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최근연재일 :
2024.09.17 17:05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8,766
추천수 :
386
글자수 :
169,167

작성
24.09.06 13:05
조회
548
추천
12
글자
12쪽

19. 아공간의 사탑

DUMMY

“자원유통사업단 단장 조은상의 채권 2조원, 협회 명의로 인수 완료했습니다.”

“그래. 어차피 협회 산하 기관이었으니까, 우리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지. 별다른 특이 사항은?”

“그게, 볼텍스 헌터와 곽춘봉 헌터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왜 그러나?”

협회장의 앞으로 들이미는 채권 인수 계약서. 그곳에 적인 대금 수령인은 볼텍스가 아닌 곽춘봉. 그것도 일부가 아닌 2조원이라는 금액 전부 곽춘봉의 앞으로 되어있었다.


“뭐야? 이걸 왜 전부 곽춘봉에게 줘?”

“아마도 모종의 거래가 있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볼텍스 헌터에게 위탁한 것이 아닐지...”

“세상에, 한두푼도 아니고! 2조원이라는 금액을 위탁할 리가 있겠나! 그리고 위탁을 한 것이었다면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곽춘봉에게 넘겼겠지.”

“수수료는 후지급을 조건으로 한 것이 아닐까요?”

“아니야. 브로커들은 먹튀할 계획이 아니고서야 결코 후지급을 받아들이지 않아.”


잠시 고민의 침묵이 흐르는 사무실. 두 사람은 머릿속에서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두 사람의 관계를 추측했다.


“어쩌면 두 사람이 형제일 수도 있겠어. 물론 돈이라는 것이 혈연도 갈라놓는다고 하지만, 우애가 깊은 형제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보네.”

“동감입니다. 보고사항은 이걸로 끝입니다.”

“그래. 수고했네.”


보고가 끝나자, 가벼운 인사와 함께 사무실을 나가는 직원. 문이 닫힌 사무실에 홀로 남은 협회장은 기분 좋은 상상에 입꼬리를 올렸다.


‘2조원을 맡길 정도의 친밀한 관계라면, 분명 협회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졌겠지. 협회의 직속 헌터로 활동해달라는 부탁을 들어줄 수도 있겠어.’


#


세계 최대 규모의 인터넷 검색 엔진 ‘고글’. 이 고글의 위성 지도를 이용하면, 내가 원하는 곳에 가지 않아도 근처의 풍경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주변의 이미지를 보면, ‘공간 도약’으로 이동이 가능할 지도 모르는 일.


“됐어. 주변은 다 둘러봤고, 여권이랑 신분증도 준비 완료.”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긴장된 목소리로 ‘공간 도약’을 외친다. 머릿속에 떠올리는 위치는, 좀 전에 본 상하이 도심.


“공간 도약!”


스킬을 외치고 1초, 2초, 3초...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눈앞에 나타나는 것은 스킬 발동에 실패했다고 하는 상태창의 알림뿐.


⎥[알림!] ‘공간 도약’ 발동에 실패했습니다.⎥


“그럼 그렇지. 역시 직접 가 봐야만 되는구나.”


테이블 위에 올려진 노트에 새로운 사실을 적었다.


[위성 지도와 거리뷰로 본 곳은 갈 수 없다. 반드시 직접 가본 곳이어야만 한다.]


아마도 당장 비행기를 타면, 출국 심사에서 협회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오겠지. 가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당장 협회와는 어떤 마찰도 빚지 않는 것이 상책.


어찌저찌 출국을 한다고 해도, 중국에서 각성자인 것이 들통나면 꽤 큰 문제가 될 것이 뻔하다.


“역시 협회에 도움을 구해야 하나?”


복잡해지는 머릿속. 잠깐이라도 머릿속을 식히고 싶은 욕구가 솟아오른다. 이럴 때는 역시, 아공간 마을의 예술적인 건축물을 감상하는 것이 상책이다.


“아공간 탈주!”


게이트가 나타나며 눈앞 풍경이 흐려진다. 다시 선명해진 풍경은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백악관. 이 아니라 마을 회관.


천천히 마을을 둘러보니, 고작 하루 사이에 새로운 건축물이 나타났다. 마침 새로운 건축물 위에서 내려오는 건축 담당 웨이첸.


“주군! 오셨습니까!”


지난번 약속을 받아낸 이후로, 중국 헌터들은 나를 이장이 아닌 주군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마치 삼국지의 유비라도 된 듯이 든든한 기분이 들었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부담감도 생겨났다.


“그 주군이라는 호칭은 몇 번을 들어도 어색하네요.”

“그럼 폐하는 어떠신...”

“주군이 좋다! 그나저나, 저 탑은 뭐에요? 곧게 선 것만 빼면 이탈리아의 명물이랑 닮은 것 같기도 한데?”


말이 끝나자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는 웨이첸. 때때로 지나친 호의는 과도한 부담을 불러일으킨다는 말. 모두 사실이었다.


“주군께서는 역시 안목이 있으십니다! 이제 기울이기만 하면 모두 완성입니다!”


그리고는 나를 탑의 앞으로 안내하는 웨이첸.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가자, 손바닥 모양의 그림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 설마...”


어느샌가 웨이첸의 주변으로 모여든 주민들. 마치 준공식을 진행하듯이, 그들은 기대가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예, 주군! 바로 그겁니다! 상상하신 것을 바로 행하시면 됩니다!”


언젠간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 그것은 피사의 사탑을 밀어보는 것.


“흡-!”


손바닥 그림에 손을 얹고, 천천히 앞으로 탑을 밀기 시작했다.


끼기긱-!


힘을 가하자 바닥에서 들려오는 불길한 소리. 고개를 들어 탑을 올려보자, 탑의 정상이 꽤나 격한 모양새로 흔들렸다.


“웨이첸! 이거 괜찮은 거야?”

“주군! 설마 제가 주군을 위험에 빠뜨리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온 힘을 다해 밀어보십시오!”


한 발자국 떨어지며 대답하는 웨이첸. 그의 행동 덕분에 불안감이 커졌지만, 그를 믿고 온 힘을 다해 탑을 밀었다.


끼이익-!

쿵-!


큰 충격음과 함께 고정된 탑. 탑은 더 이상 아무리 밀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몇 걸음 떨어지며 탑을 바라보니, 인터넷으로만 본 이탈리아의 그것과 꽤나 비슷한 모양새였다. 아니, 어쩌면 더 기울어진 듯 보였다.


“이거 안 무너지는 거지?”

“결코 무너지지 않습니다! 아다만트 철근을 활용하여 지었기 때문에, 지진이 나도 끄떡없습니다!”


웨이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주민들. 박수와 함께 마을을 둘러보니, 어느새 텅 비었던 나의 아공간에는 꽤나 그럴듯한 마을이 들어서 있었다. 그리곤 문득 떠오르는 수인족 몬스터.


“아! 수인족은 어떻게 됐어?”


주민들 사이에서 걸어나오는 레이첼. 그녀는 손가락으로 나지막한 언덕을 가리켰다.


“저 너머에 터를 잡았어. 일단 움막 비슷한 것을 집으로 지었던데?”

“지금 가볼 수 있나?”

“안 될 것은 없지만, 그럼 우리가 따라갈게.”


레이첼의 말에 줄줄이 따라붙는 중국 헌터들.


“어떤 위협도 없도록, 저희가 항상 보필하겠습니다!”


그렇게 6명이 따라붙자, 남은 4명도 슬그머니 발걸음을 함께했다.


“그럼, 다 같이 가는 김에 통조림도 좀 넘겨줄까? 아까 마을 회관에 보니까 통조림 많던데.”

“주군! 어찌 주군께서 그런 열등한 놈들에게 아량을...”

“아량...까지는 아니고. 최근에 자금에 여유가 크게 생겨서, 더 많이 가져올 수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더 맛있는 걸로 채워줄게.”

“성은이 망극...”

“그만!”


그렇게 언덕을 넘자, 꽤 많은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레이첼의 말대로 수십 채의 움막이 또 하나의 마을을 형성하는 듯 보였다.


경계선으로 보이는 것을 넘자, 그 앞을 지키던 수인이 조심스레 걸음을 막아섰다.


“잠시만 이곳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곧장 족장님을 모셔 오겠습니다.”


그리곤 재빠르게 가장 큰 움막으로 들어가는 수인. 곧이어 움막에서는 수인들의 지도자 체로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나의 앞으로 걸어와 고개를 숙였다.


“지주를 뵙습니다.”

“아니, 그렇게까지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습니다. 고개 드세요.”


나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드는 체로키. 그는 나의 뒤를 향해 시선을 슬쩍 돌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지주 덕분에 정착할 땅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대가로 원하는 것이 있으시거든, 편히 말씀해주십시오.”


체로키는 호의라는 것이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것은 한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로서는 바람직한 모습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누구도 믿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으로 보였다.


“특별히 무언가를 바라고 호의를 베푼 것은 아닙니다. 그것보다, 이 땅에는 먹을 것이 없어 음식을 좀 가져왔습니다.”


설명과 함께 인벤토리에서 쏟아내는 통조림들. 주위로 몰려든 수인들은 난데없이 나타난 깡통에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건 철 아닙니까?”

“잘 보세요. 이걸 이렇게 열면, 안에 음식이 들어있습니다.”


수인들의 앞에서 보란 듯이 통조림을 열자, 수인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뚜껑이 열린 통조림을 받아든 체로키는 조심스럽게 안에 든 음식을 입에 넣었다.


“흡!”


놀란 듯한 소리를 내뱉는 체로키. 주변의 수인들은 그를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의 눈에는 그의 동공이 크게 확장된 것이 보였다.


“세상에, 이건 고기가 아닙니까! 그것도 소금이 들어간!”


체로키는 서둘러 다른 통조림을 자신의 무리에게 건넸다. 통조림을 건네받은 수인들은 저마다 통조림 햄의 자극적인 맛을 체험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감탄과 탄성들.


“아무튼, 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여기 레이첼에게 말하세요. 전 마을에 없을 때가 많아서 레이첼에게 말해두면 전달해줄 겁니다.”


볼일이 끝났으니 마을로 돌아갈 시간. 말을 마치고 뒤로 돌자, 체로키가 물었다.


“우리에게 이렇게까지 호의를 베푸시는 이유가 뭡니까? 우린 당신들을 공격하지 않았습니까?”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는 체로키의 표정. 사실, 나도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적적해서. 주민들 많으면 좋잖아요?”


그리곤 다시 마을로 발걸음을 돌렸다.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건축을 담당하던 웨이첸에게 슬쩍 말을 건넸다.


“쟤들 움막에 살면 불편하지 않을까? 비위생적이고.”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말씀만 하십쇼.”

“쟤들한테 집을 지어주는 건 어때?”


웨이첸 또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군, 아량이 드넓으신 것은 잘 알겠사오나, 어찌 저런 미물에게도 그리 호의를 베푸시는 겁니까?”


이젠 슬슬 익숙해지는 그의 존대. 그러다 문득, 삼국지의 줄거리가 떠올랐다.


“유비도 그랬잖아. 폭력보다는 인덕으로 사람을 다뤘다고. 비슷한 거야.”


여전히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웨이첸. 고개를 돌려 다른 중국 헌터들을 보니, 다들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비 몰라?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 현덕.”

“주군.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만 들어봤지,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지 못하겠나이다.”

“뭐? 삼국지를 몰라? 한국 사람도 다 아는 건데?”

“그것이... 역사에 대한 사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 터라...”


문득 떠오른 이야기. 삼국지는 중국인보다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하긴, 모두가 삼국지를 알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모를 수도 있지. 나중에 소설책이나 만화책 가져다줄게. 재밌으니까 심심하면 읽어봐.”


생각해보니 마을에 갇혀 있는 주민들에게는 오락거리가 없었다. 얼마나 심심했으면, 웨이첸이 피사의 사탑을 세웠을까.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마을에 책 가져다 놓기.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금요일 보내세요. :)

선호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32. 포로 심문 (1) NEW +2 12시간 전 153 8 12쪽
31 31. 삼척 레이드 (9) +3 24.09.16 287 9 12쪽
30 30. 삼척 레이드 (8) 24.09.16 320 8 12쪽
29 29. 삼척 레이드 (7) 24.09.15 353 8 12쪽
28 28. 삼척 레이드 (6) 24.09.14 352 12 12쪽
27 27. 삼척 레이드 (5) 24.09.13 370 9 12쪽
26 26. 삼척 레이드 (4) 24.09.12 406 8 12쪽
25 25. 삼척 레이드 (3) 24.09.12 423 9 12쪽
24 24. 삼척 레이드 (2) 24.09.11 460 7 12쪽
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476 10 12쪽
22 22. 농경 사회로의 진입 24.09.09 492 9 12쪽
21 21. 계약 24.09.08 510 10 12쪽
20 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24.09.07 524 9 12쪽
»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549 12 12쪽
18 18. 채권 인수 24.09.05 579 12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582 11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89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1 12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3 13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643 13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663 14 12쪽
11 11. 떡락 24.08.29 672 13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24.08.28 691 13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702 15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729 13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751 14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783 16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821 14 12쪽
4 04. 거래소 24.08.22 841 17 12쪽
3 03. 으리으리한 협회 24.08.21 882 1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