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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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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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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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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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부활

DUMMY

기술의 발전과 별개로 전체적인 수준은 떨어졌지만, 확실히 음식 문화만큼은 끝내주게 성장했다. 아렐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과자를 하나씩 입에 넣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음식만큼 기분 좋아지는 것도 없다.


“맛있냐, 이 배신자야. 설마 칸데시아님이 추천한 인물일 줄이야.”


에덴은 옆 책상에 엎드려 중얼거렸다. 머리에 올려진 성적은 D-.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다.


“그렇게 불평할 시간에 검이라도 한 번 더 휘둘러라.”

“좀 위로해주면 안 되냐?”

“위로보다는 조언이 더 쓸모 있지. 발끝을 멈추지 말고, 계속 달려라. 네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니까.”


아렐은 말을 맞히며 몸을 일으켰다. 시간도 남았겠다. 도서관에 가서 천천히 마도서나 읽을 생각이었다. 아카데미 도서관은 일반적인 도서관과는 규모가 다르다. 지금까지 발전해온 마법이 세세하게, 그리고 시간 순서대로 잘 분류돼 있었다.

하지만 역사책은 바깥과 똑같았다. 제왕 전쟁 당시의 이야기가 전부 용사 중심이고, 그의 적에 대해서는 제대로 적혀 있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용사 일행이 확실하게 처리한 적을 제외하고 말이다.


‘별 쓸모가 없군.’


아렐은 한숨을 쉬며 역사책을 덮었고, 차분히 마도서를 펼쳐서 읽어 내려갔다. 기본적인 틀은 천년전과 비슷하나, 시간이 지나며 한 마법도 여러 계파로 나뉘어졌다.


‘역시 수성마법은 방어 관련으로 다시 발전했군. ’그것‘은 전수되지 않았나?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조금 아쉽네.’


그렇게 한참을 책을 읽고 있으니, 문득 연금술 관련 페이지가 나왔다. 그리고 그제야 잊고 있던 해야 할 일이 기억났다. 연금술 교수, 즉 진리에 대한 조사. 그는 책을 덮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지금 칸데시아, 그리고 그와 연결된 화륜이란 도사도 그를 주시하는 상황에서 대놓고 접촉을 시도하려면 위험하다. 이곳 조선에 있는 놈들이라면 어떻게든 하겠지만, 서대륙 망할 엘프가 넘어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역시 그때 칸데시아는 바로 죽였어야 했다. 묘하게 기분이 좋아서 자비를 베풀었던 게 이제 와 후회가 됐다. 하지만 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간 일.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될 뿐이다.


‘굳이 진리를 찾을 필요는 없지. 저번에 봤던 마왕 끄나풀이나 찾아볼까? 그놈들도 정보가 있을 텐데, 그때 죽이지 말걸.’


다른 방법에 한참을 고민하던 중이었다. 아렐은 문득 과자 주머니를 낚아챘다. 고개를 숙여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일순 들린 목소리에 분노가 가득해졌다.


“죽고 싶으면 건드려라.”


올라선 핏줄과 조용히 들려오는 서늘한 목소리. 도서관에 사람이 많았지만, 그의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건 건너편에서 자고 있던 소녀뿐이었다. 소녀는 주변에 책을 가득 세워둔 후 새근새근 잠 들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는 척하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지. 웬만한 사람은 전부 속았는데.”

“괜히 기분 좋은데 짜증나게 하지 마라. 훔칠 거면 안 들키게 훔치든가.”

“여기선 원래 훔치지 말라고 하는 거 아니야?”

“눈치채지 못하면, 당한 놈 잘못이다. 원래 그런 거야.”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키가 작아서 그런지 앉은 의자에서 바닥에 다리가 닿지 않았다. 마치 벚꽃을 연상시키는 분홍빛 머리카락과 별이 새겨진 눈동자. 머리에는 커다란 마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정령을 그딴 데에 쓰는 놈은 또 처음이군.”

“으으, 이래서 조용히 돌아다닌 건데, 또 유명해져 버렸어...”


소녀의 이름은 브리엘로 이번 입학시험 1등의 주인공이다. 일곱 가지 원소를 전부 다루고, 엄청난 마력양과 출력에 더불어, 정령 감화력까지 높은 몇백년 만에 태어난 재능아로 이미 아카데미에서 유명 인물이다. 물론 아렐이 정령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소문이 아니라, 단순히 느껴졌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아렐 정도의 실력자가 되면 브리엘이 얼마나 대단한 재능을 가졌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정령도 모두 고위 클래스. 아렐의 경우엔 감화력이 없어서 보이진 않지만, 마력으로 알 수 있었다. 만약 지금 둘이 정면에서 붙는다면 아렐이 질 수도 있을 거다.


“하나만...”

“그냥 죽ㅇ...”

“아, 여기 있다!”


브리엘이 아렐에게 손을 쭉 뻗을 때였다. 때마침 도서관에 들어온 글레시아가 브리엘에게 다가왔다.


“여기 있었구나. 시험을 안 보면 어떡해?”

“공주님... 그치만 귀찮은걸요...”

“자, 아직 늦지 않았어. 간단하게라도 보러 가.”

“....네이~.”


빠르게 전개된 마법진에 브리엘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움직이기 귀찮다는 이유로 텔레포트를 쓰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글레시아도 나름 실력에 자신이 있었는데, 진짜 재능아를 보니 과거의 자신이 조금 웃기기까지 했다.

아무튼 브리엘이 사라진 후 조용한 침묵이 둘 사이에 흘렀다. 딱히 할 이야기도 없고, 아렐은 관심도 없었기에 책이나 계속 읽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글레시아는 물어볼 게 많았다.


“...아렐이라고 했지? 내가 이번 테스트에서 1등 해서 반 대표가 됐어.”

“그런가?.”

“더 할 말 없어?”

“없는데.”


단호박도 아니고, 말이 뚝뚝 끊겼다. 글레시아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여기선 괜히 돌려 말해봤자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 이번 테스트에서 대체 무슨 마법을 쓴 거야?”

“C+받을 정도의 마법이다. 그게 전부야.”

“그럴 리가 없어. 원형을 보존하면서 표적 전체가 작아졌다고.”

“그게 그렇게 이상한가?”

“당연하지! 그 표적을 만든 건, 연금술 담당인 그레이 교수니까! 너도 입학식에서 봤을 거 아니야.”


조선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아카데미에 활동하고 있는 연금술사. 그 실력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기본적인 연금술은 물론, 특히 생체 연성에 큰 발전을 기여한 자가 바로 그레이다. 참고로 인체연성이라 불리는 비인류적인 것과는 다르다.

아무튼 그런 인간이 손수 만든 표적이다. 이 표적은 단단하기도 겁나 단단해서 부수기도 힘들었다. 덕분에 이번 신입생 중에서도 제대로 파괴한 건 엄청난 재능을 가진 열 명뿐이고, 완전히 산산조각을 낸 건 학생회장인 나진뿐이다.


‘아까 브리엘과 함께 있을 때 보였던 살기도 그렇고. 단순히 파괴하는 것도 힘든 표적을 원형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으로 깎아냈어?’


직접 보기도 했고, 칸데시아의 말도 있었기에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렐은 그런 글레시아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레이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했다.


“그 교수... 생체 연금술에 일가견이 있다고?”

“응? 어, 응. 그 분야에서는 천재라고 불렸으니까.”


생체 연금술이라... 역시라면 역시랄까? 짚이는 구석이 하나 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책에서 봤던 최근에 연구됐다는 연금술도 조금 이상했지.”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지만, 먼저 내 질문에 답을...”

“공간마법이다. 목표를 지정하고, 공간 자체를 도려낸 거지.”


아렐은 빠르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대답에 글레시아는 순간적으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아렐은 이미 도서관을 나간 후였다.


“잠시만, 공간마법이라니?”

“말 그대로다. 네 질문에 대답을 해줬는데, 뭐가 문제지?”

“거짓말 마. 상식적으로 그게...!”

“시끄럽다. 소리치지 마라.”


순간적으로 낮아진 목소리에 글레시아는 몸을 움찔 떨었다. 브리엘에게 날렸던 살기가 이번엔 자신에게 향했다. 살짝 돌아본 눈동자는 마치 구멍이 난 것처럼 공허했는데, 바라보기 힘들 정도였다.


“너한테는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 그래서 순순히 대답도 해준 거고. 하지만 선을 넘지 마라. 슬슬 기분이 나빠지려고 한다.”

“...”


아렐은 그대로 유유히 길을 떠났다. 어느새 얼굴을 가득 채운 식은땀을 글레시아는 조용히 닦아냈다.


‘...책은 치우고 가지.’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며 어질러진 책을 정리했다. 스스로도 공주란 대접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저런 취급은 또 처음이었다. 관심이 있다는 말만 들었다면 심장이 두근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눈동자를 보면 절대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다. 꿈에 나올까 봐 무서울 정도다.


‘대부분이 기초 마도서와 역사책이네.’


그렇게 아렐이 본 책을 확인하면서 정리하고 있으니, 문득 다시 마법진이 열리면서 브리엘이 공중에서 떨어졌다. 브리엘은 늘어지게 하품하며, 기지개를 쭉 폈다. 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지 뼈가 재조립되는 소리가 들린다.


“으... 시험이 너무 많아요.”

“밀렸으니까 그렇지. 그런데 생각보다 더 오래 걸렸네? 무슨 일 있었어?”

“정령들이 다 도망쳤거든요.”

“정령들이 도망쳤다고?”


정령은 생명체보단 자연적인 존재에 가깝다. 그랬기에 그들은 기본적으로 감정이란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물론 인간과 계약하고, 얼마나 계약이 끈끈하냐에 따라서 계약자의 감정에 동화되긴 한다.

브리엘의 말을 듣고 글레시아는 주변을 둘러봤다. 확실히 브리엘의 주위를 가득 채워야 할 정령들이 전부 사라져 있었다. 하급 정령은 당연하고, 기본적으로 계약자의 명령이 없으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고위 정령까지 말이다.


“과자 하나 먹겠다고, 장난친 거였는데 그렇게 반응할 줄 몰랐어요.”

“과자?”

“배가 고파서 하나 훔치려고 했거든요.”

“훔치지 마.”

“죄송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대체 뭔가요?”


브리엘의 말에 글레시아는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기묘하고도 기묘한 존재. 지금은 이렇게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하지만 아까의 살기도 그렇고, 정령들의 반응도 그렇고 확실한 건 섣불리 다가가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게다가 요즘 정세도 좋지 않으니까, 가능하면 사고는 만들지 말자.”

“아, 그렇죠... 늘 고생이시네요.”

“너만 하겠어.”


지금은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되고, 괜히 소란을 만들면 안 된다. 현재 세상은 유례없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말 그대로 폭풍전야.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러 조직도 그렇지만, 진짜 문제는 강자가 너무 많다는 거지. 브리엘처럼.’


이번 아카데미 신입생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세대에는 재능을 가진 천재들이 많다. 이 세상이 추구하는 것은 제로섬. 이만한 강자들이 많이 태어났고, 엄청난 재능을 가졌다는 의미는 그들이 막아서야 할 커다란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주에 대련 시험도 있는데, 무슨 사고 나지는 않겠죠?”

“대련...? 아.”


다음 주에 있을 대련에 대해 글레시아는 완전히 까먹고 말았다. 혈기왕성한 학생들과 엄청나게 수상한 남자가 참여하는 대련이라... 벌써부터 머리가 어지럽다.


************


“익숙하지... 않은... 냄새군,,,”


일본도를 허리에 찬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싱그러운 햇살과 이를 에너지 삼아 태어난 생명체들. 그때와 같은 세상이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남자는 살짝 검을 뽑았다가 곧장 집어넣었다. 그러자 주변의 두꺼운 나무들이 일제히 토막나 바닥으로 쓰러진다.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참격.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눈이 튀어나올 장면이었지만, 힘은 절반도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너희... 인가? 날... 깨운게...”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힘이 회복될 수 있도록 돕도록 하죠.”

“감사를... 표한다... 원하는 게... 있느냐?”


남자의 말에 까마귀 가면을 쓴 자는 가면을 살짝 내렸다. 얼굴의 반이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웃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카데미 습격을 도와주시겠습니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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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면초가 NEW 3시간 전 2 0 10쪽
29 약속 24.09.17 4 0 12쪽
28 과제 24.09.16 7 1 10쪽
27 용사의 마법사 24.09.15 8 1 10쪽
26 제2식 염시 24.09.14 7 1 11쪽
25 맹수 24.09.13 9 1 12쪽
24 초대 24.09.12 9 1 11쪽
23 진실의 저울 24.09.11 6 1 12쪽
22 티파티 24.09.10 7 1 11쪽
21 대회의 24.09.09 12 2 11쪽
20 동질감 24.09.08 11 1 13쪽
19 화폭 24.09.07 8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9 1 11쪽
17 5분의 1 24.09.05 9 0 11쪽
16 제의 24.09.04 10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9 1 12쪽
14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1 1 10쪽
13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2 1 13쪽
» 또 다른 부활 24.08.31 10 1 12쪽
11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5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2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1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1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7 1 12쪽
6 살주계 2 24.08.24 15 0 11쪽
5 살주계 1 24.08.23 18 2 11쪽
4 조우 2 24.08.22 18 2 11쪽
3 조우 1 24.08.21 26 2 14쪽
2 몸 풀기 24.08.20 36 2 11쪽
1 부활 24.08.20 6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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