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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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인
작품등록일 :
2024.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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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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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 2

DUMMY

어둑시니와 융합해 만들어진 키메라는 아침에는 잡는 게 거의 불가능해, 모습을 드러내는 밤에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밤은 또 녀석의 홈그라운드다. 그림자 사이를 이동할 수 있는 놈은 게다가 영악해서 기사처럼 기운이 강한 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미끼 작전을 쓰기에는 조용히 처리해야 할 사건이었다.

그래서 기사인 칸데시아가 파견됐다. 키메라의 영혼 주도권이 어둑시니에게 있기에 서대륙 인간이 가지는 특수한 기운을 잘 감지하지 못할 거고, 칸데시아는 기운을 감추는데 유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놈은 신중했다. 새로 등장한 기운에 섣불리 달려들지 않았지, 그래서 토벌이 길어졌고. 이 남자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단순히 남자가 약해서다.’


키메라를 잡는 순간 칸데시아는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그렇게 겁이 많고, 신중한 놈이 칸데시아가 대놓고 등장했음에도 도망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마치 등을 보이는 순간 죽는다는 걸 알고 있는 궁지에 몰린 피식자처럼 오직 아렐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결국 해야 할 일은 똑같아.”


이렇게 말하면서 아렐이 손을 드는 순간, 칸데시아 역시 검을 뽑았다. 살짝 뽑힌 검에 달빛이 반사되는 순간이었다.


“괜찮으신가요!”


문득 골목에서 등장한 한 여인. 성직자 옷을 입은 여인은 다급히 그들에게 달려왔다. 계속해서 뛰어온 건지, 온몸은 땀 범벅이었다.


“기사님... 같이... 가자니까요...”

“오지 마십시오! 위험합...”


칸데시아가 다급히 외치며 다시 아렐을 바라본 순간이었다. 달빛에 비친 남자는 순간 다른 인물인 줄 알았다. 얼마나 인상이 바뀌었는지, 칸데시아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를 정도였다.

공허한 눈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주위를 압도하던 무거운 기운은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사라졌다. 분명 같은 인물을 보고 있음에도, 눈앞의 남자가 선하다고 느껴져 검을 다시 검집에 넣었다.


“네? 아직 토벌이 안 끝났나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근데 앞에 계신 분은 누구신가요? 괜찮으세요?”


성직자는 조심히 아렐의 상태를 확인했다. 몸도 내부도 다친 곳이 하나도 없었지만, 표정이 멍해 있었다.


“다치셨습니까?”

“...아니. 괜찮다. 그냥 조금 어지럽군.”


아렐은 얼굴을 찡그리며 머리를 붙잡았다.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다친 곳은 하나도 없다. 아니, 애초에 다쳤다는 거와 다른 개념이다. 불쾌할 정도로 마음이 풀어지고, 주위의 모든 것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혹시 모르니까, 신전에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여긴 수도라 신전이 한 개 있습니다.”

“그러시는 게 좋겠어요. 요괴의 요력도 어느 정도 정화가 가능하거든요.”

“난... 아니. 알겠다. 같이 가지.”


저 호의를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따라가기로 했다. 저번부터 묘하게 기분이 가벼워진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불쾌하지 않고, 기분이 좋으니 이에 따르면 되는 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신전 치료에는 마이너스 요소가 없다. 그가 인간인 이상 신전 치료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요력이 스며들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칸데시아도 적당히 이유를 만들어 그들의 뒤를 따랐다. 진짜 이유는 아렐을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갑자기 기운이 바뀌고, 순해진 건 확실하다. 갈고닦은 모든 감각이 언제 그랬냐듯 그가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변한 것처럼 또 다시 돌변할 수 있다. 칸데시아는 조용히 뒤를 따르며 검에 손을 얹었다.

동양풍의 건물 사이에 우뚝 솟아있는 신전. 아렐과 칸데시아는 나란히 앉아 치료받았다. 칸데시아의 무기가 요력을 조금 흡수한 것만 빼면, 둘 다 다친 곳은 없었다.


“무기 정화도 끝났어요.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당신도 늦은 밤까지 수고 많았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한번 대접해 드리죠.”

“그런 거 받으면 성직자 실격인데... 몰래 주세요. 알겠죠? 아무튼 대강 일은 마무리됐네요.”

“그렇죠. 한 명에게 들키긴 했지만, 키메라 포획도 성공했으니까요.”


칸데시아는 키메라에서 아렐에게 시선을 옮겼다. 여전히 멍한 상태로 앉아 있는 아렐은 아까보다 상태가 더 심각해 보였다. 아까는 그냥 멍 때리는 거 같았다면, 지금은 영혼이 빠져나간 거 같달까?


“...저 분 괜찮은 거 맞습니까?”

“어... 네. 애초에 치료할 곳도 없어요. 요력도 전혀 스며들지 않았는데, 왜 저러시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더 심각해지면, 무당분께 부탁해야 할 거 같네요.”


요괴와 요력에 대해선 성직자가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말 증상이 심해지면 무당에게 가야 할 것이다. 칸데시아는 조용히 아렐을 불렀다. 돌아본 그의 눈동자는 더욱더 생기가 가득했다.


“치료도 끝났으니 돌아가셔도 좋습니다만, 이번 일에 대해서는 함구 부탁드리죠.”

“응. 알았어.”

“...그럼 살펴가시죠. 가능하면 동행하고 싶지만,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아렐은 멍하니 일어나 먼저 신전을 나섰다. 그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에 칸데시아는 아렐을 불렀다.


“가시기 전에 이름을 알 수 있겠습니까? 이번 조사 보고에 올려야 돼서 말입니다.”

“아, 그렇지. 아렐이야. 그냥 아렐.”

“알겠습니다. 그럼 아렐 씨 살펴 들어가시죠.”


그렇게 아렐은 신전을 나섰다. 묘하게 기분이 좋다. 흐르는 바람이, 하늘에 떠 있는 밝은 달이 모든 것이 행복하게 보인다.

천년 만에 일어나서 미치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키메라에게 다른 무언가가 있었던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역시 용사가 무언가라 한 것일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아렐은 빙긋 웃음을 지었다. 뭐가 됐든, 기분이 좋으면 된 거다.


“뭔진 몰라도 좋네.”


**********


칸데시아는 키메라의 시체를 끌고 조정으로 돌아갔다. 아렐이란 남자가 신경 쓰이긴 했지만, 덕분에 중요한 일을 끝낼 수 있었다.

그는 곧장 시체를 확인했다. 진리 녀석들은 숨는 방식이 특출나니 역추적으로 쫓을 수는 없지만, 그들만의 표식을 새겨둔다. 자신들을 알리고 싶은 건지, 아니면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는 모르지만 덕분에 구분하기는 쉽다.


“아이고, 늦은 밤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시체를 한창 살피고 있으니 문득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푸른 비단 옷과 검은 갓을 쓴 남자의 한 손에는 간단한 먹거리가 들려 있었다.


“타국에서 오신 분이 밤늦게까지 일하시는 데,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더군요. 도움이 못 돼서 죄송합니다.”


머리를 숙이는 남자. 장군 중 하나인 화륜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처음에는 저 여우같은 웃음에 가득 경계했지만, 며칠 함께 하면서 수상해 보이는 얼굴과는 전혀 다른 마음을 가진 인물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지금 가져온 간식만 봐도 칸데시아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다. 저번에 스치면서 얘기했던 걸 기억해준 거다.


‘착한사람.’

“저희도 조금이라도 도와드렸어야 했는데, 말이죠.”

“키메라는 서대륙의 산물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마음이 좀 가벼워지는군요. 그래서... 이건 당신들이 쫓던 조직의 산물입니까?”


화륜은 힐끔 키메라의 시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천 년 전 제왕 전쟁 시기 이전부터 있던 한 연금술사 조직. 스스로를 진리라 칭하던 녀석들의 의지는 바퀴벌레처럼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아쉽지만, 아니더군요. 그들 특유의 문양이 없습니다.”

“흠...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진리가 움직이지 않은 건 좋지만, 새로운 조직의 등장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동대륙의 요괴를 융합하는 기술까지 가졌으니, 진리와 비슷할 정도로 위험할 거다.


“폐하께는 제가 말씀드리죠.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네... 아,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답이 가능한 질문이라면 답해드리죠.”

“혹시 아렐이란 마법사에 대해 아십니까?”


두서없는 질문에 화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상에 존재하는 마법사가 몇인데, 저렇게 질문을 하는가?


“어, 그러니까... 눈에 생기가 없고, 하얀 옷을 입었고, 머리가 검붉은색이고, 마법사입니다.”

“기사님, 말 잘 못한다는 소리 듣지 않으십니까?”

“죄송합니다. 말재주가 없어서...”


칸데시아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궜지만, 이거 말고 더 할 설명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남자는 평범했으니까. 특이점이라고 하면 묘하게 느껴지던 압박감뿐이다.


“일단은 찾아보겠습니다. 근데 아렐이란 이름이면 서대륙 분 같은데... 혹시 아시는 분인가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단지... 신경 쓰일 뿐입니다.”


그냥 신경이 쓰인다. 이유도 근거도 없지만, 그냥 그랬다.


“아렐... 아렐이라... 흠... 어디서 들어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서대륙에서는 나름 흔한 이름입니다.”

“네, 확실히 그렇긴 하죠. 근데 거기서 본 게 아니라... 다른 중요한 곳에서 들은 거 같아서요.”


화륜은 부채로 머리를 툭툭 치며 생각에 빠졌다. 무언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해 봤자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에, 화륜은 웃으며 금세 털어버렸다.


“아무튼 뭐든 알아내면 곧장 알려드리죠. 다만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습니다. 요즘 살주계가 움직이고 있어서 말이죠.”

“살주계라면, 요괴를 부린다는...”

“네. 이번 키메라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죠. 아니, 거의 확신에 가까우려나...”

“도와드릴 건 없습니까?”

“훗, 그 말을 기다렸습니다!”


화륜은 이때다 싶어서 칸데시아에게 이것저것 부탁했다. 그의 상급자가 알게 되면 경을 치겠지만, 그건 알 바가 아니다. 중요한 건 빠르게 사건을 끝내고, 요 몇 달 동안 이행된 야근에서 벗어나 쉬는 거니까.


“검계가 함께 움직일 수도 있으나, 기사님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죠.”

“칭찬 감사합니다... 근데 의문이군요. 왜 시선을 조심하라는 겁니까?”


이번 작전의 핵심 요소는 가능하면 눈을 뜨지 않는 거였다. 숙련된 몇은 아예 눈을 가리고 움직이기로 했다.

살주계는 현 조선에 남아있는 커다란 조직 중 하나로, 요괴를 다룬다. 그들은 요괴를 직접 잡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직접 만들기도 하는데, 이번 움직임에서 끔찍한 것을 만들었다.


“요 몇 달 동안 어린아이가 몇 실종됐습니다.”


화륜은 화백선을 펼치며 살짝 얼굴을 가렸다. 가늘게 뜬 눈에는 어째선지 분노가 가득했다.


“염매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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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약속 24.09.17 4 0 12쪽
28 과제 24.09.16 7 1 10쪽
27 용사의 마법사 24.09.15 8 1 10쪽
26 제2식 염시 24.09.14 7 1 11쪽
25 맹수 24.09.13 9 1 12쪽
24 초대 24.09.12 9 1 11쪽
23 진실의 저울 24.09.11 6 1 12쪽
22 티파티 24.09.10 7 1 11쪽
21 대회의 24.09.09 12 2 11쪽
20 동질감 24.09.08 11 1 13쪽
19 화폭 24.09.07 8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9 1 11쪽
17 5분의 1 24.09.05 10 0 11쪽
16 제의 24.09.04 10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9 1 12쪽
14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1 1 10쪽
13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2 1 13쪽
12 또 다른 부활 24.08.31 10 1 12쪽
11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5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2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1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1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7 1 12쪽
6 살주계 2 24.08.24 16 0 11쪽
5 살주계 1 24.08.23 18 2 11쪽
» 조우 2 24.08.22 19 2 11쪽
3 조우 1 24.08.21 26 2 14쪽
2 몸 풀기 24.08.20 36 2 11쪽
1 부활 24.08.20 6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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