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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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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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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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한국 덕후 타카시

DUMMY

“정말 잘 생각했네! 점심은 내가 살 테니 천천히 이야기해보세!”

“돌아가겠다는 건 아닙니다. 그냥, 이야기만 듣겠다는 겁니다.”

“그래, 그래! 전부 알아들었네! 그럼, 오늘 12시에 회사 앞에서 보세!”


끊어지는 전화. 팀장이었다.


왜 아직도 팀장의 전화를 받고 있냐고? 아다만트 시세 대폭락이 시작되던 날부터, 지난 3일 동안 팀장은 쉬지 않고 전화를 걸어왔다.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이렇게 계속해서 날 붙잡는다는 것이 기분은 썩 좋았지만, 난 그 지옥으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3일 동안의 거절이 이어지자, 팀장이 꺼낸 마지막 카드는 ‘마지막 밥 한 끼’였다. 어떻게 한솥밥을 먹던 사이를 이렇게 보낼 수 있겠냐며, 마지막으로 따뜻한 밥 한 끼 사주겠다는데, 글쎄. 무슨 이야기가 들려올지는 안 봐도 뻔했다.


“호구 새끼.”


이 이야기를 들은 성일은 짧고 굵은 한 마디를 남겼다. 비록 전화였기에 목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았지만, 이 말을 하는 성일의 표정이 어떨지는 꽤 선명한 유추가 가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자 곧장 성일은 현금으로 20억을 준비해 가져다줬으니까. 그 현금 20억은 아직 냉장고 옆에 고이 모셔져 있다.


“일단 주민들 밥부터 챙겨야지.”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좋다. 맛있는 것을 먹다 보면, 떠오르지 않던 것이 갑작스레 떠오르기도 하니까.


테이블에 올라가 있는 노트를 펴자, 오늘의 아침 메뉴가 적혀있었다. 주민들의 투표로 정해진 오늘의 아침은, 콩나물국밥. 주민들은 생각보다 한식을 곧잘 먹었다.


띵동-!


우리가 어떤 민족이던가. 국밥 11인분의 배달쯤은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 민족이 아니던가.


문을 여니, 서비스라고 적힌 쪽지와 함께 큼직한 만두 두 팩이 함께 들어있었다. 음식이 식기 전에 ‘아공간 탈주’.


현재 시간은 오전 8시 10분. 이젠 아침 시간이 되어버린 이 시간. 회관에 도착하니, 이미 주민들은 식사 준비를 마쳐놨다.


“이장님, 드디어 오셨군요!”

“태우! 어서 와!”


나를 환하게 반기는 주민들. 과연 나를 반긴 것인지, 나의 손에 들린 콩나물국밥을 반긴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누군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곰탕 컵라면에 즉석밥 하나 돌리고 그대로 말아서 준다면, 어떤 국적의 사람들이라도 땀을 뻘뻘 흘리며 감탄사를 내뱉을 것이라고.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주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한 그릇의 국밥에 온전히 집중했다.


“잘 먹었습니다!”


가장 먼저 그릇을 비운 것은 타카시. 그는 빈 용기를 쓰레기통에 던져넣고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한국인으로서 나보다 국밥을 먼저 비워냈다는 것에 적지 않은 패배감이 느껴질 무렵, 타카시는 나에게 말했다.


“이장님. 식사가 끝나시면 제 공방으로 찾아오십쇼. 몇 개의 장비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곤 어딘가를 향하는 타카시. 주위를 둘러보자, 누구도 먼저 일어난 타카시를 신경쓰지 않았다. 그만큼 국밥이 맛있다는 뜻이겠지.


딸그닥-!


두 번째로 그릇을 비워낸 사람은 나였다. 서양 출신의 헌터들은 뜨거운 국물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고, 동양 헌터들은 한 그릇이 부족한지 즉석밥 몇 개를 뜯고 있었다.


식사를 방해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법. 나는 조용히 빈 용기를 버리고는, 타카시의 공방을 향했다.


똑-! 똑-!


문을 두들기자, 직접 문을 열어주는 타카시. 그의 공방에는 사극에서나 봤던 것만 같은 의상들이 몇 벌 걸려있었다.


“태우 이장님! 역시 빠르게 오셨군요!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우선 이것부터!”


격한 환대와 함께 가장 먼저 그가 꺼내는 옷. 그것은 앞서 스케치를 통해 봤던 것처럼, 오방색이 섞인 구군복의 형태를 보였다.


타카시의 기대에 찬 눈빛에 못 이겨 옷을 두르자, 타카시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쳤다. 대충 두른 옷은 신기하게도 자신의 위치를 찾아 스스로 매어졌다.


그와 함께 등장하는 상태창의 설명.


⎥아다만트 구군복⎥

⎥등급: A?⎥

⎥고유 특성: 근력 강화(Lv.1), 물리 충격 무효과(Lv.1)⎥


등급 뒤에 붙은 물음표. 나는 곧장 이것을 타카시에게 물었다.


“A등급 뒤에 붙은 물음표는 뭐야? A등급이 아니라는 건가?”

“저도 그런 것인 줄 알았는데, A등급은 맞습니다. 다만, 추후 그 상위 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을 표기해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대답을 마치며 금속 파이프 하나를 건네는 타카시. 마력이 섞인 철광석으로 만들어진 파이프로, 건설을 맡은 웨이첸이 가장 애용하는 재료 중 하나였다.


“근력 강화라는 고유 특성이 성장형으로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우선, 이걸 휘어보십쇼.”


타카시의 말에 따라 파이프에 힘을 가하자, 휘어질 리 없는 강인한 파이프가 조금씩 휘어졌다.


“세상에! 이 옷 대박인데? 어지간한 전투계 헌터의 힘과도 비등하겠어!”

“아마도 근력에 특화된 C급 헌터 정도의 힘은 나올 겁니다.”

그리곤 카타시가 꺼내는 새로운 도구. 그것은 사극에서나 보던 활의 형상을 보였다.


“그리고, 이건 활입니다. 한국의 전통 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기에, 가능한 멀리 떨어진 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구상하다 보니 가장 먼저 떠오른 무기입니다!”


조심스레 받아든 활에서는 꽤나 가벼운 무게가 느껴졌다.


⎥아다만트 만곡궁⎥

⎥등급: A?⎥

⎥고유 특성: 천리안(千里眼)⎥


“어디서 들은 건데, 이장님의 몸속에는 활의 민족이 가지는 피가 흐른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올림픽마다 그렇게...”


타카시의 말을 들으며 조심스레 당겨보는 활. 가벼운 무게와는 달리, 상당히 무겁고 단단한 탄성이 느껴졌다. 활을 끝까지 당기자, 시위를 잡은 손과 팔이 덜덜 떨려왔다.


“이거... 원래 이렇게 무거워...?”


활을 당기는 것을 본 타카시는 원하던 그림이라도 나타난 듯,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활의 민족이십니다! 처음에는 활을 끝까지 당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밖에서 한 번 쏴보시겠습니까?”

“좋지! 화살은?”


곧바로 나타나는 은빛 화살.


“너, 이거 설마...”

“네! 순수 아다만트 화살입니다! 덕분에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화살입니다!”


화살을 받아들자, 이번에도 상태창은 손에 쥔 화살의 정보를 띄웠다.


⎥아다만트 화살⎥

⎥등급: A⎥

⎥고유 특성: 관통⎥


화살이 가지는 고유 특성은 관통. 지금까지 타카시가 건넨 장비는 모두 순수 아다만트로 만들어진 A등급 이상의 것들. 이것들을 모두 팔면, 아마 건물 몇 채는 어렵지 않게 사겠지.


타카시는 꽤 널찍한 창문을 열었다. 그리곤, 미리 세워둔 듯한 과녁을 가리켰다. 과녁까지의 거리는 어림잡아도 300미터. 군대에서 쏘던 250미터짜리 표적보다 훨씬 먼 거리였다.


“저기 세워져 있는 과녁을 향해 쏘시면 됩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활에 화살을 올리고는, 온 힘을 다해 활을 당겼다.


⎥[알림!] 천리안(千里眼) 발동.⎥


활의 고유 특성인 천리안이 발동되었다는 알림과 함께, 화살이 향하던 곳의 시야가 트였다. 마치 망원경을 당기기라도 한 듯, 시야 속 과녁은 순식간에 눈앞에 있는 것처럼 가까워졌다.


핑-!


시위를 놓자, 화살은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과녁을 향해 날아갔다.


쩌억-!


나무로 만들어진 과녁은, 화살이 닿으며 가볍게 쪼개졌다. 과녁을 쪼갠 화살은 멈추지 않고, 어딘가를 향해 쭉 날아가며 시야를 벗어났다. 그렇게 사라진 100그램 가량의 순수한 아다만트.


“걱정하지 마십쇼! 이장님께서 화살을 주우러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라 생각해, 이미 100발 가량의 화살을 준비해두었습니다!”


말과 함께 타카시는, 수많은 화살이 쌓여있는 서랍장을 열었다. 지난 3일 동안 화살만 주구장창 만든 모양.


덜컹-!


화살을 집어 들자, 공방의 문이 열리며 레이첼이 들어왔다.


“태우! 타카시의 방어구는 입어봤어?! 마을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어!”


이미 방어구를 입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자, 레이첼은 나의 팔을 부여잡고 공방 밖으로 이끌었다. 공방의 밖으로 나서자, 이미 앞에 모여있는 주민들.


“그래, 저 정도면 누가 공격해도 쉽게 당하진 않겠어.”

“아무렴. 순수 아다만트로 만들어진 방어구를 누가 건들 수 있겠어.”


그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럽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


“그래, 뭐라고 하던가?”

“점심을 사준다고 하니 나오겠다고 하더군요. 오늘 잘 이야기해보고 데려오겠습니다.”

“그래, 지까짓게 뭘 어떡할 거야! 퇴직금은커녕, 두 달 치 월급도 안 나간 마당에! 무조건 둘 중 하나야! 밀린 돈 받지 말던가, 아니면 돌아오던가!”


팀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사장은, 마침내 나온 만족스러운 대답에 입꼬리를 올렸다. 하태우가 퇴사 통보를 던지고 나간 후, 지난 4일 동안 회사에서는 꽤 큼직한 일들이 일어났었다.


하태우가 담당하던 거래처에서 납품 단가의 상승을 요구해왔고, 새로 담당한 신입사원이 멋대로 승낙을 해버리는 바람에 회사의 작지 않은 손해가 발생했다.


사고를 친 신입사원은 그대로 잠수를 타버렸고, 사장은 하태우 대리를 데려와 사고를 수습하길 원했다. 이런 사고는 늘 하태우 대리가 수습을 해왔으니까.


사장실을 나온 팀장이 손목에 걸린 시간을 보니 어느새 11시 40분. 하태우 대리와 만나기로 했던 시간은 12시. 얼마 남지 않은 약속 시간에, 팀장은 서둘러 자켓을 걸쳐 입고 사무실을 나왔다.


약속된 식당으로 들어가니, 이미 자리에는 하태우 대리가 앉아있었다. 팀장은 하태우로부터 받아내야 할 대답이 있었기에, 가능한 밝은 미소와 함께 말을 건넸다.


“하태우 대리! 4일만인가? 그래, 휴가는 좀 어떤가!”

“휴가요? 전 퇴사를 했지, 휴가를 낸 적이 없습니다.”

“내가 다 이해하네. 그런 사장 아래에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겠나! 그 인간이 악덕인 것은 나도 알고 있네만, 업계에서 발이 넓은 사람이야. 이대로 나가면, 자네에게도 적지 않은 손해가 될 거야!”


여전히 심드렁한 하태우 대리의 표정.


“이게 다 자네를 위해서 하는 말이네! 자네가 꼭 내 아들 같아서 그래!”


그때 마침 테이블 위로 올라오는 초밥들. 주문은 하태우가 해놓은 모양이었다. 꽤나 비싼 초밥들이었기에, 심기가 조금 불편해졌지만 팀장은 애써 그것을 참아냈다.


“그래! 맛있는 것 좀 먹고 기분 풀게! 그리고 나랑 같이 회사로 돌아가세나!”


하태우는 대답도 없이, 앞에 놓인 초밥을 질겅질겅 씹었다.


“하태우 사원! 그럼 회사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고...”


쿵-!


식당의 밖에서 들려온 충격음. 하태우와 팀장은 깜짝 놀라며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충격음이 들려온 곳은 바로 앞 회사가 있는 건물.


쿵-!


다시 한번 충격음이 들려왔다. 이번엔 더 커진 충격음이었다. 그리곤 급하게 달려온 직원.


“앞 건물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습니다! 빨리 대피를...!”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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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47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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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채권 인수 24.09.05 579 12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582 11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89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1 12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3 13 12쪽
»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644 13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663 14 12쪽
11 11. 떡락 24.08.29 672 13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24.08.28 691 13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702 15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729 13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751 14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783 16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821 14 12쪽
4 04. 거래소 24.08.22 841 17 12쪽
3 03. 으리으리한 협회 24.08.21 882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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