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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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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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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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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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혼돈의 도가니

DUMMY

급하게 대피하는 사람들을 따라 대로변에 나오자, 도심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이미 자동차들은 서로 얽혀 움직일 수 없었고, 다급해진 사람들은 자동차를 버리고 어딘가를 향해 달렸다.


파도처럼 밀려가는 인파들을 보자, 팀장은 곧장 자신도 그 물결에 몸을 맡겼다.


“뭐하는거야! 직원 말 들었잖아! 빨리 도망가야지!”


그렇게 점차 멀어지는 팀장의 모습. 어느 때보다 빠르게 달리는 팀장은,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칼을 흩날리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쿵-!


멀지 않은 곳에서 울리는 충격음. 충격음이 들려온 곳은 바로 회사가 있던 건물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도망가고 사라진 수많은 인파.


핸드폰은 뒤늦게 재난문자를 울렸다.


[긴급 재난 문자 – 던전 브레이크 발생. 던전 위치 반경 1km 이내에 모든 인원 대피 권고.]


‘젠장. 항상 한 박자씩 늦는다니까.’


충격음이 들려왔던 건물에서 뒤늦게 빠져나오는 사원들. 모두 같은 회사의 직원들이었다.


“태, 태우씨! 회사건물에 게이트가...!”

“여기서 이러지 말고 빨리 도망쳐요! 빨리!”


짧은 몇 마디를 던지며 그들은 어딘가를 향해 달렸다. 그러나 건물에서 빠져나온 인원은 고작해야 10명 남짓. 회사의 직원은 30명 가까이 되었을 텐데.


머릿속에서는 자꾸만 들어서는 안 될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20명쯤 되는 인원이 아직 회사에 갇혀있을지도 몰라.’


블랙 기업이었고, 어떤 좋은 기억도 없는 곳이지만, 직원들은 죄가 없다. 그들은 모두 나처럼 한 명의 악인에 의해 착취당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런 불쌍한 사람들의 말로가, 소처럼 일만 하다 다짜고짜 터져버린 던전 브레이크에 의한 사망이라니.


“에이씨, 진짜! 이러다 단명하는 건데!”


나의 다리는 이미 건물의 안을 향하고 있었다.


언제나 사람들이 붐볐던 1층의 로비는 죽은 듯한 적막만이 감돌았다. 회사의 사무실이 위치한 곳은 4층. 만약 그들이 살아있다면, 아직 4층에 숨어있겠지.


조심스레 비상계단의 문을 열고,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갔다.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밟을 때마다, 고요한 비상계단에는 발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울렸다.


크륵-!


꽤 멀리서 들려오는 이질적인 소리. 마치 맹수가 무언가를 찾을 때 내는 소리와도 같은 것이, 메아리가 되어 들려왔다.


순식간에 곤두서는 신경과 밀려오는 오싹한 기분. 몬스터의 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에 대한 자각이 몰려왔다.


‘이제라도 돌아가?’


아무리 머리를 써봐도, 뒤늦게 도망간다는 선택지는 합리적이지 못했다. 텅 빈 거리에서 혼자 뛰어봤자, 움직이는 목표물밖에 더 되지 않겠지.


그리곤 불현듯 떠오른 카타시의 구군복. 좀 화려하긴 해도, 성능만큼은 확실했으니.


펄럭-!


인벤토리에서 구군복을 꺼내 몸에 두르자, 옷은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 매어졌다. 하지만 옷이 펄럭거리던 소리가 너무 컸던 것인지, 비상계단에 꽤나 큰 메아리가 울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몬스터의 소리.


크르륵-!

쿵-! 쿵-!


이번에는 몬스터의 숨소리 뿐만 아니라, 걸음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묵직한 그것의 발소리는, 결코 크기가 작지 않음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싸워야 할 수도 있다...!’


조심스레 인벤토리에서 활과 화살을 꺼냈다. 점점 크게 들려오는 발소리. 몬스터는 이미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음이 분명했다.


어느새 머리 위에서 곧장 들려오는 발소리. 조용히 활에 화살을 올리고는 시위를 당겼다. 긴장한 탓이었는지, 시위는 지난번 당겼을 때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졌다.


‘보이면 곧장 쏜다...!’


앞으로 겨눈 화살촉이 조금씩 떨려왔다. 시위가 무거워서라기보단, 공포에 의한 떨림에 가까웠다.


투둑-!


마침내 마지막 계단을 내려오며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 호랑이의 머리를 가졌지만, 인간처럼 두 발로 서있는 그것은 수인의 형상을 보였다.


몬스터의 시선은 나와 마주치자, 몬스터는 손에 들린 묵직해 보이는 검을 들어 올렸다. 그 검이 나를 향하리란 것은 너무나도 뻔했다.


핑-!


활에 올린 화살은, 시위가 놓이며 빠르게 수인을 향해 날았다.


수인은 화살이 날아오름과 동시에 검을 눕혀 몸을 가렸다. 과연 동물적인 감각이었다. 화살이 수인의 몸에 닿기도 전에, 이미 수인의 검은 화살의 궤적을 정확히 막아섰다.


⎥[알림!] 고유 특성 ‘관통’ 발동!⎥


화살의 비행과 함께 나타나는 상태창의 알림. 쏘아낸 화살은 수인의 검과 닿으며 고유 특성을 발동해냈다.


쨍-!


금속이 깨지는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울렸다. 수인의 검은 여러 조각으로 깨어지며 흩어졌고, 화살은 자신의 궤적을 이어갔다.


그와 동시에 일어나는 콘크리트 먼지. 깨진 검의 조각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이미 화살은 수인의 목을 꿰뚫어, 뒤에 있던 콘크리트 벽에 박힌 것이었다.


목이 꿰뚫린 수인은 힘없이 주저앉아 숨을 거두었다. 꿰뚫린 수인의 목에서는 초록빛 피가 흘러내렸다.


“후-”


그제야 비로소 긴장이 풀렸는지, 큰 숨이 내쉬어졌다. 죽은 수인을 지나 벽에 박힌 화살을 뽑아내자, 콘크리트 뒤로 작은 구멍이 뚫렸다.


찰나의 순간에 지나간 첫 몬스터 사살. 그제야 비로소 드는 내가 헌터가 되었다는 자각. 그리곤 동시에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곧장 계단을 올라 4층의 문을 열자, 그야말로 난장판이 된 사무실이 눈에 들어왔다. 모든 유리창은 조각조각 깨어져 형체를 알아볼 수조차 없었고, 천장에서는 몇 개의 타일들이 덜렁거리며 간신이 매달려 있는 모양새였다.


몸을 낮추고 조심스레 사무실을 살펴보니, 비로소 보이는 직원들. 그들은 모두 공포에 질린 눈으로 한구석에 모여 자신의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주변으로 보이는 것은 경계라도 서는 듯한 두 마리의 수인.


좀 전에 뽑아낸 화살을 활에 올리고는, 조심히 시위를 당겼다.


드득-!


화살의 촉이 활을 쥔 손에 가까워지자, 활에서는 한계에 도달한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화살의 속도가 가장 강한 타이밍이었다. 그와 동시에 겹쳐진 두 마리의 수인.


핑-!


순식간에 날아간 한 발의 화살은, 두 수인의 머리와 유리창을 뚫어내며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 두 수인이 고꾸라지자, 비로소 고개를 드는 직원들.


다행스럽게도, 4층에 위치한 수인 몬스터는 방금 죽은 두 마리가 전부인 듯 보였다.


가장 먼저 고개를 든 것은 늘 옆자리에 앉던 압사 동기. 그의 시선과 함께 한순간, 아차싶은 생각에 고개를 돌려 얼굴을 가렸다.


익명성을 포기하는 것은 신상 공개로 인한 무수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


‘젠장, 한 명이 이미 얼굴을 본 것 같은데...!’


얼굴을 가리려 모자를 누르자, 모자에서는 하회탈 하나가 내려왔다. 이것은 분명 타카시의 작품이리라. 당장 급한 것은 얼굴을 가리는 것이니, 곧장 탈을 썼다.


타카시의 솜씨 덕분인지, 탈은 얼굴을 완벽히 가렸음에도 시야나 호흡에 어떤 지장도 주지 않았다.


탈을 쓴 채 다가가니, 구조하러 온 헌터의 모습에 안심하는 직원들.


“다치신 분은 없으십니까! 비상계단은 아직 안전하니, 계단을 통해 나가십시오!”


공포에 질려있던 직원들은 고분고분 나의 말을 따라 비상계단을 향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계단을 향하는 입사 동기에게 얼굴을 봤는지 조용히 묻자,


“못 봤습니다. 봤다고 하더라도 무덤까지 안고 가겠습니다!”


꽤나 만족스러운 대답. 전부터 눈치 하나는 끝내주던 친구였으니, 믿어도 되겠지.


“그리고, 위층에 대피하지 못한 인원들이 더 있습니다! 그리고, 사장님도 옥상으로 담배를 피러 가셨다가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마지막 말을 남기고, 동기는 계단의 아래로 향했다. 이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마음 편히 도망갈 수 있었겠지만, 이미 들은 이상 어떻게 그냥 가겠는가.


“사장 혼자 남았다면 그냥 나갔을텐데...”


조용히 혼자 아쉬운 말을 뱉으며, 다시 비상구를 향했다.


#


“군 소속 헌터 투입까지 얼마나 걸려?!”

“5분 대기조가 현재 헬기로 이동 중입니다! 도착까지 남은 시간은 15분입니다!”


게이트가 서울 한복판에 나타난 지 정확히 5분이 지났을 무렵, 각성자관리협회 또한 이를 감지하고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5분 대기조를 파견했다.


평소였다면 게이트가 열리기 전, 상당히 많은 마력이 방출된다. 그럼, 도시 곳곳에 위치한 감지기가 이를 감지하여 협회에 신호를 보냈다. 신호를 받은 협회는 미리 헌터를 파견해 던전 브레이트를 막는 방식.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게이트의 특성 덕분에, 게이트가 열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던전 속 몬스터가 튀어나와 버리는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한다. 협회 또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속히 헌터를 파견하는 것.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협회장님 들어오십니다!”


지휘통제실로 다급하게 협회장이 들어오자, 통제실 안에 있던 인원들은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어떻게 된 건가! 사전에 마력이 감지되지 않았다는 것이!”

“말씀 그대로입니다! 감지기에는 어떤 마력도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감지기 고장 가능성은?!”

“적긴 하지만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곧장 중앙 모니터로 향하는 협회장의 시선. 거대한 중앙 모니터에는 서울시의 지도와, 작전지역으로 이동 중인 5분 대기조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파견된 5분 대기조의 등급은 얼마나 되나?!”

“B등급도 있지만, 대부분 C입니다. 피해 상황 집계는 아직입니다!”

“가능한 헌터 소집 서둘러! 가용 가능한 교통시설은 전부 동원하고!”


헌터 소집. 말 그대로, 헌터들의 상태창으로 소집령을 알리는 것이다. 소집령이라고 해서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까운 헌터는 즉시 게이트로 향하는 것이 그들 사이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그때 들려온 희소식.


“볼텍스 헌터가 5분 거리에 있다고 합니다! 지금 즉시 게이트의 위치로 이동하겠다는 답신이 왔습니다!”

“좋았어! 만약 게이트의 등급이 높으면 블랙홀 사용도 허가한다고 전해!”

“화면 들어옵니다!”


중앙 모니터에 CCTV로 보이는 여러 화면이 나타났다. 모두 게이트가 나타난 건물의 CCTV였다. 게이트가 위치한 곳은 건물의 옥상. 그곳에는 도망치지 못한 직장인 여럿이 수인으로 보이는 몬스터들에게 둘러 쌓여 있었다.


“저게 뭐야...? 지금 몬스터가 인간을 인질로 잡은 거야?”

“몬스터가 인간을 인질로 잡을만한 지능이 있다고?”


화면이 인질을 비추자, 통제실 전체가 술렁였다.


“다들 조용! 시민들이 살아있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당장은 시민들을 구출하는 것에만 집중해!”

“건물 안에 헌터가 한 명 있는 것 같습니다!”


동시에 넘어가는 또 다른 화면. CCTV에 적힌 층수는 4층. 화면 속 헌터는 한국의 전통의상으로 보이는 것을 입고는, 두 마리의 수인에게 활을 쏘았다. 단 한 발로 두 마리의 수인 몬스터는 머리를 관통당하며 쓰러졌고, 헌터는 곧장 건물에 갇힌 시민들을 대피시켰다.


“이미 헌터가 있었군! 그래, 저 헌터는 누군가?! 수인 몬스터 두 마리를 일격에 쓰러뜨린 것을 보면, 상당히 높은 등급의 헌터일텐데!”


밝아진 협회장의 목소리와는 반대로, 누구도 현장에 있는 헌터를 알아보지 못했다. 시스템을 통해 확인하고 나서야 들리는 목소리.


“최근에 등록된 헌터입니다! 익명 헌터이고, 등록명은...”

“곽춘봉입니다!”


작가의말

여름 감기가 많이 독합니다.

모두 건강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

선호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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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삼척 레이드 (8) 24.09.16 320 8 12쪽
29 29. 삼척 레이드 (7) 24.09.15 352 8 12쪽
28 28. 삼척 레이드 (6) 24.09.14 352 12 12쪽
27 27. 삼척 레이드 (5) 24.09.13 370 9 12쪽
26 26. 삼척 레이드 (4) 24.09.12 406 8 12쪽
25 25. 삼척 레이드 (3) 24.09.12 423 9 12쪽
24 24. 삼척 레이드 (2) 24.09.11 460 7 12쪽
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476 10 12쪽
22 22. 농경 사회로의 진입 24.09.09 492 9 12쪽
21 21. 계약 24.09.08 510 10 12쪽
20 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24.09.07 524 9 12쪽
19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548 12 12쪽
18 18. 채권 인수 24.09.05 579 12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582 11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89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1 12 12쪽
»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3 13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643 13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662 14 12쪽
11 11. 떡락 24.08.29 672 13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24.08.28 690 13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701 15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729 13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751 14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783 16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820 14 12쪽
4 04. 거래소 24.08.22 841 17 12쪽
3 03. 으리으리한 협회 24.08.21 881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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