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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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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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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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후의 후손

DUMMY

대련 시험은 아카데미의 전통 중 하나이다. 신입생부터 3학년까지 랜덤으로 섞어서 전투를 벌인다. 사용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기초뿐. 중급이상의 공격을 사용시 탈락이고, 그 이외에는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

물론 안전을 위해 모든 교수들이 상황을 바라본다. 중급 이상의 공격을 사용하거나, 목숨이 위험해지면 곧바로 중간에 난입한다.


“이번 시험은 치열하겠어.”


아직 경기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여러 말이 오간다. 그도 그런 것이 이번 신입생은 수준이 매우 높다. 왕족만 해도 세 명이고, 천재라 불린 녀석들까지 전부 한 학년으로 들어왔으니까 말이다.


“대진표 나왔다! 모두 확인하도록!”


담당 교수는 커다란 게시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 신입생 중 주목해야 하는 건 총 열 명이다. 왕족인 글레시아, 얀카, 브리엘을 제외한 일곱 명의 천재가 더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시험은 재학중인 2, 3학년, 학생회장까지 참가하는 시험이기에, 당연히 장내가 뜨거워 질 수 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학년과 학년별의 싸움이기도 하니, 교수들의 눈을 피해 베팅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아, 미친.”


에덴은 대진표를 보자마자 욕부터 박았다. 하필이면, 입학시험 1등인 브리엘과 붙게 생겼다. 가능하면 1차전이라도 승리하고 싶었는데, 이러면 벌써 의욕이 없어진다.


“아렐, 넌 누구냐?”

“관심 없다.”

“그러냐... 근데 지금 뭐해?”


아렐은 작은 큐브 조각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지금 다른 학생들은 시험에 관심이 가득했는데, 그는 다른 세상에 사는 것처럼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런 짓은 재미없어. 안전이 보장되면 실력이 늘 수가 없다.”

“그르냐... 아, 네 이름 여깄다. 상대가... 아스카 공주네?”


아스카의 공주인 얀카는 사람들을 헤치며 어딘가로 향했다. 그녀가 향한 곳에는 잠든 브리엘의 곁을 지키고 있는 글레시아가 있었다. 두 공주의 만남. 시선이 안 쏠릴 수가 없는 매치업이다.


“여기 있었구나. 찾고 있었어.”

“나를? 어... 내 첫 번째 대련 상대는 네가 아닌데.”

“알고 있어. 하지만 어차피 올라올 거잖아? 위에서 기다릴게~. 저번에 못했던 거 계속 해보자고.”


얀카는 도도하게 말하며 돌아섰다. 상대를 직접 지명하면서 하는 도발에, 웅성거림이 심해진다. 글레시아는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왜 자신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지 알 수 없었으니까. 라이벌 의식을 느낄 거면 글레시아가 아니라 역시....


“확실히 수준이 높군요. 이번 학생들은.”


화륜은 학생들의 리스트를 보며 말했다. 왕족도 왕족이지만, 천재라 불리는 학생들도 장난 아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팝콘각. 화륜은 선물받은 선글라스를 쓰며 재빨리 팝콘과 콜라를 가져왔다.


“드시겠습니까?”

“아뇨 괜찮습니다. 근데, 일하러 가셔야 하지 않나요?”

“아, 이것도 업무 중 하나입니다. 저희 공주님께서도 이번 신입생으로 들어오셨으니까요.”

“공주님이라면... 홍련님이시군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시합은 시작됐다. 역시 예상대로 주요 열 명의 시합은 순식간에 끝났다.

마법과 검을 동시에 사용하는 마검사인 아우룬, 화산파의 수제자인 청화, 정령술사인 엘 나이트, 순수 무투인인 박태진, 도사 전무현, 붉은 가문의 후계자인 레이드, 그리고 조선의 공주 홍련까지. 이들의 경기는 볼 것도 없었다.


“압도적이군요. 저 도사 아이에게 눈이 가네요. 훗날 저를 뛰어넘을 수도... 칸데시아 친구 분은 누가 이길 거라 생각하나요?”

“당연한걸 묻는군. 당연히 우리 공주님이다!”


어느 순간부터 칸데시아의 옆에 서 있는 한 남자. 글레시아의 호위기사인 묵지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확실히 글레시아님도 대단하시네요.”


꽁꽁 얼어붙은 경기장. 글레시아의 상대는 목만 빼놓고 온몸이 얼음 결정에 갇혀 버렸다. 글레시아는 당황하며, 경기 종료가 내려오자마자 결정을 풀어줬다.


“괜찮아?”

“괘, 괜찮습니다! 그건 그렇고 역시 대단하시네요!”

“칭찬 고마워.”


먼저 손을 내미는 모습에 장내가 처음으로 훈훈해졌다. 그 모습에 화륜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오, 인정까지. 나이에 안 맞는 어른스러움이시네요. 저희 공주님도 좀 보고 배웠으면... 아, 깜짝아.”


아무 생각 없이 돌아본 곳에서 묵지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최대한 조용히 박수치며 말했다.


“대단하십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공주님!”

“충성심이 엄청나군요. 칸데시아 친구분은 글레시아님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고... 칸데시아님은 누가 이길 거라 생각하나요?”

“...그야 당연히.”


정상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브리엘이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에 꽂혀 있었다. 후끈거리는 장내의 한쪽 구석,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앉아 있는 아렐은 여전히 작은 큐브 조각을 조물락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는 경기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의 관심은 지금 다른 무엇인가에 쏠려 있다.


“다음 경기가 궁금하군요.”

“다음 경기라면, 아스카 공주님과 아렐이군요. 흠... 아렐이라.”


부서진 경기장을 연금술 담당 교수가 수리한 후에야, 아렐과 얀카는 올라올 수 있었다. 얀카의 등장에 그녀의 추종자들이 마구 소리를 지른다. 얀카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검을 꺼내며 말했다.


“기권하는 게 어때? 이런 데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

“...흠, 여기서 조금만 더 조작하면 되겠군. 응? 방금 뭐라고 했나?”


아렐은 주머니에 큐브를 넣으며 말했다. 대놓고 한 무시에 얀카는 살짝 열이 받았는지, 표정이 조금 구겨졌다.


“기권하라고.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런가... 하긴, 그러는 것도 좋겠지. 어차피 내가 이길 테니 말이다.”

“하?”

“아스카라... 오랜만이군. 그래. 그때도 그랬어. 그때의 난 아스카의 검객들을 상대하며 사선을 넘었다.”

“짜증나는 녀석이네. 시작하자마자 끝내줄게.”


지금까지 상대했던 과거의 강자. 그들의 직접적인 후손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나름대로 흥미가 생기기 시작한다. 과거보다 퇴화했을까? 아니면, 성장했을까? 아무리 당시의 검사들이 검을 갈고 닦았고 한들, 후손들이 다시 그 검을 무디게 만들 수도 있는 거다.


‘번개의 검격 제1식 풍치전체.’


시합을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번개를 두른 참격이 날아온다. 몸에 번개를 둘러 일직선으로 재빠르게 발도하는 기술. 번개의 검술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번개의 검술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르고, 공격이 어디로 뻗을지 모른다는 거다. 마치 가지처럼 뻗어지는 공격도 대응하기 힘든데, 속도마저 아득히 초월한다. 단순히 공격을 방어하려고 했다면 방금의 합에서 승부가 났을 거다.


“...뭐야? 어떻게 피한 거야?”


주변을 가득 채운 작은 물방울들. 그 사이에 서 있는 아렐은 아슬아슬하지만, 분명하게 기술을 피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당황한 건 얀카 뿐만이 아니었다. 회장에 있는 모두가 순간적으로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다.


“역시 빠르군. 지금으로는 쫓기도 힘들어.”

“그래. 네 말대로 쫓기도 힘드니까 쓰러졌어야지.”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상대는 지금껏 많이 상대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당연히 번개의 검사도 있었다. 당시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가서야 얻은 파해법. 이 파해법의 핵심은 주변을 떠다니는 물방울이다.

마법이든, 검술이든 번개 속성은 제대로 타격이 생기기 전에 작은 전류가 흐른다. 물론 그 전류의 흐름은 캐치하기도 힘들고, 어떻게든 캐치했다고 한들 때는 이미 늦고 만다. 하지만 주변에 가득 물방울을 뿌려 놓으면, 쉽게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지금 몸으로는 버겁군. 역시 속도만큼은 여전해.’


첫 공격이 막힌 건 얀카에게 있어서 쇼크이자, 충격이었다. 왕족도 아닌 평범한 인간, 아니 평범하다 못해 아무것도 아닌 범부에게 자신의 공격이 막혔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조잡하군. 아직 제대로 갈아지지 않았어. 단순히 속도에만 집착하니까 그렇게 되는 거다. 보물을 썩히는 꼴이군..”

“지금 누굴 가르치는 거야?”


이런 타입은 뻔한 도발에 쉽게 걸려든다. 지금 주도권을 가진 건 아렐이 아닌 얀카다. 조금만 더 깊숙이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사실. 아마 그녀가 조금이라도 침착했다면, 경기의 흐름은 쉽게 기울었을 거다.

얀카는 있는 힘껏 다리에 힘을 주고 달리기 시작했다. 섬광과 함께 가지처럼 뻗어지는 번개가 주변을 맴돈다.


‘잔재주를 썼으면 힘들었겠지만, 저렇게 번개를 남발하면 나야 편하지.’


속성적으로는 물은 번개보다 약하다. 하지만 그건 천 년 전의 이야기. 며칠 전부터 공부한 현세대의 수성 마법은 방어에 치우쳐져 있다. 그 성능을 테스트하고 싶었는데, 마침 딱 알맞은 상대가 나타났다.


‘번개의 검술 제3식 전격뢰.’


순식간에 네 방향을 가르는 기술. 사방에서 미세한 전류가 흘러들어온다.


‘수성마법 제1식 폰로스.’


물결을 일으켜 몸 전체에 둥근 보호막을 친다. 확실히 방어에 집중되어 방어력은 높다. 하지만 출력 부족과 숙련도 이슈로 공격이 뚫린다.


‘부족한 건 이걸로 대신한다.’


주변을 가득 메운 물결 사이로 화염이 솟아오른다. 저번 살주계의 두목을 처리하고 얻은 영혼 조각으로 일부 힘을 흡수하면서 화염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비록 식이 아닌 형태로 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지금은 이걸로 충분하다.


‘뭔 이런 녀석이 다 있지? 아무리 수성마법이 방어력이 높다고 해도, 극상인 속성으로 방어를 유지한다고?’


이 이후부터는 기술과 기술이 부딪히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둘의 격전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사방으로 튀는 번개와 그에 맞서는 불과 물의 춤. 그곳에 있던 모두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원뢰.’

‘하이드로.’

‘전화천수’

‘떨어지는 파문.’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얀카의 몸이 뜨거운 땀으로 푹 젖을 때였다.


‘슬슬 체력이 떨어진다. 더 오래 끌면 안... 응?’


이상함을 눈치챈 것은 체력이 떨어져 몸에 두른 번개의 출력이 약해질 때였다. 번개의 출력이 약해지니 아렐의 반응속도가 떨어졌다. 그리고 그제야 얀카는 주변의 물방울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이제 눈치챈 거냐? 보기보다 머리가 안 좋군.”

“아, 짜증나 진짜.”


얀카는 몸에 두른 번개를 전부 없앴다.

아렐을 상대하는 답은 간단하다. 감지하지 못하게 번개를 두르지 않으면 된다. 비록 속도는 떨어지지만, 지금의 아렐이라면 반응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아렐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슬슬 본 목적을 드러낼 때다.


‘부딪히기 직전에 다시 번개를 두르면 돼.’


지금은 감으로 상대를 감지해야 하는 상황.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하면, 당할 것이다.

얀카의 머리카락이 살짝 움직이는 순간 주머니의 큐브를 꺼내며 곧장 연성식을 진행했다. 푸른 스파크와 함께 골렘이 튀어나온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골렘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렇게 골렘과 얀카의 공격이 부딪히려는 순간이었다. 문득 그 둘 사이에 한 인물이 끼어들었다. 연금술사 담당 교수인 그레이는 곤란한 표정으로 둘 사이에 서 있었다.


“뭐야? 아직 시합은 안 끝났어!”

“아니, 그게...”


그레이는 진땀을 빼며 아렐을 바라봤다. 아렐은 어느새 연성했던 무언가를 다시 큐브로 만들었다. 그는 씩 웃으며 그레이를 바라봤다. 초승달처럼 웃는 입을 보니 소름이 돋았다.


“바로 재개해! 이대로는...”

“포기. 내가 기권할게. 당 떨어졌어.”


아렐은 이렇게 말하며 쿨하게 경기장을 떠났다. 목적은 완수했다. 저렇게 대놓고 반응할 줄은 몰랐지만, 수확이 있었으면 됐다. 나름대로 경기도 재밌었고, 볼 건 다 봤으니 경기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지금은 그저 간식이 먹고 싶었다.

얀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사라지는 아렐을 멍하니 바라봤다. 아니, 얀카뿐만이 아니다. 장내에 있는 모두가 아렐의 뒤통수만 바라봤고, 어색한 침묵은 한동안 지속됐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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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티파티 24.09.10 7 1 11쪽
21 대회의 24.09.09 12 2 11쪽
20 동질감 24.09.08 11 1 13쪽
19 화폭 24.09.07 8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9 1 11쪽
17 5분의 1 24.09.05 9 0 11쪽
16 제의 24.09.04 10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9 1 12쪽
14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1 1 10쪽
»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2 1 13쪽
12 또 다른 부활 24.08.31 9 1 12쪽
11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5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2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1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1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6 1 12쪽
6 살주계 2 24.08.24 15 0 11쪽
5 살주계 1 24.08.23 18 2 11쪽
4 조우 2 24.08.22 18 2 11쪽
3 조우 1 24.08.21 26 2 14쪽
2 몸 풀기 24.08.20 36 2 11쪽
1 부활 24.08.20 6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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