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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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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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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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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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차례로 불리는 주민들의 이름. 호명이 된 주민은 나의 앞으로 걸어나와, 자신에게 온 우편물을 받았다. 4년이라는 시간의 간극 때문인지, 몇몇 주민은 편지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렇게 5명의 주민이 우편물을 받고, 중국 소속 헌터 5명의 차례. 다들 한껏 기대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여러분께는 좋지 못한 소식이 있습니다. 중국으로 보낸 편지가 모두 반송되었습니다. 제 손에 있는 이 우편물은 반송되어 돌아온 것들입니다.”


순식간에 얼어붙은 주민들의 표정. 한쪽에서는 가족들의 소식에 행복과 감동의 도가니가 되었지만, 한쪽은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는 절망적인 분위기가 되었다.


표정이 굳은 샤오룽이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이해가 안 돼. 한두 명도 아니고, 우리 다섯 명의 편지가 모두 반송되었단 말이야?”

“그러니까. 중국 정부에서 반송을 해버린 거 아니야?”

“설마. 편지를 한 장 한 장 다 열어보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벌써 잊었어? 우리 전부 당국의 감시 대상이었잖아. 아직도 우리 가족들을 감시하고 있을 수도 있어.”


반송당한 편지를 받아든 중국 소속의 헌터들은, 자신들끼리 모여 반송이 된 이유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의견은 대부분 중국의 정부에 의해 반송이 된 것으로 모아졌다. 하지만 나에겐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고민하던 웨이첸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조심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이장님, 정말 무리한 부탁인 것을 알지만... 저희 가족에게 직접 찾아가 주실 수 있습니까?”

“직접이요? 중국으로?”

“무척이나 어려운 부탁인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면, 가족들은 모두 저희가 죽은 줄 알고 있을 겁니다. 최소한, 소식이라도 전하고 싶습니다.”


웨이첸의 간절한 눈빛. 자본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시간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그냥저냥 여행으로 다녀올 수도 있는 것이니까.


다만, 그 여행자가 헌터라면 말이 조금 달라진다. 헌터 협회에서 관리하는 헌터의 신상은 국가 기밀 사항. 군사 기밀만큼이나 중요한 사항으로 다루는 정보이다.


그러다보니 헌터의 출국도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 특히나 익명으로 활동하는 헌터의 경우에는, 출국 심사에서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나는 급격히 떠오른 A등급의 익명 헌터이다. 내가 만약 중국으로 출국한다면 분명 협회에도 소식이 전해질 터.


“죄송하지만, 당분간은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선, 본의 아니게 협회에 눈도장이 찍혔습니다. 그리고 A등급의 헌터는 망명과 같은 이유로 출국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중국 헌터들. 그들 또한 높은 등급의 헌터였기에, 인적자원을 잃지 않으려는 국가의 태도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해합니다. 다만, 늦어도 좋으니 언젠간 소식을 전할 방법을 찾아주십쇼. 그렇게만 된다면, 이 마을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턱-!


갑작스레 약속이라도 한 듯, 다 함께 무릎을 꿇는 중국 헌터들. 마치 주군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장수들처럼, 그들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부담을 주면, 열심히 해보는 수 밖에 없잖아.’


어쩌다보니 충성맹세를 대가로 무언가를 약속해버린 꼴이 되어버렸다.


#


협회의 회의실. 최근 일주일 동안 너무나도 많은 사건이 있었기에, 길어질 수밖에 없는 회의였다.


“조사 결과, 자원유통사업단 비리 사건의 2조원이 볼텍스 헌터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국고에서는 이미 그 돈이 나갔고, 조은상이 그걸로 더러운 짓을 하려고 했다?”

“네. 결과적으로는 100kg을 2조원을 주고 사버린 꼴이 되어서, 사업단은 개인 채무로 넘겨버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볼텍스에게 조은상의 2조원라는 채권이 생긴 것이죠.”


협회장은 한숨을 쉬며, 테이블 위에 올라간 문서를 한 장 넘겼다. 아다만트 원석의 시세에 관한 것이었다. 브리핑을 하던 직원도 곧장 스크린 속 자료를 따라 넘겼다.


“현재 아다만트 원석의 시세는 그램 당 8만원 가량입니다. 그리고 조은상 단장은 구치소에 수감 되어 조사 중입니다.”

“그러게, 감당할 수도 없는 일은 왜 하는 거야? 그 2조를 갚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협회장님? 저희가 또 한 가지 생각을 해본 것이 있습니다.”

“말해봐.”


다시 넘어가는 스크린. 이번에는 서울 던전 브레이크 사건에 관한 인터넷 기사들이었다. 대부분은 곽춘봉 헌터와 볼텍스 헌터의 활약상에 관한 것.


“우선 어제의 그 사건으로 곽춘봉 헌터가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알고 있네.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내가 직접 했으니까.”

“유출된 일부 동영상에서는 볼텍스 헌터와 곽춘봉 헌터가 함께 합을 맞추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아마도 미리 찍어두었다가, 통제를 벗어난 후에 배포가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서울 한복판이니 어쩔 수 없지.”


딸깍!


스크린이 넘어가자, 이번에는 곽춘봉 헌터와 볼텍스 헌터가 대화를 하는 장면과 함께 수인들을 처치하는 동영상이 나타났다. 심지어는, 옥상에서 수많은 수인족 몬스터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세세히 촬영된 동영상까지 있었다.


“저희도 동영상 유출을 막으려 최선을 다했지만, 너무나도 배포 속도가 빨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곽춘봉 헌터와 볼텍스 헌터에 대한 여론의 호감이 상승했습니다.”

“김지환 헌터가 오히려 묻혔지. 참 이례적이야. 근데, 저 두 사람은 그럼 원래 아는 사이였던 건가?”

“바로 그 지점을 활용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브리핑을 하던 직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곤 곧장 나타나는 계획서. 협회장은 미리 테이블 가운데 올라가 있던 얇은 계획서를 집어 들었다.


“협회장님께서 곽춘봉 헌터를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하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마스코트까지 제안했다고 하셨지요.”

“그래. 내가 생각해도 웃기긴 했어. 하지만, 그런 캐릭터가 어디 있겠나. 한국적인 멋을 내는 최상급 헌터라니.”

“볼텍스에게 지급되어야 할 2조원에 대한 문제를 저희가 해결해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만약 볼텍스와 곽춘봉 두 사람이 친구 관계라면, 협회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좋아질 것 아닙니까? 어쩌면, 곽춘봉 헌터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천천히 계획서를 읽는 협회장. 그는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는, 안경을 벗어 내려놓았다.


“2조원이라... 확실히 큰돈이긴 하지. 하지만 그 돈으로 A등급 헌터 두 명의 신뢰를 얻는다? 어쩌면 남는 장사일지도 몰라.”


미간을 짚으며 고민을 이어가던 협회장은, 결정이라도 한 듯이 몸을 일으켰다.


#


‘공간 도약’ 스킬을 몇 번 더 시도해본 결과, 이 스킬에 관한 조건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로, 이 스킬로는 가본 경험이 있는 곳만 갈 수 있다는 것. 그 장소의 세세한 이미지를 온전히 떠올릴 수 있어야만 그 장소로 이동이 가능했다.


성공한 곳은 자주 가던 곳이나 선명한 기억이 있는 장소 정도. 성일의 집과 동네 마트는 자주 가던 곳이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고, 학창 시절 수학 여행으로 갔던 제주도의 어느 여행지도 갈 수 있었다. 명확한 지명을 몰랐음에도 말이다.


두 번째로, 거리가 멀수록 큰 피로감이 나타난다. 마법을 쓰는 헌터들은 마력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가 있으며, 이것으로 한계점을 가늠한다. 하지만 나는 상태창의 어디를 뒤져도 마력이라는 항목이 없었다.


제주도를 한 번 다녀왔을 뿐인데, 곧장 쓰러져 3시간을 잤다. 이것이 체력처럼, 자주 사용할수록 느는 것인지에 대한 것은 앞으로 연구를 더 해봐야 한다.


똑딱!


볼펜의 뒤를 누르자, 펜촉이 모습을 감추었다. 중국 헌터들의 부탁을 고민하던 중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역시나 ‘공간 도약’.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갈 수도 없을뿐더러 체력도 역부족.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비상 탈출용으로는 쓸 수 있겠지.


머릿속이 복잡해지자, 피로가 몰려왔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참 많은 생각을 해도 집중이 잘 되었는데. 묘한 기분이 스쳐간다.


띵동-!


현관에서 울리는 초인종 소리. 문을 여니 서있는 것은 성일이었다.


“태우야! 일단 한 대만 맞자!”


빡-!


다짜고짜 팔을 때리는 성일. 힘 조절을 한 것이겠지만, 꽤나 아프다.


“뭐야! 갑자기 찾아와서 왜 때려!”

“남의 집에 그렇게 스킬까지 써가면서 함부로 찾아오면. 돼요, 안 돼요?”

“너희 집은 돼요.”


빡-!


다시 들려오는 주먹 소리.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가벼운 인사가 끝난 후에야, 집에 들어오는 성일이었다.


“그래서, 진짜 무슨 일인데?”

“태우야, 그 2조원 있잖냐.”

“아, 그거? 못 받을 것 같다며. 왜?”

“협회에서 해준대.”


예상치 못한 소리. 비리 사건이 터지고, 성일과 나는 2조원이라는 돈에 대해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2조원이라는 거금을 어떻게 개인 채무로 받아낼 수 있겠는가.


“자세히 좀 말해봐. 갑자기 협회가 그걸 왜 해줘?”

“정확히는, 채권을 인수해주겠다고 했어. 아마 협회 산하 기관이라서 그런가 봐.”

“왠일로 꼬리 자르기를 안 하네? 공인마크 달린 기관들은 맨날 자기들 짓 아니라고 하던데. 협회는 좀 다른가?”

“나도 좀 놀랐어. 협회는 그래도 좀 책임감이 있나 봐.”


2조원이 지급된다면, 타카시의 무기를 팔지 않아도 원활한 식량 수급이 가능하다. 물론, 지금까지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자연스레 리모콘을 찾아 TV를 트는 성일. 자주 와서 그런 것인지, 아주 제 집이 따로 없다.


“돈도 생겼는데 이사해야지? 내일부터 집 보러 다녀봐.”

“그러게. 막상 돈이 생기니까 뭘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네. 어디 좋은 동네 있어?”

“살아보고 싶었던 동네 없어? 그 돈이면 한강 보이는 최고급 아파트도 가능할걸.”

“한강뷰 좋지. 그럼 부동산을 가야 하나?”

“가서 제일 좋은 걸로 달라고 해.”


자연스레 손가락이 가는 배달 어플. 시간을 보니 어느새 시간은 오후 2시. 비싼 집이 어쩌고 이야기를 해도, 결국 손이 가는 것은 맛있는 음식이다.


“점심 먹었어?”

“먹으러 왔지. 맛있는 것 좀 시켜봐.”


던전 브레이크라는 거대한 사건을 경험한 지 고작 3일이 지났지만, 벌써 오랜 일로 느껴진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영화를 바라보던 성일은, 무언가 생각이라도 난 듯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맞다! 협회에서 2조원 채권 인수해준다고 하고 나서 뒤에 다른 말도 있었다!”

“뭔데?”

“곽춘봉 헌터한테 말 좀 잘 해달라는데?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고.”

“아... 그게 목적이었구나.”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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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548 12 12쪽
» 18. 채권 인수 24.09.05 579 12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581 11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89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1 12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2 13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643 13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661 14 12쪽
11 11. 떡락 24.08.29 671 13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24.08.28 689 13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701 15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728 13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751 14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782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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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4. 거래소 24.08.22 841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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