 법원에 채무 불이행 소송부터 걸자. 당장 그 사람 잡아 오는 건 당연히 불가능할 거고, 잡아 오더라도 돈이 없겠지? 그러면 일단 시간이라도 끌어봐야지.”


우석은 자기 일인 것처럼 진심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아저씨 동료라는 양반이 도주한 거니까 채권부 존재 확인 소송 걸고 채무 불이행 소송이랑 이어지면 판결 나올 때까지는 너희 아버지가 갚지 않아도 될 거야. 만약에 아저씨가 갚게 되더라도 소송으로 상당수가 감액될 거야.”


우석에게 선일의 부모님은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음에도 어린 시절 도시락을 못 챙겨와 굶어야 하는 자신에게 항상 식사를 챙겨준 은인 같은 존재였다.


우석은 이어서 선일에게 하나하나 소송에 필요한 서류들을 말했다.


“내가 말해준 아저씨 서류랑 다 챙겨서 우리 집으로 잠깐 넘어와. 정리해서 내가 아저씨랑 만나볼게.”


“고맙다. 우석아.”


전화를 내려놓은 나는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필요한 서류를 챙겨 우석의 집으로 향했다.


-똑똑.


“우석아 나야.”


-끼이익.


“어 왔나.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냐? 선일이 너 이번에 취직한다고 바쁠 텐데 나한테 맡기고 일 봐라.”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결정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올인하자고.


‘고맙다 우석아. 나중에 크게 한 턱 쏠게.’


그리고 어느덧 신입사원 공채 합격 발표날이 찾아왔다.


작가의말

선작과 추천,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만년 부장은 재벌로 인생역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9/16 월요일 하루 휴재 공지. +1 24.09.14 31 0 -
공지 월화수목금토 18:30분 연재입니다. 24.08.16 891 0 -
31 집안의 비밀, 그리고 출장 준비 NEW +1 6시간 전 150 8 11쪽
30 대성물산 +1 24.09.14 448 13 13쪽
29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4) +1 24.09.13 502 15 11쪽
28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3) +1 24.09.12 566 13 11쪽
27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2) +3 24.09.11 623 11 11쪽
26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1 24.09.10 718 13 12쪽
25 첫 출근 (3) +1 24.09.09 765 14 12쪽
24 첫 출근 (2) +1 24.09.08 859 16 11쪽
23 첫 출근 (1) +1 24.09.07 1,000 20 12쪽
22 은밀한 거래 +1 24.09.06 1,097 20 12쪽
21 가화만사성 (2) +2 24.09.05 1,129 23 12쪽
20 가화만사성 (1) +2 24.09.04 1,190 21 12쪽
19 수료식 (2) +2 24.09.03 1,189 21 12쪽
18 수료식 (1) +2 24.09.02 1,190 24 12쪽
17 대성 연수원 (11) +2 24.09.01 1,215 24 12쪽
16 대성 연수원 (10) +2 24.09.01 1,251 20 12쪽
15 대성 연수원 (9) +3 24.08.31 1,269 23 12쪽
14 대성 연수원 (8) +2 24.08.30 1,276 24 11쪽
13 대성 연수원 (7) +2 24.08.29 1,306 22 11쪽
12 대성 연수원 (6) +2 24.08.28 1,286 24 11쪽
11 대성 연수원 (5) +2 24.08.27 1,331 26 11쪽
10 대성 연수원 (4) +2 24.08.26 1,354 23 11쪽
9 대성 연수원 (3) +2 24.08.25 1,384 25 11쪽
8 대성 연수원 (2) +3 24.08.24 1,477 23 11쪽
7 대성 연수원 (1) +2 24.08.23 1,600 24 12쪽
6 연수원으로 +3 24.08.22 1,714 25 11쪽
» 면접 (3) +2 24.08.21 1,765 27 12쪽
4 면접 (2) +2 24.08.20 1,800 3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