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유생존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새글

삽탱이
작품등록일 :
2024.08.19 16:47
최근연재일 :
2024.09.19 01:17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2,602
추천수 :
580
글자수 :
181,073

작성
24.08.19 21:09
조회
804
추천
20
글자
9쪽

6. 암염발견

DUMMY

무림세계에 내려오는 말에는 이런 것이 있다. 동생들이 단전 하나 못 만들면 눈물이 나고, 동생들이 대공을 성취하면 피눈물이 난다고. 없나? 없으면 말고.


축하할 일이 분명하지만, 이제 한 달을 축기해서 겨우 엄지손가락 한마디 만한 단전을 만든 소년가장의 상실감은 어쩔 수가 없다. 전생을 기억한 이후로, 처음으로 느껴 본 이 세상의 신비였기에 더욱 씁쓸했다.


이렇게 가장의 위엄이 무너지다니.


아무튼 혼자만의 쓸쓸한 마음은 빨리 뒤로하고, 우리 화하둥이(소화,도하 귀염둥이)의 대공을 축하해줘야 한다. 실제로 안심되기도 하고.


“너희 둘이 이 오라비보다 낫다. 감자만큼의 단전이면 앞으로 내공도 더 빨리 모이겠지? 나는 한달을 먼저 시작했는데 이제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단전 크기인데 말야.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나중에는 이 오라버니, 형을 지켜줘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삼남매가 모두 무림인이 된 좋은 날이니까 모처럼 좋은 걸 먹어야 겠는걸?”


“오라버니, 내가 빨리 강해져서 범이 와도 혼내줄게요.”


“산적놈이 나타나면, 형한테 해코지 못하게 내가 계곡 밑까지 던져버릴거야!”


“그래, 그래. 앞으로 나는 우리 동생들만 믿을테니까, 수련 더 잘할 수 있게 오늘 저녁은 몸에 좋은 음식해먹자.”


토끼를 네 마리 잡았다. 마음 같아서는 닭을 잡아 삼계탕을 해주고 싶었는데, 아직 마릿수가 여유롭지 않고, 새끼를 친 것이 아직 벼슬도 안 올라온 병아리였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대신 매일 먹던 감자가 아니라 쌀밥을 앉혔다.


감자 덕분에 양식에 여유가 생겼지만, 쌀은 여전히 공남매들에겐 귀한 곡식이다. 감자가 주식이고 쌀밥은 오늘같이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다.


추수한 콩과 밤까지 깎아넣어 영양밥을 만들었다. 토끼도 삼계탕에 들어갈만한 약재를 넣어 푹 끓였다. 눈 치운 마당에서 혼자 꼬리로 팽이를 치던 도구까지 네 식구가 모여서 포식했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해치운 동생들은 자기 전까지 다시 운공에 들어섰다. 어제까지 은둔 어린이 고수였던 나는 이제 현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적어가면서 점검한다.


첫 번째로 등불은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한다. 겨울은 밤이 길고, 산은 어둠이 더욱 짙다. 빛을 확보하는 건 집안에서나 집 밖에서나 늘 필요한 일이다. 지금까지는 아껴 써서 버텼지만, 짐승의 지방은 보관도 어려울 뿐더러 그 양도 넉넉하지 않다.


둘째로는 소금확보. 이 세계에서는 소금이 비싸다. 이제는 약초뿐만 아니라 토끼고기나 가죽도 마을에 종종 팔아서 돈을 벌지만, 기본적으로 안전 상의 이유로 필요 이상의 액수를 거래하지도 않기도 하고, 있다 해도 여유로운 수준이 아니다.


현대에서는 나트륨 과다섭취가 문제가 된다지만, 현생에서는 그 반대로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어떻게든 소금을 조금 더 확보해야 한다.


세 번째는 안전 강화. 동생들을 겁주기 위해 꺼냈던 말이지만, 우리가 사는 곳은 깊은 숲 산꼭대기이다. 그동안은 운 좋게 맹수의 습격이 없었지만, 먹이를 구하기 힘든 겨울에 먹거리 풍부한 삼정공가에 처들어 올 수도 있다.


차기 천외천(?)이 될 두 동생과 제법 큰 영물 강아지(?) 도구까지 있다지만, 곰이나 호랑이 같은 무쌍의 맹수는 아직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덫이나 함정, 비상 시 무기라도 더 만들어 둬야 할 것 같다.


네 번 째로 수레. 작년만 하더라도 모든 먹을거리나 살림살이가 바가지 하나에 담겼지만, 이제 삼정공가의 규모상 수레가 필수적이다. 몇 번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 시대의 기술로 바퀴를 만드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애써 만든 나무바퀴를 고무 타이어 없이 산 길에서 굴리는 게 힘든 일이라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이제는 유품이 된 아버지의 약초책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혹시라도 도움이 될만한 이 세계만의 재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잠깐! 다른 건 몰라도 지금은 겨울이니까 바퀴 대신에 썰매는 가능하겠는데?’


이튿 날 아침. 바로 썰매다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실물을 본 적도 없지만, 전생의 기억엔 매년 12월에 각종 출력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예시가 있었으니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짐칸이 있는 썰매를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루돌프나 파트랏슈의 역할을 해줄 썰매견(?) 공도구 씨가 있으시겠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이 노동이라고 생각을 안 하는지 우리 호구썰매견 도구씨는 신나서 공남매를 태우고 삼정산 산마루 인근을 달렸다. 나는 겨우내 땔감 모으러 다니기 편해져서 만족했고, 동생들과 도구는 놀이 거리가 추가된 것에 만족했다.


긴 겨울은 아직 많이 남았고, 공남매는 그 기간동안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물론 삼재심법뿐이라지만,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동생들이 성취는 훌륭해 보인다.


익힌 보법이나 경신법도 없이, 그냥 내기만 하체에 실어 뛰어다니는데도 다섯 살 많은 내가 도저히 따라다닐 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렇다보니 주변 순찰은 도구와 동생들이 맡게 되었고, 그동안 나는 목재와 대나무를 날카롭게 깎았다. 그렇게 준비한 날카로운 나무들로 울타리 밖에 목책을 치고, 함정도 만들었다. 죽창도 집 주변 여기저기 배치해서 비상시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여느 날과 다름 없이, 공남매는 아침에 운기하고 외공수련을 한 다음에 각자의 일과를 보내고 있었다. 잘 먹고 잘 쉬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무공수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공남매들의 체격이 많이 좋아졌다.


전에는 셋 다 나이보다 작은 편이었는데 이제는 평균에 다다랐다. 덕분에 힘쓰는 일들이 편해져서 각자의 일과도 빠르게 마치고 여유시간이 길어졌다.


나는 앞으로 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지식을 점검하기 위해 아버지의 약초책을 읽어보는 시간이 길어졌고, 넘치는(?) 내공에 몸이 들썩이는 동생들은 도구와 삼정산 모험범위를 넓혀나갔다.


그동안은 안전상의 이유로 철저하게 활동 범위를 제한했었다. 막내 도하가 도약질 몇 번에 높은 나무 두 개를 번갈아 밟으며 꼭대기를 오르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그 제한을 풀었다.


그렇게 안전이 확인된 화하둥이와 도구까지 셋이 설원을 누비니 이들이 바로 차기 무림 천외천 삼정삼절(三井三絕)이 되시겠다.


날이 어두워야 돌아오는 이 고수들이 무슨 일인지 일찍 귀가했다. 그리고 소화랑 도하가 각자 하얀 돌덩이를 보여주면서 소리쳤다.


“오라비! 우리가 비싼 보석을 발견한 거 같아.”


“형아, 하얗고 반질거리는 게 엄청 예쁘다. 부잣집 아줌마들이 사주지 않을까?”


동생들에게 돌덩이를 받아든 나도 이게 뭔지 싶어서 자세히 관찰했다. 아무래도 비싼 보석들은 경도가 무척 튼튼한 편이라 힘을 강하게 쥐어본다. 그러니 퍼석하고 금이 가는 것이 보석은 아닌 거 같다. 그제서야 드는 생각.


'혹시 이거 암염(巖鹽)인가?'


바로 돌덩이에 혀를 댔다. 확실히 짰다. 대박! 아무 색도 섞이지 않는 하얀색 암염이라고? 아무래도 삼정산에는 특수한 행운이 있는 거 같다. 감자 농사도 대박. 점토 옹기도 대박. 이제는 암염까지? 자급자족의 성지가 아닌가?


“오라버니, 아무리 배가 고파도 돌은 먹으면 안돼. 내가 얼른 감자 쪄줄게요.”


“비싸게 팔아야 하는데 형아가 이미 금이 가도록 망쳐버렸어. 형아 미워.”


나를 가엽게 보는 둘째와 원망하는 셋째가 너무 귀엽다. 나는 동생들의 뺨에 쪽쪽 한번 입맞춰주고 설명해줬다. 마을에서 사오는 소금은 주로 바다에서 나지만, 이렇게 돌로 만들어진 소금도 있다는 것. 돌소금에는 불순물이 섞인 경우도 많지만 지금 동생들이 구해온 건 순백의 암염으로 그대로 빻아서 쓸 수 있겠다는 것.


소금은 비싸고 귀하기 때문에, 이 돌소금은 보석과도 같다는 점. 그리고 이 소금이 있으면 앞으로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점까지.


“그래서 이 돌소금이 어디서 났다고?”


“계곡 넘어가서 기슭에 작은 동굴이 있었어. 거기에 많아요.”


“형아, 우리 창고에 있는 감자만큼이나 많았어.”


심지어 많다고? 감자만큼이나? 삼정공가의 감자밭은 텃밭의 수준을 넘어 백 평을 넘어선다. 전체 수확량은 천 오백근을 훌쩍 넘어서고···.


도하 말이 맞다면 평생 소금 부족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전날 고민했던 소금문제를 단 하루만에 해결해주는 천운의 동생들이라 할 수 있겠다. 동생들과 함께 도구썰매를 타고 목적지로 갔다.


동굴 입구는 작은 편으로, 오리걸음 하듯이 들어갔다. 어느 정도 걸음하니 천장도 길도 넓어지니 진짜로 순백의 소금덩어리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아싸 대박! 도구 포함한 공씨일가는 밤새 소금을 날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도유생존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7 37. 삼정산의 정체 NEW +1 12시간 전 128 9 11쪽
36 36. 다 떠들었냐? NEW +1 13시간 전 140 7 12쪽
35 35. 최강의 빈객이 제발로 굴러왔다. NEW +5 20시간 전 201 9 10쪽
34 34. 산 남자끼리의 우정 NEW +3 23시간 전 203 10 14쪽
33 33. 천하제일 장인대회 (3) +3 24.09.18 224 11 13쪽
32 32. 천하제일 장인대회 (2) +4 24.09.17 292 11 13쪽
31 31. 천하제일 장인대회 (1) +3 24.09.17 353 14 7쪽
30 30. 올해도 감자농사는 내려놓지 않을 겁니다. +3 24.09.16 360 12 12쪽
29 29. 드디어 김치찌개를 먹다. +3 24.09.16 394 13 12쪽
28 28. 새 가족의 탄생 +6 24.09.16 425 15 11쪽
27 27. 중원제일 산업도시, 삼정산 +4 24.09.15 463 15 13쪽
26 26. 후추를 얻다 +2 24.09.14 490 16 8쪽
25 25. 세가들과의 인연 +2 24.09.14 502 11 8쪽
24 24. 기간산업의 변화 +2 24.09.14 538 13 7쪽
23 23. 기틀 마련 +2 24.08.30 691 15 13쪽
22 22. 세상에 오롯이 서려 합니다. +3 24.08.29 681 16 12쪽
21 21. 은혜갚은 백가장 +4 24.08.28 678 14 12쪽
20 20. 전문 행정인력 진남매 +2 24.08.28 676 14 11쪽
19 19. 호구조사 +3 24.08.27 686 14 11쪽
18 18. 삼정공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 24.08.26 704 14 11쪽
17 17. 새 가솔을 거두다 +5 24.08.25 716 16 12쪽
16 16. 가족 +5 24.08.25 702 17 7쪽
15 15. 새봄맞이 +3 24.08.25 714 16 9쪽
14 14. 삼남매 첫 나들이 +2 24.08.25 744 17 11쪽
13 13. 혹시 반로환동 하셨습니까? +3 24.08.24 751 15 16쪽
12 12. 이다지도 찬란한 것을 +4 24.08.23 772 17 10쪽
11 11. 밥값 하셔야죠? +3 24.08.22 765 16 11쪽
10 10. 다짐 +4 24.08.21 786 16 11쪽
9 9. 백예린 +3 24.08.21 793 18 11쪽
8 8. 무림인과의 조우 +5 24.08.20 805 1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