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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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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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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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의 마법사

DUMMY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소녀는 한 여인을 바라봤다. 수적 열세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자신의 몸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적들을 섬멸한다. 그 광경이 무섭고도 두려운 한편으로,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흔들리는 아지랑이 사이로 살짝 여인이 자신을 바라본다. 소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여인에게 자신은 벌레나 다름없는 존재다. 하지만 여인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자비일까? 아니면 조금의 흥미도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라면 자신을 구원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을.


‘한번 만나보고 싶어.’


입을 꾹 다문 소녀를 칸데시아는 곤란하단 표정으로 바라봤다. 아무런 이유도 설명해 주지 않고, 누굴 만나고 싶은지도 말해주지 않는다. 현 상황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빨리 서대륙으로 보내야 하는데....


“그.. 그 사람을 만난 후에 갈게요.”


소녀는 덜덜 떨고 있었지만, 완고했다. 결국 고집에 못 이겨, 시간을 주기로 했다. 앞으로 이 주. 그 안에 원하는 사람을 찾고, 시간이 지나면 찾았든, 못 찾았든, 강제적으로 서대륙으로 보내기로 했다.


“도움은...”

“괜찮아요. 혼자 찾을 수 있어요.”


소녀는 몰래 자신의 손에 있는 작은 카메라를 바라봤다. 활활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얻은 아르카나의 물건. 이미 그녀... 아니, 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


아르카나의 사망은 불가피하게 퍼지고 말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마을 두 개가 통으로 붕괴됐고, 서대륙과 조선을 잇는 거대 상단이 하루만에 사라졌으니까. 그곳에 주인인 아르카나의 행방을 사람들이 모를 수 없었다.


“요즘 세상 참 흉흉하지 않냐?”


에덴은 열심히 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잘 단련된 몸에서 반짝이는 땀방울이 떨어진다. 하지만 단련된 몸과는 별개로 아직도 힘은 한참 부족하다.


“딱히 문제 될 게 있나? 그년의 상단은 불법적인 일이란 일은 모두 하고 있다 하던데.”

“뭐, 그렇게 생각하면 자업자득이긴 한데. 문제는 옆마을도 습격했다는 거지. 그곳에도 뭐가 있는 건가?”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죽이고 싶어서 죽였을 뿐이다. 영혼 조각을 얻은 후부터 묘하게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아서 생긴 일이었다.


“뭐가 됐든 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그렇긴 하지. 힘든 건 공주님들이랑, 장군님들이고... 에휴, 고민하면 뭐하냐. 이제 들어가자.”


에덴과 아렐은 정리를 끝내고 다시 반으로 향했다. 별생각 없이 복도를 걷으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어수선하다. 학생들이 모두 수군거리고, 살짝 흥분한 거처럼 모두 얼굴에 홍조를 띄고 있다.


“무슨 일 있나?”

“....?”

“아렐?”


아렐은 문득 걸음을 멈추며 어딘가를 바라봤다. 아주 잠깐이지만, 바람을 타고 흘러온 익숙한 마력. 착각이라 생각될 정도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렇게 그의 시선이 한동안 고정돼 있던 중, 문득 홍련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니들은 구경 안 가나?”

“예? 구경이요?”

“뭐꼬. 아무것도 못 들은 기고? 오늘 귀인이 오셨다.”


앞으로 이틀 후에 진행되는 대회의. 그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왔지만, 대외적으로는 습격 사건 조사라는 명분으로 그녀는 조선에 왔다.

그래서 보여주기식으로 현장인 아카데미에 온 것이다. 물론 어차피 조사는 해야 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녀의 얼굴에는 귀찮음이 가득했지만, 해야 할 일은 하는 사람... 아니, 엘프였기에 성실이 움직였다.


“리니아님께서 오셨다.”

“리니아라면, 용사파티의 엘프죠. 아, 조사를 위해서...”

“뭐, 그렇지. 곧 있으면 현장으로 가시니, 멀리서라도 볼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저 아들도 다 흥분한기다. 우리에겐 살아있는 전설이니까.”


특히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과거 아렐 못지 않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아렐이 마법사의 천재지변이라면, 리니아는 말 그대로 세상을 구한 용사의 마법사니까. 비슷하지만 다른 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엘프는 본 적 없는데, 아렐 보러 갈 거냐?”

“흥미가... 생기는군.”


그들은 곧장 별관 근처로 향했다. 도착하니, 이미 자리를 잡은 학생들이 최대한 잘 보이는 곳에서 아래를 지켜보고 있었다. 모두가 선망의 눈빛을 담고 있었지만, 리니아 성격상 귀찮기만 할 뿐이다.


“천 년이나 지났는데, 사람들이 아직도 알고 있어...”


리니아는 한숨을 푹 내쉬며 날아드는 시선을 무시했다. 천 년 동안 조용히 살아가면 서서히 잊혀 질 줄 알았는데, 그 사이에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그럴 수도 없었다. 덕분에 지금도 거리에 홀로 나서면 악수를 청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유명하다는 건 좋은 거 아닐까요? 전, 유명해지고 싶은데!”

“가넷, 천 년 동안 길을 걷기만 해도 악수가 날아오고, 가끔은 복수하겠다는 놈들에게 습격당한다고 생각해봐.”

“제가 인간이어서 다행이네요.”


리니아의 제자인 가넷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천 년 동안 그런 일을 겪으면 지긋지긋할 것이다.


“그런데 의외네요. 스승님이 먼저 나서서 일을 하시겠다고 하다니... 해가 서쪽에서 뜨겠어요.”

“지금도 귀찮아. 하지만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야. 그 녀석의 영혼 조각이 사라졌으니까.”


리니아는 살짝 눈을 감으며 그때의 일을 되새겼다. 마치 영화 테이프를 뒤로 감은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 불타오르는 화염과 고깃덩이가 된 4만하고도 8천의 아군들. 그중에는 용사파티의 인물도 몇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와 용사는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전우의 시체를 밟으면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걷던 중 문득 리니아의 얼굴에 차가운 무언가가 떨어진다. 용사는 울고 있었다. 화염에 사라지지 않을 만큼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마침내 용사와 리니아는 마법사의 왕 앞에 섰다. 그때의 감정, 요동치는 심장과 느껴지는 차가운 분노가 지금도 생생하다.


‘꼭 천 년만이군.’


그리고 아렐 역시 그때의 광경을 정확히 기억한다. 타오르는 시체 사이로 걸어온 용사와 한 엘프. 그때도 느꼈지만, 용사는 참 인복이 많았다. 그의 주변에 있었던 인물이 한 명이라도 없었다면, 아렐이 죽는다는 결말에 절대로 도달하지 못했을 거다.


“옆에 있는 건 누구지? 제자?”

“확실히 그런 거 같군.”


옆의 남자에게서 리니아 특유의 성질이 느껴진다. 필시 제자로 받으면서 자신이 수련했던 것을 똑같이 가르쳤을 것이다. 지금처럼 여러 마법이 발달한 시대에는 정말로 비효율적인 수련이다. 뭐, 남 말할 처지는 아니고, 아렐이 다시 깨어난 시점에서 이 행동은 결론적으로 옳은 선택이 됐지만 말이다


“그럼 후다닥 끝내고, 밥이나 먹으러 가죠! 전 한정식을 좋아하는데, 스승님 입맛에도 아마 맞을... 스승님?”


리니아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아렐의 눈을 정확히 마주 봤다. 눈빛은 명백하게 그를 향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눈빛, 하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냉철함을 아렐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스승님? 드디어 죽으셨나? 역시 천 년 동아 사시면...”

“아직 그 정도 나이는 아니야.”

“아뇨. 보통 그 나이 때는 죽죠.”

“조사나 하자.”


리니아가 본격적으로 조사를 하면 역추적 따위는 매우 쉬울 거다. 그녀는 격도 높으니 웬만한 격에 막히지도 않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의 아렐은 쫓을 수 없다. 과거 그녀가 봤던 아렐의 모습은 두 가지로. 현재의 모습은 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이럴 때는 도움이 되는군.”

“?? 뭐가?”

“아무것도 아니다. 에덴, 네놈은 더 구경할 거냐?”

“아니, 이제 돌아가려고. 어차피 만나지도 못할 거 같고.”


둘은 붐비는 인파를 헤치며 바깥으로 나왔다.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저녁이나 먹자. 뭐, 먹을래.”

“흠... 오랜만에 파스타도 괜찮겠군.”

“오랜만 아니잖아. 뭐, 상관은 없지만.”


그렇게 평소 즐겨 가던 파스타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막 가게가 보이려는 찰나 문득 누군가가 둘을 불러세웠다.


“저... 저기요!”


돌아보니 한 푸른 머리의 소녀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평범한 여자아이인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머리에 커다란 귀가 달려있었다. 너무 축 늘어져서 머리카락 사이에 숨어 있던 것이다.


“저랑... 얘... 얘기 좀 해요.”

“하고 와라. 난 먼저 먹고 있을 테니까.”

“아뇨, 그쪽이랑 대화하고 싶어요.”


쿨하게 에덴을 보내주고 들어가려는 아렐을 소녀는 불러세웠다. 소녀의 말에 살짝 돌아본 아렐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인다. 날카로운 눈빛에 소녀는 놀랐는지, 순간 딸꾹질을 하였다.


“...아는 사이?”

“모르겠군. 네놈 누굴 방해하는지 아는 거냐?”

“아이한테 왜 그래. 저렇게 부탁하는데. 한 번 얘기라도 하고 와. 미리 시켜 놓을게.”

“...하아.”


아렐은 마지못해 소녀와 조용한 골목길로 향했다. 소녀는 주변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마치 쫓기는 사람처럼 안절부절하지 못한다.


“하.. 아무도 없으니 말해라. 에덴의 부탁이니까 한마디만 들어주지.”

“절... 제.. 제자로 받아주세요!”


소녀는 넙죽 엎드리며 말했다. 갑작스러운 제자 요청. 당황할 법도 하지만, 아렐의 대답은 1초 만에 돌아온다.


“싫어. 이제 꺼져.”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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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엘프 마법사 NEW 4시간 전 0 0 10쪽
30 사면초가 24.09.18 5 1 10쪽
29 약속 24.09.17 5 1 12쪽
28 과제 24.09.16 8 1 10쪽
» 용사의 마법사 24.09.15 9 1 10쪽
26 제2식 염시 24.09.14 9 1 11쪽
25 맹수 24.09.13 11 1 12쪽
24 초대 24.09.12 9 1 11쪽
23 진실의 저울 24.09.11 8 1 12쪽
22 티파티 24.09.10 9 1 11쪽
21 대회의 24.09.09 13 2 11쪽
20 동질감 24.09.08 13 1 13쪽
19 화폭 24.09.07 9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10 1 11쪽
17 5분의 1 24.09.05 11 0 11쪽
16 제의 24.09.04 12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11 1 12쪽
14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3 1 10쪽
13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2 1 13쪽
12 또 다른 부활 24.08.31 11 1 12쪽
11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6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3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3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2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8 1 12쪽
6 살주계 2 24.08.24 17 0 11쪽
5 살주계 1 24.08.23 19 2 11쪽
4 조우 2 24.08.22 19 2 11쪽
3 조우 1 24.08.21 29 2 14쪽
2 몸 풀기 24.08.20 3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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