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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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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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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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DUMMY

천 년 전 과거.

온 대륙을 휩쓴, 훗날 제왕 전쟁이라 불리는 전쟁이 일어난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는 황금기라 불릴 정도로 모든 왕의 실력이 뛰어나다 못해, 재앙으로 다가왔다. 덕분에 수많은 사람이 죽고, 대지는 피로 가득해졌다.

각 분야의 강호들. 하지만 다이아몬드도 급이 있듯이, 그중에서도 두드러진 모습을 보인 한 사람이 있었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힘을 가졌던 존재. 사후 수백년 동안 대륙에 영향을 끼친 그 존재는 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이다.


**********


그것이 다시 깨어난 순간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언제나처럼 해가 뜨고,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언제나처럼 평화로운 날이 지속된 순간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었다. 나뭇잎이 지나가다가 머리에 떨어지듯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단순한 우연이었단 말이다.

너무나도 평화로워 이름도 없는 작은 마을. 그 근처의 깊은 계곡에서 그자가 다시 눈을 떴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남자는 주위를 살폈다. 하급 몬스터들은 갑작스러운 생명체의 등장에 천천히 다가왔다.


“뭐냐? 네놈들.”


-콰지직!

그가 살짝 바라본 것만으로 몬스터의 몸은 손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큐브 조각으로 압축됐다. 그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묘한 위화감 주위를 맴돌았고, 남자는 그 위화감의 정체를 순식간에 눈치챘다.


“힘이 사라졌군. 1할도 안 남았어.”


계곡을 빠져나오니 싱그러운 나뭇잎과 맑은 태양 빛이 그를 비추기 시작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곡 위로 올라가니 울창한 숲과 평화로운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간이 많이 지났군.’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엄청난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그가 살아있었을 때 온 땅에선 언제나 피비린내가 났지만, 지금은 불쾌할 정도로 평화로운 냄새로 가득했으니까.

원래라면 그 광경에 기분이 불쾌해야 하는게 정상인데,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다시 살아나서 그런 걸까? 스스로에게 드는 의문을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으니 문득 한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묘한 기운이 마을 근처에서 피어오른다.

어쩐지 익숙한 기운. 남자는 곧장 마을로 향했다.


‘조용하군.’


도착한 마을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고, 주변에는 핏자국이 가득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옅어졌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맡은 피 냄새에 기분이 좋아졌다.


“도와주세요-!”

“거기서!”


그렇게 한참을 둘러보던 중 문득 한 여인이 남자를 향해 달려왔다. 그녀는 검은 로브를 쓴 남자에게 쫓기고 있었는데.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제발 도와주세요! 저 사람이 마을 사람들을...!”

“넌 뭐야! 안 꺼... 크억!”


남자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니, 아까의 몬스터들처럼 로브의 몸이 종이처럼 구겨졌다. 피를 내뿜으며 작아진 조각에 여인은 순간 구역질을 참지 못했다.


“ㅈ, 죄송해요! 너무 놀라서.”

“아직 알아야 할 게 있으니 살려주마. 무슨 일이 일어났지?”

“자, 잘 모르겠어요. 서대륙 사람들이 갑자기 들이닥치더니 마을 사람들을 전부 납치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여행객인 줄 알았는데...”

“서대륙이라...”


남자는 떨어진 로브를 주워 들며 중얼거렸다. 로브 안쪽에 있는 익숙한 문장. 그 문장을 본 순간 남자는 상황을 전부 알 수 있었다.


“그렇군. 그렇게 된 거였어. 키킥,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없군.”

“네...?”

“네놈들이 납치당했던 곳을 기억하나? 안내해라.”

“네? 지금요? 절대 안돼요! 그 사람들 전부 강하다고요! 못해도 관아에 연락을...”


여인은 눈이 마주친 순간 저도 모르게 입을 손으로 막았다.

안광이 없는 두 눈동자. 그 눈동자를 본 순간 저도 모르게 호흡을 낮췄다. 마치 포식자 앞에 선 피식자처럼 본능적으로 드러난 행동이었다.


“아... 안내할게요. 따라와 주세요.”


**********


검은 로브를 쓴 남자들은 원탁에 앉아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넓은 원탁에는 수없이 많이 그려진 마법진이 이곳저곳에 펼쳐져 있었다.


“이번에는 여기를 고치는 게 어떻습니까?”

“그럼 축성이 어긋나 버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

“하지만 계속해서 융합이 붕괴됩니다.”


오래된 제단 주변에는 마치 잘못 만들어진 듯한 생명체가 쓰러져 있었다. 벌써 67번째 실험. 제대로 된 형태도 갖추지 못했다.


“역시 동대륙 인간들을 재료로 쓰는 게 문제가 아닐까요?”

“아니,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론이야. 마왕님은 특성상 어떤 마력이든 흡수하시니까. 제대로 조합법만 알면 육신만이라도 부활시킬 수 있다. 걱정마라. 재료는 충분하니까.”


그렇게 로브의 남자들이 다시 펜을 잡고, 마법진을 그리는 순간이었다.

-쿵!

갑작스러운 굉음이 울리며 동굴 전체가 흔들린다. 로브의 남자들은 동시에 한 곳을 바라봤다. 다급히 달려온 경비병이 말하지 않아도 무언가가 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곳에서 작당이라니. 예나 지금이나, 서대륙 놈들은 동굴을 참 좋아하는군.”

“넌... 누구냐...”


만약을 대비해 방범 마법과 수많은 트랩을 설치해뒀다. 하지만 어째선지 이 남자가 눈앞에 나타났음에도 트랩은 하나도 발동되지 않았다. 특수하게 설계하고, 일부러 마력식도 꼬아서 고을의 수장이 와도 피하기 어려운 트랩이었다.


‘근데 그걸 전부 간파했다고?’


눈앞 남자의 마력 양은 너무나도 적었다. 평균 이하. 말 그대로 마법사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였다. 하지만 어째설까? 섣불리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건 저 남자다.


“뭐냐 너희? 마왕이라도 부활시키려는 거냐?”


남자는 로브들 사이를 지나가며 원탁 위에 있는 종이를 하나 들어 올렸다. 식 자체는 괜찮지만, 기본이 엉망이다.


“애초에 식을 사용할 목적이 없는데, 사용하니 실패할 수밖에 없지. 뭐, 덕분에 내가 일어난 거지만 말이야.”

“무슨 뜻이지?”

“네놈들이 인간을 제물로 한 부활이 나에게 적용됐다는 거다. 마왕과 전혀 상관이 없는 내가 부활한 이유가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아무튼 그 답례다. 너희는 살려줄 테니 알아서 돌아가도록.”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부활식에 사용할 제물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로브들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들의 리더 역시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진 못했지만, 한가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없애야 한다. 저건 지금 죽여야 해.’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 하지만 어째선지 지금 없애야 한다는 충동이 마구 들기 시작했다. 리더는 조용히 손을 올려 공격을 준비했고, 이내 신호와 함께 로브들은 일제히 달려들었다.


“멍청한 놈.”


-툭

우박이 떨어지듯 바닥에 떨어진 작은 큐브 조각들. 남자는 조각을 하나씩 주운 후, 갇혀 있는 사람들을 풀어줬다.


“과, 관아에서 오셨나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서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어요!”

“정말 고마워요!”


감옥에서 나온 사람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서로 부둥켜안고, 손을 맞잡는 모습을 남자는 조용히 지켜봤다.

그러던 중 마을의 이장이 다가와 덥썩 그의 손을 잡았다. 이장은 무릎을 꿇으며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근데 혹시 제 딸아이를 보지 못하셨습니까?”

“딸?”

“네. 저희가 간신히 탈출시킨 아이입니다. 그 아이가 데리고 오신 분인 줄 알았는데...”

“아, 그게 네 딸이었군. 이걸 가지고 있었지 아마?”


남자는 여인이 가지고 있던 팔찌를 내밀었다. 이장은 그 팔찌를 본 순간 무언가 잘 못 됐음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그 팔찌에 아직 굳지 않은 붉은 피가 묻어있었으니까.


“제... 아이는 어디에...”


천천히 시선을 올리니 남자는 웃고 있었다. 그저 한없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날카로운 이빨이 더 잘 보이는 건 그의 착각이 아닐 거다.


“내가 기분이 좋아서 말이야. 원래는 살려줄 생각이었는데, 애비나 애나 똑같군. 누구 앞에서 토를 하고, 누구 손을 잡는 거냐. 불쾌하게. 마침 배고팠으니 잘됐군,”


**********


“흐음...”


관아에서 나온 원님은 피투성이인 원탁을 바라봤다. 서대륙에서 요즘 마왕을 부활시키려는 세력이 있다고 하던데, 설마 이런 곳까지 와서 실험할 줄은 몰랐다. 이런 시골일수록 마법사들에 대한 대비가 잘 되어 있지 않아 사건 파악에 많이 늦었다.


“원님, 생존자는 없는 듯합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


생존자는 없다. 단순히 실종이 아닌 죽은 것일 거다. 이를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동굴 전체가 피로 얼룩져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체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피와 옷가지만 남겨두고, 피부 조각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자네가 왔을 때 이미 이런 상태라고 했지?”

“그래. 이미 상황이 끝나 있었지.”


남자는 경쾌하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신원 미상의 모험가... 가장 수상하다면 수상한 인간이지만, 이 남자의 마력과 육체로는 마법사들을 이길 수가 없다.


“원래라면 이런 사건은 서대륙에 직접 항의해야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시기니 조정에 조용히 올리는 수밖에 없겠군, 자네도 신변 조사를 하지 않는 대신, 이번 일은 불문에 부치게.”

“그래, 알겠다.”

“...근데 아까부터 뭘 먹고 있는 건가?”


남자는 작은 큐브 조각을 하나씩 입에 넣었다. 표정을 보니 과자를 먹는 아이처럼 너무나도 맛있게 먹는다.


“먹고 싶나?”

“아니 됐다. 사양하지.”

“그럼 이제 가도 되지?”

“잠깐 떠나기 전에, 이름이라도 알려주고 가게. 조정에 올릴 내용에 써야 하니까.”


이름이란 단어에 남자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이름... 이름이라... 당연히 그 이름을 쓰면 정체가 탄로 날 게 뻔하니 쓸 수 없다.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웃더니, 조용히 말했다.


“아렐. 그냥 아렐이다.”


작가의말

잘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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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사면초가 NEW 3시간 전 2 0 10쪽
29 약속 24.09.17 4 0 12쪽
28 과제 24.09.16 7 1 10쪽
27 용사의 마법사 24.09.15 8 1 10쪽
26 제2식 염시 24.09.14 7 1 11쪽
25 맹수 24.09.13 9 1 12쪽
24 초대 24.09.12 8 1 11쪽
23 진실의 저울 24.09.11 6 1 12쪽
22 티파티 24.09.10 7 1 11쪽
21 대회의 24.09.09 12 2 11쪽
20 동질감 24.09.08 11 1 13쪽
19 화폭 24.09.07 8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9 1 11쪽
17 5분의 1 24.09.05 9 0 11쪽
16 제의 24.09.04 10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9 1 12쪽
14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1 1 10쪽
13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1 1 13쪽
12 또 다른 부활 24.08.31 9 1 12쪽
11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5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2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1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1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6 1 12쪽
6 살주계 2 24.08.24 15 0 11쪽
5 살주계 1 24.08.23 18 2 11쪽
4 조우 2 24.08.22 18 2 11쪽
3 조우 1 24.08.21 26 2 14쪽
2 몸 풀기 24.08.20 36 2 11쪽
» 부활 24.08.20 6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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