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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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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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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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의

DUMMY

마지막 키메라의 처리를 끝으로 아렐은 결계를 없애버렸다. 한참을 밖에서 끙끙거리던 교수들과 안에 있던 사람들은 허무하게 사라진 결계에 멍하니 하늘만을 바라봤다. 혹시나 싶어서 말뚝에 여러 조치 해뒀었는데. 덕분에 시간을 오래 끌 수 있었다.

아무튼 갑작스럽게 발생한 아카데미 습격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사망자는 많지 않지만, 학생회장을 포함해 적지도 않은 숫자였다.


‘주변에 있는 신전인은 전부 불렀군. 하긴 부상자가 한둘이 아니지.’


아렐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숨기며 사람들 사이를 지나갔다. 이곳저곳에서 피냄새와 아파하는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당장이라도 크게 웃고 싶은 걸 참으려니 너무 힘들었다.


“어! 너 살아있었냐?”

“네놈도 살아있었군.”


아렐은 병상에 누워 치료받고 있는 에덴을 내려다봤다. 잘린 다리에 억지로 의수를 끼워서 상처가 더 심해졌고, 마지막 폭발에 휘말리면서 몸 뼈의 대부분이 골절됐다. 하지만 그 정도의 결단이 없었다면,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많이도 다쳤군. 이 정도는 이겨내야지.”

“이런 씨... 못 봤냐, 그 큰걸? 진짜 죽을 뻔했다고.”

“살았으면 된 거다. 이런 경험 한 번이 수백 번의 훈련보다 실력을 더 늘어나게 해준다. 그거면 충분해.”

“뭔 소리야... 아무튼 저기에나 좀 가봐라. 글레시아님이 널 찾던데? 난 좀 자야겠다.”


그렇게 잠든 에덴을 뒤로, 아렐은 아카데미를 벗어났다. 글레시아가 찾든 말든 알 바가 아니다. 오랜만에 꽤 흥분해서 그도 좀 피곤했기에, 일찌감치 쉬고 싶었다.


“어머나 돌아가시는 건가요?”


막 임시 병동을 나서려고 하니, 아르카나가 가볍게 인사를 걸어왔다. 그녀는 들고 있는 계산기를 가볍게 두들기며 이번 사태에서 벌어들인 값을 계산하고 있었다.


“공주님이 찾으시고 있는데요.”

“내 알 바 아니지.”

“후후, 확실히 그렇죠. 잘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만나길.”


아르카나는 이 말을 끝으로 순순히 아렐을 보내줬다. 그녀는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주머니에서 작은 무언가를 꺼냈다. 마력 따위는 조금도 들어있지 않은, 이번에 새로 개발된 신제품이었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법사의 왕을...”


세상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조정에 알려야 하지만, 아무런 이득 없이 선행을 베푸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자는 매우 위험하지만, 목줄만 채울 수 있다면 말 그대로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좀 해봐야겠네요.”


********


이번 아카데미 사건은 조선뿐만이 아닌 여러 나라에 큰 문제로 다가왔다. 지금껏 잠잠했던 진리가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마지막으로 마주쳤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해진 모습으로 말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진리가 아니다. 이번 아카데미 습격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 하나는 천 년 전의 강호인 아마츠키의 부활과 마법사의 왕의 조각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조정의 위신이 많이 떨어졌다. 특히 학생들, 그중에서도 학생회장이 죽은 것은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다. 아카데미의 기본적인 학생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를 지키지 못한 것이니까.

물론 아스카의 강호인 아마츠키와 서대륙 조직인 진리가 조선을 습격한 것이니 조정이 변명할 거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강경하게 나가면 괜히 국제적인 마찰만 빚을 게 뻔하다.


“그래서 일단은 사태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가는 회의도 그 사태에대한 이야기군요.”

“그렇죠. 칸데시아님은 증인으로서 참여하시는 겁니다.”


커다란 문을 여니 기다란 복도 옆을 조정의 주요 인사들이 가득 채웠고, 복도의 끝에는 조선의 왕인 성진은이 앉아있었다. 그는 피곤하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조선의...”

“인사는 됐다. 바로 시작하지”


절차를 무시할 만큼 사태가 심각하다. 칸데시아와 화륜은 조용히 정해진 자리로 향했다. 회의는 곧바로 시작됐고, 간단한 브리핑과 함께 전체적인 피해가 나왔다.


“사망자는 53명, 그중 주요 학생은 학생회장을 포함해 세 명이 있습니다. 또한 별관 지하에 봉인해둔 모든 물품은 사라진 후입니다. 아무래도 마지막에 나타난 키메라에 연성 된 듯하군요.”

“하아... 제길...”


사태가 하도 심각하니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아카데미 재건은 탈리아 상단의 빠른 대처로 순조롭다는 거다.


“아스카 쪽에서는 아무런 소식도 없나?”

“네. 애초에 과거 아마츠키와 관련된 모든 물건이 폐기 됐습니다. 그가 부활한 이유를 알 방법이 없는 것이죠.”


겉모습과 검술, 그리고 기운이 전승된 이야기와 비슷했기에, 당시의 칸데시아와 금나리도 본인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짧게 남아 있는 내용도 많이 와전되고, 아스카 제국에서 그를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을 전부 폐기해서 솔직히 본인이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굳이 그가 본인이 아니라고 해도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팔라딘과 장군 하나가 제대로 공격도 해보지 못하고 졌다. 그가 본인이면 과거의 강자가 부활한 것으로 문제고, 본인이 아니라면 그만큼 강한 존재가, 진리에 속해 있다는 것으로 문제가 된다.


“아마츠키에 대해서는 나중에 확인한다. 지금 진짜 문제는 마법사의 왕의 영혼 조각과 의문의 소녀지.”


영혼 조각이 사라진 것도 문제지만, 그곳에서 진리와 싸운 소녀가 마음에 걸렸다.

진리와 싸운 걸 보면 같은 편은 아닌데... 그렇다면 애초에 두 조직이 아카데미를 노린 것일까? 그렇다면 그 여인의 존재는 무엇일까? 저번 살주계 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 화염을 사용하는 여인. 당연하지만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천 년 전의 강호인 아마츠키가 부활했다. 그렇다면 그 여인은 설마...’


너무나도 큰 억측에 성진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생각을 떨쳐냈다. 그자의 부활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이번에 하나 사라졌지만, 그전까지 네 개의 영혼 조각은 제대로 지키고 있었고, 뭣보다 그녀가 아직도 살아서 용사의 의지를 잇고 있으니까 말이다.

차라리 칸데시아의 말처럼 아렐이란 소년과 그 소녀가 동일 인물이란 추측이 더 신빙성 있다. 실제로 이번 습격 도중 아렐이란 소년을 그 누구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이를 입증할 증거 따위는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사라진 영혼 조각을 찾으려면 이번 일의 배후를 알아야 한다. 다행히 조사의 진척이 있더군.”


조사를 진행하던 중 알게 된 한 가지 사실. 이번 아카데미 습격 사건은 내부에 첩자가 있을 거란 결론이 나왔다. 그게 아니라면 절대로 교수들의 이동 시간과 결계의 넓이 등 여러 가지를 계산할 수 없다.

처음에는 진리의 표식을 가진 그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의문의 여인에게 당했고, 당시의 상황을 보아 명백히 아카데미를 지키려고 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를 제외한 용의자는 모든 학생과 교수이다. 진리는 연금술의 실력 자체보다 진리에 대한 갈망을 보기에 누구도 범인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범위가 넓어도 너무 넓다는 뜻이다.


“조사는 백호부대가 이어서 맡는다.”

“네. 알겠습니다.”

“솔직히 말해 제대로 흔적을 쫓을 수 없을 거다. 조사라고 말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피해가 더 생기지 않게 하는 거야.”


지금부터 집중해야 하는 건 진리도 진리지만, 아마츠키와 여인의 움직임이다. 그들의 실력을 생각하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피해가 어마무시하다. 그러니 최대한 경계 태세를 유지하면서, 사전에 놈들의 움직임을 차단한다.


“영혼 조각이 강탈됐으니, ‘그들’이 조선으로 모일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제대로 조사하고, 대응할 수 있겠지. 그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오래전 용사가 마법사의 왕을 처리하고, 그 이후 수백 년이 지나 세상은 평화를 되찾았다. 당시의 왕들은 평화를 되찾으면서 한 가지 조약을 걸었다.

마법사의 왕 사후에도 세상이 혼란스러웠던 이유는, 그의 영혼 조각이 너무나도 큰 힘과 상징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왕들은 왕가에서 직접 영혼 조각을 관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조각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모든 왕이 한곳에 모여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약을 체결했다.

이 회의는 일명 대회의라 불린다. 원래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번 세대는 무슨 일인지 백 년 안에 두 번이나 대회의가 진행되고 말았다.


“게다가 두 번 다 조선에서 터지다니... 하...”


성진은은 피곤한 얼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할아버지가 어째서 그렇게 힘들어 했는지, 이제는 알 수 있었다.


**********


아카데미는 약 2주간 짧은 휴식을 취했다. 이유는 당연히 파손된 아카데미를 복원하고, 다친 학생들의 치료 때문이었다. 그 시간 동안 아렐은 이곳저곳의 맛집을 탐방하면서 나름대로의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한동안 기분이 매우 좋았는데, 신전에서 치료까지 받으니, 마약이라도 한 것처럼 완전 기분에 취해있었다.


‘힘도 되찾고, 음식도 맛있고, 흥미로운 인간도 찾았다. 말 그대로 극락이군.’


힘은 완전히 안정된 후다. 아렐은 목에 있는 목걸이를 조용히 어루만졌다. 안정된 힘과 별개로 딱 한 번 전력을 전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번에 얻은 힘은 전체의 5분의 1. 다섯 개의 조각으로 영혼이 나누어진 듯하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어떠한 이유에서 파괴돼 저번 살주게처럼 현 시간을 살아가는 녀석들의 몸에 흡수됐다.

그렇다면 나머지 세 개는 어디에 있는 걸까? 나머지 두 개는 감이 잘 잡히지 않지만, 하나는 분명 그 녀석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을 조정에서 숨길 이유는 없지. 그렇다면 만날 수도 있겠군.”


아렐은 서대륙 방향을 바라봤다. 과거 그의 목을 벤 용사. 그 용사의 옆을 단단히 지키고 있던 한 마법사가 있다. 마력은 수련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오랜 시간을 투자할수록 점차 더 강해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용사의 동료는 마침 시간이 남아나는 종족이었다. 반영생을 사는 엘프. 오로지 마법의 길만을 걷다가 속세로 나와 마왕을 무찌르고, 아렐과도 겨뤘던 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마법사다.


“리니아님, 왕궁에서의 호출입니다.”


겉보기에는 스무살 초반도 안 돼 보이는 소녀는 마도서를 덮으며 편지를 받았다. 뾰족한 귀가 그녀가 엘프임을 말해준다. 인간과는 반대로 엘프는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검게 변하는데, 리니아의 머리는 더 이상 하얀색을 찾을 수 없었다.


“그 녀석의 조각이...”


리니아는 편지를 살짝 구기며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가장 걱정했던 상황이 찾아온 듯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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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면초가 NEW 3시간 전 2 0 10쪽
29 약속 24.09.17 4 0 12쪽
28 과제 24.09.16 7 1 10쪽
27 용사의 마법사 24.09.15 8 1 10쪽
26 제2식 염시 24.09.14 8 1 11쪽
25 맹수 24.09.13 9 1 12쪽
24 초대 24.09.12 9 1 11쪽
23 진실의 저울 24.09.11 6 1 12쪽
22 티파티 24.09.10 8 1 11쪽
» 대회의 24.09.09 13 2 11쪽
20 동질감 24.09.08 11 1 13쪽
19 화폭 24.09.07 9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9 1 11쪽
17 5분의 1 24.09.05 10 0 11쪽
16 제의 24.09.04 10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9 1 12쪽
14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1 1 10쪽
13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2 1 13쪽
12 또 다른 부활 24.08.31 10 1 12쪽
11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6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3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1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2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7 1 12쪽
6 살주계 2 24.08.24 16 0 11쪽
5 살주계 1 24.08.23 18 2 11쪽
4 조우 2 24.08.22 19 2 11쪽
3 조우 1 24.08.21 27 2 14쪽
2 몸 풀기 24.08.20 37 2 11쪽
1 부활 24.08.20 6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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