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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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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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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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티

DUMMY

이번 사건이 끝난 이후 아카데미는 정상적으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분위기가 그리 좋지 못했다. 제대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있었던, 장례식. 교장의 사과문과 함께 울적함이 지속됐다.

아렐도 꽃 하나를 앞에다가 두고 돌아왔다. 원래라면 참여하지 않았겠지만, 이 광경이 퍽 웃겼다. 그가 말뚝만 뽑았어도 그 누구도 죽지 않았을 거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들을 죽게 가담한 장본인 중 하나가 곧 옆에 있는데 알아보지도 못하는 것이 우스울 뿐이다.


“분위기가 축 처졌네.”


에덴은 반을 한 번 둘러보며 말했다. 원래 이맘때쯤이면 학생들은 자신들의 성적을 올리고, 다른 이들과 경쟁하면서 의지를 불태워야 한다. 하지만 이런 큰 사건을 겪어서 그런지 모두가 의기소침해 있었다.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길까 두려움과 동시에, 압도적인 힘의 차이에 기가 죽은 것이다. 물론 공주님들을 포함한 탑 10위와 아렐은 여전했지만 말이다.


“너 그때 어디서 뭐 했냐?”

“둘러보고 있었다. 마력이 적어서 나한테는 오지도 않더군.”

“하긴 나도 그랬지. 브리엘만 제대로 움직였어도 상황이 훨씬 나았을 텐데.”


브리엘은 특별한 공격을 당한 것도 아닌데, 내상이 꽤 심하다고 했다. 이유야 당연히 에덴으로서는 알 수 없다. 아무튼 덕분에 지난 2주간 특별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잘린 다리는 다시 재생했군.”

“응? 아, 뭐 그렇지.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니까.”

“옛날 같았으면 죽었을 거다. 그때의 신성은 권위자들을 것이었으니까.”

“대체 어느 시대 이야기야? 과거에서 왔수?”


묘하게 아렐이 말이 많아진 거 같았지만, 에덴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문득 누군가가 그들의 책상으로 다가왔다. 글레시아는 가볍게 책상에 손을 얹었다. 화라도 난 것인지, 맞닿은 부분이 살짝 얼어붙는다.


“너... 왜 그냥 갔어?”

“뭐야, 그때 안 갔어? 내가 부른다고 했잖아.”


에덴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고, 아렐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내가 네놈 부하인가? 할 말이 있으면 지금처럼 직접 왔어야지.”

“...그래. 그러면 시간 좀 내줘.”

“응, 싫다.”


아렐은 이렇게 말하더니 쌩하고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글레시아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화가 제대로 가라앉지 않아서,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하얀 김이 입에서 새어 나온다.


‘참자, 참아.’


글레시아는 곧장 그의 뒤를 쫓아갔다. 아렐은 따라오는 글레시아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으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도서관에 가기도 하고, 매점에 들려 군것질거리를 사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


“...이 정도 쫓아다녔으면, 한 번이라도 멈춰야 하는 거 아니야?”

“그 정도 쫓아다녔으면 슬슬 그만뒀어야지.”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건데? 내가 뭐 잘 못했어?”

“아니, 그냥 이야기 듣기 귀찮아서 그렇다. 네놈이랑 이야기 할 시간에 간식이라도 하나 더 먹는 게 이득이지.”


아렐의 말에 글레시아는 문득 손을 들었다. 공격을 하려는 것은 아니고, 무언가를 제지하는 듯한 손길이었다.

그녀는 잠시 한숨을 푹 내쉬며 천천히 그의 모습을 바라봤다. 마음 같아서는 강제로 앉혀서 묻고 싶었지만, 함부로 건드리기 위험하다. 그래서 천천히 대화를 하면서 원하는 답을 유도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철벽을 칠 줄은 몰랐다.


“에덴이랑은 잘만 말했잖아.”

“그 녀석은 마음에 드니까.”

“...어?”


아렐의 말에 일순 글레시아의 얼굴이 빨개졌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녀의 머리에 하나의 동인지가 그려졌다. 당연하지만 그런 뜻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해명할 필요는 없었기에, 아렐은 가볍게 미소만 지었다.


“뭐, 네놈도 나름 마음에 들긴 하다만, 보물을 썩히고 있더군. 아마, 네놈의 마법이랑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겠지.”

“대체 무슨 뜻...”

“아, 저기 있다. 글레시아~.”


문득 멀리서 누군가가 글레시아를 불렀다.

얀카는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달려와, 글레시아의 팔을 꽉 끌어안았다. 지금까지 얀카가 보인 라이벌 의식을 생각하면 글레시아를 적대하는 줄 알겠지만, 얀카는 딱히 그녀가 싫은 건 아니었다.

단순히 실력이 있는 학생이었기에, 경쟁하고 싶었을 뿐이다. 게다가 아카데미 습격에서 보여줬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면서 완전히 반해 버렸다.


“여기 있었구나, 같이 점심 먹을래?”

“으응, 잠시만. 이 아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글레시아는 곤란하단 표정으로 아렐을 바라봤고, 얀카 역시 그를 바라봤다. 아렐을 보자마자 그녀의 표정이 확 구겨진다. 대놓고 얼굴에 ‘이건 뭐야?’라고 적혀있다.


“난 할 얘기 없다. 가서 밥이나 먹어.”

“으음? 아니, 아니지. 공주가 할 말이 있으면, 너 같은 서민이 기다리는 거지.”


얀카는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저번 대련 때도 진짜로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이 남자다. 가까이 다가오니 찌릿찌릿한 전류가 피부를 타고 흐른다. 아렐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요즘 기분이 좋아. 하지만 동시에 주체하기도 힘들더군. 그러니 적당히 해라.”

“아하하. 못 하는 말이 없구나? 그리고 글레시아는 몰라도 나한테는 존대해야지. 난 허락한 적 없는걸?”

“약해 빠졌으면, 조용히 닥치고 있어라. 멍청한 머리에 든 게 아무것도 없나 보군. 지위란 것도 힘이 있을 때나 나오는 거다.”

“너 이 개자식! 방금 뭐라고 했어!”


아렐의 말에 반응한 건 얀카의 추종자들이었다. 그들은 얀카가 뭐라 말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나서서 소매를 걷었다.


“공주님께 못 하는 말이 없어!”

“주제를 가르쳐 주마!”


꽉 붙잡은 멱살. 글레시아가 뭐라 말리기도 전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멱살이 잡힌 순간 일순 아렐의 눈이 서늘해지더니, 무언가가 주변으로 날아든다.


“공주님!”


숨어있던 묵지는 재빠르게 글레시아와 얀카를 보호했다. 눈앞에 있던 학생 세 명은 그대로 큐브 조각이 돼서 바닥에 떨어졌다.


“기분이 좋아서 굳이 죽이고 다니지 않았지만, 안 할 뿐이지, 못 하는 게 아니다. 만만히 보이는 건 참 불쾌하군.”


아렐은 킥킥 웃으며 손을 들어올렸다. 강대한 마력이 그의 손에 모인다.


“그 녀석 덕분에 기껏 얻은 목숨을 잃게 자초한 건 너희들이다. 일단 한 명 빼고, 전부 몰살해주마.”

“헉!”


글레시아는 숨을 크게 들이켰고, 그와 동시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이것은 단순한 감이 아니다. 그녀의 한쪽 눈동자가 본, 앞으로 일어날 미래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움직였지만, 이미 멱살을 잡은 이후였다. 아렐의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뭐냐?”

“...”


글레시아는 올라오는 아렐의 손을 붙잡았다. 잠깐이지만 시간은 벌었다. 지금 당장 앞으로 벌어질 미래를 바꿀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글레시아는 최대한 빠르게 머리를 굴렸고, 여러 장면 중 공통된 한 장면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고급 디저트! 전속 파티시에가 만든 고급 디저트 먹지 않을래?”

“글레시아님? 갑자기 무슨...”

“조용히. 일단 손부터 놔.”


이 남자는 언제나 간식을 손에 들고 다녔다. 그리고 간식을 먹으면 분명히 기운이 누그러졌다. 물론 애도 아니고, 고작 과자에 기분이 풀릴까 싶었지만...


“디저트라... 좋군.”


아렐은 밝게 웃으며 손을 내렸다. 미래가 고작 과자 부스러기 하나에 바뀌었다.


“지금 먹을 수 있나?”

“아니, 수업이 끝나고 초대할게.”

“알겠다. 기대하지.”


아렐은 말을 끝내며 유유히 길을 떠났다. 글레시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상황이 끝나자마자 일순 구토감이 올라왔다. 얀카는 깜짝 놀라며 글레시아의 상태를 확인했다.


“갑자기 왜 그래?”

“아무... 아무것도 아니야... 점심은 못 먹을 거 같아. 조금 쉬러 갈게...”

“으응.”


얀카가 사라진 후에야 나타난 묵지는 빠르게 글레시아를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그늘 아래에서 나무에 기댄 글레시아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숨을 골랐다.


“오랜만이군요. 공주님의 권능이 그렇게 선명하게 나타난 것은.”

“응. 나도 놀랐어.”


아렐이 처음 글레시아를 봤을 때 봤던 위화감의 정체인 권능. 세상에 존재하는 특별한 세 가지 힘으로, 그중 하나인 시간을 관장하는 시간의 권능을 글레시아가 가지고 태어났다.

권능을 가지면 그 권능에 해당하는 마법의 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권능을 가진 존재는 엄청난 치트를 가진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시간 마술은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시간마술은 너무나도 난해한 내용에 과거 권능자들도 해석에 실패했다. 그리고 그건 글레시아 역시 마찬가지로 가끔 미래가 보이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글레시아는 브르타뉴 왕족으로 얼음 마법에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권능에 대해서는 딱히 아쉽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대외적으로 권능에 대해서는 비밀로 하고 있는데, 이유는 진리 같은 미친놈들이 그녀의 권능을 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번 도서관에서도 비슷한 이유에서 그러셨죠.”

“응. 그때는 단순히 어지러웠을 뿐인데.”


글레시아는 오른쪽 눈을 가볍게 만졌다. 그녀는 보이지 않았지만, 태엽 모양이 눈동자에 선명하게 나타났다.


“칸데시아가 말한 여인과 동일인물이었습니까?”

“모르겠어. 거기까지는 보지 못했거든,”


마지막 순간 갑작스럽게 어두워진 시야 때문에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단순히 거기까지만 보였던 것뿐일까? 아니면...


“아무튼 겨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어. 묵지, 부탁한 건 가져왔어?”

“네. 미리 준비했습니다.”

“고마워. 준비는 일단 끝났고... 문제는...”


원래는 1대1로 대화하면서 답을 유도할 생각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너무 위험했다. 아렐은 말 그대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불길이다. 너무 분위기를 잡거나, 경계심을 보이면 원하는 답을 듣기는커녕 예상치 못할 일이 일어날 것이다.


“아무래도 티파티에 사람들을 더 초대해야겠어.”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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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맹수 24.09.13 9 1 12쪽
24 초대 24.09.12 9 1 11쪽
23 진실의 저울 24.09.11 6 1 12쪽
» 티파티 24.09.10 8 1 11쪽
21 대회의 24.09.09 12 2 11쪽
20 동질감 24.09.08 11 1 13쪽
19 화폭 24.09.07 9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9 1 11쪽
17 5분의 1 24.09.05 10 0 11쪽
16 제의 24.09.04 10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9 1 12쪽
14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1 1 10쪽
13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2 1 13쪽
12 또 다른 부활 24.08.31 10 1 12쪽
11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6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3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1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2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7 1 12쪽
6 살주계 2 24.08.24 16 0 11쪽
5 살주계 1 24.08.23 18 2 11쪽
4 조우 2 24.08.22 19 2 11쪽
3 조우 1 24.08.21 27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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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활 24.08.20 6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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