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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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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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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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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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삼척 레이드 (3)

DUMMY

“야! 일어나봐!”


의식 뒤로 들려오는 목소리. 어딘가 익숙한 것이, 자주 들었던 사람의 것처럼 느껴진다.


“하태우! 좀 일어나보라고!”


같은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어딘가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뭔가가 급한 것인지, 목소리가 날카롭다.


짝-!


한쪽 뺨에서 느껴지는 화끈거리는 감각. 한순간 눈이 떠졌다.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최성일. 잠에서 깨어난 듯 어딘가 몽롱하다.


“벌써 아침이야? 5분만 있다가...”

“정신 좀 차려봐! 뜬소리 좀 그만하고!”


나를 향해 소리치는 성일. 그제야 몽롱했던 정신이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와인의 향기를 맡고, 그대로 의식이 흐려졌던 것.


“뭐야! 여기 어디야!”


고개를 들며 주변을 둘러봤다. 나와 성일이 있는 곳은 회색빛 열 평 남짓한 방. 한쪽 벽에는 거울로 보이는 거대한 유리가 있었다.


“이제 정신이 좀 들어? 몸은? 어디 아픈 곳은 없어?”


몸을 일으키자, 나를 살펴보는 성일. 그의 걱정에 나도 나의 몸을 살폈다. 다행히 아프거나 불편한 곳은 없었다. 한쪽 뺨이 화끈거리는 것만 빼고.


“뺨 한쪽이 화끈거려. 누가 때렸나 봐.”

“다행이다! 그거 말고는 어디 아픈 곳은 없는 거지?”

“응. 뺨은 왜 화끈거리지?”

“왜긴 왜야. 내가 너 깨운다고 온 힘을 다해서 때렸으니까 그렇지.”


당당한 성일의 태도. 뭐, 그런 일이 있었으니 빨리 깨우려면 어쩔 수 없지. 화끈거리는 감각을 향해 손으로 쓰다듬으니, 조금은 부어오른 듯한 느낌.


“근데 고작 한 대 맞았다고 이렇게 뜨거워? 막 부어오른 것 같은데?”

“한 5대 때렸어. 그래도 다행이다. 내가 너 이빨 나간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데!” “뭐? 때린 걸 걱정하는 거였어? 이런 씨...”


덜컹-!


성일의 뒤에서 열리는 문. 열린 문으로 캠핑장에서 만났던 마이클 하퍼가 걸어들어왔다.


“저 문 열리는 거였어? 야, 최성일! 너는 저런 것도 안 열어보고...” “문이 열리지 그럼, 뭐 잠겨있기라도 하게?”


성일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나의 말에 대답했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모양새.


“진정하세요. 이렇게 거친 방법으로 모시게 되어 죄송합니다. 다시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CIA 해외파견팀 팀장 마이클 하퍼 대위입니다.”


마이클 하퍼는 캠핑장에서와 달리 정중한 말투로 자신을 소개했다. 기억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오히려 생기는 의심.


‘정말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가?’


“여러분은 중국의 감시를 받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중국 정보부에 여러분의 신원이 노출되었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 위해 저희의 안전 가옥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마이클 하퍼의 말에 성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의식이 없는 동안 미리 모든 이야기를 다 들었던 모양이었다.


“이미 여기 있는 최성일 헌터님에게는 말씀을 다 드렸습니다만, 이곳으로 여러분을 모신 것은 미국을 대표하여 여러분께 제안을 드릴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잠깐만요! 그 전에, 우리가 누군지는 알고 그러는 겁니까?”


피식 웃는 마이클 하퍼. 그는 한 손에 쥐고 있던 파일 하나를 나에게 건넸다. 파일을 열어보니 나오는 것은, 성일과 나의 신상 정보. 그것도 며칠 전에 협회 건물에서 등록했던 정보 그대로였다.


“아니, 이게 어떻게...”

“저희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중국도 확보한 정보를, 저희가 놓칠 리가 있겠습니까?”


분명 기밀 사항으로 보관이 된다고 들었던 사항. 협회장으로부터 신원을 보호해주겠다는 약속까지 받았거늘, 이미 나의 신상은 빠르고 정확하게 유출되어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이런 정보를 알아내신 겁니까?”

“우리와 중국의 휴민트들은 곳곳에 있습니다. 귀띔해드리자면, 브로커들은 왠만하면 믿지 마십시오. 언제나 자신의 보험을 들어놓으니까요.”


마이클 하퍼의 말에 성일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아다만트 원석 덤핑 맡겼던 브로커 기억해? 그놈이 우리 정보를 가지고 있었어. 중국놈들한테 그 정보를 넘겨버렸다나봐.”


예상치 못한 소식. 언제는 신뢰가 어쩌고 말하던 브로커가, 사실은 뒤통수를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소식에 허탈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럼 중국이 감시하고 있다는 것도...”

“우리를 데려다가 광산으로 쓰겠다는 거지. 아직 움직이지 않아서 그렇지, 언제든 데려갈 준비가 끝나있을걸?”

“잠깐만, 그럼 저 마이클 하퍼라는 사람이 온 것도 같은 이유라는 거잖아!”


나의 말을 듣자, 마이클 하퍼는 고개를 끄덕였다.


“관찰력이 나쁘지 않군요. 하지만 저희는 납치 같은 더러운 술수는 쓰지 않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건데, 저희는 제안을 하러 온 것입니다.”


진중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앉는 마이클 하퍼. 성일도 그를 따라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곤 나에게 함께 앉으라는 손짓을 보내왔다.


‘이상한 와인으로 기절시키고 데려온 것이 납치가 아니면 뭐란 말이야?’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는 생각과 함께 테이블의 의자에 앉았다.


“그래서 그 제안이라는 건 뭡니까?”


#


“뭐라고?!”


사무실을 가득 채우는 쩌렁쩌렁한 목소리. 목소리의 주인은 협회장 박정환이었다. 서울 한복판에 던전 브레이크가 터졌을 때도, 침착을 유지하며 냉정히 지휘하던 협회장이었다.


“이런 썅!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경호! 경호 인원은 다 어디 있었어!”


냉철함의 상징과도 같았던 박정환의 격노.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은 아침에 수행원이 전한 소식 때문이었다.


소식의 정체는 다름이 아닌, 곽춘봉 헌터가 납치를 당했다는 것.


“협회장님, 조금만 진정하십시오! 일단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지금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춘봉이 데려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사단을 벌여! 한반도를 싹 다 뒤져서라도 당장 찾아내! 그리고 담당 경호팀장 들여보내!”


협회장의 말을 들은 수행원은 급히 사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몇 분 후, 곽춘봉의 경호를 담당하던 경호팀의 팀장이 협회장의 사무실에 들어왔다.


“협회장님, 찾으셨다고...”

“야 이 개새끼야-!”


그리고 경호팀장에게 날아오는 서류 뭉치들. 경호팀장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서류들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똑바로 보고해! 빨리!”


이성을 잃은 듯한 협회장의 고성에, 경호팀장은 고개를 숙인 채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를 시작했다.


“볼텍스 헌터와 캠핑장에서 식사를 하시길래,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잠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팀원들의 무전이 일제히 끊기고는, 한순간에 의식을 잃었습니다.”

“납치범의 모습은?! 그림자도 못 본 거야?!”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희 팀은 최정예입니다! 그건 누구보다 잘 알지 않으십니까! 저희 팀을 한순간에, 그것도 동시에 무력화시켰다는 것은 분명한 실력자라는 것이...”


말을 잇지 못하는 경호팀장. 그는 자신의 앞에 선 사내로부터 강한 공포를 느꼈다. 앞에 선 협회장이라는 사내는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떨구고 있었음에도, 그의 시선에 살기가 서려 있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어떻게든 찾아내겠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떨리는 목으로 어떻게든 말을 이어가는 경호팀장. 협회장에게서는 좀 전까지의 고성이 아닌, 낮고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딱 세 시간 주겠어.”

“예!”


경호팀장은 빠른 대답과 함께 서둘러 협회장의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등 뒤로 문이 닫히자, 마침내 내쉬어지는 긴 숨. 그는 떨리는 다리를 내려치며, 자신의 부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보고.”

“신원 미상의 집단이 두 목표물을 납치했습니다.”

“위치는?”

“놓쳤습니다만, 미국 소유의 안전 가옥에 진입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두꺼운 시가를 크게 들이마시는 중국 정보국의 국장 리우베이.


“아무래도 미국이 먼저 움직인 모양이야. 작전 수립 후 전달할테니 대기하도록.”

“확인했습니다.”


미간을 찌푸리며 수화기를 내려놓는 리우베이. 그는 타이룽과의 교신을 끊고는, 지휘실을 향했다.


리우베이가 들어서자 일제히 일어나는 지휘실 속 인원들.


“쉬어.”


리우베이의 한 마디에 수많은 인원이 일제히 몸을 움직였다. 리우베이는 지휘실의 가장 중앙에 위치한 의자에 몸을 앉혔다. 그의 주변으로는 정복을 입은 군인들이 다급히 다가왔다.


“미국이 먼저 움직였다는 타이룽의 직통 보고가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작전을 중단하고, 새로운 작전을 수립한다.”


리우베이의 명령에, 작전을 관리하던 요원들은 하던 일을 모두 멈췄다.


그리곤 들어오는 기획부서의 요원들. 이미 기획부서는 미국의 개입을 예상하고, 몇 개의 시나리오를 준비해놓은 상태였다.


“국장님. 미국의 개입이 확인되었으니, 대체 시나리오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작해. 미국과의 충돌이 없는 시나리오 위주로 보고하도록.”


어느새 작전 진행도가 띄워져 있던 중앙모니터에는 기획부서의 화면이 나타났다.


#


“저희는 두 헌터분께 전향을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전향...이요?”

“네. 소속된 국가를 바꾸는 것이죠.”


너무나도 당당한 마이클 하퍼의 표정. 아다만트 덤핑으로 인한 책임을 물을 줄 알았던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아니, 이렇게 갑자기 전향이라는 중대사를 말씀하시면 당장의 저로서는...” “물론 공짜로 와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원하시는 조건이 있다면 어떤 것이든 제공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이전에 브로커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봐서, 마이클 하퍼를 비롯한 이곳의 미국인들은 나의 능력이 아다만트 원석을 생성하는 것으로 추측하는 모양이었다. 몇 개의 던전을 돌아도 몇 키로가 고작인 희귀 자원이었으니, 전향을 제안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


“제 능력이 무엇인지는 알고 이러시는 겁니까?”

“잘 알지요. 아다만트 20톤을 몇 시간만에 확보하는 말도 안 되는 능력을 가진 헌터.”


역시나 그랬다. 나를 데려가려는 이유는 희귀한 자원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것일터.


“그리고 최근 유명세를 얻으며 한국의 협회와 직속 계약까지 해버린, 이른바 간판 헌터라는 것까지요. 뭘 우려하시는 건지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뭘 우려하는데요?”

“대중의 상당한 호감을 확보한 상태에서 잠적하거나 해외로 망명을 해버리면, 곧장 쏟아질 엄청난 비난이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었지만, 마이클 하퍼는 모든 것을 꿰고 있다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뻔한 대사를 읊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경험하신 그 어떤 조건보다도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하겠습니다. 우리 춘봉 헌터님께서 해주실 일은, 그저 희귀 자원 몇 가지를 안정적으로 수급해주시는 일뿐입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선호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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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계약 24.09.08 510 10 12쪽
20 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24.09.07 524 9 12쪽
19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549 12 12쪽
18 18. 채권 인수 24.09.05 579 12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582 11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89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1 12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3 13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645 13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663 14 12쪽
11 11. 떡락 24.08.29 672 13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24.08.28 691 13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702 15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729 13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751 14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783 16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821 14 12쪽
4 04. 거래소 24.08.22 842 17 12쪽
3 03. 으리으리한 협회 24.08.21 882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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