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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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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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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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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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과 습격

DUMMY

칸데시아는 턱을 어루만지며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경기장을 바라봤다. 혹시 저번에 만났던 소녀와 비슷한 기술은 쓰지 않을까 싶었지만, 수성 마법과 번개에 가려져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아렐이라고 했나요? 대단하네요. 공주를 상대를 저 정도까지 버티다니.”

“...버텼다고만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뇨. 솔직히 이겼을 겁니다. 확실히 흥미가 생기네요.”


아렐은 간식을 먹으며 조용한 구석에 서 있었다. 아스카의 공주가 그를 찾으려고 씩씩대면서 돌아다녔기에, 최대한 보이지 않는 곳에 있기로 했다.

목적은 빠르게 이루었고, 예상보다 경기는 더 재밌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아서 그렇지, 제대로 성장한다면 과거 녀석들에게 도달할 수 있을 거다. 물론 지금같은 평화로운 세상에서 그게 가능하냐지만 말이다.


‘재능 자체는 뛰어났지. 저 녀석도 마찬가지고.’


아렐은 어느새 복원된 경기장에 올라간, 브리엘을 바라봤다. 단순히 힘으로만 따진다면 이 아카데미에서 저 소녀가 가장 강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저번에 봤던 장군과 기사급일지도 모른다.


“아함~.”


브리엘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그 모습에는 조금의 긴장감도 없었다. 졸린 듯한 눈빛은 이미 흥미가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그 상대는 그녀와 정반대였다. 아직 경기가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식은땀으로 가득했다.


“아이고, 어떻게 대진표가 이렇게 됐을까요? 입학 1등이랑, 꼴찌의 대결이라니. 몇 초 예상하십니까?”

“몇 초라니. 용기 있게 올라선 저 아이에게 실례입니다.”

“3초 예상합니다.”

“...전 4초 정도.”


웅성거리는 소음은 이미 경기가 끝난 거 같았다. 모두가 같은 결과를 예상한다. 단지 상대가 얼마나 빠르게 깨지고, 브리엘이 어떤 마법을 사용할지 정도만 궁금해한다.


“화염마법? 아니면 아까 봤던 수성마법? 뭐가 됐든 한방에 끝나겠지?”

“혹시 모르지. 아렐이라고 했던가? 그 녀석처럼 버틸 수도.”

“풋! 그건 아니다. 저 녀석 완전 재능 꽝인 녀석이라고.”


들려오는 비웃음 소리와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패배. 그 모습이 하도 가증스러워 그대로 엎을 뻔했다. 만약 에덴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권했거나, 벌벌 떨고 있었다면 아렐을 정말로 실행에 나섰을 거다. 하지만...


‘저 녀석...?’


모두의 시선이 브리엘에게 향할 때, 아렐만이 에덴을 바라봤다. 에덴은 긴장한 듯 보였지만,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조금 신나 보이기까지 했다. 그 모습에 아렐은 살짝 흥미가 생겼다.


“으으... 시끄러. 빨리 끝내고 돌아가서 잘래.”

“앞에 사람 두고 말하기 너무한 거 아니냐?”

“마음 상했으면 미안해. 근데, 진짜로 졸려... 내가 기권하고 싶지만, 그건 또 안되거든.”


주변에 점차 마력이 가득 차기 시작한다. 에덴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고위 바람의 정령이 모여든다. 아렐은 조용히 상황을 지켜봤다. 과연 저자는 볼 수 있을까? 이길 수 있는, 작고 작은 틈을?


‘윈드브레이크.’


사방에서 만들어진 칼바람이 일제히 에덴을 향해 날아온다. 바람 마법, 그것도 바람 정령의 공격으로 빠르고 날카로우며, 매우 얇아서 피하기 힘들다. 순식간에 날아든 칼바람에 붉은 피가 일제히 공중으로 튀어 오른다.


“역시 이렇지. 3초도 안 걸렸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먼지구름 사이로, 핏빛이 섞여 있다. 모두가 당연하다 생각한 결과였고, 브리엘 역시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다른 걸 본 것은 오로지 아렐 뿐이었다.


“저 녀석 재밌네?”


아렐은 활짝 웃으며 안개에서 튀어나온 에덴을 바라봤다. 사각에서의 갑작스러운 등장. 브리엘을 포함한 모두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칼바람으로 인해 발목과 한쪽 눈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덕분에 허점을 잡을 수 있었다.


‘바람은 기본적으로 얇지. 겁먹지 않고, 달려들어서 그 사이를 파고든 건가. 괜히 막거나, 피하려고 했으면 순식간에 당했을 거다. 괜찮은 판단이야.’


발목은 살이 파여서 뼈가 보일 정도고, 한쪽 눈도 상처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허점을 잡은 것만으로 충분했다. 에덴은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판단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의 역량을 생각했어야지.”


-캉!

제대로 들어갔다고 생각한 검은, 목에 만들어진 얼음에 막히고 말았다. 에덴은 저도 모르게 ‘에?’하고 탄성을 질렀고, 그와 동시에 날아든 얼음덩어리에 그대로 장외했다.


“엌!”

“승자. 브리엘.”


브리엘은 자신의 목을 만지작거렸다. 에덴의 말대로 너무 무시한 듯하다. 그녀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에덴은 얼음으로 인해 벽에 그대로 붙어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보이냐? 좀 살살하지 그랬냐?”

“살살한건데...”

“좀 내려줘.”


그렇게 1차 예선전은 막을 내렸다. 생각보다 오래 걸린 시간으로 2차 예선전은 다음날 이어서 진행한다고 한다.

아스카의 공주도 그렇고, 에덴도 그렇고 예상보다 재밌는 게 훨씬 많았다. 특히 에덴에게 관심이 가는데... 좀 더 제대로 된 상황에서 그의 실력을 보고 싶다. 단순히 대련이 아닌, 정말로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의 판단을 말이다.


‘나중에 키메라라도 만들어서 보내야겠군. 일단은 선약부터 끝낼까?’


아렐은 곧장 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한 곳은 한 교수의 방이었다. 문도 두들기지 않고 문고리를 돌렸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려 있었다.


“역시 기다리고 있었군.”

“...왔는가.”


연금술 교수인 그레이는 싸늘한 표정으로 아렐을 바라봤다. 아렐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시간이 꽤 지나서, 혹은 진리 내부에 일이 있어서 알아보지 못할까 했지만, 역시 괜한 걱정이었다.

아렐은 주머니에 있는 큐브를 꺼내 그레이에게 던졌다. 큐브를 받은 그레이는 한동안 조용히 큐브를 바라봤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과거 진리가 만들었던 식이 섞여 있군. 긴말은 하지 않겠다. 너 정체가 뭐지?”

“뭐긴 아카데미 학생이지.”

“지금 장난치는 건가?”


그의 질문에 아렐은 말없이 과자를 하나 꺼내 먹었다. 한동안 둘 사이에 말은 없었고, 아렐이 과자 씹는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긴장하지 마라. 딱히 진리 소속은 아니니까. 그냥 과거에 연이 있었을 뿐이야.”

“...진리와 관련된 자들은 기본적으로 사형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난 네놈을 죽여도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자신 있나?”

“뭐?”


가벼웠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진다. 눈앞의 남자가 방금 사람과 동일인물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기운이 사나워진다.


“날 이길 자신이 있는지 물었다.”


그의 질문에 그레이는 섣불리 답할 수 없었다. 이 남자는 아스카의 공주를 압도할 정도의 감과 판단력, 그리고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걸로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의 차이가 그레이와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렇지만 어째서일까? 어째서 저 질문에 당당하게 답할 수 없는 걸까? 식은땀이 온몸을 적시기 시작하고, 마른침만 삼킬 수밖에 없었다.


“...너무 겁먹지 마라. 네놈 쪽에서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움직일 생각은 없으니까. 나 그저 궁금한 게 있을 뿐이다.”

“...궁금한 거라면?”

“네놈 진리와 나름 연관되어 있지? 그놈들과 관련된 정보를 전부 내놔라. 내일까지 시간을 주지.”

“진리와 관련된 내용은 극비다.”

“그러니까 시간을 주는 거 아니냐. 참고로 그 기사 놈이랑 도사 놈에게 말하든 말든 상관없다. 선택권을 준 것은 나니까. 다만...”


아렐은 돌아서며 말끝을 흐렸다. 살짝 돌아본 검은 눈동자는 그 어느때보다 깊어 보인다.


“날 죽일 생각으로 온다면 각오해라. 지금의 나로서는 네놈들을 이길 수 없겠지만, 조선 인구 절반을 데려갈 것을 약속하지.”


이 말을 끝으로 아렐은 바깥으로 나왔다. 그가 사라진 후에야 그레이는 멈췄던 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

대체 저자는 누구일까?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되는 질문이 스스로에게 날아온다. 오랜만에 느껴본 공포에 팔과 다리가 아직도 떨리고 있다.


‘순순히 정보를 줘? 아니면, 조정에 말해서...’


그렇게 그레이는 계속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도저히 내일까지 정답을 내릴 수 없을 거 같았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지, 그레이는 굳이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어졌다. 그날 저녁. 모두가 잠들고, 교수진이 퇴근한 어스름한 달밤. 아카데미에 한 사건이 벌어졌으니까.


***********


“주요 교수진들도 자리를 비웠군요.”


가면과 함께 삿갓을 쓴 남자들은 아카데미가 한눈에 보이는 높은 곳에 서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아카데미의 전체를 덮을 수 있을 만한 위치에 열심히 말뚝을 박고 있었다.


“이곳에 있을 겁니다, ‘그것’이. 저희는 결계가 만들어지는 데로 곧장 돌입하도록 하죠. 만약 기사나 장군이 오면 부탁드립니다.”

“알겠다... 약속은... 지키마...”


어스름한 달빛에 일본도를 찬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한쪽 얼굴은 괴상한 반점으로 가득했고, 나머지 한쪽은 네 개의 눈이 모여 있다. 유일하게 남은 한 손으로 검손잡이를 잡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도저히 인간이라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말뚝을 기준으로 생성된 결계. 너무나도 수준이 높은 결계에,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유일하게 이상함을 눈치챈 것은 오로지 아렐 뿐으로, 아렐은 천천히 복도를 거닐며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는 결계를 바라봤다.


“재밌는 일이 생기겠군.”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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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면초가 NEW 3시간 전 2 0 10쪽
29 약속 24.09.17 4 0 12쪽
28 과제 24.09.16 7 1 10쪽
27 용사의 마법사 24.09.15 8 1 10쪽
26 제2식 염시 24.09.14 8 1 11쪽
25 맹수 24.09.13 9 1 12쪽
24 초대 24.09.12 9 1 11쪽
23 진실의 저울 24.09.11 6 1 12쪽
22 티파티 24.09.10 8 1 11쪽
21 대회의 24.09.09 13 2 11쪽
20 동질감 24.09.08 11 1 13쪽
19 화폭 24.09.07 9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9 1 11쪽
17 5분의 1 24.09.05 10 0 11쪽
16 제의 24.09.04 10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9 1 12쪽
»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2 1 10쪽
13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2 1 13쪽
12 또 다른 부활 24.08.31 10 1 12쪽
11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6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3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1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2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7 1 12쪽
6 살주계 2 24.08.24 16 0 11쪽
5 살주계 1 24.08.23 19 2 11쪽
4 조우 2 24.08.22 19 2 11쪽
3 조우 1 24.08.21 27 2 14쪽
2 몸 풀기 24.08.20 37 2 11쪽
1 부활 24.08.20 6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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