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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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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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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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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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질감

DUMMY

가면의 이름은 김화청으로 마법사를 꿈꿨지만, 전혀 재능이 없는 아이였다. 마법뿐만이 아닌, 도술과 체술에도 재능이 없었기에 늘 무시당했다. 언제나 힘을 얻고 싶었던 아이는, 모든 걸 받칠 각오로 진리에...


“그만, 궁금하지 않다.”


아렐은 말을 끊으며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김화청은 허무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당신에 대한 이야기는 제대로 전승되지 않았지만, 항상 이런 문구가 있었지.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모든 것이 재가 된다...라고.”


저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에 가면은 고개를 푹 숙였다. 이런 존재를 잠시나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자신이 한심했다.


“세상 모든 게 불만스러웠다. 원하는 재능을 가진 이들이 주변에 넘쳐나는 세상이 마음에 들진 않았어. 그래 당신처럼 말이야. 축복받은 그 재능이 원망스럽군.”

“시체가 말도 많군. 하지만 방금은 명백한 헛소리다.”


아렐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재능이란 단어는 그에게 있어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그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자신이 재능을 받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렇게 말하니 섭섭하기까지 하는군. 재능? 난 단지 노력했을 뿐이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대 강점인 노력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노력이라면 나도 죽도록...”

“정말 죽도록 노력했나?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사활을 걸고,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인생. 그런 인생을 살아왔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일까? 아렐의 질문에 가면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네놈이 정말로 노력했다면 주문서 따위에 의지할 수 없을 만큼 수련했어야지. 오로지 앞만 바라보고, 주변을 신경 쓰지 않으면서 말이다.”

“네놈이 내 인생을 살아봤나?! 내 불운한 인생을 말이다!”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그건 그렇고 이제 시끄러우니까 빨리 사라져.”


-타닥타닥

주변 가득히 타오르는 화염. 눈앞의 시체는 이미 검은 재가 되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아렐은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저런 인간을 볼 때마다 기분이 잡친다. 기껏 좋았던 감각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기분이... 별로인가 보군...”


아마츠키는 문득 그의 옆에 나타나며 말했다. 기분이 별로인 상태의 얼굴을 보니 그제야 천 년 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네놈은 나름 즐겼나 보군.”

“괜찮았다... 팔라딘도... 새로운 검객도... 흥미롭군...”

“난 지금 기분이 매우 언짢아. 그냥 전부 죽일까?”


결계가 풀리려면 앞으로 20분 정도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그 안에 이곳에 있는 모두를 죽이며 조금 기분이 좋아질 거 같았다.

그렇게 막 행동을 실행에 옮기려던 찰나였다. 문득 가면의 시체에서 보인 작은 수정 조각. 활활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도 여전히 빛을 내고 있다.


“이건 제어권인가? 이 결계와 키메라들의 제어권이군.”


아공간 마법밖에 쓰지 못하는 놈이 어떻게 제어를 하나 싶었는데,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그걸 본 순간 아렐의 머리에 전구가 들어온 것처럼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곳에 여러 물건이 있었지. 키킥, 재미겠군.”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네놈도 보고 갈 테냐? 아주아주 재밌는 광경을.”


**********


“오야오야. 많이도 다치셨네요.”

“닥쳐라...”


허공에 매달린 채로 옮겨지는 금나리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이렇게 압도적으로 당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기에 자존심에 금이 갔다. 칸데시아 역시 아렐에 이어 연속적으로 전투에서 패배한 것이 꽤 충격이었다.


“학생들은 어떻게 됐죠?”

“사망자는... 몇 발생했지만, 대부분이 무사합니다. 강한 학생들이 지켜줬죠.”


이제 남은 건 안쪽에서 결계를 파괴하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남아있는 잔챙이들이 조금 거슬리지만, 그들의 전력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일단락된 건가?”


잘린 다리를 꽉 묶으며 에덴은 주위를 둘러봤다. 다친 학생들도 학생들이지만, 기사와 장군이 당한 건 상당히 쇼크였다.


“넌 괜찮냐?”

“아니... 아직도 힘들어...”


브리엘은 여전히 움직이기 힘들어했다. 더워 보여서 모자라도 벗고 있으라고 했지만, 그녀는 고집을 피웠다.


“고집 좀 피우지 말아라.”

“너도 마찬가지야.”


글레시아는 구급약을 가져와 에덴의 상처에 발라줬다. 무리해서 치료를 거부하더니, 스멀스멀 하얀 붕대에 붉은 피가 퍼지기 시작한다.


“브리엘을 구해줘서 고마워. 이 녀석이 당할 줄은 몰랐어.”

“고생은요. 그래서 언제 나갈 수 있죠?”

“시간이 조금 걸릴 거 같아. 대체 뭐로 만들었는지, 결계식이 이상하게 굳세더라고.”

“그래도 이젠 더 이상한 일은 벌어지지 않겠죠? 모두 끝났네요.”

“아, 그거 플래그...”


-콰앙!

에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멀리서 굉음과 함께 푸른 스파크가 튀어오른다. 연금술의 연성을 의미하는 푸른 빛이 끝나기 무섭게 커다란 무언가가 별관의 지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서도 알 수 있는 강력한 힘에 일순 주위가 조용해진다.


“저건 또 뭐고? 키메라?”

“옵니다!”


키메라의 입에서 생성된 거대한 마력 덩어리가 부상자들을 향해 날아온다. 그와 동시에 화륜이 앞으로 뛰어들어 강하게 부채를 휘둘렀다. 강력한 마력 덩어리는 바람과 닿는 순간 나비가 돼서 사라진다.


“이런 미친! 저딴 걸 아직도 숨기고 있었다고?!”


아마츠키가 사라지고, 칸데시아가 봤던 여인이 주동자로 보이는 가면을 처리하면서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화륜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그 여인이 처음부터 주동자였던 걸까? 하지만 그렇다기에 저 키메라는 지금까지 봤던 것들과 격이 다르게 강하다.


“별관 아래에 이것저것 재미난 게 숨겨져 있더군.”


아렐은 키메라를 바라보며 밝게 웃었다. 별관 아래에 있던 재료와 가면이 가지고 온 진리의 키메라를 섞고, 남아있는 마력을 전부 소모해서 만들었다. 덕분에 빠르게 진행된 연성에도 꽤 훌륭한 결과가 나왔다.


“연금술에... 조예는 없지만... 그렇게 만들었다면... 분명 허점이 있을 거다...”

“그것도 그렇고, 일부러 약점을 확실하게 만들어냈다. 저 녀석들이 사는 방법은 그 허점을 찾는 거뿐이야. 찾지 못하면... 뭐, 여기서 전부 죽는 거지.”


이건 아렐의 화풀이이자, ‘그 녀석’에게 내는 일종의 시험이다. 이 시험에서 합격하지 못하면 죽어서라도 거기까지인 인간. 더 이상 흥미가 없다.

한편 부상자 측은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대부분이 힘을 거의 소모해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다. 게다가 겉보기에 저 키메라는 허점도 보이지 않는다. 탐색하면서 그 허점을 찾을 시간도 없다.


“대장님과 기사님, 움직이지 못하시겠죠?”

“아니! 움직일 수 있어! 이 정도 상처는...!”

“그냥 입 닫고 누워계세요. 제가 해결해야 할 듯하네요.”

“저희도 돕겠습니다.”


글레시아와 얀카, 홍련을 포함한 학생들 몇이 앞으로 나섰다. 평범한 어른이라면 위험하다고 빠지라 하겠지만, 화륜은 평범한 어른이 아니었기에, 반갑게 그들을 맞이했다.

화륜은 뽑아낸 머리카락으로 분신을 만들어 시선을 끌었고, 그와 동시에 다른 학생들도 달려들었다. 하지만 갑피가 얼마나 두꺼운지 제대로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았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부상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시선을 끄는 거뿐이었다.


‘젠장, 대체 뭐로 만든 거야?’


에덴은 입술을 까득 깨물며 상황을 바라봤다.

허점을 찾아야 한다, 에덴은 잘린 다리에 나무를 억지로 박아, 임시 의수를 만들어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허점은 반드시 존재한다. 강자들은 지금 키메라를 막고 있으니, 약한 그가 허점을 대신해서 찾아줘야 한다.


‘겉모습에 현혹되지 말자. 난 어차피 마법도 못 쓰니까, 식에 현혹될 일이 없어.’


에덴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전투를 살폈다. 마법은 당연하고, 물리 공격에도 단단한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커다란 덩치에 비해 이상하게 속도가 빠르다. 아무래도 살펴보려면 위로 올라가야 할 듯 싶은데...


“얀카 공주님! 저 좀 업어주세요!”

“하? 내가 왜 너 같은 평민을...!”

“어차피 공격도 안 통하는데, 빨리! 지금 그게 중요하냐고!”


그의 외침에 결국 얀카는 찝찝하단 표정으로 에덴을 업고 달리기 시작했다. 번개같은 속도로 키메라의 주위를 돌아다녔고, 높게 뛰어오른 순간 에덴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키메라의 뒷목에 박혀 있는 아주아주 작은 틈새. 그 틈새에서 위화감이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은 강력한 마력에 휩쓸려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마력 탐지력이 낮은 에덴이었기에 발견한 결함이었다. 물론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지 못했다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크기가 매우 작았다.


“저거예요! 뒷목이 약점입니다!”


그의 외침에 전투에 참여한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에덴의 말을 들었음에도 위화감의 정체를 알지 못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모두의 공격이 일시에 목덜미를 향하는 순간이었다.


“역시 허점을 찾았군.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목덜미를 노리려는 순간, 목덜미의 살에서 날카로운 뿔이 튀어나온다. 그 때문에 모두가 키메라에게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허점은 맞는 거 같네. 게다가 목 부분 외피는 약한 거 같아. 스친 공격에도 데미지를 입었어”

“허점을 알면 뭐하나! 다가가지도 못 하겠네! 뭐리 작은 기고!”

“...방법이 있습니다. 모두 협력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설명할 시간은 길지 않다. 빠르게 작전을 말하니, 전투에 참여한 모두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나?”


물론 위험하다. 한 번이라도, 아니 애초에 작전 중에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이길 수 있는 가능성만 생각하면 된다. 실패는 머리에서 지우는 거다. 약한 그가 할 수 있는 건 목숨을 거는 거뿐이니까.


“좋은 방법입니다. 이름이 분명 에덴이었죠... 죽어도 기억하겠습니다!”

“아뇨 죽으면 안 되죠! 아무튼 여러분 부탁합니다!”


작전은 곧바로 실행됐다. 화륜을 포함한 모두가 동시에 목덜미를 노린다. 이를 인지했는지, 키메라는 빠르게 몸을 움직여 방어를 시도했다.


“지옥에서 온 불덩이! 세상만사를 화염으로 뒤덮으니!”


화륜의 외침과 함께 커다란 불꽃 구체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키메라는 커다란 공격을 직접적으로 받아쳤다. 화염구가 반으로 쪼개진 순간, 쏟아지는 학생들의 공격이 시야를 돌렸고, 그 순간 글레시아의 얼음창이 정면에서 목덜미를 뚫으려고 했다.

하지만 모든 공격은 뻗어난 뿔에 막히고, 얼음창 역시 커다란 주먹에 산산이 부서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키메라가 부수기 전에 화륜이 부서버렸다.


“지금!”


쪼개진 얼음에서 튀어나온 건 다름 아닌 에덴이었다.

연속적인 거대한 마력 공격에 에덴같은 약한 마력은 손쉽게 감춰진다. 글레시아의 얼음에서 버틸 수 있을지, 키메라의 공격에 얼음과 함께 산산조각 날지는 도박이었지만, 아무튼 작전은 성공했다. 에덴은 공중에서 떨어지며 검을 바짝 치켜들었고, 목덜미에 닿는 순간 검을 휘둘렀다.

-크아아아아아!!!!

에덴을 인지하지 못해 그대로 약점이 공격당한다. 커다란 포효와 함께 온몸을 덮고 있던 외피가 산산이 부서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커지는 마력. 외피가 부서지면서 안에 숨겨져 있던 마력이 밖으로 분출된다.


“수고 많았습니다. 이제 제가 하죠.”


외피가 부서지는 충격에 당해 힘없이 바닥에 떨어지는 에덴을 잡으며 화륜이 말했다. 화륜은 사방으로 부적을 던져 근처에 있는 학생을 대피시키고, 결계를 만들었다.


“학생들이 열심히 했으니, 이제 저도 보여줘야겠죠?”


꺼내든 두루마리를 하늘에 던지며 백화선을 부드럽게 휘두른다. 두루마리에 그려진 것은 한 마리의 호랑이. 먹물로 그려진 호랑이의 몸이 일순 움직이더니, 커다란 포효와 함께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오십니다! 백두산 호랑님!”


튀어나온 백호의 포효에 키메라의 몸이 일순 산산이 부서진다.

아렐은 멀리서 그 광경을 조용히 바라봤다. 약점만 부수면 쉽게 처리될 키메라기에 아쉬움 따위는 없다. 반대로 만족감으로 얼굴에 환한 미소가 지어진다. 그 녀석이 이리도 훌륭하게 움직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마음에... 들었나 보군...”

“물론이지.”


아렐의 시선은 멀리 있었음에도 확실히 에덴만을 향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훨씬 강한 상대를 공략하는 판단, 사선을 걷는 아슬아슬한 작전. 이 모든 것이 흥미롭게 작용한다.


“천 년 만에 느껴보는 동질감. 아주 훌륭하다, 에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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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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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면초가 NEW 3시간 전 2 0 10쪽
29 약속 24.09.17 4 0 12쪽
28 과제 24.09.16 7 1 10쪽
27 용사의 마법사 24.09.15 8 1 10쪽
26 제2식 염시 24.09.14 8 1 11쪽
25 맹수 24.09.13 10 1 12쪽
24 초대 24.09.12 9 1 11쪽
23 진실의 저울 24.09.11 6 1 12쪽
22 티파티 24.09.10 8 1 11쪽
21 대회의 24.09.09 13 2 11쪽
» 동질감 24.09.08 12 1 13쪽
19 화폭 24.09.07 9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9 1 11쪽
17 5분의 1 24.09.05 10 0 11쪽
16 제의 24.09.04 10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9 1 12쪽
14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2 1 10쪽
13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2 1 13쪽
12 또 다른 부활 24.08.31 10 1 12쪽
11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6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3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1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2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7 1 12쪽
6 살주계 2 24.08.24 16 0 11쪽
5 살주계 1 24.08.23 19 2 11쪽
4 조우 2 24.08.22 19 2 11쪽
3 조우 1 24.08.21 27 2 14쪽
2 몸 풀기 24.08.20 37 2 11쪽
1 부활 24.08.20 6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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