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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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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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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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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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떡락

DUMMY

쿵-!


흙먼지를 일으키며 땅과 부딪히는 돌덩이. 마지막 아다만트 원석이다.


“으그극-! 아이고, 허리야!”


인벤토리로 소환했기에 허리를 쓰진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찌뿌둥한 허리. 각성과 함께 신체 능력도 강화되었더라면 좋았겠지만. 뭐, 재력 강화된 걸로 충분하지.


손바닥을 탁탁 털며 시간을 보니 오후 10시. 브로커가 아다만트 원석을 가지러 오기로 한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35분. 역시, 미리 노가다 해놓기를 잘했다.


“다 끝났어? 생각보다 일찍 끝났네?”

“그러게. 똥개훈련도 아니고, 이걸 200번이나 왔다 갔다 거리니까 엄청 힘드네.”

“20톤인데, 그 정도면 쉽게 끝낸 거지. 1시간 넘게 남았는데, 이제 뭐하지?”

“핸드폰 가져왔지?”


그리곤 이어지는 게임 삼매경.


빵-!


거대한 경적이 등 뒤로 울린다. 고개를 돌리니 다가오는 거대한 덤프트럭. 트럭은 아다만트 원석 무더기 앞에서 묵직한 몸체를 세웠다.


“안녕하십니까! 웨이드 박입니다! 오늘 아다만트 원석 넘겨받기로 한 브로커입니다!”


거대한 트럭에서 내리는 남자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자신을 소개했다. 곧장 그의 앞으로 걸어가는 성일. 성일 또한 웃는 얼굴로 그를 마주했지만, 그의 손은 언제든 무기를 꺼낼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미리 말씀드린대로, 바로 옆에 아다만트 원석 20톤 준비해놨습니다.”

“세상에, 살면서 아다만트 원석 20톤을 눈으로 볼 줄은 몰랐네요. 계약 내용은 덤핑으로 일주일 동안 가격 폭락. 맞습니까?”

“네. 수수료는 수익금에서 공제하고 주시면 됩니다. 이제 끝이죠?”


고개를 끄덕이는 웨이드. 그리곤 아다만트 원석 무더기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원석 옮기는 것을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전 포크레인이나 크레인이라도 있을 줄 알고...”


하긴. 원석 20톤만 덩그러니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겠지. 나는 곧장 성일에게 다가갔다.


“자, 어제 먹은 술값은 해야지?”


그리곤 다시 시작된 노가다. 다행히도 브로커 웨이드 또한 각성자였기에, 좀 전처럼 한 사람이 200번씩 움직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걸린 시간도 고작해야 30분.


일이 끝나자, 웨이드가 입고 왔던 깨끗하고 깔끔한 정장은 흙먼지를 뒤집어쓴 누더기가 되어있었다.


“후, 친구분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이제, 전 가보겠습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일이 끝나자, 웨이드 박은 곧장 트럭의 시동을 걸고는, 휙 가버렸다. 별다른 잡담도 없이, 맡은 일만 수행하는 엑스트라 브로커 캐릭터의 전형적인 상.


“영화에서 본 거랑 똑같네. 원래 브로커들은 말이 없어?”

“괜히 말해봐야 문제만 생기지. 우리도 가자.”


#


“단장 저 인간 뭐 좋은 일이라도 있나?”

“그러게, 표정이 평소보다 훨씬 밝은데. 로또라도 맞았나?”


사무실 앞에서 수근대는 직원들. 사무실의 문을 열어둔 탓에 단장 조은상의 귀에도 얼핏 말소리가 들려오지만, 그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조금 전 브로커에게서 도착한 메일 덕분이었다.


[‘조은상’님의 명의로 아다만트 원석 100kg에 대한 선물 거래권이 이전되었습니다.]


조은상은 해외로 도피할 계획이었기에, 그는 과감히 자신의 명의로 거래권을 이전시켰다. 지정된 가격은 2만 달러. 마침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점검 덕분에, 사업단의 전산도 이틀간 마비된 상황.


“오늘의 아다만트 원석 시세는?”


띠링-!


[국내 아다만트 원석 (원/g)]

[24,260,000]


최근 풀린 몇 키로의 아다만트 원석 덕분에, 시세는 꽤나 급격한 상승폭을 보여주었다. 거기에 미리 자본을 풀어둔 덕분에, 현재 해외 시장은 아다만트 원석이 없어서 아우성인 상황.


그런 와중에 아다만트 원석을 2만 달러에, 그것도 100kg이나 살 수 있는 거래권을 판다? 어느 누가 이를 마다하겠는가.


시간을 보니 시간은 어느새 오후 2시. 계획대로 거래권을 매도할 시간이 되었다.


딸깍-!


[거래권 매도를 진행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과감히 클릭하는 ‘예’. 역시나 예상대로, 거래권의 호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올린 지 고작 20초가 지났을 뿐인데, 호가는 이미 2만2천달러. 지금 팔아도 1그램당 2천 달러가 조은상의 몫이었다.


‘가족들은 이미 해외로 나가 있고, 3일 안에만 현금 챙겨서 출국하면 그만이지. 요즘 밀항 루트도 얼마나 많은데.’


하와이에서 자신을 기다릴 호화스러운 삶을 상상하자, 조은상의 입가에선 미소가 피어났다.


“캬! 1분 1초가 너무 느리게 가는구먼! 말년에 필 팔자라고 하더니만, 이 정도로 필 줄은 몰랐네!”


조은상은 곧장 행복한 상상과 함께 담배 한 개비를 물고는, 옥상을 향했다.


오늘따라 더욱 푸르고 청량한 하늘. 적당히 낀 구름은 조은상이 본 어떤 하늘보다도 아름다워 보였다.


“으흐흐!”


자꾸만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자, 그의 주변으로 사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단장님, 뭐 좋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보이십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자꾸만 혼자 웃으시고. 좋은 소식 있으면 알려주십쇼!”


피라미처럼 몰려든 사원에게 손사래를 치며, 조은상은 자신을 향한 질문을 얼버무렸다.


“별일 아닐세! 조만간 갈 하와이 여행이 좀처럼 기대가 돼야지 말이야!”


이윽고 터져 나오는 부러움의 탄성.


“하와이 말씀이십니까? 부럽습니다! 저도 한 번만 가보면 소원이...”

“열심히 회사생활 하다 보면 꽃필 날이 오지 않겠나! 하하하!”


계속해서 길어지는 흡연 시간. 사원들 또한 사무실에 들어가기는 싫기에, 그들은 눈치껏 회사에서 가장 높은 상사에게 아첨을 떨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와중에, 구석에서 들려온 소리.


“어? 이거 왜 이래?”

“뭐야? 오류났나?”

“지금 서버 내려가 있는데? 이거 진짜야?”


당황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다름이 아닌 전산 관리 부서의 직원들이었다. 어딘가 꺼림찍한 조은상은 곧장 그들을 향해 걸어가 말을 걸었다.


“자네들 왜 그러나? 전산에 문제라도 생겼나?”

“단장님! 저희 시스템이 아니라, 해외 거래소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조은상은 곧장 피식 입꼬리를 올리며,


“가격이 또 올랐나? 누가 끝내주는 매물이라도 올린 모양이지?”


그러나 직원은 조은상이 기대한 것과는 다른 말을 뱉었다.


“그 반대입니다! 아다만트 원석의 시세가 갑자기 폭락했습니다! 2천4백만원이었던 시세가... 지금은 20만원이 됐습니다!”


인간이 너무 큰 충격을 받으면, 오히려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했던가. 폭탄과도 같은 직원의 말이 조은상에게는 소설 속 이야기로 들려왔다.


“허허, 이 친구 농담을 참 잘해. 그럴 리가 있겠나? 다시 확인해보게.”


그와 동시에 다급히 옥상을 빠져나가는 직원들. 그들은 서둘러 사무실을 향했다. 조은상에게 소식을 전한 전산 관리 부서의 직원들 또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조은상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설마...”


그제야 비로소 현실감각이 돌아온 조은상은, 서둘러 자신의 사무실을 향했다.


사무실에 돌아와 해외 거래소의 시세를 확인했지만, 아다만트 원석의 현재 시세는 정확히 133.32달러. 한국 돈으로 17만원 수준. 그래프에 나타난 폭락 시간은 담배를 피우러 갔던 10분이라는 잠깐의 시간.


심지어 그래프를 확인하는 현재도 가격은 시시각각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이...이게 왜 이러지? 거래권...! 거래권은 어떻게 됐어?!”


서둘러 자신의 거래권을 확인했지만, 치솟던 호가들은 이미 철회된 지 오래. 단 한 건의 거래도 체결되지 않은 것이었다.


“어... 어... 어...”


급변한 상황에, 조은상은 언어 기능을 상실하기라도 한 듯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을 중얼거렸다.


덜컹-!


그리곤 들어온 밝은 표정의 전산부서의 팀장.


“단장님! 좋은 소식입니다! 저희 시스템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상황을 알아보니, 해외의 누군가가 원석을 미친 듯이 덤핑하는 모양입니다! 이 기회에 저희도 최대한 매입해둘까요?”


혼이 나가버린 듯한 표정의 조은상은 애먼 팀장에게 소리를 질렀다.


“...나가! 나가! 씨팔, 나가라고! 나가라고, 이 새끼야!”

“갑자기 왜...”


그리곤 날아오는 서류 뭉치들. 적잖이 당황한 팀장은 도망치듯 사무실의 문을 닫으며 나갔다.


팀장은 괴성이 들려오는 사무실을 뒤로하고, 축제 분위기의 부서를 향해 걸으며 홀로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드디어 단장이 미쳐버렸구나. 조만간 새로운 사람이 부임할지도 모르겠어.”


사무실의 모든 물건을 사방으로 던지고 나서야 제정신을 조금 찾은 조은상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거래소를 바라봤다.


그 난리를 치는 동안에도 폭락은 이어졌는지, 어느새 시세는 1g에 87달러.


‘진정하자.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터져 나오는 눈물을 삼키며 심호흡을 이어가자, 핸드폰의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는 브로커.


‘그래, 브로커라면 방법이 있을 거야!’


아주 작은 희망이 되살아나며 전화를 받아들었다.


“그래, 자네도 이 상황을 보고 연락을 준 것이겠지! 그래, 뭔가 방법이...”

“선물 거래 만기까지 62시간 남았습니다. 1g당 2만 달러, 100kg.”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거 어차피 페이퍼 컴퍼니...”

“개소리 집어치우쇼. 거래권 매도 못하면 각오 꽤나 해야 할 거요.”


툭-!


경고와 함께 끊어진 전화.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인듯했다.


폭락도 큰 재앙인데, 브로커의 뒤통수라니. 이대로라면 최성일 헌터에게 지급해야 할 2조원이라는 거금이 날아갈 수도 있다.


다급하게 계산기를 두들겨도 당장 건질 수 있는 돈은 1,300달러 언저리. 한화로 200만원.


“그...그래! 전산이 마비된 동안 가격이 폭락해 200만원밖에 지급할 수 없다고 하면...”


될리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이미 지급되어야 했을 2조는 출금이 된 상태.


덜컹-!


다시 한번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문을 연 것은 그의 직속 비서.


“또 뭐야?!”

“단장님, 지금 바로 뉴스를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닌...”

“지금.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평소와 다른 비서의 눈빛. 얼마나 중요한 소식인지 확인이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사무실을 나와 TV를 보니, 뉴스에 등장한 것은 다름이 아닌 서울지점의 지점장 전영준이었다. 뉴스의 하단에 나타난 문구는 ‘내부 고발과 양심 선언’.


“사업단의 단장은 자신의 직급으로 제게 압력을 가했으며, 저는 어쩔 수 없이 지시에 따라 2조에 달하는 금액을 그에게 지급했습니다! 현재 그는 매입된 100kg을 해외 브로커에게...”


TV에서 흘러나오는 지점장 전영준의 목소리. 심지어는 계획을 작당하며 나누었던 대화가 교묘하게 편집된 채 녹취록이 되어 흘러나온다.


그리곤 조은상의 입에서 나오는 힘 빠진 목소리.


“씨발... 좆됐네?”


작가의말

선호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오늘 하루 고생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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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삼척 레이드 (4) 24.09.12 406 8 12쪽
25 25. 삼척 레이드 (3) 24.09.12 424 9 12쪽
24 24. 삼척 레이드 (2) 24.09.11 460 7 12쪽
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477 10 12쪽
22 22. 농경 사회로의 진입 24.09.09 492 9 12쪽
21 21. 계약 24.09.08 510 10 12쪽
20 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24.09.07 525 9 12쪽
19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549 12 12쪽
18 18. 채권 인수 24.09.05 579 12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582 11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91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3 12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4 13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645 13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663 14 12쪽
» 11. 떡락 24.08.29 674 13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24.08.28 692 13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703 15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729 13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752 14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784 16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821 14 12쪽
4 04. 거래소 24.08.22 842 17 12쪽
3 03. 으리으리한 협회 24.08.21 883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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