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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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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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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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

DUMMY

맹수에게 목줄을 채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인간은 맹수의 발톱을 정면에서 이길 수 없다. 그러니 음식같은 걸로 천천히 구슬리다가 한 번에 목줄을 채우는 거다. 그리고 천천히 길들인다. 그 방법이 채찍일 수도 있고, 당근일 수도 있으나, 그건 어떤 맹수냐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목줄을 채워야지.’


실패하면 안 된다. 이 자는 맹수 중에서도 최상위의 포식자니까. 아르카나는 몇 번이고 준비해둔 모든 걸 다시 확인했다. 그가 마법사인 이상 한번이라도 걸리면 절대로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아르카나는 자신의 집무실 바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큰 위험에 따르는 큰 보상. 지금까지 살아온 그녀의 일생을 표현하기에 너무나도 적합한 단어였다.

부모에게 버려지고, 뒷골목을 전전하던 더러운 꼬맹이 몇 번이고 험한 일을 당할 뻔하면서, 그녀 역시 험한 일을 배워왔다. 남의 것을 빼앗고, 속이고, 이득만을 위해 움직인다. 그런 인생을 살면서 얻은 것은 하나뿐, 정상에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이다.

몇 번이고 비위를 맞추고, 발가락을 핥아도 상관없다. 훗날 그들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 몇 배로 갚아주면 되니까. 그리고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한 가장 큰 장기말이 자신의 시야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훨씬 크군.”


아렐은 산 너머에 있는 커다란 마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르카나는 서대륙 인간으로 이곳은 조선 지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크기는 엄청났다. 마치 조선 안에 다른 나라가 하나 더 있는 거 같았다. 아니, 실제로 그렇게 생각해도 문제는 없었다. 이야기에 따르면 조선과 서대륙 사이에서의 유통을 독점한다고 했으니까.


‘서대륙과 조선의 눈을 잘도 피했군,’


이 정도 규모면 하는 짓은 뻔한데... 두 나라의 시선에서 잘도 빠져나왔다. 뇌물이라도 준 것일까? 아니면, 뛰어난 지략이라도 있었을까? 뭐가 됐든, 장사에 관련된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날 왕으로서 따른다라...”


과거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은 여럿 있었다. 하지만 하나 빼고는 모두가 그의 힘을 이용하려고 하였다. 아르카나의 속셈이야 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렐이 직접 걸음을 옮긴 이유는 그를 어디에 이용하려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뭐, 진심으로 그를 따른다고 해도 나쁠 건 없다. 이런 커다란 상단이 뒤에 있으면 움직이기 편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마 기대하기는 힘들 거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 그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니까.

원래 공포란 건 직접 마주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아무리 아렐이라고 해도 천 년이란 시간 동안 이야기가 잊혀지고, 뭣보다 용사에게 한 번 지면서, 영혼까지 나누어졌으니 만만히 보였을 거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건물로 향하니, 아르카나가 먼저 나와 있었다. 그녀는 주변을 간단하게 소개하며 응접실로 향했고, 그에게 여러 종류의 과자를 건넸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더 말씀해주세요. 가능한 선에서 들어드리겠습니다만... 조금만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일이 밀려서요.”

“간식이 남아있는 동안은 기다려주지.”

“감사합니다. 필요한 건 시종을 시키시면 됩니다.”


그렇게 아르카나는 바깥으로 나갔다. 아렐은 그녀가 준비한 마도서와 물건을 구경하고, 다과를 먹으며 천천히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날은 저물고, 서서히 달이 하늘에 차오른다. 그때까지 아렐은 자리에서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늦어서 죄송해요~. 준비를 좀 하느라.”

“그래서 준비는 끝났나?”

“물론이죠. 일단 영혼 조각의 위치를...”

“아니, 아니. 그딴 거 말고. 목줄은 잘 준비됐나 물어본 거다. 분신으로 내 앞에 나타난 거면 준비가 끝난 거겠지.”


아르카나는 빙긋 웃었다. 아렐도 빙긋 웃음을 지었다. 꽤 수준 높은 분신이지만, 아렐의 눈은 속일 수 없다. 이미 서로의 속마음은 다 꿰뚫은 상태였다.


“다 알고 있으면서도 오셨다는 의미네요?”

“네놈이 뭘 그렇게 원하는지 궁금했거든.”

“돌려 말하지 않을게요. 제가 원하는 건 모든 걸 발아래 두는 겁니다. 당신이 그랬던 거처럼 말이죠.”


주변에 느껴지는 마력양은 많지 않다. 어떤 마법이 준비가 된 듯한데, 그것도 하나뿐이다. 이를 제외하면 특출난 공격이나, 매복도 없어 보인다.


“미리 말해두지만 난 그런 적 없다. 그냥 앞에 보인 걸 태웠을 뿐이야.”

“당신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죠. 천 년 전 당신은 모두가 두려워하는 존재였어요. 당신의 가벼운 움직임만으로 세상의 판도가 바뀌었을 정도죠.”

“고작 그런 게 되고 싶어서 내게 목줄을 채우겠다는 건가? 시답잖군.”


아렐은 살짝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런 시답잖은 꿈이라면 그때 죽일 걸 그랬다.


“애초에 네놈이 날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지만... 그것이 완성되면, 이깁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앞의 분신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주변이 폭발한다.

-콰앙!

커다란 폭발과 그 안에 들어 있는 작은 마름쇠가 아렐을 덮쳐온다. 도술도, 마법도 아니다. 그저 순수한 일반적인 화약을 사용했다. 덕분에 막는데 살짝 반응이 늦어지고 말았다.

몸을 감싼 불길을 걷으며 아렐은 몸을 확인했다. 폭발 덕분에 몸 한쪽은 거의 타버렸고, 작은 마름쇠가 몸 안에 박혀 재생을 방해했다. 게다가 마름쇠에는 독까지 발라져 있었다. 저번 카메라에서 얻은 지식을 이용한, 제대로 된 공략이다.


‘이래서 일반적인 공격은 버겁군. 이게 다가 아니겠지.’


몸이 채 재생되기도 전에 멀리서 화살과 총알이 날아온다. 이 역시 마력과 기를 담지 않았다. 굽이 계곡으로 흘리려면 어느 정도 예측이 돼야 하는데, 아무런 힘도 담겨 있지 않아서 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시간이 필요하단 말을 보면 뭔가를 준비 중이군. 아무래도 정리가 먼저겠다.”


아렐은 재생을 멈췄다. 어느새 변한 여인의 모습으로 한 손에 화염을 휘둘러 사방으로 흩뿌린다. 마력이 거의 없는 일반인과 평범한 무기였기에 감지는 힘들지만, 화살과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유추 정도는 할 수 있다.

태워버린 인간들은 이곳으로 오면서 봤던 상인과 손님들이었다. 아무래도 그를 잡기 위해 이곳 전체를 함정으로 변환시킨 듯하다.


“역시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군요.”


마지막 상인을 불태우며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그곳엔 아르카나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예상 내의 상황이었지만, 직접 보니 역시 규격 외의 존재라는 게 느껴진다.


“대체 전성기 때는 얼마나 강했던 거죠?”

“글쎄다. 타인의 평가를 받아 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 그래서 준비는 끝났나?”


주변에 갑작스럽게 마력양이 많은 인간이 느껴진다. 텔레포트로 숨어있다가 한 번에 집결한 듯한데... 딱히 텔레포트 식이 보이지 않는 걸 보아, 주문서를 이용한 듯하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순순히 목줄을 차는 게 어떤가요? 귀여워 해드리죠.”

“답은 원래 정해져 있었다. 네놈은 파티 날 죽을 운명이었어. 단지 흥미 때문에 살려뒀을 뿐이지. 흥도 깨졌으니, 이제 죽여주마.”

“가능하다면 말이죠.”


아르카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붉은빛이 주변을 감싼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렐의 가슴팍에 이상한 문양이 생겼다.

아렐은 문양을 보자마자 작은 결계를 펼쳤다. 과거 그가 배웠던 몇 안 되는 방어 마법 중 하나이자, 현대의 기본 방어의 시초가 되는 뉴터럴. 이 결계의 효과는 현대의 기본 방어와는 달리 자신에게 향하는 효과만을 중화시킨다,


“역시 이 마법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네요.”


아르카나가 펼친 마법의 효과는 쉽게 말해 마법 사용 자체를 불가하게 한다. 이 마법은 결계의 형태로 이 안에서 생성되는 모든 마법은 분해된다.


‘이상하군. 이 녀석이 이 마법을 어떻게 알지?’


이 마법은 상황과 위치마다 바뀌는 어려운 식, 그리고 너무나도 많은 제물, 마력, 시간의 필요로 천 년 전에도 잘 사용되지 않았다.

물론 지금처럼 제대로 자리를 선점하고, 상대가 신체 강화 마법에 조예가 없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결계 안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방법은 뉴터럴로 영역을 만들어 자신의 영역 안에서만 마법을 날리거나, 신체 강화 마법을 사용해서 근접전을 하는 거다.

이렇게만 보면 좋아 보일 수 있지만, 말했듯이 위치에 따라 계속 변하고, 기본적으로 식이 너무 어렵다. 게다가 천 년 전 마법사들은 모두 이 마법에 대한 대책이 있었다.

그리고 뭣보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마법을 전개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이 마법은 제왕 전쟁 이후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흠... 어떻게든 전승이 된 건가? 의문이 들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만약을 위해 결계의 내구도를 낮추고, 최소한으로 범위를 줄였으며,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은 제물까지 준비해 효과를 최대치로 올렸다. 덕분에 아르카나를 포함한 다른 마법사들이 결계의 영향을 받지 않게 까지 하는데, 시간이 꽤 필요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면 뭘 할 수 있을까요?”


아르카나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현대의 기본 방어와는 달리 뉴터럴은 발동 중 고유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 게다가 뉴터럴은 단순히 효과만을 방어하는 것이기에 일반적인 공격은 그대로 들어간다.

아렐의 능력에 대해서는 제대로 전승되지 않았지만, 여러 문헌마다 언급되고,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보면 고유 능력은 분명 화염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본적인 화염 마법으로 그 정도의 출력이 나올 수 없다. 아무런 효과도 없는 기본 마법의 출력만 올리는 그런 비효율적인 짓을 할 리는 없으니까 말이다. 물론 다른 마법도 사용할 수 있겠지만,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거다.


“당신이라면 흑성을 이용한 치료도 가능하겠지만, 독 때문에 이도 힘들겠죠. 자, 그럼 이제 마무리를 지을까요?”

“..키킥. 키키키킥. 크하하하하하하하!!!!”


아렐은 큰 소리로 웃었다. 실성이라도 한 건가 싶어 아르카나는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의 얼굴을 본 순간 그 생각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모든 게 괜찮군! 마력이 담기지 않은 공격으로 허를 찌르는 것도, 마법을 제약하는 결계를 펼친 것도! 하지만 네놈은 실수했다. 날 정말로 갖고 싶었다면, 좀 더 목숨을 걸었어야지.”

“패배를 믿지 못하는 건가요?”

“그럴 리가! 네놈 오해하는 거 같은데, 난 지금까지 수없이 패배했다. 나 역시 인간이었으니까. 단지 패배했음에도 살아남아 다시 이겼을 뿐이야.”


부상은 심각한 상태, 상시로 뉴터럴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정도는 돼야 핸디캡이 되고, 이 정도는 돼야 싸울 맛이 난다.


“자, 준비해라. 사선을 넘어라. 그러지 못하면 오늘 네놈은 모든 걸 잃을 것이다.”


아렐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한쪽 팔에 커다란 화염을 두른 채로 말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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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면초가 NEW 3시간 전 2 0 10쪽
29 약속 24.09.17 4 0 12쪽
28 과제 24.09.16 7 1 10쪽
27 용사의 마법사 24.09.15 8 1 10쪽
26 제2식 염시 24.09.14 8 1 11쪽
» 맹수 24.09.13 10 1 12쪽
24 초대 24.09.12 9 1 11쪽
23 진실의 저울 24.09.11 6 1 12쪽
22 티파티 24.09.10 8 1 11쪽
21 대회의 24.09.09 13 2 11쪽
20 동질감 24.09.08 11 1 13쪽
19 화폭 24.09.07 9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9 1 11쪽
17 5분의 1 24.09.05 10 0 11쪽
16 제의 24.09.04 10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9 1 12쪽
14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2 1 10쪽
13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2 1 13쪽
12 또 다른 부활 24.08.31 10 1 12쪽
11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6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3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1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2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7 1 12쪽
6 살주계 2 24.08.24 16 0 11쪽
5 살주계 1 24.08.23 19 2 11쪽
4 조우 2 24.08.22 19 2 11쪽
3 조우 1 24.08.21 27 2 14쪽
2 몸 풀기 24.08.20 37 2 11쪽
1 부활 24.08.20 6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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