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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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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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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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면 안되는 것

DUMMY

과거 제왕 전쟁 중 언제나 홀로 있던 아렐이 진리와 가깝게 지낸 이유는 간단했다. 녀석들도 아렐처럼 연금술을 제외한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연금술의 발전과 완벽한 현자의 돌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한, 아렐 보다 더한 미친놈들이다.

그런 놈들의 탐구력과 발명한 여러 식으로 추종자들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설사 한번 정리한다고 해도, 녀석들의 의지는 반드시 이어질 거라 아렐은 확신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교사질이라니...’


연금술에 통달했고, 남들을 가르치기 좋아하는 놈들이었으나 워낙 비인류적이어서 조정에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특히 조선은 과거 진리에게 크게 당했으니, 사약을 내렸음 내렸지, 절대로 교사직을 주지는 않을 거다.


‘분열? 그 녀석들이? 그놈만 따로 탈퇴를... 할 수가 없지.’


뭐가 됐든, 아렐에게는 좋은 상황이다. 어떻게든 진리와 연결될 수 있는 길이니까. 물론 그가 협조적이라면 말이다.


‘뇌를 뜯어서 확인을.., 아니, 소란 피우면 안 되지.’

“자, 다들 일어나~.”


한참을 고민하고 있으니, 문득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교탁에 가볍게 책을 내려놓으면 말했다.


“내가 너희 반을 맡은 선생님이다. 그냥 편하게 교수님이라고 불러~.”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은 간단하다. 필수 과목 두 개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을 선택해서 듣고, 부활동을 하면 된다. 부활동은 반강제, 아니 강제로 꼭 하나는 들어야 한다고 한다. 이유를 들어보니 반짝이는 청춘을 위해서라고.


“지랄도 디테일하면 병이라고 하던데.”


같잖은 이유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뭐, 과거보다는 좀 더 부가 늘어나서 나름대로 흥미가 생긴다. 아무튼 부 활동은 나중에 이어서 생각하고, 일단 첫 필수 과목을 들으러 갔다.

필수 과목은 두 가지로, 기초 체력과 기초 마법 혹은 기운용이다. 기본적으로 이 두 가지를 측정하고, 여기서 찾은 재능을 필두로 실력을 기르는 거다. 기초적인 자질과 고유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고유 마법에 따라 배워야 할 것은 천차만별이니 말이다.


“수업 전에는 간단한 시험이 있어. 우리는 B반이랑 할 거니까, 빨리 빨리 나와.”


담임 교수의 말에 따라 측정이 시작했다. 내용은 간단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법, 주술, 혹은 도술로 표적을 파괴하면 된다.


“자, 표적은 이거. 연금술사 교수님이 직접 만드신 거니까 부술 각오로 해봐. 참고로 성적은 공개할 거야.”


학생들은 순서대로 표적을 공격했다. 성적 공개란 말에 모두가 표적을 부술 각오로 공격했지만,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흠집도 나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가 저 반보다 낫지.”

“쟤네 뭐라는 거냐?”


그리고 언제부터 시작된 묘한 신경전. 평가 시험은 어느 순간부터 A반과 B반 사이의 반 대항전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대부분 수준이 비슷했기에, 결과적으로 이 대결은 두 사람의 1대 1이 됐다.


“후-”


글레시아가 가볍게 숨을 뱉으니 차가운 냉기가 단숨에 표적을 뒤덮었고, 가볍게 마력을 날리니 그대로 산산이 부서졌다. 역시라고 해야 할까? 브르타뉴 제국의 핏줄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와, 대단해요! 공주님!”

“역시 상위권 클래스는 다르네요!”


A반은 환호하면서 공주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글레시아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주변의 냉기를 없애는 때였다.

-콰광!

갑작스럽게 들려온 낙뢰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향했다.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불타고 있는 표적과 그 앞에 서 있는 한 소녀가 눈에 들어온다. 소녀의 손에는 금빛을 띄고 있는 일본도가 들려 있었다.


“뭐! 이 정도지!”


아스카의 공주인 얀카는 우쭐대는 표정으로 외쳤다. 기본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원소를 검과 조합하여 과거부터 강한 영향력을 끼친 아스카의 공주답다. 게다가 번개라니... 희귀한 능력 중에서도 희귀한 능력이었다.

두 공주의 활약 덕분에 분위기는 점차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A반과 B반은 각자의 공주님을 찬양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우리 공주님이 짱이다! 이 미모가 보이지 않는 건가?”

“우리 공주님도 아름다운 거 모르나! 이 알못들아!”


그렇게 쓸데없는 주장들을 점차 열기를 더해갔다.

그들의 표정만 보면 진짜 당장이라도 한 판 할 기세였다. 글레시아는 중간에서 열심히 막아보려고 했지만, 얀카는 기다렸다는 듯이 주변의 공기를 진동시켰다.


“그러고 보니 네가 입학시험 3등이라고 했지? 여기서 한 번 겨뤄보자.”

“아니, 그러고 싶지 않은데... 애초에 규정 위반이고...”

“문답무용!”


발도한 검에서 전격이 일어나며 글레시아에게 달려드는 순간이었다. 글레시아도 빠르게 반응해 만들어낸 얼음 마법으로 받아치는 데 성공했다. 한 합이지만, 느껴지는 서로의 실력. 곧바로 두 번째 합이 이뤄지려는 순간이었다.


“두 분, 거기까지.”


검과 마법이 부딪히기 직전, 칸데시아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검으로 검을 막고, 한 손으로는 냉기를 막아냈다.


“수업 중에 함부로 싸우시면 안 됩니다.”

“괜찮아!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아니, 공주님들이 문제가 아니라. 주변을 보세요.”


강력한 번개와 냉기로 인해 근처에 있던 학생들이 쓰러졌다. 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에덴 역시 엄청난 범위로 인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과도하게 힘을 사용하시면, 아군에게 피해가 갑니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는 거 같군요.”


칸데시아는 몇몇 학생의 상태를 확인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분 설마 칸데시아 님이야? 서대륙 팔라딘인?”

“조선으로 왔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설마 여기서 볼 줄이야.”

“근데, 그런 분이 왜 여기있지?”


동경이 가득한 눈동자가 일제히 칸데시아에게 쏟아졌다. 말했듯이 칸데시아는 나름대로 유명한 기사다. 현세대에 몇 존재하지 않는 팔라딘이고, 그중에서도 특출나게 빛 원소의 잠재력이 뛰어나다.


“측정은 끝났습니까?”

“아뇨, 아직 몇 명 남았네요.”

“아, 아렐 씨도 아직 안 하셨군요.”


칸데시아는 흥미롭게 상황을 지켜보던 아렐에게 다가왔다. 원래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주변에서 둘러만 볼 생각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과 불길한 느낌에 몸이 먼저 움직이고 말았다.


“바쁜 거 아니야? 별일 없을 테니까 가봐.”

“아뇨, 어차피 둘러보려고 온 거고... 당신을 이곳에 초청한 사람으로서 한 번 확인할 의무는 있으니까요.”


계획대로 그의 말에 주변의 시선이 이번엔 아렐에게로 향하였다. 팔라딘에게 직접 초청 받은 인물. 각국의 왕족만큼이나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는 무언의 경고이자, 안전장치이다. 이렇게 판을 깔아둔다면, 자존심 세고, 재능이 넘치는 자들이 저절로 그를 경계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경계하다 보면 돌발 사태를 막기에도 충분하다.


“그래. 뭐, 별거 없겠지만 말이야. 구경하고 싶으면 구경해라.”


아렐은 방긋 웃으며 정해진 위치에 섰다. 저 표적은 상당히 단단해서 웬만한 위력으로 깨지지 않는다. 다름아닌 진리가 만들었으니,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아카데미에 온 건 행운이었군. 아무튼 대충 끝내지.’


간단히 날린 마력에 표적은 살짝 움직일 뿐, 조금의 변화도 생기지 않았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유일하게 담당 교수만이 빠르게 성적을 적어 내려갔다.


“C+ 앞으로 열심히 해야겠다.”


성적이 나옴과 동시에 일제히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팔라딘의 초청을 받은 정체불명의 인물. 저절로 기대감이 올라갔던 거다.


“뭐지? 장난하는 건가?”

“아니, 근데 마력도 엄청 적잖아. 본 실력 같은데.”

“칸데시아님은 왜 저런 녀석을...”


저런 거 백날 부숴봤자 실력이 느는 것은 미미하고, 뭣보다 흥미도 재미도 없다.

차라리 아까 공주들끼리 제대로 붙었으면 재밌었을 거다. 얼음 마법과 번개의 검술이 마지막으로 부딪힌 것도 꽤 시간이 흘렀기에 재밌는 광경을 볼 수 있었는데, 놓치고 말았다. 겸사겸사 아렐도 그 사이에 껴서 놀 수도 있었고 말이다.


“좀만 늦게 오지 그랬어. 그럼 재밌는 걸 봤을 텐데. 이런 시시한 거 말고 말이야. 그래서 실망했어?”


아렐은 지나가면서 조용히 말했다. 칸데시아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때문에 억지로 들어 온 거니, 상관없습니다. 반으로 돌아가시죠. 간식을 준비했습니다.”

“오, 센스가 있네. 덕분에 기분 풀렸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돌아가는 아렐을 뒤로, 나머지 학생들도 다시 반으로 돌아갔다. 칸데시아는 학생들이 완전히 빠져나가 후에야 아렐의 표적을 확인했다.

공주 둘이 부딪히려는 순간 느꼈던 불안한 감각은 표적에게 향해 있었다. 그 둘이 제대로 부딪혔다면, 아렐은 대체 무엇을 하려고 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자 칸데시아는 표적을 들어 올렸다.


“역시 당신도 이상함을 느꼈네.”


한참을 살펴보고 있으니 문득 글레시아가 그의 옆으로 왔다. 그녀 역시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느낄 수, 아니, 정확히는 볼 수 있었다. 귀를 울리는 뇌전 소리 사이에서 피부를 찌르던 강력한 무언가를 말이다.


“오랜만입니다, 왕녀님.”

“응. 오랜만이야. 묵지가 많이 만나고 싶어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함께 올 걸 그랬나 봐.”

“그건 좀 사양하고 싶네요. 아무튼 이거... 아니, 그 남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름이 분명... 아렐이었지.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글레시아는 머리를 톡톡 두들기며 표적을 바라봤다. 분명 그녀도 느낀 묘하고 불쾌한 감각. 아주 잠깐이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원래는 공주들에게 날아가야 할 무언가는 타겟을 바꿔서 표적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표적은 다른 것과 똑같았고, 상처 하나 없었다. 어디 구멍이라도 난 건 아닐까 싶어서 샅샅이 확인해 봤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단순 착각이었을까? 저번 사건 이후 너무 과도하게 신경을 쓰고 있긴 했다.


“아무것도 없군요. 요즘 피곤해서 조금 무리를 했더니...”

“그러니까. 다른 것과 비교해도 완전 똑같... 어라?”


거의 데미지가 없는 에덴의 표적과 비교한 순간 이상한 점을 알 수 있었다. 아렐의 표적이 기본 표적보다 작아졌다. 말 그대로 전체적인 크기가 작아져 있었다.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체적으로 깎아내린 것이다. 표적의 세세한 상처나, 무늬까지 전부 다시 재현하면서 말이다. 그 모습을 보니 일순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리고 동시에 주마등처럼 한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맞아. 그때 도서관에 있던 사람이었어. 칸데시아, 대체 그 아이는 뭐야?”

“글쎄요. 저도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공주님 한가지는 명심하세요. 그 녀석은 위험합니다. 이것만큼은 명확하게 말할 수 있어요. 잘 못 건드리면... 화를 면치 못할 겁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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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면초가 NEW 3시간 전 2 0 10쪽
29 약속 24.09.17 4 0 12쪽
28 과제 24.09.16 7 1 10쪽
27 용사의 마법사 24.09.15 8 1 10쪽
26 제2식 염시 24.09.14 7 1 11쪽
25 맹수 24.09.13 9 1 12쪽
24 초대 24.09.12 9 1 11쪽
23 진실의 저울 24.09.11 6 1 12쪽
22 티파티 24.09.10 7 1 11쪽
21 대회의 24.09.09 12 2 11쪽
20 동질감 24.09.08 11 1 13쪽
19 화폭 24.09.07 8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9 1 11쪽
17 5분의 1 24.09.05 10 0 11쪽
16 제의 24.09.04 10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9 1 12쪽
14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1 1 10쪽
13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2 1 13쪽
12 또 다른 부활 24.08.31 10 1 12쪽
»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6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2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1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1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7 1 12쪽
6 살주계 2 24.08.24 16 0 11쪽
5 살주계 1 24.08.23 18 2 11쪽
4 조우 2 24.08.22 19 2 11쪽
3 조우 1 24.08.21 26 2 14쪽
2 몸 풀기 24.08.20 36 2 11쪽
1 부활 24.08.20 6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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