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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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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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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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DUMMY

탈레스 전신에 바람이 일었고, 그는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괴인의 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모든 걸 부수어 버릴 듯한 아주 강한 힘을 담아.


부 – 웅


그러나 들려오는 건 허공을 가르는 소리뿐이었다.

뼈다귀는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었고.


‘귀...귀신? 말도하고 움직이는데, 심지어 내 얼굴도 들어 올린 놈인데, 아무것도 안 닿았어.’


탈레스는 놀라, 혼자 풀썩 엎어졌다.

검은 해골은 그를 내려다보며 말을 건넸고.


“유산의 주인이 돌아왔구나. 참 오랜 세월이었다. 비로소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구나.”


그 검은 괴인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에겐 발도 없었다.


“얼기설기 꼬인 실타래를 풀어줄 주인이 나타났으니, 슬슬 준비해야겠구나.”

“아이야, 내 본 모습으로 널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고대하마. 이건 작은 선물이다.”


그 뼈다귀의 모습은 허공에서 증발한 듯 사라졌고 탈레스는 다리가 풀려 풀썩 주저앉았다.


콰 – 아 – 앙


그때 거대한 충격파와 함께 소음이 일었고 탈레스는 힘이 풀린 와중에도 이올린 끌어안아 폭발에서 보호했다.


삐 – 이 – 이


이명이 마구 울리며 탈레스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 *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누리는 방향을 잃고 맴돌았다.

그는 빛을 향해, 보이지 않는, 어디에 있을지도 모를 빛을 찾아다녔다.


“흑. 취직할게요. 이 좆같은 세계에서 꺼내주세요. 돈도 벌고 효도도 할게요.”

“김치랑 족발도 먹고 싶어요. 여기 쓰레기 같은 음식은 질려요. 이제 좀 돌려보내 주세요.”


탈레스는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그리고 눈으로 들어오는 자그마한 빛에 눈을 떴다.


“깨어났나? 고생이 많았네. 쓰레기 같은 음식을 좀 준비하라 이르지.”


낯익은 늙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탈레스는 몸을 벌떡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적당한 크기의 침대 위 하얀 침구류, 그 위에 자신이 누워있고, 벽면과 바닥은 모두 나무로 되어 있었다.

벽과 탁자 곳곳에 설치된 낡은 양초들은 중세 시대를 연상케 했다.


“꿈 이었나...”


탈레스는 지친 목소리로 어깨를 늘어뜨렸다.

얼마 되지 않아 음식을 가지고 온 제논과 인사도 나누었고.

허겁지겁 음식을 쑤셔 넣는 제논은 간단하게 현 상황을 이야기 해주기 시작했다.


“자네가 그 기괴한 존재와 무얼 했는진 모르지만, 그가 떠나고 피와 뼈로 만들어진 골렘이 갑자기 터졌다네.”

“자네 덕에 공주님은 무사하시네. 대부분은 다 죽었지만.”

“셀레스티얼의 고위 인사도 몇 죽어 도시는 지금 초상 분위기라네.”


탈레스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다가 제논이 건네는 금화에 얼굴을 활짝 폈다.

그리고 곧 실망한 얼굴을 했다.


“아니, 두 배 준다고...? 약속하셨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적은 금화의 숫자에 당황해서 말을 더듬자, 제논은 미안한 얼굴과 함께 답을 주었다.


“고용한 용병들과 마법사들이 다 죽는 바람에 보상을 해줘야 했다네. 미안하네.”

“산 자는 다음에 받을 수 있지만, 죽은 자의 가족들은 아니지 않은가. 조금만 기다려 주게.”


제논은 울적한 얼굴의 탈레스를 달래며 질문과 함께 거래를 제안했다.


“자네가 며칠 그렇게 누워 잠꼬대하는 걸 들었네.”

“본래 이 세계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그 방면을 좀 알아봐 줄 테니, 서로 돕는 게 어떤가?”


탈레스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도대체 자는 동안 뭐라고 했길래, 이 자가 이걸 알게 된 것인지.


이뿐만이 아니었다.

자는 동안 얼마나 조사한 건지, 프리덴의 노예, 그리고 로우힐의 오함마 시절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자네의 주인 이스마엘은 살아있네. 그날 물건 주문을 받아 다른 도시로 갔는데, 돌아오니 그 꼴이었다더군.”

“지금은 툴레란 곳에 있네. 무역업 때려치우고 노예 검투사를 양성한다더군.”


탈레스는 깜짝 놀라면서 기뻐했다.

그들이 살아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기에.

나중에 한 번 꼭 가서 다시 만나리라 생각하며, 혹시 잭과 밀도 살아있는지 물어보았다.


“노예 인명부는 너무 조잡해서 말일세. 그 부분은 잘 모르겠군.”

“어쨌든 자네의 비밀은 밝혀지지 않을 걸세. 정보 취득 과정에서 관련된 자들은 모두 죽였거든.”

“다 쓰레기 같은 놈들이었으니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네.”


제논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으며 말했다.

탈레스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지금까지 본 인물 중에 이자가 제일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서.


“죄책감 같은 건 없어요. 오함마란 이름 때문에 로우힐을 뒤졌겠죠. 파다 보니 더 알게 된 거고.”

“프리덴은 거의 다 죽었으니, 거기일 텐데 그곳 놈들은 다 쓰레기였어요.”


제논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차례란 듯, 만났던 자의 생김새와 어떻게 물리쳤는지를 묻기 시작했다.

탈레스는 숨길 이유도 없지만, 이자에겐 숨길 수도 없단 생각이 들어 사실 그대로 다 털어놓았다.


“음...확신할 수 없지만, 외양을 보면 세일럼인 것 같은데.”

“정말 이 세상은 초기화되었다가 다시 태어난 걸까.”


제논은 탈레스의 이야길 듣고 뭔가 깊은 고민에 빠진듯했다.

탈레스는 말을 걸지 않는 그를 보고, 외려 잘됐다는 듯 음식을 마저 먹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빠른 회복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발 여파가 너무 컸던 탓에 한 달 정도는 꼬박 쉬어야 했다.

물론 이올린이 모든 비용을 내주어서 그렇게 문제 될 것도 없었다.


탈레스는 간만의 여유가 기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워낙 바쁘게 산 탓도 있겠지만, 제논이 가만두지 않는 게 제일 컸다.

그는 하루 종일 탈레스를 붙잡고 쉴 새 없이 말을 걸었다.


“호오. 김치란 게 그렇게 맛있나? 한 번 맛봤으면 싶군. 여기서는 만들 수 없나?”

“그지 발싸개 같은 이런 곳에서 그런 귀한 음식을 만들 수 있을 리 없죠.”


뭐 솔직히 로우힐과 다르게, 셀레스티얼의 음식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그냥 입에 조금 안 맞을 뿐.

한식이 고픈데, 양식이나 중식만 맨날 먹는 느낌이랄까.

그것도 현지화된 게 아니라, 본토 음식 그대로.


그리고 탈레스보다 회복이 좀 더 빨랐던 이올린과 살아남은 칼이 가끔 찾아오기도 했다.

칼은 붕대를 감고서, 이올린은 아주 멀쩡하게.


“감사드립니다. 은인. 당신 덕에 하나도 다치지 않을 수 있었어요. 그 폭발 가운데서도 절 보호하셨다죠.”


이올린은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찾아와 말했고 탈레스는 부끄러워 얼굴을 돌렸다.

그녀가 표정 하나 안 변하고 사람을 죽이던 모습이 아직도 떠올라 가까이 하고 싶진 않은데, 이상하게 너무 예뻐서 계속 보고픈, 그런 희한한 얼굴이었다.


“나 때문에 많은 이들이 다쳤어. 자네의 용기에 감탄했네. 신분과 나이에 관계 없이 친우가 되고 싶네.”

“그리고...염치가 없지만, 우리와 함께 해주게. 자네의 힘에 관해선 잘 들었네. 우린 자네가 필요하다네.”


칼은 무릎을 꿇고 고개 숙이며 말했다.

맹센가 뭔가 하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제논과 탈레스에게 반드시, 목숨을 걸고 은혜를 갚을 것을 외치기도 했고.


‘제논이 대단한 마법사긴 한가 보네. 겉으로 보기엔 그냥 동네 할아버진데.’


제논이 그 폭발 순간에도 쉴드 마법이란 걸 걸어서 칼을 포함한 많은 사람을 구했단 이야기에 탈레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밖에선 주요 인물이 포함된 원정대가 죽고, 자연재해에 가까운 괴인이 나타났단 소문에 들썩이는 모양이었지만, 방안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다만 의문을 해결할 순 없었다.


“도대체 이건 왜 줬는지 모르겠군. 뭔지 알아내고 싶어도 내 수준에선 불가능해. 그자는 역사상으로 손꼽을 만큼 높은 수준의 마법사일걸세.”


제논은 탈레스의 목에 걸린 뼈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정체 모를 이것, 그냥 단순히 이빨 하나를 얇은 뼈마디로 묶어 만든 목걸이.

그 괴인이 준 작은 선물이었다.


이건 목에 잘 걸려있지만, 벗을 수도 없고 떼어낼 수도 없었다.

파괴 역시 불가능해 보였고.

제일 답답한 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알 수가 없단 거였다.


“저주 같은 건 없겠죠? 확실하게 말해줘요.”

“솔직히 말해 모르겠네. 향이나 기운으로 위치 추적 마법을 걸어 놓았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제논은 몇 번이고 뼈 목걸이를 풀어내고 무엇이 담겨있는지 알아내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탈레스는 완력으로도 안 되고, 크게 불편하지도 않으니, 점차 신경을 안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제논과 탈레스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자주 접촉하며 친분과 함께 밀도 있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공간과 공간 사이를 길게 뚫는 마법은 현존하지 않네. 과거엔 있었다고 하지만.”

“타 차원은 아예 불가능하지.”

“다만 기록에 의하면 미라클 교의 발생원인, 1시대와 2시대의 마법 탐구 모임의 시작인 자드란 마법사가 연구했다는 언급이 있네.”


제논은 자기 지식을 활용해 탈레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그에 의하면 현재는 새로운 마법이나 이론적인 걸 추구하지 않고 실전 마법을 익히는 경향이 강해서 옛적과 달리 저런 연구가 흔치 않다고 했다.

하지만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그러면 서쪽으로 사라졌다는 신비주의 학파 마법사들이 제일 가능성이 있다는 거네요.”

“그렇네. 다만 그들이 뭘 요구할진 몰라. 알고 있을지도 확실치 않고.”


결국 모든 건 미지였다.

그냥 해볼 만한 게 있다는 정도만 알게 된 거지.


이렇듯 제논이 호의적으로 탈레스를 대하니, 자연스레 그 역시도 그렇게 변했다.

역시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었다.

딘 같은 놈이 아니면 협조하는 게 그렇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애초에 프리덴 노예 시절도 나름 재밌게 보냈던 누리였으니.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날 끌어당긴 구체의 정체는 당연히 모르고요. 우리 세상은 마법이란 게 아예 없었어요.”

“과학이란 건 있었지만요. 하여튼 프리덴의 그 소환 마법 같은 것도 그렇고 룬도 그렇고 난 진짜 아무것도 몰라요.”


제논은 탈레스의 말을 한 번도 끊지 않고, 오히려 종이에 뭘 써가며 경청했다.

특히 프리덴에서 겪은 참상에 관해선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필사적이었다.


“그건 칼디아 왕국에서도 큰일이었네. 나도 조사차 그곳에 가기도 했고.”

“그리고 수사를 방해하는 자들도 많았네. 뭔가 엮인 세력이 많단 이야기지.”

“명확하지도 않고, 공식 결론도 아니지만, 나도 타 차원에서 소환했을 가능성이 높다 보네.”


제논은 현재 칼디아 왕국 소속은 아니지만, 이올린과 든 정도 있고 고향 같은 곳이기에 괴수들에게 짓밟히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왕녀 역시 종종 자기를 도와줄 걸 부탁했고.


탈레스는 회복되면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고운 그녀를 볼 때면 마음이 흔들리는 건 사실이었다.

다만 괴상한 일을 적게 겪은 것도 아니고, 이 여자랑 엮이면 세상 피곤할 게 거의 확정이었기에 끼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위험을 감수할 거면 차라리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찾지, 남의 나라 내전에 끼어들 이유는 없었기에.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몸도 점차 나아졌고, 비슷하게 치유 되어가는 칼과 대련도 가끔 했다.

칼은 탈레스를 자주 칭찬했다.


“자네는 육체 수준은 정규 기사도 못 비빌 수준이야.”

“전투 센스도 좋고. 마나를 못 다루는 게 참으로 아쉽구만.”


잘은 모르지만, 이곳에선 근접전을 잘하려면 마나를 다루는 기술이 꽤 중요한 모양이었다.

그렇고 그렇지 않고의 차이가 꽤 큰 듯했으니까.


제논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칼과 훈련하고, 이올린과 겸상하는 사이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이 세계에서 2성 혹은 3성급 호텔쯤 되어 보이는, 적당한 곳에 전세 내고 산지도.


몸을 모두 회복한 칼과 탈레스, 이올린은 무엇이건 할 준비가 되었다고 결론 내렸고 회의를 소집했다.

탈레스에겐 미루고 미루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온 셈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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