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F1 레이서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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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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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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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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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01. 시간을 달리다

DUMMY

별이 빛나는 우주 한가운데에서 운전대를 잡은 나는 하얀 빛의 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 빛은 시간이었다.


그렇다. 나는 시간을 달렸다.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시간을 달렸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내가 싫어하던, 그리고 극복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던 동물적인 본능이 나에게 알려주었다.


저 빛은 시간이라고. 너는 지금 시간을 달리고 있다고.


그리고 시간을 달려 도착한 목적지는...


10년 전의 어느 날이었다.



EP 01. 시간을 달리다



F1 그랑프리의 마지막 레이스가 열린 서울 서킷.


나는 그곳을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 F1 차량에서 불길이 일었다.


엔진은 불에 타고 있고 이미 1위에서 20위로 밀려났다.


속도는 더 이상 나지 않고 브레이크는 먹통이 되었다.


그 때 포기했어야 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 때 포기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모터스포츠의 볼모지인 한국에서 F1 레이서를 꿈꿨고, 게임 스피드 레이서를 하면서 꿈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한국에서 F1 레이서가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재능이 없었다.


언제나 내 앞을 가로막는 한사람, 유현.


내가 힘들게 세운 기록을 간단하게 깨버리는 그. 언제나 나의 앞에서 달리던 그 사람.


증오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부러웠다.


저렇게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게 부러웠다.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나는 믿고 있었으니까.


나를 믿고 투자를 해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우승을 해야 하니까.


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엑셀을 밟았다.


그리고 차가 터졌다.


폭발하는 F1 차량 속에서 나는 끔찍한 작열의 고통을 맛보았다.


끔찍한 고통이 온 몸을 감싸안았고, 다음 순간 나는 시간을 달리고 있었다.


와아아아앙-!


내 F1 레이서카와 함게, 나는 시간을 달렸다.


그리고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 그곳은.


“허억!”


10년 전의 내 방이었다.


“허억...허억...허억...”


나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작열의 고통이 아직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눈에 비추어지고 있는건 불에 타 고통스럽게 울부짓는 내 몸뚱아리가 아니었다.


내 눈이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름다운 우주와 시간의 길, 그리고 시간을 달리고 있던 나의 모습이었다.


“허억...허억...”


머리가 아프다.


지끈거리는 두통이 나를 맞이해준다.


하지만 오히려 그 고통이 내가 살아있음을, 그리고 내가 이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여기가...여긴...”


여긴 10년전의 내 방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방은 아니었다.


원룸에 방이 어디있나.


나는 서둘러 휴대폰을 살펴보았다.


날짜는 10년전. 시간은 11시. 벌써 점심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하아...”


시간을 달리고 있을 때,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운전자들이 과정은 몰라도 목적지가 어딘지는 알고 있는 것처럼.


시간을 달려 도착한 내 목적지는 10년 전의 내 방. 아니, 10년 전의 내 집이었다.


“그렇다는건...”


지금 내 나이는 15살. 중학교 2학년이다.


나는 조용히 집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내 기억 속, 10년 전의 그것과 완전히 똑같았다.


“진짜로?”


진짜로 시간을 달려 10년 전으로 온 건가?


아니면 죽기 전의 회상이 쓸데없이 길어지고 있는 것인가?


그 때,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담임 선생님이었다.


그러고보니 이무렵의 나는 학교를 거의 나가지 않았었다.


간신히 중학교를 졸업은 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는 않았고, 검정고시를 봤었었다.


그도 그럴게, 나한테는 돈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부모도.


내가 중학교에 입학한 날, 부모님께서는 차 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나는 중학교 시절 내내 차에 대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다른 애들이 다 스피드 레이서라는 게임을 하는데에도 혼자 다른 게임을 했고, 레이스라는 재능을 늦게 발견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는 시간을 달려서 10년 전으로 되돌아왔다.


폭발하는 작열통 속에서 고통스럽게 죽었어야 했을 한명의 레이서가, 어째서인지 시간을 달려 10년 전 자신의 방에 앉아있었다.


그런 엄청난 일을 겪었는데, 학교가 대수인가?


나는 휴대폰을 엎어둔 채로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씹었다.


원룸은 내가 기억하던 모습과 똑같았다.


내가 기억하던 모습과 똑같이 더러웠다.


당연하지만 15살짜리가 청소를 어떻게 하는지 알겠나.


그냥 부모님이 하던거 흉내내는 정도, 눈에 보이는 것을 쓰레기통에 치우는 정도지.


덕분에 내 집 화장실은 곰팡이들이 꽃처럼 피어 있었고 집 곳곳이 치워지지 못한 먼지들이 가득했다.


“에휴...”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청소를 시작했다.



**



어떻게 된걸까.


어쨰서 나는 10년 전으로 되돌아온 것일까.


아니, 왜 하필 10년 전인가?


10년이라는 것에 무언가 의미가 있는 것인가.


아니라면 그냥 우연인가.


나를 이곳으로 보낸 사람은 누구인가.


나를 이곳으로 보낸 누군가가 존재하기는 하는가.


그리고 왜 하필 나인가.


내가 시간을 달리게 된 것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아니면 어떤 초월자의 의도인가.


아니, 애초에 10년 전으로 돌아온 것은 맞는가.


그동안의 인생이 모두 내 꿈이었을 수도, 백일몽이었을수도 있지 않은가?


물론 어느것 하나 알 수 없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알 수 없을 예정이었다.


한낱 인간이 어떻게 세상의 의미를 알겠는가. 어떻게 인생의 의미를 알겠는가.


그렇기에 이딴 쓸모없는 감성들은 방청소를 하면서 함께 치워버렸다.


10년 전으로 돌아왔든 시간을 달렸든 중요한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갖가지 고민들.


내가 10년 전으로 돌아온 이유.


굳이 내가 10년 전으로 돌아온 이유.


굳이 10년인 이유.


나를 10년 전으로 보낸 인간, 아니 인간이 아닌 그 어떤 존재는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


10년 전으로 돌아온게 나인 이유와 내가 다시 살아난 이유까지.


그딴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그딴 고민들은 인생을 어렵게 만드는 고민일 뿐이다.


그딴 고민들을 해봤자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아마 저런 고민들을 통해 밥을 먹을 수 있는건 소설가들 뿐이겠지.


하지만 나는 소설가가 아니다.


나는 속도에 미쳐있는 레이서지, 감상에 젖는 소설가가 아니라고.


인생을 사는데 하등 소용없는 고민들과 함께 집을 가득매운 쓰레기를 치우니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12시네.”


나는 햇반을 데우고 김을 꺼내 한상을 차렸다.


“이렇게 먹는것도 오랜만이네.”


레이서가 된 이후로는 식단을 팀에서 정해줬기 때문에 부실하게 먹을래야 먹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약간은 그리운 생각이 들었다.


마치 엄마가 차려준 집밥을 먹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그 기분은 쓰다만 나무젓가락을 재활용하는 순간 산산히 깨졌다.


“하아.”


나는 밥을 먹으며 생각했다.


“이제 뭐 해야 하지?”


집 청소를 마쳤다.


학교는 쨌다. 선생님 전화는 씹었다.


밥은 먹었다.


그럼, 이제 뭐 해야 하지?


할게 없었다.


나는 10년 전으로 되돌아왔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혹자는 비트코인이나 주식을 생각할 것이다.


나도 물론 앞으로 어떤 가상화폐가 떡상할 것이고 어떤 주식이 떡락할 것인지 알고 있다.


당연하겠지만 나도 사회 생활을 하면서 제테크를 해봤으니까.


하지만 제테크를 하려고 해도 시드머니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부모도 없고 돈도 없는 기초수급자 15살 남중생이 할 수 있는게 아니란 말이다.


“하. 시발.”


막막하다.


10년 전으로 돌아와봤자, 할게 없었다.


학교를 다시 다니고 싶지는 않다. 부모님이 죽고 나서 나는 왕따가 되었으니까.


개새끼들. 부모님께서 돌아가신게 그렇게 죄인가?


“앞으로 뭘 해야 하지.”


나도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뭘 할것인지 생각 안해본게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진짜 시간을 달려서 10년 전으로 돌아오니 할게 없었다.


나는 한낱 인간일 뿐이고, 기초수급자 고아 중학생일 뿐이었으니까.


“...달리고 싶다.”


아니, 하고 싶은 것은 있었다.


달리고 싶었다.


내가 사는 의미였던 레이스를 다시 한번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할 수가 없지 않은가?


레이스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스포츠다. 게다가 10년 후라면 몰라도 지금의 한국은 여전히 모터스포츠의 볼모지이다.


나는 달릴 수 없다.


달릴 수 없다는게, 나에게는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아니, 달릴수야 있겠지.


나는 10년 후를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레이서가 될 운명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레이서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자그마치 5년을 기다려야 한다.


5년. 짧다면 짧지만 내 인생의 5분의 1이다.


아니, 지금은 15살이니까 3분의 1인가?


어쩄든. 5년은 기다려야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고 다시 달릴 수 있다.


소설이나 만화라면 5년 후 라는 단어 하나로 그 중간 단계를 건너뛸 수 있겠지만 이건 진짜 인생이다.


그렇게 작가편의주의적인 전개는 나오지 않는다.


...아니지.


나는 시간을 달려서 10년 전으로 돌아오지 않았나?


그렇다면 5년 후로도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5년 후.”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변한건 없었다.


“5년 후.”


변한건 없었다.


“뭐하는 짓이냐...”


역시 시간을 달리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에라이.”


나는 밥을 먹다 말고 바닥에 드러웠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하필 돌아와도 내 인생 최고의 암흑기로 돌아오다니.


부모님도 없고, 돈도 없고, 달릴 수도 없는 최악의 시기로 돌아오다니.


운도 지지리도 없지.


“하아.”


나는 머릿속으로 서킷을 상상했다.


모나코의 모나코 서킷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서킷이었다.


별이 빛나는 밤 아래에서 유럽풍 건물들 사이를 달리는 기분이란...


나는 천천히 손을 올렸다.


내 머릿속에서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기어를 3단에 넣고 클러치.

기어를 5단에 넣고 클러치.

기어를 7단에 넣고 엑셀.


상상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한데, 다시 한번 달릴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다시 한번만 달릴 수 있다면.


설령 그게 진짜로 달리는게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달리는 기분이라도 낼 수 있다면...


“아!”


그 순간, 내 머릿속에 한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온라인 게임, 스피드 레이서.


나는 서둘러 휴대폰을 확인했다.


맞았다.


올해가 바로 스피드 레이서가 출시된 해이다.


그렇다는건 어느집에나 있는 VR기계 하나면 얼마든지 달릴 수 있는 뜻이다.


시간을 달려서 다시 돌아온 인생에서도 나는 달릴 수 있다.


나는 서둘러 VR 기계를 집어들었다.


부모님께 떼를 써서 간신히 얻었던 VR기계였다.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나는 서둘러 스피드 레이서를 다운로드 받았다.


그리고 스피드 레이서를 작동시켰다.


그저 달리는게 좋았다.


어릴때에는 단지 그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꿈에 나이라는 장작이 더해지면 꿈은 거대한 불길이 된다.


달리자. 다시 한번 달리자.


그게 내 인생의 의미다.


속도에 미쳐 달리는 것이 내가 찾은 내 인생의 의미다.


그러니 달리면 된다.


어차피 인생의 의미는 내가 정하는 것 아닌가?


그게 인생이든, 모나코 서킷이든, 시간이든 상관 없다.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달리고 달려서 우승을 차지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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