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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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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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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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농경 사회로의 진입

DUMMY

“타카시, 이것 좀 봐줘. 아무래도 검이 필요할 것 같아서.”


부탁의 말과 함께 타카시에게 스케치를 건넸다. 스케치를 가볍게 훑어본 타카시는 빠르게 스케치의 정체를 알아챘다.


“이것은 환도군요! 조선의 전통 도검이 아닙니까! 혹시 직접 그리신 겁니까?”

“한국 협회 협회장의 작품이야. 아무래도 장비에 일관적인 컨셉이 있기를 바라나 봐.”

“보는 눈이 있는 인물인가 봅니다. 다만 몇 부분은 역사적 고증에 맞지 않습니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제가 약간의 수정을 해보겠습니다.”

“느낌만 살려줘. 너무 고증에 집착할 필요는 없고.”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만들겠습니다.”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타카시. 그는 곧장 몸을 돌려, 작업대 위에 있는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일에 몰입한 타카시의 모습에서 장인스러운 분위기가 풍겨왔다.


미리 사온 초콜릿을 가방에서 꺼내, 작업 중인 타카시의 옆에 올렸다.


“이거라도 먹으면서 해. 필요한 거 있으면 이야기하고.”

“예, 이장님!”


작업에 몰입한 타카시를 뒤로 하고 공방을 나섰다. 매일매일 건물이 하나씩 추가되는 마을. 이미 아다만트 원석을 보관하는 창고는 공간이 부족해 두 개의 동을 추가로 지은 상태였고, 10명이 거주하는 아공간 마을의 건물은 15채를 넘어가고 있었다.


마을 회관 앞에 새로 지어진 건물. 이미 완공이 된 듯한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곧장 웨이첸과 레이첼이 보였다. 두 사람은 무언가를 열심히 논의하는 듯 보였다.


“웨이첸! 레이첼! 이 건물은 뭐야?”


두 사람을 부르자, 그들은 곧장 나에게 다가왔다.


“주군! 지난번에 책을 가져온다는 말씀을 듣고, 책을 보관할 도서관을 지었습니다! 지식을 보관하는 신성한 장소인 만큼, 단조롭고 깔끔한 인테리어로 만들었습니다!”


웨이첸은 건물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얼핏 봐도 시립 도서관 정도는 되는 크기의 건물.


“이 모든 방을 책으로 채우면, 40만 권은 충분히 보관하고도 남을 겁니다! 물론 부족하다면, 얼마든지 증축도 가능합니다!”

“세상에, 40만권이라니. 오늘부터 10권씩 가져와도 도서관을 채우려면 한참은 걸리겠는데?”


감탄을 내뱉자, 감격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웨이첸. 그는 곧장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내뱉은 부담스러운 멘트.


“성은이 망극합니다!”

“어우, 그런 거 하지 마. 부담스러워.”


몇 번을 들어도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아! 중국은 내가 직접 가기로 했어. 일단, 한국의 협회장이랑 방법을 찾고 있으니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주군! 성은이...”

“씁!”

“감사합니다!”


마침내 바뀐 감사의 말. 가방에 챙겨온 삼국지 소설책 5권을 서재에 채우며, 레이첼에게 수인족 마을에 대한 것을 물었다.


“레이첼? 수인족 마을에는 별다른 소식 없어?”

“이제 자리를 잡아가나 봐. 어제는 웨이첸이 주택 몇 채 만들어줬어.”


고개를 돌려 웨이첸을 보니, 은근히 칭찬을 바라는 듯한 표정.


“역시 웨이첸! 웨이첸이 없었으면 아직도 텐트나 치고 있었을 거야!”


자고로 칭찬은 아끼지 말라고 했다. 칭찬에 활짝 미소를 짓는 웨이첸이었다. 레이첼은 마저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이 땅에서 농사를 지어도 되냐고 묻던데? 아무래도 부족이 100명은 넘으니까, 식량 수급에 대해 고민이 많은 모양이야.”


확실히 문제였다. 수인족이 들어오기 전까지의 주민은 10명. 배달 음식으로도 충분히 먹여살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주민이 100명으로 늘어버린 이상, 매번 배달 음식이나 식료품을 100인분씩 사 올 수도 없는 노릇.


“하면 좋지. 근데 가능할까? 흙이야 지난번 블랙홀이 뱉어주긴 했다만, 여긴 물도 없고 비료도 없는데?”

“지구에서 가져오는 건 힘들겠지?”

“아무래도.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봐야지. 아, 차라리 지금 체로키를 만나러 가보자.”


그리곤 곧장 향한 수인족의 마을. 작은 언덕을 넘자, 어제와는 사뭇 달라진 수인족의 마을이 나타났다.


아직 공사 중으로 보이는 몇 채의 주택과 건물. 누가 봐도 웨이첸의 솜씨였다.


마을 주민들은 공사 중인 건물을 중심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중 가장 바빠 보이는 것은 부족의 지도자 체로키.


분주한 마을에 들어서자, 체로키는 빠르게 달라진 인기척을 눈치챘다.


“지주님. 어서 오십시오. 웨이첸님의 도움으로 저희 마을에 새로운 집이 생겼습니다. 혹시 레이첼님을 통해 말씀을 들으셨는지요?”

“농사 말이죠?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하러 왔습니다.”


지난번의 적대적인 태도는 완전히 사라진 체로키. 호랑이처럼 생긴 머리를 가진 탓에, 체로키가 짓던 적대적인 표정은 꽤나 무서웠다. 하지만 지금은 상당히 온화한 분위기.


“지주님. 부담을 드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저희 부족은 머릿수가 100명 가까이 됩니다. 지난번에 주신 통조림이라는 음식도 고작 하루 만에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확실히 부족한 양이긴 했죠.”

“매번 지주님께서 조달해주시는 식량을 기다리는 것도 염치가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직접 농사를 지으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곤 가리키는 넓은 평원. 분명 어제는 없던 평원이다.


“꼭 농사가 아니더라도, 평원은 언제나 쓸모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 하루 동안 평탄화 작업을 좀 해놨습니다.”

“수인족의 농사 방식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지구에서는 비료와 물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우선 가져와볼까 하는데, 어떤가요?”


나의 말을 듣자, 체로키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체로키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씨앗으로 보이는 단단한 무언가.


“레이첼님도 그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만, 저희가 이전부터 해왔던 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더군요. 저희는 주로 과일을 심곤 했습니다. 식량 조달의 주축을 담당했던 것은 축산이었으니, 그리 거대한 규모로 농사를 지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체로키는 나에게 손에 쥐고 있던 씨앗을 건넸다. 나는 건네받은 씨앗을 코에 가져가, 향을 맡았다. 씨앗에서는 달큰하면서도 부드러운, 오묘한 향기가 났다. 결코 불쾌하거나 거부감이 드는 향은 아니었다.


“독특한 향이네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농사법에 관한 책을 가져올테니, 이 평원중 절반은 인간의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봅시다. 남은 절반은 체로키의 부족이 해오던 방식으로 해보고요.”


고개를 끄덕이는 체로키.


“좋습니다. 농사에 필요한 노동력은 전적으로 저희가 부담하겠습니다. 지주께는 비료와 물 같은 농사에 필요한 재료들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체로키의 시원시원한 태도에, 역할이 빠르게 정해졌다. 적대적인 태도가 사라진 이상, 수인족을 경계할 필요도 없을 터.


체로키는 곧장 자신들의 농사 방식을 종이에 적어 내리기 시작했다. 수인족의 방식이 고도화된 농경의 방식은 아니었기에, 특별히 필요한 것은 없었다.


“그럼, 농사법에 대한 책은 마을을 통해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마을에 도서관이 새로 생겼으니,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곳에서 우리의 문화를 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 책은 많이 없지만.”


체로키는 알겠다는 신호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문제를 해결했으니, 이제 마을로 돌아갈 시간. 그렇게 마을을 향해 돌아가던 중, 한 가지 문제가 떠올랐다.


‘저 넓은 땅에 농사가 가능할 정도의 물을 채우려면, 몇 번을 왕복해야 하는 거야?’


문득 떠오르는 아다만트 원석 20톤 운반의 노가다.


“당분간 구군복은 작업복이 되겠어.”


#


“뭐야, 일주일만에 살이 좀 빠졌다? 근육도 좀 붙은 것 같고?”

“노가다를 좀 했지.”

“노가다? 돈도 많은 놈이 노가다는 뭐하러 해?”

“그런게 있다.”


주문한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의자에 앉았다. 성일을 보는 것을 일주일만. 지난 일주일 동안은 마을을 꾸미는 일에만 전념했다. 덕분에 마을에는 적당한 크기의 호수도 생겼다.


“또 마을 꾸미는 일 했구나? 진짜 이장님 다 됐네. 집은 어떻게 됐어? 나왔어?”

“협회가 일이 빠르긴 하더라. 정말 일주일도 안 돼서 연락이 오더라고.”

“근처야?”

“한강뷰 52평 아파트. 어때, 출세했지?”


곧 이사할 집에 대한 설명을 듣자, 눈이 휘둥그레지는 성일. 물론 성일도 비슷한 조건의 집에서 살고 있었지만, 협회가 무료로 제공해주었다는 점에서 적잖이 놀란 듯 보였다.


“세상에, 역시 능력이 좋긴 좋구나. 뭐, 집보단 마을이 더 으리으리하겠지만.”

“그치. 너한테도 보여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왜 혼자만 들어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니까?”

“계속 새로운 스킬이 생긴다며. 나중에 비슷한 스킬 가진 사람 찾아서 물어봐.”

“그런 사람 찾는 게 어디 쉽겠어? 어느 날 갑자기 확 나타날 리도 없고.”

“그건 그래.”


대화를 나누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자, 밝은 햇살에 눈이 부셨다. 햇살이 옷에 닿으며 적당히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래도 12월치고는 따뜻하네.”

“그러게. 크리스마스까지 일주일 정도 남았나? 성일아, 너는 올해도 홀로 보내는 크리스마스야?”

“아니, 친구랑 보내는 크리스마스 하려고. 나랑 비슷한 처지의 슬픈 영혼이 하나가 더 있어서 말이야.”

“그 친구 의견은?”

“언제부터 그런 걸 물어봤다고 그래? 적당히 눈치 챙겨야지.”


웃음을 터뜨리는 성일.


“그래, 게이트 터져서 싸우러 가지만 않으면 되지. 작년 크리스마스에 투입 당해봤는데, 진짜 억울하더라. 싸우고 오니까 하루가 사라져 버렸고, 데이트 못 했다고 여자친구한테 차이고.”

“그게 데이트 때문이겠냐. 나 같아도 목숨 거는 일 하는 사람이랑은 걱정돼서 못 만나겠다.”

“그런가? 아무튼. 올해는 그냥 무사히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거지. 태우가 사주는 야마자카 55년 마시면서.”

“얼씨구? 벌써 두 병이나 드셔놓고 또 그러시네?”


#



“집에 대한 명의 이전은 끝났습니다.”

“그래. 수고했네. 방금 춘봉이랑 통화했는데, 일주일 안으로 이사할 것 같다고 하더구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박정환 협회장. 수행원은 그의 미소를 보며 물었다.


“협회장님, 최근 며칠 사이에 상당히 밝아지셨습니다. 곽춘봉 헌터 때문이십니까?”

“내가 그랬나? 하긴, 요 며칠 동안 춘봉이만 신경 쓰긴 했지.”

“특별히 애정이 가는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정말 자식을 챙기듯이 신경을 쓰시는 것 같습니다.”


벽에 걸린 곽춘봉의 이미지를 향해 시선을 돌리는 박정환. A5 크기의 종이에는 만화 같은 그림체로 그려진 곽춘봉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딱 봐도 애정이 가잖아.”

“확실히 독보적인 캐릭터긴 합니다. 그리고, 지시하신대로, 곽춘봉 헌터의 안전한 중국 방문 루트를 짜봤습니다. 일자는 설날에 맞추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박정환에게 문서 하나를 건네는 수행원. 박정환은 문서를 천천히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무를 숨기려거든 숲에 숨기고, 사람을 숨기려거든 사람 속에 숨겨라?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어. 이건 내가 춘봉이에게 직접 전해주겠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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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삼척 레이드 (3) 24.09.12 423 9 12쪽
24 24. 삼척 레이드 (2) 24.09.11 460 7 12쪽
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476 10 12쪽
» 22. 농경 사회로의 진입 24.09.09 492 9 12쪽
21 21. 계약 24.09.08 510 10 12쪽
20 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24.09.07 524 9 12쪽
19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548 12 12쪽
18 18. 채권 인수 24.09.05 579 12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581 11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89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1 12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2 13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643 13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661 14 12쪽
11 11. 떡락 24.08.29 671 13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24.08.28 690 13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701 15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728 13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751 14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783 16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820 14 12쪽
4 04. 거래소 24.08.22 841 17 12쪽
3 03. 으리으리한 협회 24.08.21 881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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