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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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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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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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주계 2

DUMMY

기와 마력의 차이점은 그리 크지 않다. 둘 다 이미지를 실현하고, 기적을 일으킨다. 굳이 다른 점을 뽑자면 성질이라고 해야 할까? 마법은 직관적이지만, 기는 흐름도 유연해 재능이 더 필요하다.


‘천천히. 하나 하나.’


아렐은 날아오는 화살을 부드럽게 피해내고, 튕겨냈다. 하지만 역시 부족한 마력과 너무 많은 수,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를 담고 있어서 흐름을 읽어내기 어려웠다. 덕분에 몇 개가 등에 박혔다.

최소한의 마력과 조작만으로 공격을 피하는 건 꼭 천 년만, 그것도 한창 마법을 제대로 배울 때였다. 당시에는 마력양이 압도적으로 적고, 조작도 미숙해 허구한 날 두들겨 맞았었다.


‘그립다면 그리운 기억이군.’


하지만 그리운 건 그리운 거고, 더 공격당하면 위험하다. 상대의 수는 상당히 많은 상태. 조금 무리해야한다.


“별거 아닌 놈이다! 계속 공격해라.”

‘별거 아닌 놈이란 말도 오랜만이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 간이 결계로 몸을 숨겼지?’


결계 덕분에 테두리를 잡기 쉬웠다. 아렐은 자세를 취하며 순간적으로 결계를 펼쳤다. 결계를 펼치는 순간 그 안에 있는 살주계가 전부 감지된다.


“! 모두 방어를 준비...!”


대장처럼 보이는 자가 소리쳤지만, 한 발 늦고 말았다.

아렐의 결계가 완벽해지는 순간 살주계는 작은 큐브 조각으로 변했다. 아렐은 등에 박힌 화살을 뽑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여전히 기는 탐색하기 힘들다.


“도사들만큼 귀찮은 것도 없었지. 하지만 그때에 비하면 너희는 갓난아이 수준이군.”


어느새 모두 큐브 조각이 되고, 남은 건 대장뿐이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살폈다. 피가 낭자하지만, 시체는 한 구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작은 큐브 조각이 바닥에 흩어져 있다.


“마법사, 우릴 노린 이유는 뭐냐?”

“동대륙 말로는 적반하장이라고 하던가? 난 분명 협상하자고 했다. 먼저 공격한 건 네놈들이지. 요즘 기분이 좋아서 자비를 베풀어 준 것인데 말이야.”

“...개소리마라. 말했듯이 네놈을 신용할 이유는 없다.”


대장은 검을 내리며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단전에서부터 시작된 기가 그의 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이 느낌은 바위. 커다란 바위가 형상화된다.


“바위라.”


말을 끝내기 무섭게 검이 목을 노렸다. 아슬아슬하게 머리를 스친 검은 아까보다 한층 더 파괴력이 올라갔다.

마력과 기가 가지는 원소 속성. 그중 바위는 기본적으로 방어에 사용된다. 하지만 대장은 방어를 포기하고 공격에 올인했다. 특출난 스피드를 생각하면 옳은 판단이다.

-쾅!

그대로 검으로 바닥을 내리치니 균열이 생겼다. 지금 상태에서는 한 대만 맞아도 피해가 크다. 원소, 그중에서도 특히 바위처럼 질량으로 밀어붙이는 원소는 단순한 마력으로 막기에는 힘들다.


‘비율로 따지자면 2대8. 아까의 공격 때문에 방어도 어느 정도 의식하는군.’


저번에 습격한 로브의 남자와는 달리, 무의식적으로라도 방어를 하고 있으니 즉사시킬 수 없다. 역으로 공격이 튕겨 나갈 거다.

-똑

문득 들려온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대장은 반사적으로 날아오는 무언가를 막아냈다. 날카로운 물이 칼날처럼 그의 목을 노렸다.


‘수성 마법인가? 운도 없군.’


원소는 출력이 비슷하다는 가정하에 약점이 확실하다. 바위의 약점은 물. 아렐이 손가락을 튕길 때마다 주위에 물방울이 올라온다.


‘출력이 그리 강하진 않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 수성마법이 원래 이랬나?’


물은 유연하게 넘기는 방어의 성질을 띈다. 하지만 아렐의 마법은 날카로운 창과 화살 같았다.


‘1식 수면 가르기, 3식 여우비. 5식 반사되는 수면.’


물방울이 쏟아지고, 반사되는 수면으로 위치를 숨긴다. 남자는 최대한 집중해 공격을 튕겨내면서 돌진했다. 빠르게 좁힌 거리. 아렐의 머리를 향해 검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부딪히기 직전, 손을 타고 흐르는 물이 부드럽게 검을 넘겼다.


‘4식 굽이 계곡.’


처음 보는 형태에 당황하기도 잠시, 남자는 이내 평정심을 찾았다. 원소를 형상화하기 위해서는 기나 마력으로 직접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마력 조작 효율이 좋아도, 아렐이 먼저 떨어지게 된다.

이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남자는 방어 태세로 들어갔다. 바위는 물에 약하지만, 아렐의 출력이 압도적이지 않기에 버티려면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약 3분. 아렐도 기다렸다는 듯이 마법을 쏟아냈다.


‘2식 날비, 6식 소용돌이 파도’


그렇게 모든 공격을 쏟아내고, 마력이 고갈되는 순간이었다. 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방어를 풀며 땅에 검을 박았다.


“내 승리다.”


검을 뽑으니 대지가 그대로 끌려왔다. 여지를 줄 생각이 없는 일격필살의 기술. 하지만 그 기술은 갑작스럽게 쏟아진 파도에 끊기고 말았다.


“제왕 전쟁 시절. 당시에는 방어란 개념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지. 압도적으로 강력한 자들이 많았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당시 원소를 다루는 마법사들 중 공격에 특화되지 않은 마법사들은 고민했다. 물 같은 유연하고 방어에 유리한 마법으로는 당시에 문하생들을 지킬 수 없었다. 그랬기에 그들은 강제적으로 공격적인 마법을 만들어냈다.

그중 수성마법은 1에서 6식으로 빠르게 몰아붙이고, 물길이 모이면 7식으로 끝을 낸다. 1에서 5식은 약하지만, 속도가 빠르고 유연해 실력 차이가 압도적이지 않으면, 물길을 모으기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다.


“7식 급류. 다른 식으로 공격하면서 모이는 수분으로 일순 파도를 일으키지.”


주변을 가득 메운 차가운 물결. 파도 소리가 잦아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거센 파도에 휩쓸려서 그런지 대장의 사지가 절단됐다. 단순히 출력과 조작만을 고려했을 때, 지금 아렐의 수준은 저번에 습격한 나이트, 그리고 방금 죽은 살주계의 대장과 비슷할 것이다.

아렐은 큐브 조각과 떨어진 대장의 팔을 뜯어 먹으며 본거지로 들어갔다. 본거지는 임시로 만든 건지 상당히 조잡했다.


“염매가 있으면 좋겠다만, 그게 있을지. 응? 이건...”


누가 봐도 아주아주 소중해 보이는 한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봉인 수십 개로 막혀 있는 것부터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아렐은 곧장 하나씩 봉인을 풀기 시작했다. 동대륙의 봉인술이면 꽤 시간이 걸렸을 텐데, 무슨 이유에선지 서대륙 마법으로 되어 있었다.


“이건?”


상자에는 한 캡슐이 있었는데, 그 안에 초록 액체와 함께 어떤 생명체가 있었다. 아렐은 조용히 생명체를 바라보다 이내 헛웃음을 지었다. 설마 이걸 여기서 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살주계란 놈들 보통 잡집단이 아니었나?”

-상황은 어떻지?


캡슐을 막 챙기고 떠나려던 찰나 문득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에 있는 통신 부적. 아렐은 웃으며 말했다.


“여기? 전부 죽었지. 네놈들 건 내가 가져갔고 말이야.”

-...누구냐.

“네놈이 두목이냐? 마침 잘 됐군, 나도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지. 싫으면 이건 조정에 넘기는 수밖에.”

-...알겠다. 대신 네놈이 와라. 위치는 알려주마.


살주계의 두목은 아렐에게 위치를 말해줬다.


“이번에는 네놈 부하랑은 달리 정말로 대화했으면 좋겠군.”


아렐은 말을 맞히며 통신 주문서를 찢었다. 앞으로 나흘 후, 이동하면 된다.


“그럼 남는 시간 동안은 무얼 할까? 음식을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은 이게 먼저겠지.”


아렐은 캡슐을 바라봤다. 초록 액체에 있는 의문의 생명체는 미약하게나마 심장이 뛰고 있었다.

이건 과거 ‘씨앗’이라 불리는 생명체다. 지금은 한없이 작고 약하지만, 연금술 혹은 강령술로 영혼을 강림시킬 때 어떤 영혼이든 이질감 없이 받아들인다.

부활이나 다름없는 기적의 조각. 물론 부활에는 씨앗만으로는 부족하다. 씨앗은 어디까지나 영혼을 받는 그릇이고, 몸은 따로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다시 말해, 부활시킬 대상의 몸을 과거보다 더 강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부활할 놈들이 한두 개가 아니어서 감이 안 오는군.”


천 년 전, 아렐도 한두 번밖에 보지 못했었다. 이 귀한 걸 살주계라는 잡배가 사용할 이유는 없고... 아무래도 다른 조직이 또 연관 되어 있는 듯하다. 어쩌면 저번에 봤던 마왕 추종자들일 수도 있고 말이다.


‘추종자라... 그러고 보니 나한테도 비슷한 게 있었지.’


마왕이나 기사왕처럼 왕을 추종하는 놈들은 꽤 있었고, 그건 아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인정하지 않았는데 제 마음대로 아렐의 추종자라며 그의 뒤를 쫓는 놈들이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순혈 마법사주의를 내세우는 놈들이었다. 정작 아렐은 순혈 마법사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잔당이 남아있으려나.”


딱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제대로 기억나는 건 없지만 확실한 건 지위가 있고 강한 마법사들이었다는 거다. 마지막에 아렐이 손수 처리해서 전부 죽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어딘가에 살아남았을 수도 있다.


“뭐, 그것도 나중이 되면 알겠지. 일단은 이거 먼저 해결해야지.”


아렐은 남은 큐브 조각을 삼키며 캡슐을 바라봤다. 역시 마음을 곱게 쓰니 예상치 못한 보상이 찾아온다.


*************


“....”


칸데시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가감 없이 낭자한 피와 타오르는 된 시체.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 광경 때문에 몸이 굳었겠지만, 칸데시아는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그가 몸이 굳은 이유는 다름 아닌 눈앞의 한 인간 때문이었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살주계 토벌을 위해서였다. 화륜의 상급자가 알아낸 포인트 중 하나로 기척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홀로 왔다.


“오랜만이네.”


눈앞의 소녀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곱고 하얀 피부 덕분인지 얼굴에 튄 피가 더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칸데시아는 저 소녀를 본 적 없다. 기운도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기운이었다. 하지만 어째설까? 어째서? 저번에 봤던 아렐이란 소년과 느낌이 비슷한 걸까? 그 소년과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감정이 차오르니 저도 모르게 검에 손이 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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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면초가 NEW 3시간 전 2 0 10쪽
29 약속 24.09.17 4 0 12쪽
28 과제 24.09.16 7 1 10쪽
27 용사의 마법사 24.09.15 8 1 10쪽
26 제2식 염시 24.09.14 7 1 11쪽
25 맹수 24.09.13 9 1 12쪽
24 초대 24.09.12 9 1 11쪽
23 진실의 저울 24.09.11 6 1 12쪽
22 티파티 24.09.10 7 1 11쪽
21 대회의 24.09.09 12 2 11쪽
20 동질감 24.09.08 11 1 13쪽
19 화폭 24.09.07 8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9 1 11쪽
17 5분의 1 24.09.05 9 0 11쪽
16 제의 24.09.04 10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9 1 12쪽
14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1 1 10쪽
13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2 1 13쪽
12 또 다른 부활 24.08.31 10 1 12쪽
11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5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2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1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1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7 1 12쪽
» 살주계 2 24.08.24 16 0 11쪽
5 살주계 1 24.08.23 18 2 11쪽
4 조우 2 24.08.22 18 2 11쪽
3 조우 1 24.08.21 26 2 14쪽
2 몸 풀기 24.08.20 36 2 11쪽
1 부활 24.08.20 6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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