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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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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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의 1

DUMMY

까마귀 가면이 노리고 있는 건 별관에 있다. 그것 하나를 얻기 위해 거의 2년 동안 일을 준비했다. 결계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제물을 받히고, 교수들의 동향을 하나씩 파악했다. 그리고 수많은 몬스터와 요괴까지 모았다.

덕분에 일은 대체적으로 순조로웠다. 중요 학생들의 눈을 돌리는 데도 성공. 경비를 무력화하고, 결계의 내구도를 올리는 것도 성공적이다. 조금 문제라고 한다면...


“네놈이겠지.”


별관 아래의 깊숙하고 깊숙한 곳.

가면은 그레이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설마 교수가, 그것도 하필이면 이 녀석이 남아있을 줄은 몰랐다. 그레이는 아렐의 제안을 생각하느라 미처 퇴근을 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어쩌다 보니 현 상황에 마주한 것이다.


“진리로군... 목적을 말해라.”

“여기까지 왔으면 알고 있잖아?”


가면은 부적과 주문서를, 그레이는 양손에 마력을 모았다. 조용한 침묵이 무겁게 둘 사이에 깔리게 된다.


“...하나만 물어보지. 아렐이란 놈과 관련이 됐나?”

“아렐? 그건 또 누구야?”

“...아니면 됐어.”


-콰앙!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마법이 격돌한다. 그레이의 연금술은 기본적으로 주변의 사물 형태를 변화시키는 연금술. 땅에 손을 대 원하는 모습으로 변형시키고, 무기로 만들어 던졌다.

가면은 주문서와 부적을 재빠르게 던지며 반격했다. 미리 저장해둔 여러 마법이 사방에서 덮쳐온다. 가면 자체의 마력은 평균 학생과 비슷했지만, 전투 경험은 많은지 주문서의 사용과 그때그때의 판단력이 훌륭하다.


‘역시 계속해서 늘어나는 군.’


가면은 유일하게 익힌 아공간 마법에서 계속해서 주문서를 꺼낸다. 덕분에 장기전으로 가면 불리해진다. 주문서는 1회용이지만, 미리 저장해둔 마법이기에 마력을 사용하지 않으니까.


“그건 쓰기 싫었지만...!”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아렐에게 받았던 것과 비슷한, 아니 똑같은 조각들에게 연금술을 부여한다. 그러자 조각들이 철 골렘으로 변하였다.


“진리의 식이군. 역시 더 발전했어. 분하지만 역시 네놈은 재능이 있어. 네놈 아버지처럼 말이야.”

“입 닫아. 찢어 버리기 전에.”


철 골렘들이 일제히 남자를 향해 달려간다.

그레이의 몸에 진리의 표식이 새겨졌던 이유는 그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진리의 소속으로 연금술에 이미 미쳐있는 상태였다. 그의 어머니와 결혼하고 그레이를 낳은 이유도, 임산부에게 실험하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어린 나이, 조용한 수술대 위에 쓰러진 어머니였던 것의 괴상한 형체가. 항상 웃고 있는 아버지는 늘 자신에게 물어봤다.


“왜 그래? 왜 그렇게 심각하니? 점차 진리에 가까워지는데.”


그런 아버지는 반강제적으로 그에게 진리의 식을 주입해왔다. 자신의 피가 이어진 생명체는 아버지에게 있어서 그렇게 흥미로울 수가 없었고, 불행히도 그레이는 아버지를 닮아 연금술에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의 마음만큼은 어머니를 따랐다. 점차 연금술 실력이 발달하고, 홀로 자립할 수 있게 된 날 그레이는 직접 아버지를 죽인 후 조정에 자수를 했다. 원래 진리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돼 있다면, 사형이지만 아카데미와 조정에 협력한다는 조건 한에 그는 교수로서 삶을 살 수 있었던 거다.


‘그것만큼은 넘겨줄 수 없다. 특히 진리의 손에 들어간다면...!’


그레이는 입술을 깨물며 광범위한 연성을 진행했다. 순식간에 배로 늘어난 골렘과 거대한 파도같은 공격이 가면을 향해 날아온다.


“역시 훌륭하군. 하지만 부족하다. 네놈이 여기서 교수질이나 하고 있을 때, 우린 더 진리와 가까워졌어. 이게 그 증거지.”


두루마리를 펼친 순간 검은 덩어리가 바깥으로 튀어나온다. 셀 수 없이 많은 양의 키메라가 철골렘을 파괴한다. 평범한 키메라와는 다르다. 평범한 키메라에게 있는 균열이 전혀 보이지 않은, 말 그대로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한 거 같았다.


‘공격력도 상당하다! 막을 수 있나?! 아니, 그냥 날려버리자.’


그레이가 땅에 손을 짚는 순간 커다란 대포가 만들어졌다. 키메라는 공격력은 상당하지만, 방어력은 떨어지는 상태. 최대 화력으로 가면과 함께 날려버리면 된다.

-쾅!

그렇게 격발된 세 발의 포탄에 검은 덩어리는 깔끔하게 사라졌고, 광범위한 공격에 그의 철골렘 역시 전부 파괴됐다. 그레이는 연속된 연성에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으면 신속히 가면의 위치를 파악했다.


“성공했나?”

“그럴 리가.”


펑!하는 소리와 함께 뒤에서 가면의 남자가 나타난다. 곧장 반응하려고 했지만, 날아든 주문서가 한 발자국 더 빨랐다. 등을 덮치는 차가운 냉기. 정통으로 맞은 공격에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확실히 마력이 많으니 그런 것도 가능하군. 그렇게 커다란 기술을 연속으로 사용할 줄이야.”

“왜... 부럽냐?”

“부럽고 말고. 나처럼 이렇게 주문서에 의지할 필요가 없잖아? 아무튼 승부가 났으니 이제 말해라. ‘그건’ 어디있지?”


가면은 그레이의 앞에 쭈구려 앉으며 물었다.


“말할 거 같냐?”

“아니. 하지만 내가 그걸 찾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내가 직접 찾게 되면 바깥에 있는 학생들을 손수 처리하고 돌아가겠지.”


외부와의 연락은 아직이다. 그의 말대로 그것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다. 물론 가면을 유능한 학생들이 못 이길 이유는 없지만, 진짜 문제는 지하 바깥에서 느껴지는 정체불명의 무언가다.

그 무언가가 이곳으로 통하는 통로를 막고 있다. 그게 아니었다면 진즉에 학생회장이 도착했을 거다. 순순히 말을 해야 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진리가 순순히 돌아갈까?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순간이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이런 걸 보고 하는 말이었군.”


문득 들려온 목소리에 가면과 그레이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조용히 그들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한 여인. 아렐은 살짝 흥분한 사람처럼 기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긴 여기보다 안전한 곳은 없지. 하지만 그렇다해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나도 많이 무뎌졌군.”

“...뭐야. 어떻게 들어온 거냐!”

“소리 지르지 마라. 시끄럽다. 지금 중요한 건 네가 아니야.”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여인을 막아야 한다. 이 사실을 가면은 명백히 알고 있지만, 어째선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렐은 천천히 구석에 있는 한 상자를 집어 들었다. 이걸 이딴 먼지 가득한 곳에 두다니, 괘씸하기 짝이 없다.


“뭐, 그래도 얻었으니까 됐나.”


겹겹이 쌓인 결계. 아렐이 살짝 힘을 주니 그대로 결계가 파괴되면서 상자의 뚜껑이 열렸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건 은빛의 목걸이였다.


“네놈... 그걸 내놔라!”

“어째서지?”

“그건 아주 중요한 물건이다. 진리로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아이템이란 말이다.”

“그런가. 하지만 거절한다. 내가 내 것을 돌려받겠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지?”


아렐이 주먹을 쥐는 순간 목걸이는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커다란 마력이 그의 몸으로 돌아온다.


“이게... 무슨...!”


저 목걸이는 파괴 불가능하다. 아니, 정확히는 파괴 가능하지만, 지금까지 딱 하나밖에 파괴하지 못했고, 그 안에 있는 마력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런데 눈앞의 여인은 그런 물건을 손쉽게 파괴하고, 모든 마력을 받아들였다.


“설마... 본인이라고...?”


마력을 받아들이니 기분 좋은 감정이 피어오른다. 숨어있던 살육에 대한 고양감과 피 냄새에 더더욱 자극받는다. 광적으로 빛나는 두 눈동자에서는 오로지 유쾌함만이 느껴진다.


‘마력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것도 곧 사라지겠군.’


지금 몸에 흐르는 마력은 방금 흡수한 마력보다 두 배는 더 많았다. 갑작스러운 마력 증가로 일시적으로 증폭되는 것이다. 아마 30분 정도 지나면, 진정될 것이다.


“대체 어떻게...!”

“네놈은 알 거 없다.”


-화르륵

몸에서 타오르는 커다란 불꽃에 순식간에 그레이의 몸이 재로 변하였다. 지금 살짝 주체가 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건 전부 태우고, 돌아온 힘을 방출하고 싶다.


“하지만 그 전에 알아야 할 게 있지. 거기 진리. 내가 하는 말에 답해라.”

“...”


가면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아렐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먼저 진리는 현재 어떤 상황이냐?”

“천 년 전, 당신이 알고 있는 진리는 나뉘어졌다. 각자 자신들의 진리를 쫓기 위해 나누어진 거지. 물론 그중에는 원래 진리를 따르던 녀석들도 있고.”

“설마 했는데, 그 녀석들이 분열하다니. 흥미롭군. 네놈은 어디 소속이지? 숨겨진 과거에 대해 알고 있나?”

“...난 모른다. 당신이 말하는 숨겨진 과거라면, 원래의 진리를 따르는 놈들이 알고 있겠지.”

“이런, 여기까지인가.”


아렐은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찼다. 설마 그 진리가 나누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덕분에 원하는 정보는 얻지 못했지만, 힘의 5분의 1을 되찾았으니 충분히 만족한다.


“다섯 개로 나누어진 건가? 하지만 분명 그때 살주계는... 뭐, 이제 찾아보면 되겠지. 게다가 이게 있으면 전력도 쓸 수 있으니까 말이야.”

“...질문은 끝인가?”

“끝이다. 이 힘을 되찾게 해 준 대가로 그냥 보내주지. 이제 꺼져.”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다.”


가면은 주문서와 부적을 꺼내 들었다. 비록 목걸이는 얻지 못했지만, 과거의 지식을 가진 최강의 마법사의 왕이 눈앞에 있다. 비록 방금 힘을 회복했다고 해도 아직 약한 상황. 그들의 연구를 위해서는 이자라도 데려가야 한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바깥에 있는 아마츠키도 전성기의 힘이 아닐 텐데. 게다가 그 녀석도 지금 누군가를 상대하고 있군.”

“진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어.”

“주문서와 부적이라.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나름 재밌겠군. 그럼 내기를 하지, 힘을 찾게 해 준 대가다. 네놈이 내 피를 한 방울이라도 흘리게 하면 네놈들 밑으로 들어가마.”


아렐은 환하게 웃으며 한쪽 손에 화염을 만들어냈다. 아까보다 더 거대해진 화염에 주변의 수분이 전부 날아간다.


“그 약속 지키는 건가?”

“물론. 거짓말은 하지 않아.”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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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약속 24.09.17 4 0 12쪽
28 과제 24.09.16 7 1 10쪽
27 용사의 마법사 24.09.15 8 1 10쪽
26 제2식 염시 24.09.14 7 1 11쪽
25 맹수 24.09.13 9 1 12쪽
24 초대 24.09.12 9 1 11쪽
23 진실의 저울 24.09.11 6 1 12쪽
22 티파티 24.09.10 7 1 11쪽
21 대회의 24.09.09 12 2 11쪽
20 동질감 24.09.08 11 1 13쪽
19 화폭 24.09.07 8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9 1 11쪽
» 5분의 1 24.09.05 10 0 11쪽
16 제의 24.09.04 10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9 1 12쪽
14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1 1 10쪽
13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2 1 13쪽
12 또 다른 부활 24.08.31 10 1 12쪽
11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5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2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1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1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7 1 12쪽
6 살주계 2 24.08.24 16 0 11쪽
5 살주계 1 24.08.23 18 2 11쪽
4 조우 2 24.08.22 18 2 11쪽
3 조우 1 24.08.21 26 2 14쪽
2 몸 풀기 24.08.20 36 2 11쪽
1 부활 24.08.20 6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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