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천재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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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소년
작품등록일 :
2024.08.18 10:03
최근연재일 :
2024.09.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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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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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027화. ...하기 딱 좋은 날씨네

DUMMY

이 끝도 없는 무한회귀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내가 가장 절망했던 건 나에게 야구에 대한 특출 난 재능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내게 강유찬이나 김서율, 하다못해 마운드 위 저 머저리 같은 놈만큼의 재능만 있었어도 광주 타이거즈를 우승시키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내가 가진 재능의 한계를 무한한 시간을 이용해 뛰어넘은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어쩌면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 큰 재능을 갖고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


그건 바로 부모님이 물려준, 어지간해서는 부상을 당하지 않는 이 튼튼한 육체였다.


120년이라는 시간을 그라운드에서 보내며 나는 단 한 번도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없다. 투타 겸업까지 하면서도 기억에 날 만큼 큰 부상이 없었다는 것만 봐도 내 몸이 얼마나 튼튼한지를 알 수 있다.


다만 딱 한 번 장기결장을 한 적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두 번째 삶이었는데, 대타로 출전했다가 백인우월주의에 뇌가 찌든 투수 놈이 던진 100마일 포심에 머리를 맞은 적이 있다.


다행히 완전 직격은 아니었지만 그 일로 인해 20일 가까이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그리고 복귀 후에도 한동안 사물이 겹쳐 보이는 현상 때문에 고전해야 했다.


그 투수 놈은 어떻게 됐냐고?


두 달 뒤에 다시 만난 경기에서 그 팀 4번 타자 등짝에 105마일 포심을 박아주었다. 그리고 상대 덕아웃으로 달려가 그 개자식의 턱뼈와 갈비뼈 세 대를 부러뜨려 주었다.


철없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다. 지금보다 어렸으니 분명 어린 게 맞다.


그런데 지금,


그 불쾌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 아, 이게 무슨 일인가요! 조상혁 선수가 던진 공이 백호 선수의 머리에 맞을 뻔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천만 다행입니다!


-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요. 변화구도 아니고 148km/h 포심이었거든요. 만약 맞았다면 큰 부상을 입었을 겁니다


- 조상혁 선수도 깜짝 놀랐습니다. 아, 모자를 벗고 고개를 꾸벅 숙이네요


- 네, 실투였을 거예요. 주심도 그렇게 판단했는지 주의만 주고 넘어가네요. 당연하죠. 설마 머리를 노리고 던졌겠습니까? 네, 두 선수 다 많이 놀랐겠지만 빨리 잊어버려야 해요. 안 그러면 앞으로 경기에 계속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테니까요


“백호야! 백호! 괜찮아? 안 맞은 거 맞지?”


“심판! 이거 고의 아닙니까? 네?”


“일단 트레이너부터 불러! 안 맞았어도 확인은 해봐야지!”


개자식의 손끝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내게 저주를 건 그 뭔지 모를 존재가 피하라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높은 확률로 올해 모든 대회를 날려 먹었겠지.


갑자기 찾아온 현기증이 사라지며 주변 사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마운드 위 개자식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게 내 눈에 포착되었다.


마음 속 쌓여있던 분노가 일거에 폭발했다.


어느 순간부터 제어할 수조차 없게 된 그 감정이 나를 지배해버렸다.


몸을 일으켜 곧바로 조상혁에게 돌진하려던 그 순간,




마치 내 생각을 눈치라도 챈 듯 누군가 등 뒤에서 나를 꽉 끌어안았다. 거대한 기계에 붙잡힌 것 같은 엄청난 힘이었다.


몸에 밴 습관처럼 나도 모르게 그 손가락을 꺾어 속박에서 벗어나려던 그 때,


나를 잡아챈 그 사람이 아주 조용히, 지금 이곳에서 나 밖에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중얼거렸다.


“백호야. 너 영어 할 수 있는 거 알아. 부탁한다. 나도 열 받아서 부처님이고 뭐고 폭발할 뻔했는데 그래도 맞지는 않았으니 한 번만 넘어가자. 여기서 저놈 박살내면 너만 손해야. 넌 야구를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고, 저놈은 억울한 피해자 행세를 하면서 멀쩡히 야구를 하겠지. 그러니 참아. 참아야 해.”


박정진 선배였다. 세상사에 초탈한 듯 인자한 얼굴을 하고 다니던 사람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던 분노가 천천히 가라앉았으며 이성이 돌아왔다.


신기한 일이다. 내가 이걸 참을 수 있다고? 법력의 힘인 건가.


“선배.”


“나무관세음보살.”


“선배.”


“뭐라고 말해도 난 널 놓아줄 수 없어.”


“알았으니까 놔주세요. 열 다 식었으니까.”


“그래? 진짜?”


“네.”


내 말에 아주 잠깐 뭔가를 고민하던 박정진이 천천히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선배 힘 진짜 세네요.”


“스님 되면 나무 하나는 진짜 잘 해올 것 같지 않냐.”


글쎄, 요즘도 나무 때는 곳이 있나.


여하튼 이상할 정도로 쉽게 분노가 가라앉았다.


이런 일을 참아 넘기는 건 내 평생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뭔가 찝찝함이 남긴 하지만,


일단 경기부터 하다가 못 참겠다 싶으면 그때 저놈 대갈통에 한 방 꽂아 넣어주면 되겠지.


저 머저리같은 놈이 내가 오늘 투수라는 걸 잊어버린 듯하다. 아니면 방금 한 방에 나를 완전히 보내버릴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고.


“백호야. 경기 할 수 있겠어?”


“네, 감독님. 아무 문제없습니다.”


“음...”


내 생각을 눈치 챈 것인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던 감독이 조용하게, 나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말했다.


“널 믿고 경기에 내보내도 되겠지? 폭력은 안 돼.”


“노력하겠습니다.”


“보복구도 웬만하면... 정 하고 싶으면 엉덩이만... 내 말 이해했지?”


“참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아. 심판! 교체 없습니다. 그대로 갑니다!”


헬멧과 배트를 주어들고 다시 타석으로 향했다.


대기 타석 위 박정진이 날 보며 잘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생각해봐도 힘 하나는 진짜 제대로다. 역시 스님보다는 다른 게 어울리는 사람이다. 옛날에 태어났으면 아마 승병을 이끄는 우두머리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허리춤에 왜구들의 머리통을 주렁주렁 달고 다녔을 수도 있겠지.


타석에 들어서 주심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플레이!”


10분 정도 중단되었던 경기가 다시 재개되었다. 그 사이 빗방울은 조금 더 굵어져 있었다.


뻐엉


“스트라이크!”


내 몸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공 하나를 흘려보냈다.


이상 없다. 시력도, 몸의 반응속도도, 그리고 마음에도,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따아아아악!


- 네! 큽니다! 큽니다! 쭉쭉 뻗어나가는 타구! 넘어가느냐! 넘어가느냐! 네! 넘어갔습니다. 공주시립야구장 좌측 외벽을 넘어간 큰 홈런! 부상 위기에서 벗어난 백호 선수가 청진고의 선취점을 만들어냅니다! 올해 주말리그에서만 여섯 번째 홈런입니다!


- 굉장한 담력이네요. 머리에 공을 맞을 뻔했던 타자가 몸 쪽 높은 공을 받아쳐 홈런으로 만들다니요. 강심장의 사나이입니다. 아, 그나저나 배트플립 한 번 시원하네요. 하하. 네 잘 한 겁니다. 야구장에서 쌓인 감정은 저렇게 야구로 풀어야죠


하늘 높이 배트를 던져버리고 아주 천천히 1루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평상시 같으면 학생답지 못하다고 주의를 줬을 심판이 아무 것도 못 봤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홈플레이트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저 놈도 양심이란 게 있는 거다. 최소한 경고는 줬어야 할 조상혁에게 주의만 내리고 넘어간 것이 찝찝한 거다.


역시나 이 나라 야구는 썩었다. 조상혁 애비 놈의 손길이 고교야구 심판에까지 닿아 있다니.




- 1대 0! 1대 0! 지난 주말리그 전반기 경기에서 3대 0으로 승리했던 청진고가 오늘도 먼저 선취점을 냅니다. 아, 청진고, 정말 강해졌네요. 선수들의 표정에도 여유가 보입니다


- 네, 에이스를 믿는 겁니다. 백호가 마운드에 서 있는 한 절대 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청진고 선수들을 강하게 만드는 거죠


덕아웃으로 들어가며 대기타석에 있던 박정진에게 귀띔했다.


“저놈 또 몸 쪽 높은 공 던질 겁니다.”


“그래?”


“네, 변화구 같은 건 머리에서 지우고 시원하게 잡아당기세요.”


내 말을 들은 박정진이 예의 인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내가 음료수 한 모금을 목으로 넘기기도 전에,


엄청난 굉음이 공주시립야구장에 울려 퍼졌다.


따아아아아악!


- 아아! 이건 확인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알 수 있는 초대형 타구! 3번 백호 선수에 이어 4번 박정진까지 홈런을 쳐냅니다! 청진고의 백투백 홈런! 스코어가 2대 0으로 벌어집니다!


- 코스와 구종을 예측한 거 같아요. 사실 박정진 선수가 떨어지는 공에 약점이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방금 공은... 네, 음, 성급했어요. 조상혁 선수가 오늘 마음이 좀 급한 것 같습니다


- 자, 이렇게 되면 대전우수고는 시작부터 궁지에 몰리게 됐네요. 오늘 상대 선발이 백호라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더 이상 점수를 주면 어려워집니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거의 그치고, 먹구름 사이로 비친 한 줄기 햇살이 박정진을 향해 쏟아졌다. 스님이 될 사람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그 모습이 경건하게까지 느껴졌다.


“제 말이 맞죠?”


“백호야.”


“네.”


“혹시 마음 속 부처님을 만난 거니?”


“네?”


“어떻게 몸 쪽 높은 공이 날아올지 알았나 싶어서.”


어떻게 알긴, 나한테 홈런을 쳐맞고 반쯤 뒤집힌 저놈 눈깔을 보고 알았지.


박정진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이제 막 타석에 들어서려 하는 강유찬에게 말했다.


“초구 바깥쪽에서 존안으로 꺾여 들어오는 백도어 커브. 알아서 잘 노려쳐봐.”


“...점쟁이냐?”


반쯤 미더운 표정을 한 강유찬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여지없이 커브가 날아들어 왔다.


문제가 있다면 박정진과 달리 강유찬은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다는 거다. 타이밍이 밀린 타구가 3루 라인을 벗어나며 파울이 되었다.


강유찬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주인에 대한 믿음이, 아니 훈련이 부족하다. 내가 움직이라는 데로 착착 움직이면 좀 좋아. 우리 집 럭키만도 못한 놈 같으니.


뻐엉


“볼.”


어쨌든,


조상혁의 멘탈이 터졌다. 터진 멘탈이 마운드 위로 주룩주룩 흘러내리고 있다.


겨우 홈런 두 방에 저 지경이 되다니.


쯧쯧, 요즘 것들이란.


어쨌든 더 이상의 미친 짓은 못할 것 같다.


날 한 방에 보내지 못했으니 더 이상 보복구 위험을 감수하고 또 그런 공을 던지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평생 주변의 보호를 받으며 왕자처럼, 본인밖에 모르고 자란 금쪽이의 뇌가 정상적인 사고를 할 거라는 건 너무 긍정적인 생각이었다.


주변과의 상호작용 기능 따위는 없는 조상혁의 판단능력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달았다. 머리는 자라지 않은 채 덩치만 커진 철없는 애새끼의 손을 떠난 위험한 살상무기가 강유찬을 향해 날아갔다.


- 조상혁 선수 와인드업! 제 3구!


뻐억!


- 아! 무슨 일인가요! 또다시 실투가 나왔습니다! 강유찬 선수가 쓰러졌습니다! 네! 이번에는 정말 맞았어요! 피하지 못했습니다!


- 이게... 아, 다행히 머리에 직접 맞은 건 아닌 거 같네요. 피하는 과정에서 오른 손에 맞은 것 같습니다


쓰레기의 손에서 튀어나간 147km/h 포심이 강유찬을 맞추는 순간, 그 공에 맞은 애송이가 비명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무너져 내리는 순간,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강유찬 저 애송이가 오늘 이 자리에 서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손바닥이 까질 때까지 배트를 휘두르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 밤이 될 때까지 공을 던지던 모습이 생각났다. 아닌 척 하면서 혼자 훈련장에 남아 그라운드를 돌던 그 멍청한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새삼 깨닫는다.


역시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인내심 같은 건 아무 쓸모도 없다는 걸, 무언가를 해야겠다 결심이 들었다면 그 즉시 움직여야 한다는 걸.


“이리 와! 이 개자식아!”


덕아웃을 박차고 그라운드로 튀어나갔다. 마운드 위에서 놀란 소년을 연기하던 쓰레기가 깜짝 놀라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규율과 학생다움이 강요되는 고교야구에서 이 나라 야구 판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에게서 보호를 받는 저 쓰레기를 박살내면 나는 어떻게 될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1년 출장정지, 최악의 경우에는 영구자격박탈.


그렇게 될 경우 내가 내릴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뿐,


또 한 번의 회귀.


그로 인해 이번 삶에서 쌓은 새로운 인연들,


강유찬, 최승우, 정우진, 박정진, 김재덕 선생, 예전보다 훨씬 밝아진 부모님의 모습, 럭키라는 이름이 붙여진 우리 집 강아지, 이런 것들과 작별을 고해야하겠지만,


상관없다. 난 저 개자식을 죽여 버릴 거다.


“이 빌어먹을 개새끼!”


그까짓 회귀, 또 한 번 겪어내면 된다. 힘들게 갖게 된 몇 가지 기억과 추억들을 잃게 된다 해도, 이제야 조금 알게 된 사람의 마음을 포기하게 된다 해도,


저 쓰레기를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


“저 새끼, 막... 억!”


상대 3루수가 나를 향해 막아섰다. 팔을 잡아 뒤로 집어던져버렸다. 옆에 있던 유격수가 내 유니폼을 잡아채려했다.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계속 전진했다. 아버지가 가르쳐준 기술이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게 야구고, 그 다음이 싸움박질이다. 힘만 조금 센 일반인들이 나를 막을 수는 없다.


한때 나와 같은 편이었던 덩치 큰 포수가 보호 장비를 믿고 나를 향해 돌진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나타난 거대한 그림자가 그 포수를 덮쳐버렸다.


“백호 건들지 마! 다 죽여 버릴 테니까!”


박정진이다. 나보고 참으라고 했던 사람이 나보다 더 험악한 얼굴이 되어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에게 다가가던 대전우수고 놈들이 추풍낙엽처럼 사방으로 날아가 버렸다.


역시 10만 조선 승병을 이끌 장군감이다.


그 난장판을 뚫고 마운드에 도착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무슨 일이 생기든 엄마 아빠가 지켜줄 거라 철석같이 믿고 살아온 어리고 철없는데 싸가지는 더 없는 개자식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얼어붙어 있었다.


놈의 멱살을 잡아챘다.


“이, 이거 놔!”


지독한 입 냄새에 살의(殺意)가 치밀어 올랐다. 이 쓰레기를 죽여 버리라는, 사지를 분질러버리라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메아리쳤다.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되뇌고 또 되뇌였다.


이곳은 링이 아니다. 나는 야구선수다.


아랫입술을 깨물어 터뜨렸다. 비릿한 피가 목을 타고 넘어가자 오히려 살심이 가라앉았다. 다시 눈을 떴다. 내 손에 쓰레기 하나가 매달려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이 쓰레기에게 가르쳐줘야 한다. 세상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걸.


누군가를 건드릴 때는 자신도 박살 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걸.


그 교훈을 남기기 위해 주먹을 치켜들었다.


버둥거리는 놈의 늑골에 정통으로 한 방,


뻐억!


“컥...!”


수그러지는 놈의 턱을 향해 온 힘을 다해 어퍼컷.


뻐어억!


“끄륵...”


“그, 그만! 다들 그만둬!”


둔탁한 손맛과 함께 쓰레기가 눈깔을 까뒤집으며 축 늘어졌다.


뒤를 돌아보니 그라운드가 양 팀 선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대전우수고 선수 셋을 질질 끌고 가고 있는 박정진, 나를 보호하기 위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정우진, 상대 2루수와 머리끄댕이를 잡고 있는 최승우, 애들을 말리기는커녕 서로 멱살잡이를 하고 있는 양 팀 감독, 그리고,


“이 미친 새끼들! 감히 내 자식을 건드리다니!”


안전망을 타고 넘으며 괴성을 지르는 선글라스 쓴 사나이,


백 관장,


우리 아버지,


“퇴장! 퇴장! 다 꺼져! 너도 퇴장! 다 퇴장이야!”


게거품을 물고 기절해버린 쓰레기를 던져버리고 덕아웃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상대 팀 선수도, 우리 팀 동료들도, 그 누구도 내 앞을 막지 못했다.


털썩


덕아웃에 앉아 음료수 빨대를 입에 물었다. 어느새 먹구름은 완전히 개어 파란 하늘이 드러나 있었다.


그래,


내 나이 십 분의 일도 안 되는 핏덩어리들하고 주먹질하기 참 좋은 날이구나.


뒷일은...


모르겠다. 시발, 어떻게든 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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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031화. 그 인터넷이라는 거 나도 좀... +21 24.09.16 5,663 224 18쪽
31 030화.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로봇이 되거라 +20 24.09.15 6,377 232 14쪽
30 029화. 이대로 돌아가라고? +15 24.09.14 7,049 239 19쪽
29 028화. 못할 일 같은 건 없다 +25 24.09.13 7,352 244 17쪽
» 027화. ...하기 딱 좋은 날씨네 +31 24.09.12 7,570 267 16쪽
27 026화. 피해라 +18 24.09.11 7,728 230 12쪽
26 025화. 애송이들 +24 24.09.10 8,065 235 21쪽
25 024화. 웃고 있는 거 맞지? +20 24.09.09 8,131 250 17쪽
24 023화. 동영상 강의 참조해서... +21 24.09.08 8,314 234 14쪽
23 022화. 구원투수 +12 24.09.07 8,537 215 13쪽
22 021화. 한 번 해보자고 +21 24.09.06 8,942 220 19쪽
21 020화. 박살 +15 24.09.05 8,984 264 16쪽
20 019화. 더! 더! 더! +24 24.09.04 9,058 271 18쪽
19 018화. 약속대로 박살내주지 +23 24.09.03 8,994 241 19쪽
18 017화. 팔꿈치를 붙여야 +16 24.09.02 8,961 258 17쪽
17 016화. 나는 천재가 아니니까 +16 24.09.01 9,151 238 17쪽
16 015화. 기대, 그리고 두려움 +25 24.08.31 9,530 244 25쪽
15 014화. 해보려 한다 +22 24.08.30 9,428 233 18쪽
14 013화. 보는 눈의 차이 +26 24.08.29 9,507 244 14쪽
13 012화. 삼대장 +23 24.08.28 9,688 252 17쪽
12 011화. 나는 행복합니다 +24 24.08.27 9,714 247 15쪽
11 010화. 백호 등장 +21 24.08.26 9,709 275 17쪽
10 009화. 그냥 제가 치겠습니다 +27 24.08.25 9,703 234 16쪽
9 008화. 주말리그 개막 +17 24.08.24 9,779 237 14쪽
8 007화. 내가 터트려준다고 +18 24.08.23 9,879 225 13쪽
7 006화. 너 진짜 야구 안 할 거야? +12 24.08.22 10,285 215 13쪽
6 005화. 이번 삶은 흥미롭다 +16 24.08.21 10,842 214 14쪽
5 004화. 청진고 야구부 +15 24.08.20 11,356 229 14쪽
4 003화. 인터넷 보고 배웠는데요 +14 24.08.20 11,739 239 16쪽
3 002화. 분노라는 감정 +15 24.08.19 12,648 248 14쪽
2 001화. 그걸 왜 이제 말해주는 건데! +83 24.08.19 14,164 337 20쪽
1 000화. 프롤로그 +17 24.08.19 15,474 23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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