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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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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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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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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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협회장의 제안

DUMMY

“상황 종료! 인근 지역 통제 완료되었으니, 더 이상 얼굴 가리실 필요 없습니다!”


상황을 통솔하는 지휘관의 말에, 성일과 몇몇 헌터가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었다. 내가 탈 벗는 것을 머뭇거리자, 곧장 탈을 잡아채는 성일.


“지금은 신원 노출 안 되니까 얼굴 안 가려도 돼!”


손에 쥐어진 탈은 인벤토리에 들어간 듯 희미해지며 사라졌다. 훤히 드러난 나의 얼굴을 향해 화내듯 묻는 성일.


“너 던전 안 들어간다며? 도대체 여기서 뭐 하고 있었던 거야? 그 장비들은 또 뭐고?”

“다니던 회사 팀장이 밥 사준대서 잠깐 온 거야. 여기가 그 회사 건물이고.”

“맙소사! 그냥 도망가지 그랬어.”

“안에 직원들이 못 나갔다는데 어떻게 그래.”


웃는 얼굴에는 침도 뱉을 수 없다고 그랬던가. 허탈한 웃음을 짓자, 성일도 별안간에 얹힌 무언가가 풀린 모양이었다.


“너 지금 상당히 유명해진 건 알아?”


피식 웃으며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성일. 모른다는 표정을 짓자, 곧장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틀고는 나에게 건넸다.


전통 의상을 입고 활을 쏘며 시민들 구하는 헌터의 영상. 조금 전 나의 모습이었다.


“이게 왜 여기서 나와? 니가 찍었냐?”

“그럴 리가. 서울 한복판에서 그런 의상으로 활약해주신 덕분에 인터넷에선 이미 유명인사가 되셨습니다요.”


동영상 아래에 나타나는 추천 동영상들. 전부 영상에 나온 헌터에 관한 것이었다. 동영상은 업로드 된 지 20분 만에 10만 조회수를 넘어가고 있는 상황.


새로운 화젯거리에 뜨겁게 달궈진 미튜브를 둘러보던 중, 군소속 헌터의 지휘관이 다가왔다.


“혹시 곽춘봉 헌터님 되십니까?”

“네, 제가 곽춘봉입니다.”

“각성자관리협회 협회장님께서 뵙기를 원하십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헬기로 모시겠습니다.”


무려 협회장이 나를 불렀다는 소리.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에 납득이 되었다. 대낮에 서울에서 던전 브레이커가 터진 것도 큰일인데, 시민들을 구해낸 놈이 한복을 입고 날뛰는 신입 헌터라니. 내가 협회장이었어도 당장 앞에 대령하라고 했을 터.


“살면서 헬기를 다 타보겠네. 좋아요, 갑시다. 성일아, 너도 갈래?”


성일을 향해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할 일 많아. 등록명 지어준 게 누군지 잊지나 마.”


지휘관은 옥상에 가까이 다가온 헬기로 안내했다. 헬기의 내부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단단한 의자에, 천장에 선이 연결된 헤드셋. 그게 전부였다.


“협회로 이동하겠습니다.”


헤드셋을 통해 들려오는 파일럿의 목소리. 그와 동시에 헬기는 앞으로 기울어지는 듯하며 비행을 시작했다.


협회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10분 정도. 역시나 항공수송의 속도는 어마어마했다.


헬기는 협회 건물 옥상에 나를 내려주고는, 급히 어디론가를 향해 날아갔다. 옥상에는 직원 몇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들은 협회장이라는 사람에게 나를 데려갔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협회 건물을 걸으면서도 직원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협회장실이라고 적힌 방 앞에 서고 나서야, 나에게 시선이 끌린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탈은 이미 인벤토리로 들어갔지만, 구군복이라는 이름의 이 한복은 여전히 나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21세기에 사극 속 사또 나으리가 입을만한 옷을 입고 있었으니, 관심이 끌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노크와 함께 협회장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큼직한 TV를 보며 차를 마시고 있는 거대한 체격의 사내였다.


“어서 오십시오. 각성자관리협회의 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정환이라고 합니다. 협회의 직원들은 모두 비밀 유지 각서를 쓴 상태니, 신원 노출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조금 전의 상황은 전부 지켜봤습니다. 꽤나 화려하시더군요.”

“의도한 건 아닙니다. 우연히 주변을 지나다가...”

“저 TV 보이십니까? 지금도 온통 우리 곽춘봉 헌터님 이야기뿐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언론과 미디어에 상당히 노출이 되셨습니다.”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의자를 가리키는 협회장. 그의 손짓을 따라 의자에 앉자, 그는 큼직한 TV 모니터에 이미지 하나를 띄웠다. 내가 입었던 구군복의 사진이었다.


“사실은 제안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 이렇게 곧장 뵙기를 요청드렸습니다.”

“어떤 제안이요?”


TV에 띄워진 구군복의 이미지가 넘어가고, 새로운 이미지가 나타났다. 하회탈을 쓴 증명사진과 함께, 나의 등록명과 정보가 적힌 이미지였다.


“헌터님의 등록명, 그러니까 ‘곽춘봉’이라는 이름이 오늘의 활약상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의도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헌터님께서는 상당히 한국적인 멋을 잘 부려주셨구요.”


협회장의 시선은 내가 입고 있는 구군복을 향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협회 직속 헌터가 되어 간판 헌터로 활동해주셨으면 합니다. 일종의 마스코트지요.”

“뭐가 되어달라고요?”


전혀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다. 아마도 이번 사건에 대한 보상이나, 혹은 상황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마스코트라니.


“죄송하지만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헌터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등록도 익명 헌터로 되어있을 텐데요.”

“공개적으로 활동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곽춘봉’이라는 헌터의 이미지를 저희가 활용해보고 싶다는 뜻입니다. 헌터님의 익명성은 반드시 보장해드리겠습니다!”


협회장은 꽤나 대단해 보이는 열의를 보였다. 무거워 보였던 첫인상과는 달리, 말을 할수록 열정이 넘친다는 느낌.


“제안해주신 것은 감사하지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정식으로 협회 소속 헌터가 되면 많은 혜택이 주어집니다. 개인 경호에 주택 제공, 일부 세금 면제. 물론 월급도 많습니다.”

“제가 돈이 급한 상태는 아닙니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주신 것은 감사합니다만, 당장은 답변을 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완곡한 거절에 아쉬운 표정을 짓는 협회장. 그는 속이 탄다는 듯이 테이블에 있는 차를 들이마셨다.


“정 그러시다면,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마음이 바뀌시면 언제든 제게 연락해주십시오.”


협회장은 명함을 꺼내, 나에게 건넸다.


[각성자관리협회 협회장 박정환]


협회장의 명함을 지갑에 밀어 넣으며, 몸을 일으켰다.


“더 이상 용건이 없으시면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네, 곽춘봉 헌터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활약하신 영상에 대해서는 등록명을 공개해도 되겠습니까?”


어차피 등록명의 용도는 익명성을 지키기 위한 것. 이것까지 거부할 이유는 없었기에,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등록명은 상관없습니다. 신원 노출만 안 되게 잘 신경 써주세요.”


대답을 들은 협회장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의 친절이 조금은 부담스러웠기에, 서둘러 구군복을 인벤토리에 넣고는, 문을 열었다.


이제 집을 향할 시간. 그러던 중 떠오른 생각.


‘아공간으로 곧장 집에 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상태창은 나의 생각이라도 읽은 듯, 알림을 보내왔다.


⎥[알림!] 고유 스킬 ‘공간 도약’이 확인되었습니다.⎥

⎥달성 조건 – 수인족 몬스터 처치 (0/3)⎥

⎥제한 시간 – 무기한⎥


상상했던 스킬이 그대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몇몇 스킬은 필요에 의해 획득 조건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였다.


‘공간 도약’이라는 스킬명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편안한 이동. 어쩌면 앞으로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근데, 수인족 몬스터 처치가 조건이야? 이미 던전 브레이크는 다 끝났는데?’


밀려오는 아쉬운 마음. 기한이 무기한이었기에 조급할 것은 없었다. 다만, 좀 전의 던전 브레이크에서 처치한 수인족 몬스터는 못해도 수십. 미리 이 스킬이 나타났더라면 이미 쉽게 달성이 되었을 터.


곰곰이 생각하며 뒷문으로 건물을 나서자, 일렬로 늘어져 있는 택시. 협회에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었지만, 매번 택시들은 뒷문에서 손님을 받곤 했다.


택시의 창밖으로 지나가는 정문이 보였다. 그곳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빠른 정보통은 택시 기사님이겠지.


“무슨 일이래요?”

“오면서 기자한테 들었는데, 무슨 대단한 인물이 나타났대요. 이름이 춘식이랬나? 오늘 협회의 공식 발표가 있다고, 그거 찍으러 간대요. 뒷문에 밀려있는 택시들, 그거 다 기자들이 타고 온 택시에요.”


역시나 쏟아져나오는 정보. 만약 정문으로 나왔다면, 붐비는 인파를 열심히 뚫고 나와야 했겠지.


탁월한 판단에 감탄을 하고 있을 무렵, 갑작스럽게 나타난 상태창은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알림!] ‘배출구(Lv.1)’가 발동되었습니다.⎥


“뭐?!”


블랙홀이 빨아들인 것을 아공간으로 뱉어내는 배출구. 그 배출구가 방금 발동되었다. 아공간 마을은 이제 기틀이 잡힌 상태인데, 만약 그 위로 배출물이 쏟아진다면 마을은 순식간에 매몰될 터.


“기사님, 조금만 빨리요! 5분 안에 도착하면 따따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보다 좋은 동기부여는 없다고 했던가. 택시의 엔진은 본격적으로 괴성을 내지르며 분노의 질주를 시작했다. 택시의 속도는 순식간에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를 넘어섰다.


끼이익-!


거친 타이어음과 함께 목적지에 도착한 택시. 걸린 시간은 불과 4분. 미터기를 슬쩍 보니7,200원이 요금으로 찍혀있었다. 지갑을 여니 안에 있는 지폐는 5만원권 뿐. 빠르게 한 장을 앞자리로 넘겼다.


“잔돈은 됐습니다!”


미소짓는 기사 뒤로, 택시의 문을 닫으며 급히 집의 현관문을 향했다. 문 앞에 택배와 우편 몇 개가 있었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아공간 마을. 택배 몇 개에 신경을 쓸 겨를은 없었다.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곧장 외치는 ‘아공간 탈주’.


눈앞 풍경이 선명해지며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백악관을 빼다 박은 마을 회관. 서둘러 마을을 둘러보니 망가진 건물은 하나도 없었다. 다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주민들 또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곤 아다만트 광산 너머로 피어오르는 흙먼지. 배출구에서 무언가가 쏟아지며 올라온 먼지가 분명했다. 만약 주민들이 저것을 모두 봤다면, 조사를 위해 저곳을 향했을지도 모르는 일.


“레이첼! 타카시! 웨이첸!”


먼지가 피어오른 곳을 향해 달리며 주민들의 이름을 부르자, 멀지 않은 곳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태우! 이쪽이야!”


레이첼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언덕을 넘자,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전투의 현장. 검을 휘두르던 레이첼은 나에게 다가왔다.


“태우! 하늘에서 게이트가 나타나더니, 새로운 산과 함께 수인들이 나타났어! 일단 진압하고 있으니 안전한 곳에서 조금만 기다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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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삼척 레이드 (2) 24.09.11 460 7 12쪽
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476 10 12쪽
22 22. 농경 사회로의 진입 24.09.09 492 9 12쪽
21 21. 계약 24.09.08 510 10 12쪽
20 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24.09.07 524 9 12쪽
19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549 12 12쪽
18 18. 채권 인수 24.09.05 579 12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582 11 12쪽
»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90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1 12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3 13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645 13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663 14 12쪽
11 11. 떡락 24.08.29 672 13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24.08.28 692 13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702 15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729 13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751 14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783 16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821 14 12쪽
4 04. 거래소 24.08.22 842 17 12쪽
3 03. 으리으리한 협회 24.08.21 882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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