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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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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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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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DUMMY

칸데시아와 화륜은 와인이 든 잔을 흔들며, 아렐이 들어간 방을 조용히 바라봤다. 공주님의 계획에 만약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대처해야 한다. 글레시아는 이번 파티가 있기 전, 담당 메이드들과 칸데시아, 그리고 화륜과 금나리에게 미리 부탁해놨다.


“확실히 간식만 주면 기분이 풀리더군요.”

“개도 아니고, 그게 뭡니까?”

“그러니까 말입니다. 근데 금나리 님은...”

“저기 있네요.”


멀리서 디저트에 정신이 팔린 금나리를 보며 화륜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편 아렐은 천천히 잔을 놓으며 저울을 바라봤다. 이런 종류의 마도구는 웬만해서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아니, 처음 보는 가면이다. 살면서 본 적도 없는 가면이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글레시아는 저울을 확인했다. 하지만 저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기울지도 않고, 말 그대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글레시아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생겨난다.

마도구, 장비, 기술 등등에는 이것을 만든 자들의 격이 스며든다. 그 격의 차이가 비슷하면 효과가 쉽게 나타나지만, 아렐처럼 격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나게 되면, 강한 쪽에 막혀버리게 된다.


“고장 난 건가요?”

“어떻게 된 거지...”

“그럼 내 질문을 끝으로 끝내지. 이 쿠키에 들어간 초콜릿은 서대륙에서 직접 공수해 온 건가?”


-띵!

글레시아가 고개를 끄덕이니 다시 저울이 움직인다. 아렐을 제외한 모두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렐은 먼저 몸을 일으키며 남아있는 간식을 입에 넣었다.


“이걸로 게임은 끝이군. 곧 있으면 춤 출 시간이라고 하지 않았나?”

“응... 그렇지. 이제 준비하러 가자.”


허무하게 끝난 자리를 뒤로 글레시아는 마도구를 챙겼다. 마지막 질문에 제대로 움직인 걸 보면 역시 마도구는 고장 나지 않았다. 무슨 수를 썼다고 하기에는, 아렐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니, 말 그대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렇게 댄스 파티가 시작됐다.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나와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 시간이 끝나면 더 이상 대화할 시간이 없어진다. 글레시아에게 여러 파트너가 몰렸지만, 그녀는 그들을 제치고 아렐에게 다가갔다.


“한 곡 함께 할래?”

“굳이 나를 고른 이유를 모르겠는데? 저기 널 원하는 놈들에게 가지 그러냐?”

“너랑 한 곡 추고 싶어서 그래. 싫으면 거절해도 좋아.”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으니, 그에 보답하지.”


글레시아의 손을 잡으며 일어나는 아렐을 보며, 얀카는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 글레시아와 붙어 있는 그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거다.


“왜 저런 녀석이랑!”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저 녀석에게만 신경 쓰고 있지 않았나? 저게 취향인가 보제.”


확실히 남들이 보기에는 착각할만한 시선이긴 했다. 물론 그 안에 들어있는 감정은 정반대였지만 말이다.


“내가 백 배는 더 잘해 줄 수 있는데!”

“됐으니께, 니들도 춤이나 춰라. 기껏 와서 그냥 돌아가기는 좀 그르지 않나?”

“서민이랑 추면 더 재미있나? 궁금한걸... 에덴, 일어나. 나랑 나가자.”

“예, 저요? 춤 한 번 춰 본 적 없는데요?”

“시끄러. 내가 리드해준다는데, 영광으로 알아.”

“그럼, 홍련 공주님께서는 저랑 추시겠습니까?”

“발 밟아도 뭐라 하지 말래이.”


그렇게 시작된 댄스 파티. 홍련과 아우룬은 합이 잘 맞았고, 얀카와 에덴은 에덴 쪽에서 계속 실수가 나왔다.


“스탭이 꼬이잖아! 천천히 오라고!”

“아, 넵.”


그리고 글레시아와 에덴 쪽은 정말 의외로 부드럽게 잘 움직였다. 아렐은 이런 쪽에 전혀 지식이 없을 줄 알았는데, 기본적인 스탭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물론 글레시아를 제대로 배려해주지 않아, 쫓아가는데 힘들긴 했지만 말이다.


“잘 추네... 배웠어?”

“과거 자칭 스승이라고 하던, 미친 여자가 강제로 가르쳤다. 나중에 필요하다나, 뭐라나.”


그때는 참 귀찮았고, 지금 생각해도 참 쓸모없는 기술이다. 맛있는 디저트를 대접해 줬으니, 함께하는 거지, 원래 같았으면 남은 디저트나 먹다가 돌아갔을 거다.


“디저트는 괜찮았지? 우리 메이드들이 고생했어.”

“맛있었다. 오랜만에 정말 맛있다고 느꼈어. 그리고 계획도 나쁘지 않았고.”


문득 튀어나온 말에 순간 글레시아는 넘어질 뻔했다. 아렐은 그녀의 허리를 잡아주며 조용히 귀에다가 속삭였다.


“네놈은 참 괜찮아. 어린 나이에 머리가 좋고, 넓게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 부족하군. 아니, 어쩌면 당연하지. 네놈들에겐 격 같은 세상의 구조가 전해지지 않았을 테고, 경험이 부족하니까. 아무튼 나름 재밌었다. 그러니 날 심문하려고 한 일은 용서하마.”


노래가 끊어지며 춤이 끝난다. 아렐은 글레시아의 손을 놓고, 한 번 웃은 다음 바깥으로 향했다. 글레시아는 저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대체 어디서부터 알고, 그녀를 놀아준 건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이로써 확실해졌어.’


저런 말을 한 것만으로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칸데시아가 느낀 기운, 이번 아카데미 습격 당시 전혀 알 수 없는 그의 행보와 방금의 말 등등 여러 전황을 살피면 의문의 여인과 아렐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물증이 없어. 저울도 써지지 않았고. 애초에, 이길 수는 있는지...’


*********


아렐은 춤이 끝나자마자 바깥으로 나왔다. 시원한 저녁 바람이 머리를 스치니, 저도 모르게 하품이 나온다.


“어머, 벌써 가시는 건가요?”


문득 들려온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붉은 머리의 소녀가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머리칼과 어울리는 빨간 드레스를 입은 아르카나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좀 더 있다가 가시지.”

“용건을 말해라. 괜히 귀찮게 하지 말고.”

“성격도 급하시네요.”


빨간 눈동자가 부드럽게 휘어진다. 세상 무구한 표정이지만, 아렐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저런 인간일수록 속이 더 깊고 어둡다는 것을. 도사들은 유유자적한 마음을 가져서 짜증이 난다면, 저런 타입은 등 처먹으려고 하는 놈들이 대다수여서 짜증이 난다.


“그럼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 전에 잠시...”


아르카나가 가볍게 마력을 퍼뜨리니 간이 결계가 만들어졌다. 이 결계는 지속시간과 내구도가 짧은 대신, 바깥으로 그들이 하는 말은 하나도 나가지 않는다.


“그때... 아마츠키와의 만남은 좋으셨습니까?”

“...호오.”


아마츠키의 이름에 아렐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현재 조정에서는 대외적으로 아마츠키와 아렐이 여인일 때의 모습, 그리고 그의 영혼 조각이 사라진 건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 아마츠키에 대해 분명하게 말했다는 것은...


“이상하군, 그때 분명 주위에 아무것도 없었을 터인데.”

“당신이나, 아마츠키 같은 강자라면 작은 마력에도 반응하겠죠. 하지만 이건 그런 마력이 전혀 들어있지 않아요.”


아르카나는 작은 무엇인가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그들의 상회에서 만든 소형 카메라로, 말 그대로 평범한 기계일 뿐이다. 아르카나는 이 기계를 학생회장인 나진이 출발하기 전에 어깨에 부착해놨다.


“저희는 정보가 생명이라 이런 걸 주변에 뿌리거든요. 아카데미 내부에도 꽤 많이 있답니다.”


천 년 전에만 해도 이런 기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막상 인식하고 나면 위화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겠지만, 아마츠키도, 아렐도 제대로 본 적이 없기에 카메라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이래서 시간이 너무 흐르면 짜증 나는군. 흔히 말하는 세대차이인 건가?”

“아직 조정에는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출하면 어떻게 될까요?”

“마음대로 해라. 상관없다.”

“...네?”


아렐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녀석이 조정에 알리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전이라면 몰랐어도, 지금이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설사 서대륙의 그 엘프가 아렐을 알아차리고 온다고 해도 목숨을 걸고 박살 내면 된다. 지금은 그저 여인의 행동이 상당히 불쾌했다.


“불쾌하군. 날 협박하는 그 모습이 말이다.”


순식간에 바뀐 분위기에 아르카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대련 때는 신경도 쓰지 않아서 몰랐는데, 이렇게 직접 마주하니 느끼지 못한 게 이상할 정도로 엄청난 압박감이다. 그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고, 일단 한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불쾌했다면 죄송해요. 한 번만 용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렐은 천천히 손에 마력을 모았다. 불쾌감에 짜증이 나서 지금 당장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당돌함에 흥미가 생긴다. 그의 정체를 알면서도 일부러 다가오고, 더 나아가 그를 협박까지 하려고 했다.

단순한 객기였을까? 아니면 그만큼 갈망하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뭐가, 됐든 저 당돌함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용건이 있으니 다가왔겠지. 빨리 말해라.”

“...당신에게 필요한 모든 걸 제공할게요. 음식, 돈, 그리고 정보까지. 예를 들면, 현재 남아있는 영혼 조각의 위치 같은 거 말이죠.”


아르카나는 조금씩 눈치를 살폈다. 이렇게 살 떨리는 협상은 처음이다. 분명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 건 자신이었는데, 저렇게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녀의 말에 아렐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솔직히 지금은 힘보다 에덴에게 더 관심이 갔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어차피 찾아내야 할 힘이다. 그리고 말했듯이 지금은 아르카나가 목숨을 걸고 그에게 접근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대가는?”

“대가는 필요 없어요.”

“그냥 나를 돕겠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여기서 죽을 테니까요. 당신은 마법사의 왕. 당신을 당신의 종으로서 따르겠습니다.”


아르카나는 치마를 살짝 들며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둘 사이에서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아렐은 이내 구김 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종 따위는 필요 없지만 도움이 되면 상관없지. 그래서 정보는?”

“여기서 말하고 싶지만, 곧 있으면 결계의 시간이 끝이 나서요. 눈과 귀가 많은 곳에서 말하기 위험한 이야기죠.”

“알겠으니까, 어디서 이야기할 건지나 말해라. 참고로 간식은 제대로 준비해두고.”


아렐이 동의한 순간 폭포처럼 흘러내린 빨간 머리카락 사이로 미소가 보인다.


“저희 상단의 본거지로 초대하겠습니다. 걱정마시길 대접은 충분히 해드릴 테니까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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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면초가 NEW 3시간 전 2 0 10쪽
29 약속 24.09.17 4 0 12쪽
28 과제 24.09.16 7 1 10쪽
27 용사의 마법사 24.09.15 8 1 10쪽
26 제2식 염시 24.09.14 7 1 11쪽
25 맹수 24.09.13 9 1 12쪽
» 초대 24.09.12 9 1 11쪽
23 진실의 저울 24.09.11 6 1 12쪽
22 티파티 24.09.10 7 1 11쪽
21 대회의 24.09.09 12 2 11쪽
20 동질감 24.09.08 11 1 13쪽
19 화폭 24.09.07 8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9 1 11쪽
17 5분의 1 24.09.05 9 0 11쪽
16 제의 24.09.04 10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9 1 12쪽
14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1 1 10쪽
13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2 1 13쪽
12 또 다른 부활 24.08.31 9 1 12쪽
11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5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2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1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1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7 1 12쪽
6 살주계 2 24.08.24 15 0 11쪽
5 살주계 1 24.08.23 18 2 11쪽
4 조우 2 24.08.22 18 2 11쪽
3 조우 1 24.08.21 26 2 14쪽
2 몸 풀기 24.08.20 36 2 11쪽
1 부활 24.08.20 6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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