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또인
작품등록일 :
2024.08.19 21:05
최근연재일 :
2024.09.18 17: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19
추천수 :
32
글자수 :
154,010

작성
24.08.23 17:00
조회
18
추천
2
글자
11쪽

살주계 1

DUMMY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이 붕 떠 있는 묘한 기분은 한동안 지속됐다. 분명 영혼은 자신임에도 이질적인 무언가가 가득한 기분이다.

이것만 아니었어도, 그때 칸데시아를 죽이고 키메라를 확보했을 거다. 문양이 있는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 정도 연성식을 사용할 수 있는 건 분명 진리뿐이다.


‘가능하면 접촉하고 싶은데...’


아렐이 진리 쪽에 집착하는 이유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천 년의 역사는 상당히 와전됐다. 제대로 공백 동안의 역사를 알려줄 수 있는 건, 그 시대부터 살아온 생명체나, 유지된 조직뿐이다.


“게다가 그 기사놈에게 들켰으니, 함부로 움직이기도 어렵겠지... 조금 위험하지만, 내 쪽에서 신호를 보내는 수밖에.”


아렐은 망설임 없이 칼로 손을 그었다. 뚝뚝 떨어지는 붉은빛 피로 아렐은 천천히 마법진을 그려냈다. 마법식이 계속 틀어져서 이렇게 피를 계약으로 하나하나 직접 그려내야 했다.


“이렇게 직접 쓰는 것도 오랜만이군.”


과거 한창 마법을 연구하고, 수련하던 중 연금술에 관심이 생겼던 적이 있다. 그래서 꽤 본격적으로 실험을 진행했었고, 인체 연성에까지 손을 댔었다. 아마 진리랑 접촉한 것도 그때쯤일 거다.


‘식은 완성됐고, 재료만 있으면 된다.’


대놓고 진리의 식을 쓰다가는 역으로 추적당할 수도 있으니, 진리 놈들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평범한 키메라는 안되고, 진리 녀석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특별한 놈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에 알맞은 게 저번에 봤던 요괴를 합친 키메라가 같은데, 아쉽게도 시체를 얻지 못해 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지금 요괴를 합친 키메라는 만들기 힘들다. 기본적인 지식으로 성공하려면 연성할 요괴가 급이 꽤 높아야 성공 가능성이 올라간다.


“그러고 보니 요즘 이 주변에서 살주계란 놈들이 날뛴다고 했지?”


수도를 돌아다니면서 들은 소식. 요괴를 부리는 살주계라면 연성에 사용하기 좋은 재료를 꽤 가지고 있을 거다.


“흠, 요괴 쓰는 놈들은 꽤 재밌었지.”


아렐은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지속적으로 생명을 섭취하면서 조금 마력양이 늘어났다.

살주계란 놈들이 어떤 능력이 있고, 수가 어떻게 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렐이 질 이유는 없다. 녀석들을 몰살하고 재료를 전부 가져오면 된다...라고 예전 같았으면 생각했겠지만, 요즘 따라 기분이 좋으니 정상적인 루트로 가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심심해서 죽인 거 빼고는 요즘 별로 안 죽였네. 음식도 맛있어서, 굳이 사람을 먹을 필요도 없고 말이야.”


살주계는 조정에서 직접 정한 위험 집단 중 하나이다. 이놈들의 가장 큰 특징은 요괴를 다룬다는 거도 있지만, 여러 저주를 직접 만들고 판다는 것이다.

사람을 미치게 하거나, 사랑에 빠지게 하거나, 죽이는 것 등등 여러 저주가 그들의 자랑이다. 그리고 덕분에 어두운 세계에서 살아가는 자들은 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상품을 구매한다고 한 인간이 네놈인가?”


시끄러운 술집. 조용히 주스를 마시고 있는 아렐의 옆으로 한 남자가 앉았다.


“생각보다 어리군. 뭐, 나이는 상관하지 않아. 그래서 원하는 게 뭐지?”

“네놈들이 만든 물건 아무거나. 강할수록 좋다.”

“물건이라... 마침 요즘 만들고 있는 게 있지. 염매라고 들어봤나?”


염매라는 말에 아렐은 살짝 감탄했다. 과거 그도 관심을 가져서 몇 번 실험 해 본 적이 있다. 동대륙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썼었는데... 연구 기록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괜찮네. 바로 거래하지.”

“지금 막 만들고 있어서 말이야. 못해도 일주일은 기다려줘야겠어. 그리고 그 전에 확인해야 할 것도 있고.”


돈은 당연하고, 살주계와의 거래에 있어선 한 가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살주계가 지금껏 조정에 잡히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아주 조심스럽고, 경계심을 가득 채워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본거지는 당연히 숨겨져 있고, 살주계 내부에서 대원은 다른 대원을 한두 명만 알고 있다. 한 개의 지시를 내릴 때도 여러 대원을 거치고, 움직일 때도 무조건 각개적으로 움직이면서 추적을 피하는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살주계는 보안에 신경을 쓴다. 그리고 그건 거래하는 구매자도 예외가 아니다. 조정에서 온 첩자일 수도 있으니, 일종의 테스르를 통과해야 한다.


“정해둔 타겟을 말해주겠다. 일주일 안에 타겟의 목을 가져오면 거래를 진행하지.”

“명령하는 거냐?”

“명령이라기보다는 부탁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군. 우린 한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 위험이 너무 크니까 말이야. 그래서 하겠나?”


아렐은 잠시 판매상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정된 사항에 판매상은 타겟이 그려진 두루마리를 그의 앞에 내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가기 전에 이걸 가져가라.”


아렐은 판매상에게 금화를 하나 던져줬다. 판매상은 조용히 금화를 노려봤다. 추적 마법같은 마법은 걸려 있지 않은 듯하다.


“대금은 나중에 지급하라고 했을 텐데.”

“그냥 미리 내는 거다. 어차피 쓸 데도 없고, 뭣보다 그것 하나 못 잡아 올 거 같나?”

“...알겠다. 일주일 후에 보지.”


살주계는 이 말을 끝으로 모습을 감췄다. 아렐도 남은 주스를 전부 마신 후 바깥으로 나왔다.

술집에서 피어오르는 알코올 향기. 그는 냄새를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가로저으며 두루마리를 펼쳤다. 두루마리에 그려진 타겟은 고작 10살도 안 된 어린 남자아이. 그 남자아이의 머리를 가져오는 게 조건이다.

특별한 집안의 자재도 아닌, 평민의 아이니 죽이는 건 그 어느 때보다 쉽다. 그냥 걸어가서 머리를 뜯으면 된다. 도망은커녕 자신이 죽었다는 걸 인지하기도 전에 없앨 수 있다.


“근데 죽이기 좀 그러네...”


염매도 만들어 보고, 이것저것 실험도 해 본 양반이 이제와서 양심의 가책을 갖는걸까?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하기 싫으니 안 하기로 했다.


“흠... 진짜 시간이 지나서 그런가.”


아렐은 손에 연결된 황금빛 실을 바라봤다. 지금 모습을 천 년 전 적들이 본다면 경악할 것이다. 특히 용사 일행들은 아주 경악할 거다. 그리고 용사는... 이제야 개과천선한다고 좋아하겠지.


********


염매란 어린아이를 재료로 만드는 기괴한 저주를 말한다.

어린아이를 유괴해 빛이 들지 않는 동굴에 가둔다. 그리고 굶지 않을 정도로만 아이에게 식량을 주며 몇 달을 가둬둔다. 그렇게 아이가 거의 미쳐갈 때쯤 아이의 몸보다 조금 작은 죽통을 준비하고, 그 안에 고기를 넣어둔다.

미쳐가는 아이는 고기를 먹기 위해 몸의 뼈를 부수며 죽통에 들어가고, 아이가 완전히 들어가면 번개처럼 빠르게 급소를 찔러 아이를 살해한다. 그렇게 죽통 뚜껑을 닫으면 염매가 완성되고, 그 안을 본 자는 미치게 된다.


“참으로... 끔찍한 저주군요.”


칸데시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서대륙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저주다. 어쩐지 요즘 조선에서 어린아이가 실종되는 일이 많아졌더니, 살주계가 본격적으로 염매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거였다.


“아귀와 어린아이의 혼이 결합된 물건... 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군요. 하하, 참 미친 거 같지 않습니까?”

“웃음이 나오십니까?”

“그렇죠. 지금 웃으면 안 되죠. 하지만 어이가 없어서 말입니다. 고작 저주 한 번 걸겠다고 어린아이를 제물로 쓰다니...”


화륜은 화백선으로 얼굴을 가렸다. 숨기고 싶은 표정이 있을 때 나오는 그의 버릇이다.


“아무튼 살주계는 요즘 염매를 포함해 여러 저주를 대량으로 만들고 있더군요. 마치 무언가 실험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녀석들에 대한 단서는 있으십니까?”

“놈들은 기묘하게 몸을 숨겨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추적이 불가능하더군요. 그래서 저희 대장이 직접 발로 뛰고 있습니다.”


대장이 추적을 시작한 지도 벌써 반년. 무식하게 전국 팔도를 발로 뛰어다니고 있다.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건 아니지만, 제3자가 보기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미련한 방법이었다.


“늘 생각하지만, 인간이 머리란 걸 가진 이유를 상기시켜주는 대장님입니다.”

“수확은 있으십니까?”

“놀랍게도 있더군요. 역시 몸이 좋으면 머리가 고생하지 않는다던데... 아무튼 대략적인 위치는 찾은 거 같다고 합니다.”


그 무식한 방법이 통할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성과는 있다. 의심되는 포인트는 세 군데로 동시에 쳐야 한다. 이상함을 느끼면 살주계 녀석들은 곧장 도망칠 게 뻔하다.


“하나는 대장이, 하나는 제가,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기사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특별히 알아야 할 점이라도 있습니까?”

“최대한 기척을 죽이시고, 뭣보다 염매를 조심하세요. 정신적인 저주는 막을 수 없을 테니까요.”


그것만 조심한다면 크게 문제 될 건 없을 거다. 그들의 전력이라면 충분히 소탕할 수 있다. 중간에 아무런 문제만 생기지 않는다면 말이다.


***********


“넌 뭐냐?”


살주계 2소대 대장은 눈앞에 나타난 남자를 노려보며 물었다. 아렐은 아무런 말 없이 주위를 둘러봤다. 기묘하게 흐트러진 기의 흐름... 조정에서 못 찾는 이유를 알 법하다.


“동대륙의 기라는 건 지금 봐도 이해하기 힘들어.”

“목적을 밝혀라, 침입자. 조정에서 보낸 거냐?”

“그랬다면 혼자 왔겠나? 생각보다 머리가 더 안 좋군.”


아렐은 일단 두 손을 들었다. 오래전부터 이어진 공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살주계 쪽에서 이를 거부했다.


“우리를 쫓아온 건 둘째치고 목적이 뭐지? ‘그것’을 노리는 건가?”

“그것? 아니, 딱히 아닌데, 그렇게 말하니 갖고 싶군.”

“네놈의 목적이 뭔지는 몰라도, 이곳을 안 이상 그냥 보내줄 수는 없다.”


대장이 손을 드니 그림자에서 숨어 있던 인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칼날과 화살촉만이 빛난다.


“목적이라... 그러게 그냥 물건만 받았음 편했을 텐데 말이다. 뭐, 내 마음이 그러고 싶지 않다는데 어쩌겠나? 안 그래?”


아렐은 천천히 주변을 감지했다. 역시 은신하는 방법은 예전이 더 뛰어나다.


‘수가 많다. 게다가 나름 강하고.’


힘은 여전히 복구되지 않았다. 마법도 출력이 약하고, 마력양이 적어 큰 기술을 사용할 수도 없다. 한 마디로 마력 조작과 최소한의 출력만으로 녀석들을 정리해야 한다.

누가 봐도 매우 힘든 임무. 하지만 아렐은 공허한 눈을 웃으며 말했다.


“충분하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사면초가 NEW 3시간 전 2 0 10쪽
29 약속 24.09.17 4 0 12쪽
28 과제 24.09.16 7 1 10쪽
27 용사의 마법사 24.09.15 8 1 10쪽
26 제2식 염시 24.09.14 8 1 11쪽
25 맹수 24.09.13 9 1 12쪽
24 초대 24.09.12 9 1 11쪽
23 진실의 저울 24.09.11 6 1 12쪽
22 티파티 24.09.10 8 1 11쪽
21 대회의 24.09.09 13 2 11쪽
20 동질감 24.09.08 11 1 13쪽
19 화폭 24.09.07 9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9 1 11쪽
17 5분의 1 24.09.05 10 0 11쪽
16 제의 24.09.04 10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9 1 12쪽
14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1 1 10쪽
13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2 1 13쪽
12 또 다른 부활 24.08.31 10 1 12쪽
11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6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3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1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2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7 1 12쪽
6 살주계 2 24.08.24 16 0 11쪽
» 살주계 1 24.08.23 18 2 11쪽
4 조우 2 24.08.22 19 2 11쪽
3 조우 1 24.08.21 27 2 14쪽
2 몸 풀기 24.08.20 37 2 11쪽
1 부활 24.08.20 68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