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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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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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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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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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삼척 레이드 (1)

DUMMY

“뭐야, 벌써 이만큼이나 자란 거야?”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탄성. 농사를 시작한 지 고작 3일 만에, 나무는 훌쩍 1미터를, 벼들은 쌀을 담을 수 있을 만큼 자랐다. 아직 녹색 빛이 강하긴 하지만, 어쩌면 일주일 안에 수확 시기가 다가올지도 모르는 일.


“아무래도, 마정석의 영향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마정석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워낙에 커서, 토양에까지 영향을 준 것이 아닐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나무를 살펴보며 말을 내뱉는 존 카퍼필드. 마을에 온 뒤로 별다른 역할이 없었던 찰나에, 식물학을 전공했다면서 나선 인물이다.


“먹었다가 잘못되지는 않겠지?”

“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일단 수인들에게 먼저 먹여보고,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그때 우리가...”


꽤나 위험한 말을 내뱉는 카퍼필드. 뭐, 수확의 시기가 오면 그때 고민해볼 문제니 당장 걱정해야 할 문제는 아니었다.


“요즘 체로키는 뭐하고 다녀?”

“수인족의 족장 말씀이십니까? 요즘 통 도서관에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습니다.”

“족장이라고 하니까 무슨 원시 부족 같네. 요즘 도서관이 붐비는 것 같단 말이야. 책을 더 사와야 하나?”

“그럼 식물학 서적도 몇 권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전공이긴 해도 10년 전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도 있어서요.”


머쓱한 웃음을 짓는 존. 그래도 새로운 역할을 찾아서 기분이 꽤나 좋아 보였다.


마을을 살펴보는 것이 하루의 일과가 된 만큼, 이곳저곳을 살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도서관. 며칠 동안 고생해서 3,000권의 책을 가져다 놓으니, 다들 신나게 읽는 모양이었다.


마을을 둘러보다 보니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뼈대만 앙상한 미완성 건물. 최근 일주일 동안 새로 지어진 건물이라고는, 이 미완성 건물 한 채가 전부였다.


웨이첸의 능력으로는 하루면 충분히 지었겠지만, 요즘 웨이첸은 도무지 일을 하지 않는다. 그건 다섯 명의 중국 헌터들이 모두 마찬가지.


“얘네들 또 어디 갔어? 또 도서관이야?”

“가져다주신 책이 재미있나 봅니다. 이미 읽은 것도 몇 번이고 다시 읽습니다.”


도서관을 가리키며 허허 웃는 존 카퍼필드. 그들을 만나러 도서관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웨이첸이었다. 웨이첸의 손에는 소설 삼국지의 마지막 권이 들려있었다.


“웨이첸!”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고개를 드는 웨이첸. 무슨 일인지, 웨이첸의 눈시울이 붉다.


“뭐야, 울어? 왜 그래?”

“흡...! 주군! 관우 장군이...! 끅...!”


아무래도 관우의 최후가 담긴 부분을 읽고 있는 모양. 웨이첸은 콧물을 쿨쩍이며 다시 책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섯 명의 중국 헌터 모두 저마다의 삼국지를 들고, 누군가는 심각한 표정으로, 누군가는 웃음을 참으며, 또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며 읽고 있었다.


“그래... 너희들이 행복하면 됐어. 사오길 잘했네.”


어딘가 불안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애써 가져온 책이 제 용도를 다하는 모습을 보이니 마음이 놓였다.


‘설마 삼국지에 과몰입하지는 않겠지. 설마...’


다음으로 향한 곳은 타카시의 공방. 검을 부탁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타카시에게서는 완성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끼익-!


공방의 문을 열자, 여전히 장인의 모습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타카시. 여느 장인들이 다 그렇다고 하지만, 타카시는 더 했다. 끼니를 거르는 것은 일상이고, 심하면 잠도 자지 않았다.


“타카시!”

“아, 이장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환한 미소로 나를 반기는 타카시. 그는 곧바로 검 한 자루를 나에게 건넸다. 일주일 전 타카시에게 준 스케치와 비슷한 모양의 검. 검을 받아들자, 상태창은 검의 정보를 띄웠다.


⎥칠성도⎥

⎥등급: ?⎥

⎥고유 특성: ?⎥


이름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나타나지 않는 검. 검집에서 검을 뽑자, 검날에는 북두칠성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칠성도? 등급이나 특성이 안 뜨는데?”

“저도 이렇게 된 것은 처음 봅니다. 아무래도 실전에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 검은 완성된 것이니 그대로 가져가시면 됩니다.”


받았으면 보여주는 것이 인지상정. 곧장 구군복을 두르며, 검을 허리춤에 찼다. 멀찍이 있는 거울에 비친 것은, 정말 사극 속 장군의 모습.


타카시 또한 만족스럽다는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역시, 고생한 보람이 있습니다. 제가 원하던 모습이 그대로 나왔습니다.”

“고마워. 좀 쉬엄쉬엄해.”

“감사합니다. 다만, 몇몇 분들이 새로운 장비를 요청하셔서...”


처음 듣는 소식.


“새로운 장비? 누가?”


나의 물음에, 타카시는 곧장 작업대 위에 얹어두었던 스케치북을 펼쳤다. 스케치북에 그려져 있던 것은 다름이 아닌 청룡언월도를 든 관우의 모습.


타카시는 천천히 페이지를 넘겼다. 관우의 모습 다음으로 나타난 것은 장비의 모습. 그렇게 등장한 삼국지 속 등장인물은 다섯.


“이거 설마...”

“네. 중국 헌터들이 이장님께서 가져다주신 삼국지를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장비들도 전부 순수 아다만트로 만들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좀 전에 둘러본 아다만트 원석 창고는 이미 세 개의 동이 가득 찬 상태. 채굴을 담당하던 칭원이 마음 놓고 도서관에 틀어박힌 이유도 저것이겠지.


“부담되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해줘. 저렇게 좋아하는데, 못하게 할 수도 없지.”

“알겠습니다.”


스케치북을 덮는 타카시. 나는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열고, 어제 사두었던 홍삼 스틱을 몇 개 건넸다.


“이건...”

“홍삼인데, 몸에 좋대. 하루에 한 개씩 먹으면 돼.”

“감사합니다.”


타카시는 받아든 상자를 잘 보이는 곳에 고이 올려두었다.


#


보통 게이트가 나타나기 전에는, 언제나 지역 일대에 강한 에너지가 감지된다. 방사능 측정기로도 측정이 가능할 정도의 큰 에너지였지만, 인체나 생물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게이트가 처음 나타난 이후, 거의 모든 나라에서는 고에너지 감지기를 국토의 곳곳에 깔아두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


덕분에 현재는 게이트가 나타나기 전, 미리 이것을 감지하고 헌터를 파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가끔 감지기가 고장 나면 던전 브레이크라는 사고가 발생하긴 하지만, 이 또한 꾸준한 유지보수로 해결이 가능한 일.


최근 발생한 서울에서의 던전 브레이크로 인해, 한국의 게이트 관리국은 감시체계를 더욱 강화했다.


“고에너지 반응이 감지되었습니다. 위치는 강원도 삼척입니다!”


모니터링 담당 직원 중 한 명이 손을 들며 소리쳤다. 동시에 삼척의 지도가 나타나는 거대한 중앙 모니터.


“정확한 수치 측정해서, 남은 시간 계산해!”


조금의 혼돈도 없이, 정확한 절차로 움직이는 관리국. 삼척에 고에너지 반응이 나타났다는 소식은 곧장 관리국의 국장에게로 전해졌다.


끼익-!


빠르게 지휘실로 들어온 국장은, 늘 해왔던 대로 대응을 시작했다.


“각성자관리협회에 위치 전달해. 남은 시간도 계산되는 대로 지정된 곳에 모두 보내고.”


국장의 명령과 함께 중앙모니터에 나타나는 게이트 발생 예상 시간.


[06:13:52]


6일 13시간 그리고 52분. 언제나 5분 정도의 오차를 보여왔던 계산이었기에, 신뢰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6일이면 파견과 통제까지 충분히 이루고도 남는 시간.


“이번엔 좀 빨리 감지된 편이군. 다행이야. 긴장 늦추지 말고, 가능한 빨리 대응하게!”

“예!”


넓은 지휘실 속 인원들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선 자판 소리와 전화 소리가 들려왔다.


분주히 움직이는 인원들 사이에 섞여 지휘실을 빠져나온 직원 하나. 그는 곧장 화장실에 들어가 핸드폰을 켰다. 그리곤 어딘가를 향해 이메일을 보냈다.


[6日 13時]


암호화된 통신으로 빠르게 전송되는 이메일. 그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물을 내리며 화장실을 나왔다.


#


“네, 확인했습니다. 파견 가능한 헌터 리스트 빠르게 만들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자세한 위치는 전달해두었으니, 헌터들에게도 전달해주시기 바랍니다.”


툭-!


전화가 끊어지자, 박정환 협회장은 유선 전화기를 테이블 위로 내렸다. 그리곤 수행원 호출 버튼을 눌렀다.


똑-! 똑-!


노크와 함께 들어오는 수행원.


“부르셨습니까?”

“강원도에서 게이트가 감지되었네. 남은 시간은 6일 정도라고 하는군.”

“그럼, 즉각 헌터들에게 알리겠습니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잘 부탁하네. 아, 그리고 춘봉이에게는 내가 직접 전하지.”


수행원이 사무실을 나가자, 박정환은 핸드폰을 키고 곽춘봉 헌터에게 전화를 걸었다.


10초가량의 수신음이 이어지고, 이내에 들려오는 반가운 곽춘봉의 목소리.


“여보세요? 협회장님?”

“춘봉이! 잘 있었나!”


어쩌면 직권남용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박정환은 꾸준히 곽춘봉에게 사심이 가득한 연락을 보냈다. 덕분에 직장 상사에서, 이제는 편히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이로 발전했다.


“예, 별다른 일은 없습니다. 지난 번에 말씀드린 창고 대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걱정하지 말게. 자네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물색하고 있으니까.”

“서두르실 필요는 없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아니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걸. 그것보다, 새로운 소식이 있네.”


조심스레 운을 띄우는 박정환. 이번 강원도 삼척의 게이트 소식을 듣자마자, 협회장은 머릿속에서 곽춘봉의 활약에 대한 생각을 떠올렸다.


이젠 직속 헌터이자 협회의 공식 간판 헌터가 된 만큼, 이례적으로 촬영팀을 함께 보내 활약상을 찍으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였다.


“춘봉이, 강원도 삼척에 게이트의 전조가 나타났네. 남은 시간은 대략 6일.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이번 작전에 참여해줄 수 있겠나?”


찰나에 흐르는 정적. 박정환은 기대와 함께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곤 들려오는 곽춘봉의 대답.


“네, 좋습니다. 마침 검도 완성이 되었으니, 이번 기회에 시험해보면 되겠네요. 게이트의 등급은요?”


박정환은 좀 전에 전달된 보고서를 급히 넘겼다. 아직 읽어보지도 못한 보고서였지만, 당장 곽춘봉이 알려달라니, 알려드리는 수밖에.


몇 장의 페이지를 넘기자, 지난 게이트의 규모와 현재의 전조를 비교한 표가 나타났다. 표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것은 C등급 게이트. B등급 헌터 몇 명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게이트였으니, 오히려 곽춘봉의 활약을 담기에는 안성맞춤.


“C등급이네. 지난번 던전 브레이크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약할걸세.”

“부담도 없네요. 좋습니다.”


이제 곽춘봉에게 본론을 말할 차례. 박정환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춘봉이. 자네의 활약상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데 말이야. 괜찮을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선호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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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삼척 레이드 (4) 24.09.12 406 8 12쪽
25 25. 삼척 레이드 (3) 24.09.12 424 9 12쪽
24 24. 삼척 레이드 (2) 24.09.11 460 7 12쪽
»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477 10 12쪽
22 22. 농경 사회로의 진입 24.09.09 492 9 12쪽
21 21. 계약 24.09.08 510 10 12쪽
20 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24.09.07 525 9 12쪽
19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549 12 12쪽
18 18. 채권 인수 24.09.05 579 12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582 11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90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3 12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4 13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645 13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663 14 12쪽
11 11. 떡락 24.08.29 673 13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24.08.28 692 13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703 15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729 13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752 14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784 16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821 14 12쪽
4 04. 거래소 24.08.22 842 17 12쪽
3 03. 으리으리한 협회 24.08.21 882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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