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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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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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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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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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삼척 레이드 (4)

DUMMY

“자원을 공급하는 대가로 제가 얻을 것은 뭔데요?”


곧장 문서 한 권을 건네는 마이클 하퍼. 나는 그가 건넨 파일을 열고, 종이에 적힌 항목들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땅, 돈, 자유, 명예. 이곳에 적힌 것은 그저 기본 조건입니다. 이미 미국은 당신을 영입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내놓은 상태입니다. 이것 외에도 헌터님께서 원하시는 조건이 있으면, 얼마든지 제공해드리겠습니다.”


마이클 하퍼는 내가 문서를 읽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설명을 덧붙였다. 문서에 적힌 것은, 분명히 파격적인 수준의 조건들. 상당히 넓은 토지에, 과분할 정도의 연봉. CIA가 보증하는 신원 보호까지.


내가 각성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더라면, 얼씨구나 하며 사인을 해버렸을 그런 조건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부족한 것이 없는 상태.


“그, 죄송한데 여기 조건 중에 제가 가지지 않은 것이 없는데요?”

“예?”


조금은 당황한 목소리의 마이클 하퍼.


“이미 돈은 많고, 협회에서 집도 줬고. 자유야 한국에서도 충분히 누리고 있고. 제게 더 필요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


사실이었다. 각성을 이루고 최근 며칠 동안, 내가 원하던 것을 모두 이뤘다. 이젠 특별히 더 원하는 것이 없는 상황. 협회의 간판 헌터로 활동해달라는 협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원대한 뜻이나 특별한 꿈이 있어서 한 것은 아니었다.


“그, 그러지 마시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역으로 제안을 주셔도 좋습니다! 저희가 맞추지 못할 조건은 없다는 것을 잘 아시지 않으십니까?!”

“글쎄요. 오히려 전향하면 미국을 위해 뼈가 빠지게 일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제 겨우 노동에서 벗어났는데, 다시 노동자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고개를 돌려 성일을 보자, 성일 또한 미국행 티켓에 대해 별다른 감흥이 없는 듯 보였다.


예상치 못한 우리의 반응에, 적잖이 당황한 표정을 짓는 마이클 하퍼. 더 이상 꺼낼 말이 없는 것인지, 오히려 한국에 있을 때에 대한 단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너무 한국 협회를 맹신하시는 것 아닙니까! 저희가 두 분의 정보를 쉽게 알게 된 것도 협회에 정보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에게까지 뚫린 협회를 어떻게 믿겠습니까!”


점차 목소리를 높이는 마이클 하퍼. 그는 두 헌터를 순식간에 기절시킬 정도로 유능한 현장 요원이었지만,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에는 별다른 재능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그 형편없는 경호 인원들의 실력을 좀 보십쇼! 저희의 보호를 받았다면, 그들보다 몇 배는 빠르고 강한 경호 인력들을 투입했을 겁니다!”


마이클 하퍼는 흥분한 듯 커진 목소리를 내지르며 거칠게 일어났다.


덜컹-!


갑작스레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검은 양복의 사내들. 그들은 마이클 하퍼에게 다가왔다.


“팀장님, 너무 흥분하셨습니다! 일단 조금만 진정을 하시고...”


요원들의 만류에 마침내 정신을 차린 듯한 마이클 하퍼. 그는 민망하다는 듯 웃음을 지어보이며, 다시 박찼던 자리에 앉았다.


“크흠! 이거 본의 아니게 민망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됐습니다. 아무튼, 미국이 여러분을 모셔가고 싶다는 것만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마이클 하퍼는 말을 마치며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했다.


“지금 당장 대답을 원하는 겁니까?”


마이클 하퍼를 향한 성일의 물음. 그것을 들은 마이클 하퍼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당장 대답을 내놓으라는 것도 아닙니다. 만약 전향을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정리할 것들이 많을테니까요.”

“그럼 지금은 돌려보내 주십시오. 협회의 경호 인원을 제압하기까지 했으니, 협회에서도 난리가 났을 겁니다.”


성일의 말에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개인 경호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이 협회와의 계약 조건인데, 따져보자면 계약이 이루어지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협회가 계약 조건을 지키지 못한 것이었다.


“좋습니다. 다만 특별히 조심하십시오. 어젯밤 한국 협회의 경호 인원을 제압하는 것은 쉬웠습니다만, 그곳에 함께 숨어있던 중국의 헌터는 제압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중국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성일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이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는 마이클 하퍼. 그는 방의 문을 열고는 우리를 향해 손짓했다.


“차량은 캠핑장에 그대로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그곳으로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저희 집 앞까지 견인해주세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그럼요.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우리를 배웅하던 마이클 하퍼는 끝까지 성일의 집 주소를 묻지 않았다. 이미 성일이 사는 곳의 주소까지 완벽하게 확보했다는 것이겠지.


그렇게 배웅을 받으며 납치되었던 곳을 빠져나오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있었던 곳은 서울 시내 한복판의 주택가였던 것이었다.


“뭐야, 여기였어? 우리집까지 걸어서 갈 수도 있겠는데?”

“그러게나 말이다. 안전 가옥이 정말 곳곳에 있구나.”


내리쬐는 햇살에 묘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손목을 올려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전 11시. 서울은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시간이었다.


해를 보며 기지개를 켜는 성일은, 가까이에 있던 지하철역을 향했다. 성일과 헤어진 나는, 구석진 골목으로 들어가 공간 도약 스킬을 사용했다.


집까지는 고작 20분 거리였지만, 좀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피로가 몰려왔다. 쉽고 빠르게 집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힘들게 걸어갈 필요는 없었으니까.


#


“아직도 아무 소식이 없어?”

“죄송합니다. 아직까지는...”


불안한 듯 지휘실을 서성거리는 협회장 박정환. 곽춘봉 헌터가 납치된 시점에서 어느새 15시간 가량이 지났다. 근처의 CCTV와 카메라는 모두 동원했지만, 곽춘봉 헌터의 행방은 감감무소식. 그를 태운 자동차가 어디를 향했는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연결에 실패하여 삐 소리와 함께 소리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곽춘봉 헌터의 핸드폰으로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봤지만, 역시나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제발...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부우웅-!


때마침 울리는 박정환의 핸드폰. 박정환은 재빨리 핸드폰 화면에 표시된 발신인을 확인했다.


[우리 춘봉이]


그토록 기다리던 이름. 박정환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전화를 받아들었다.


“춘봉이! 자네 맞나! 괜찮나?! 지금은 어디인가!”


그리곤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아, 네. 일이 좀 있었습니다. 집에 오고 바로 잠들어서 이제 전화를 드렸네요. 찾아뵙고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지! 지금 당장도 좋네! 당장 집으로 차를 보낼테니까...”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공간 도약으로 곧장 협회장실에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협회장은 짧은 한마디를 내던지며 협회장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춘봉이가 돌아왔어...!”


협회장이 남기고 간 말에, 초긴장 상태였던 지휘실은 순식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춘봉이, 자네 괜찮나?! 다친 곳은 없고?!”


협회장실에 나타난 나의 모습을 보자마자, 이곳저곳을 살피는 박정환 협회장. 걱정이라도 하는 듯한 목소리에 공간 도약으로 급히 왔지만, 이 정도로 걱정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괜찮습니다. 당황하긴 했지만, 따로 해코지를 하거나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 다치지만 않았으면 됐어! 그럼 된 거야!”


협회장은 나의 대답에 안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춘봉이. 마음을 다 추스르기도 전에 자네에게 이런 것을 물어서 미안하네만, 자네를 납치한 놈들이 누구인지 우리가 아직 확인하지 못했어. 혹시 기억나는 것이 있는가?”


곧장 나오는 협회장의 질문. 아직까지 각성자관리협회는 나와 성일을 납치했던 조직의 정체를 확인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 CIA였습니다. 마이클 하퍼라고 하던데요?”


CIA라는 대답을 듣고는 눈이 커지는 박정환 협회장. 전혀 생각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확실한가? 스스로 CIA라고 밝혔나? 혹시 그게 정체를 숨기기 위한 거짓말일 수는...”

“확실합니다. 전향을 제안하러 온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를 숨길 리는 없지 않을까요?”

“전향? 전향을 제안했다고?!”


연달아 나오는 자극적인 단어들에, 협회장은 점점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정신 나간 놈들! 아무리 그래도, 동맹국의 헌터에게 전향을 제안하다니!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아, 중국에도 제 정보가 팔려나갔답니다. CIA가 말하기로는, 중국도 저와 성일이를 감시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잡아다가 아다만트 광산으로 쓰려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젠 얼굴까지 붉어진 협회장. 말하면 안 되는 것을 말했나 싶다가도, 특별히 비밀로 해달라는 말은 없었으니 괜찮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협회장은 심호흡과 함께 스스로를 조금씩 진정시켰다. 그리곤 나에게로 시선을 돌려 물었다.


“춘봉이, 설마 전향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혹시 우리가 서운하게 했다거나 뭔가가 부족했다거나 했다면 언제든 말을 해주게.” “에이, 그런 거 없습니다. 지금은 별로 필요한 것도 없고, 별로 해외로 나가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그래, 그래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말해주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협회장은, 이내에 책상에 있던 유선 전화기로 다가갔다. 그리곤 자신의 수행원을 불렀다. 수행원이 문을 두들기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1분.


수행원이 들어오자, 협회장은 지시를 내렸다.


“춘봉이를 납치한 건 CIA다. 그리고 중국도 정보를 입수한 채 춘봉이를 감시 중이었다고 하네. 지금 당장 내부의 쥐새끼를 찾아내게.”

“알겠습니다. 감사팀에게 즉시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게이트 관리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내일까지 헌터들이 파견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협회장에게 다가오며 요청이 담긴 문서를 내미는 수행원. 문서를 받아든 협회장은 가볍게 문서를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했네. 파견 가능한 헌터들에게 배치 일자 전달하게.”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수행원은 협회장실을 나갔다. 수행원이 나가고,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한 협회장. 문득, 게이트 공략 촬영이 취소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게이트 공략 촬영은 예정대로 하는 겁니까?”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협회장은 생각을 마쳤다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


“예정대로 진행하지. 경호 인력도 늘리고, 주변 통제도 강화하면 별다른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자네를 납치했던 CIA에는 내가 직접 항의하겠네. 그래도 괜찮겠나?”

“저야 별다른 상관은 없습니다. 삼척까지의 이동은 어떻게 할까요?”

“우리가 헬기로 지원하겠네. 그리고, 조금만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스킬을 써서 안전지대로 피신하게. 우리도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번 사건으로 확신이 사라졌으니까 말이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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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삼척 레이드 (6) 24.09.14 571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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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삼척 레이드 (4) 24.09.12 631 10 12쪽
25 25. 삼척 레이드 (3) 24.09.12 643 11 12쪽
24 24. 삼척 레이드 (2) 24.09.11 677 9 12쪽
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694 12 12쪽
22 22. 농경 사회로의 진입 24.09.09 716 11 12쪽
21 21. 계약 24.09.08 732 12 12쪽
20 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24.09.07 759 12 12쪽
19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788 14 12쪽
18 18. 채권 인수 24.09.05 822 15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825 14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834 15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826 14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865 15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901 16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930 17 12쪽
11 11. 떡락 24.08.29 942 16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1 24.08.28 966 16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984 19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1,019 17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1,060 19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1,090 21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1,138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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