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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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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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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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식 염시

DUMMY

마법은 기본적인 성질, 출력, 그리고 효과로 이루어진다. 얼음 마법으로 예를 들자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냉기가 성질, 이 냉기의 힘이 어느 정도인가가 출력. 그리고 이 마법이 적중했을 때 상대가 얼어붙거나 하는 것이 효과이다.

마법은 출력도 중요하지만, 출력에는 한계가 있고, 단점이 명확하다. 출력은 자신보다 강한 출력의 상대에게 무조건 진다. 그런 이유로 여러 마법사는 여러 효과를 가진 마법을 연구하고, 사용한다.


‘그런데 이 녀석은...!’


아르카나는 뒤로 빠지며 달려드는 화염을 바라봤다. 이 화염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다. 말 그대로 상대를 태운다는 기본적인 불의 특성만을 가지고 있다.

뉴터럴을 사용하는 이상 이건 절대로 고유 마법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렐은 기본적인 화염 마법. 진짜 기초 중에 기본인 화염 마법의 출력만을 이 정도로 상승시켰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간은 수명은 짧다. 그래서 출력과 마력을 상승시킬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랬기에 단순히 출력적인 싸움이 아닌, 마법에 여러 효과를 더해서 승부를 본다. 아무리 괴물같은 자라고 해도 아렐 역시 인간이었다. 굳이 그런 비효율적인 길을 갈 이유가 없다는 거다.


‘의문이 생기지만, 일단 이기고 보자. 아직 승산은 있어.’


화염이 거세긴 하나, 아렐 역시 아슬아슬한 상황이라 아르카나는 판단했다. 흑성을 이용한 치유라고 해도, 독 자체를 해독하는 데 시간이 오래걸리고, 완전히 해독하기 전까지 상시로 치유를 진행해야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치유 마술을 동시에 진행하면 아무리 그라고 해도 부담이 클 것이다. 빠르게 흘러간 판단에 따라 아르카나는 몸을 움직였다,


‘지금 사용한 건 화염 마법. 하지만 내 수성마법이나, 빙결로는 이겨낼 수 없는 출력이다. 그렇다면...’


주변에 떨어진 잔해를 집어 들어서 던진다. 원소 공격은 기본적으로 질량에 약하다. 그리고 이는 정확한 판단이었다. 아렐은 달려드는 잔해를 막기 보다 피하였다. 독이 생각보다 거슬려 움직이기 불편하다.

지금 아렐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뉴터럴을 유지하면서 버티거나, 결계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 결계는 기본적으로 마력을 많이 잡아먹으니 유지 시간이 길지 않을 거고, 아렐의 격을 이용하면 뉴터럴 없이 잠깐은 버티니 파괴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가면 재미없지.’


아렐은 더더욱 화력을 높였다. 비록 그의 영역에서만 불꽃이 타올라, 직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그걸 본 순간 아르카나는 무언가 잘 못 됐음을 깨달았다.


“태세를 갖춰라! 이 결계 안에서 널 죽여보마!”


마법사들은 각각 산개해서 질량 공격을 퍼부었다. 만전의 상태라면 저 정도 잔해야 폭발로 없앴겠지만, 지금은 치료를 병행하는 상황. 아렐은 다리에 마력을 집중했다. 폭발과 함께 추진력이 발생했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다.

스스로의 몸을 폭발시킨 덕분에 다리는 너덜너덜해지고, 폭발의 상처가 남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딴게 중요한 게 아니다. 빠르게 좁혀진 거리에 적들이 영역 안에 들어온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세 명... 수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아르카나의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상황은 누가 봐도 자신들이 우위에 있었다. 상대는 신체와 독을 치료하고, 뉴터럴을 사용해 일정 범위 안에 들어오지 못하면 공격 자체가 불가능하다.


‘저게... 마법사의 왕?’


화염 사이로 보이는 눈빛은 마치 지옥의 불꽃처럼 이글거린다. 단순한 승부가 아닌 전투에서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아렐의 몸 상태는 추진력으로 삼은 폭발 때문에 아까보다 데미지가 더 축적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결단을 내렸기에 현재 같은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어느새 전부 죽은 마법사들,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르카나는 주저앉은 채 숨만 몰아쉬었다. 불꽃 사이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아렐은 방긋방긋 웃고 있다. 손에 들고 있는 사람의 머리만 아니었다면 순수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러게 좀 더 준비했어야지.”

“...준비는 완벽했어.”


준비는 완벽했다. 마법을 억제하는 식도 몇 번이나 확인했고, 무기도 전부 준비했으며, 텔레포트 주문서로 실력 있는 마법사들의 증원까지 받았다. 솔직히 이런 상황이 완벽하지 않으면 무엇일까? 대체 여기서 뭘 더 했어야 했을까?


“네놈의 전부를 부딪쳐야지.”

“전 상인입니다... 손해보는 장사를 할 수는 없어요.”

“손해? 내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내 이름이 왜 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건가?”


조금만 깊이 생각해도 알 수 있다. 왜 그가 마법사의 왕이라고 불렸는지, 왜 그의 사후에도 천 년이란 시간 동안 이름이 남았으며, 영혼 조각도 파괴하지 못했는지. 아르카나의 패착은 단순히 천 년 전 그의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고, 세상이 역사를 숨겼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강호가 있었다. 네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용사 역시 그중 하나였고.”

“그리고 당신은 그 용사에게 패배했죠.”


아르카나는 실소를 내뱉으며 말했다. 마지막 순간 도발할 생각으로 뱉은 말인데, 아렐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 사실이지. 하지만 네놈들은 결과밖에 모른다. 당시 용사와의 결전에서 몇이 죽었는지 아나?”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용사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모인 고기 방패와 여러 미끼가,


“당시 용사 파티와 그와 협력한 강호를 포함해. 그 수는 4만하고도 8천이 넘었지.”


이 말을 끝으로 아르카나는 커다란 불꽃에 휩싸였다. 아렐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사라지는 결계를 바라봤다.


“괜찮은 여흥이군. 하지만 아직 부족해.”


무언가가 살짝 부족하다. 맛있긴 한데, 디저트가 부족한 느낌이랄까? 이 정도 죽인 거로는 만족할 수 없다. 좀 더 많은 걸 태우고 싶다.


‘지하에 뭔가 있긴 하군. 노예인가?’


노예들을 죽여도 되지만, 저 정도 숫자로는 부족하다. 뭐, 하나가 근처에 있긴 한데... 말했듯이 그거 하나 죽인다고 해서 디저트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뭣보다 이 정도 소동을 부렸으니 곧 있으면 조정의 군사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그놈들을 죽일까? 흠... 그 녀석의 성장을 보려면 조금 조용히 지내야 하긴 하는데...”


한참을 고민하던 중 문득 아렐의 머리에 좋은 생각 하나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분명 이 근방에 꽤 규모가 있는 마을이 있다.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찾은 아이처럼 아렐은 웃으며 곧장 마을이 훤히 보이는 산으로 향했다.


“여기가 좋겠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바닥에 식을 그린다. 원래 저승이란 게 혼자 가면 쓸쓸한 거다. 같은 아카데미 소속이기도 했고, 맛있는 디저트도 줬으니 쓸쓸하지 않게 저승길을 함께 할 사람들이나 보내주기로 했다.


“저승도 별거 없더군. 내가 한 번 죽어봐서 잘 알아.”


식을 전부 그린 후 아렐은 가운데에서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아직은 곧장 식을 사용하지 못하니, 형태를 처음부터 이어야 한다. 바닥에 식을 그린 이유는 단순히 출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1형태 석화’

‘2형태 당겨지는 불꽃’

‘3형태 화풍’

‘4형태 화표’

‘5형태 솟아나는 화염’


부드럽게 이어진 5개의 형태가 이내 커다란 활의 모습으로 바뀐다. 이글거리는 불꽃에 주변의 나무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 제2식 염시”


당겨진 활시위를 놓는 순간 커다란 화염 화살이 마을을 향해 날아갔다. 아렐은 마치 별똥별을 바라보는 사람처럼 조용히 그 광경을 바라봤고, 이내 마을에 적중한 화살은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


타오르는 화염과 재가 된 사람들의 시체. 살 타는 냄새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화륜과 칸데시아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얼마나 화염이 거센지, 시체는 완전히 재가 되어서 신원 확인조차 불가했다. 아마 아르카나의 상단이 아니었다면, 아르카나의 사망을 알지 못했을 거다.


“이거 참... 난감하군요.”


단 한 시간 만에, 두 마을이 파괴되고, 사람들이 전멸했다. 대회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최대한 피해가 없어야 하는데, 왕명이 내려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사건이 벌어졌다.


“금나리 대장님은 다른 마을로 향했죠. 그쪽은 어떻습니까?”

“그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다 죽었더군요. 사람이 죽은 것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이 사업장입니다.”


아르카나가 운영하는 사업장은 서대륙과 조선을 이어주는 하나의 다리였다. 갑작스럽게 그런 사업장이 괴멸한 것도 문제인데, 그 이면에 숨어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노예, 불법 마약, 게다가 이상한 조직들과도 연을 맺었더군요. 하긴 그 어린 나이로 성공한 데는 이유가 있겠죠. 하지만 결국 죽었으니...”

“더 혼란스러워지겠군요.”

“아무래도 그렇죠~. 여러 상회가 없어진 상단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싸울 겁니다. 그리고 저희 같은 중간직은 그 사이에서 고생하는 거고요.”


칸데시아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여인(아렐)이 건드린 것일까? 아니면 상단에서 건드린 것일까? 워낙 종잡을 수 없는 여자라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만약 상단에서 건드렸다면, 옆 마을은 왜 파괴한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 생겨난다.


“아, 칸데시아님. 노예였던 서대륙 사람들 좀 맡아주시겠습니까? 송환해야 하는데, 칸데시아님이 제격이어서요.”

“물론입니다. 그들은 운이 좋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 난리에서 살아남다니... 아니, 일부러 살려준 걸까요?”


전부가 불법적인 노예라 칸데시아가 도와주면 금방 돌려보낼 수 있다. 그들도 당연히 송환을 원하고 말이다. 딱 한 명을 제외하고.


“그런데 한 아이가 송환을 거부하더군요. 이유를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고요.”

“지금 같은 상황이면 빠르게 보내야 할 텐데요. 애초에 돌아가기 싫은 이유가 있을까요?”

“그러니까 말이죠. 들어보니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한답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나, 뭐라나.”

“만나고 싶은 사람?”


칸데시아는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니... 노예 시절 도와준 사람이라도 있는 걸까?


“아무튼 직접 만나보시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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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면초가 NEW 3시간 전 2 0 10쪽
29 약속 24.09.17 4 0 12쪽
28 과제 24.09.16 7 1 10쪽
27 용사의 마법사 24.09.15 8 1 10쪽
» 제2식 염시 24.09.14 8 1 11쪽
25 맹수 24.09.13 9 1 12쪽
24 초대 24.09.12 9 1 11쪽
23 진실의 저울 24.09.11 6 1 12쪽
22 티파티 24.09.10 7 1 11쪽
21 대회의 24.09.09 12 2 11쪽
20 동질감 24.09.08 11 1 13쪽
19 화폭 24.09.07 8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9 1 11쪽
17 5분의 1 24.09.05 10 0 11쪽
16 제의 24.09.04 10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9 1 12쪽
14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1 1 10쪽
13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2 1 13쪽
12 또 다른 부활 24.08.31 10 1 12쪽
11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6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3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1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2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7 1 12쪽
6 살주계 2 24.08.24 16 0 11쪽
5 살주계 1 24.08.23 18 2 11쪽
4 조우 2 24.08.22 19 2 11쪽
3 조우 1 24.08.21 27 2 14쪽
2 몸 풀기 24.08.20 37 2 11쪽
1 부활 24.08.20 6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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